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97화 (197/233)

〈 197화 〉 조교 첫날 하늘이 열렸다. (2부 끝)

* * *

내 위에 벌러덩 엎어져 있는 루나를 옆으로 밀고 케이트의 다리도 옆으로 치웠다.

둘의 사타구니에는 어젯밤의 흔적이 여실히 남아있었다.

‘근데… 루나는 왜 계속 처녀막이 있는 거지?’

루나의 아래로 흘러나오는 피가 섞인 액에 잠시 고민했지만, 루나니까 그냥 넘겼다.

밤에 다른 여자와의 교미가 끝나면 어딘가에 숨어 있던 루나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달려드는 걸 처리하는 것도 일과 중 하나였다.

루나는 내 몸에 남아있는 다른 여자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악착같이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와 그 조그마한 혀로 한참이나 여기저기를 핥았다.

마치 씻겨주는 듯한 느낌에 어느 순간부터 그것을 즐겼다.

혀 청소가 끝나면 다시 물건이 단단해져 있어서 루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었다.

루나는 울고 있으면서도 몸은 잔뜩 흥분한 상태라 별다른 애무가 필요 없었다.

‘자기 순번까지 지웠다고 하던데… 뭔가 조금 이상한 성벽이 생긴 듯하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내니까 괜찮겠지.’

그날 순번이 비키만 아니라면 루나 하나쯤 더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루나는 삼류 보지니까.

“아! 서방님. 일어나셨어요?”

“…서방.”

방에서 나와 아래로 내려가니 부엌에는 늘 그렇듯 서아와 서윤이 나체에 앞치마만 한 상태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아가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의 로망 중 하나라는 것을 들은 이후로 줄곧 저 상태였다.

물론 보기 좋았기 때문에 나는 말리지 않았다.

“잠시 앉아계시겠어요? 거의 다 끝났어요. 얘! 서윤! 서방님 물 좀 드려.”

“…여기 물.”

단체 생활에 서윤은 한층 온순해져 있었다.

이내 식사 준비가 끝났고 서아가 음식을 내게 떠먹여 줬다. 혼자 먹을 수 있지만, 미인이 먹여준다는데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아!”

“얘! 서윤! 이 세우지 말라니까! 어쩜 애가 그렇게 안 느니! 서방님 괜찮아요? 내가 번번이 연습도 시키잖아!”

“…아으. 왜 내가 아침부터!”

“아 괜찮아요. 서윤 계속해도 돼.”

“서윤­ 계속하렴. 이 세우지 말고.”

“…진짜 짜증 나. 나도 배고프다니까.”

“서윤!”

“알았어! 알았다고! …읍읍.”

쌍둥이의 완벽한 서비스를 받고 나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뒤로 돌아 주세요. 서방님.”

가슴에 잔뜩 거품을 칠한 서아가 부끄러운 얼굴로 내게 붙었다. 서아의 부드러운 가슴은 그 어떤 샤워 타월보다 효과적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샤워가 된다니… 이 얼마나 고도로 발달한 문화인가.

다른 여자들은 아침잠이 많거나 바빴기 때문에 아침은 늘 서아와 서윤의 시간이었다.

서아는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해서 내 몸을 정성껏 닦아준 다음 물건이 단단해지면 알아서 벽에 손을 올리고 섰다. 그렇게 마치고 나면 완벽하게 개운한 상태로 집을 나설 수 있었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갔다 와.”

“둘도 잘 있어요!”

사이좋게 손을 흔드는 둘에게 마주 인사하고 걸음을 옮겼다.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오늘이 개강 날이니까.’

드디어 학생들을 쥐어팰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주먹이 근질근질했다.

먼저 서류를 챙기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을 여니 바닥에 루크가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있었다. 그 재수 없게 잘생긴 얼굴의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나는 죽은 것처럼 보이는 루크의 모습에 다급히 테이블 위의 서류들을 확인했다.

‘휴… 다행이네. 다 처리하고 기절했어.’

걷는데 걸리적거리는 루크를 대충 발로 밀어 치운 다음 서류를 챙겨 방을 나섰다.

‘사저는 오늘 바빠서 참석 못 한다고 했으니까.’

어제 듣기로는 제국 쪽에 무슨 일이 생겨 황실의 호출이 있었다고 했는데 케이트와 교미 중 들은 사실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에 묘한 불안감이 들었지만, 어차피 나는 지금 공화국에 있으니까. 별 상관없을 듯했다.

사무처에 도착하자 길게 하품을 하는 직원이 보였다. 나는 직원에게 과목과 이름을 알려주고 들고 온 서류들을 제출했다.

“…제출 확인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예. 뭐 금방 하더라고요. 그럼 수고하세요.”

사무적으로 인사하는 직원에게 고개를 작게 숙이고 사무처를 나섰다.

그러던 중 사무처를 들어오는 속옷 차림의 여자와 마주쳤다. 날카로운 인상에 갈색의 탄탄한 피부.

‘아마 이름이… 시타리라고 했나?’

“아! 안녕하세요. 시타리 님. 이번 검술 담당 조교를 맡게 된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시타리입니다.”

시타리가 시원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마주 잡은 시타리의 손은 굳은살이 잔뜩 박여 있어 돌처럼 까끌까끌했다.

“훌륭한 손입니다. 강하시군요.”

“시타리 님도요. 대딸하기에는 좀 별로일 것… 아! 죄송합니다. 습관이 돼서.”

계속 여자들과 부대껴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성적인 말이 나와서 황급히 사과했다.

“푸하하하! 괜찮습니다! 그 정도 농담은 저희에겐 인사와도 같은 겁니다.”

시타리는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며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런 반응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가요? 그러면 젖꼭지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하하하! 참 재미있는 농을 많이 하시는군요. 앞으로 아카데미 생활이 더 재밌어질 것 같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조금 따분했었습니다. 하하!”

“그렇죠? 하하하! 잘 부탁합니다.”

갈색 피부인 시타리의 젖꼭지도 이지수처럼 분홍색일지 궁금해서 물어본 말이었지만, 그냥 따라 웃었다.

“하하! 아­ 에이든 님은 이번이 첫 조교라고 하셨죠?”

“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 신분이었으니까요.”

“오오… 대단하십니다. 단, 기간에 이렇게 강해지시다니. 그러면 제가 조언을 조금 드릴까요? 아무래도 저는 조교 경험이 좀 많아서요.”

“예. 저야 미인이랑 더 오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죠.”

“푸흡… 역시 괜히 여자를 그렇게 많이 끼고 사는 게 아니군요! 아아 책망하는 건 아닙니다. 이성을 많이 끼고 사는 것은 능력의 증거니까요.”

시타리가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작게 웃더니 손가락을 쫙 펼쳤다.

“자­ 먼저 조교 생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선 제압입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학생들이 무시하기 시작하면 바로 잡기가 꽤 힘들어집니다.”

시타리가 손가락을 접으며 하는 말에 나는 아카데미 시절을 떠올렸다. 선생들 대부분이 강력한 무력을 바탕으로 애들을 휘어잡았지만, 마음이 여린 여자 선생 중에는 그렇지 못하고 휘둘리는 경우가 몇 있었다.

물론 이후에 학생들보다 뛰어난 무력으로 휘어잡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꽤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선 제압. 오케이.’

시타리의 말을 잊지 않기 위해 속으로 몇 번이나 되새겼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첫날에 조금 험한 말을 하는 편입니다. 에이든 님도 제 수업을 들었을 테니 아시겠죠?”

‘이런 마물의 똥꼬만도 못한 놈들!! 쓰레기 같은 실력으로 대륙 아카데미를 오다니.’

입꼬리를 비틀이며 웃는 시타리를 보자 언젠가 수업 때 시타리가 뱉었던 욕지기가 떠올랐다.

“예. 이해했습니다. 기선 제압.”

“그것만 제대로 하시면 훨씬 편해 지실 겁니다.”

“아!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하하! 별거 아닌 정보인데요. 그러면….”

잠시 말을 끌던 시타리가 빙긋 웃더니 가슴 부근의 가리개를 슬쩍 내려 내게 꼭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다시 가리개를 올리고는 사무처로 들어갔다.

‘갈색 피부는 조금 짙은 분홍색 계열이 많은가?’

피부색과 젖꼭지 색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깨달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교실을 향해 움직였다.

‘기선 제압… 기선 제압… 갈색 피부 분홍색….’

마침내 담당 교실의 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봤다. 파릇파릇한 연놈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기선 제압은 내가 또 잘하지.’

다 뒤졌다.

애미 터진 새끼들.

그동안 서류에 받았던 고통을 해소할 시간이었다.

나는 거칠게 문을 밀어서 열었다.

***

교실의 어중간한 중간 자리에 앉은 보노는 긴장을 풀기 위해 숨을 느리게 쉬었다.

‘후아… 후­ 드디어 키아나 님과 만날 수 있다니.’

보노의 피나는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보았다.

범재에 불과했던 자신이 대륙 아카데미까지 오다니! 발표 소식이 난 날에 소녀의 마을에서는 큰 잔치까지 벌어졌다.

그에 보노가 애지중지 키우던 춘식이의 배가 갈라져 다 같이 나눠 먹었지만, 보노는 슬프지 않았다. 이제 키아나 님과 한 걸음 가까워졌으니까.

처음 키아나 님을 본 것은 용사 아카데미 입학식 때였다. 보노는 세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다.

그날 이후로 보노는 키아나를 선망했다. 키아나를 조금이라도 따라잡기 위해 검을 휘둘렀으며 머리카락 색도 매일 금색으로 염색했다.

그에 식비를 줄여야 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꿈을 키워가던 어느 날 키아나가 제국 제일검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보노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멀어졌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그런 피나는 노력 끝에 보노는 대륙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다.

‘심지어 첫 시간이 키아나 님의 담당인 검술 수업이야…! 이건 운명이야!!’

보노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작은 키에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아 남들보다 발을 구르기 쉬웠다.

“검술 담당이 그… 제국 제일검님이 맞지?”

다들 긴장해서 조용한 와중에 제일 뒷자리에 앉은 껄렁한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워낙 조용한 교실이라 모두에게 들렸다.

“심지어 조교는 용을 잡은 영웅이라던데… 강사진 개 빵빵하네.”

“야! 너희 그거 들었냐? 용을 잡은 영웅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륙 아카데미 학생이었데.”

“진짜…? 그러면 여기에 아는 사람도 있겠네?”

“히이이익!! 드숀! 드숀이 온다!! 히이이익!”

그때 갑자기 구석에 앉아 있던 학생 하나가 비명을 지르더니 발작하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뭐…뭐야?”

“재학생이라고 하던데… 왜 저러는 거야?”

“몰라. 어디 아픈가 보지. 그건 그렇고 용을 잡은 영웅의 정부가 제국 제일검이라던데…?”

“그것뿐만 아니라 황녀랑 성녀랑 대마법사랑 그 외 여자들까지… 용을 잡은 영웅이 대단한가 봐? 그런 여자들이 매달리는 걸 보니.”

“푸흡­ 이년 표정 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렇게 대단한 여자들이 선택한 남자라면… 잡아야 하지 않겠어?”

“푸하하하! 아서라! 아서! 그런 대단한 여자들을 끼고 있는 남자에게 네가 보이기는 하겠니?”

“얘가 뭘 모르네. 원래 여자는 어리면 장땡이야. 거기에 털 나지 않은 여자가 털 난 미인보다 더 끌리는 법이라니까? 그리고 외모는 나도 한 외모 하잖니?”

들려오는 대화에 보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교실의 뒤쪽에 거의 엉덩이가 보일 것처럼 치마가 짧은 여자가 늘씬한 다리를 옆으로 쭉 빼고 앉아 있었다.

확실히 이쁘기는 했지만, 대륙 제일미 소리를 듣는 키아나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키아나 님이 백 살을 먹어도 너보다 이쁠 거야!’

보노는 아무도 보지 못할 정도로 작게 혀를 내밀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근데 정부라니? 에이 설마… 그렇게 아름답고 고결하신 분이 정부라니… 헛소문인 게 분명해. 어떤 죽일 놈이 그런 헛소문을…! 걸리기만 해봐라!’

보노는 주먹을 힘껏 쥐고 혼자서 분노를 토해냈다.

“이따 봐라. 내가 남자 어떻게 꼬시는 건지 알려줄 테니까. 나 오늘 팬티도 안 입었어. 바로 할 수 있다니까?”

“푸하하! 미친 계집애! 진짜.”

여자의 말에 몇몇 남학생이 고개를 돌렸지만, 여자는 다리를 꼰 상태였다.

그때.

쾅!

앞문이 거칠게 열렸다.

‘얼… 얼마나 잘 생기셨을까? 키아나 님에 걸맞게 고귀하시고 고결하신 분이겠지. 심지어 제국을 구하기 위해 전설 속에 나오는 용과 싸우신 분이니까.’

보노는 열린 문을 보며 지금까지 품었던 온갖 기대를 떠올렸다. 그렇게 완벽하고 아름답던 키아나를 품은 분이니 부족함이 있을 리 없었다.

“후우­.”

깔끔하게 셔츠를 입었지만, 그 아래의 탄탄한 몸이 느껴지는 남자가 교실로 들어왔다. 체형은 영웅의 것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얍…얍삽하게 생겼잖아! 저…저 사람이 아닐꺼야! 아닐 거라고! 저 사람일 리 없어! 저런 좀도둑같이 생긴 사람이 키아나 님의 남편일 리 없다고!’

보노는 사내를 억지로 외면했지만, 사내의 짝짝이 눈은 선명했다.

피처럼 붉은 왼쪽 눈동자와 높이 뜬 해와도 같은 금색 오른쪽 눈동자. 용을 잡은 영웅의 가장 큰 특징과 일치했다.

사내의 흉흉한 기세에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교탁에 선 사내는 가라앉은 눈으로 반을 훑어보고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담배잖아?!’

교탁에 서서 입에 담배를 물고 깊은 연기를 뿜어내는 사내 모습에 보노는 이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몇몇 학생들이 찡그리며 사내를 쳐다봤지만, 사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기어코 교탁에 서서 담배 한 개비를 다 핀 사내는 길게 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학생들은 사내의 말에 집중했다. 조금은 이상한 첫 만남이었지만, 사내는 용을 잡은 영웅이었다.

현재 대륙에서 사람들 입에 제일 많이 오르내리는 영웅. 아이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 그게 저 사내였다.

‘담…담배는 기호 식품이니까! 그럴 수 있지! 얼굴…얼굴도! 얍삽하게 생겼지만! 키아나 님이 사람의 내면을 보실 수도 있으니까! 응응… 맞아! 고귀하고 고결한 키아나 님이라면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 집중하셨을 거야! 나같은 멍청이들이나 얼굴을 보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은 보노는 애써 기대감을 만들어 사내의 말을 기다렸다.

대륙 제일미 키아나를 품을 만큼 사내의 그릇은 클 것이다. 그런 사내의 첫 말이라니….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였다.

“…애미 애비 터진 새끼들아.”

사내의 발언에 교실이 술렁였다. 모욕을 넘어선 발언에 어떤 학생은 분노를 토했고 어떤 학생은 공포에 벌벌 떨며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그들 대부분은 재학생이었다.

‘저게 무슨 영웅이야!! 그냥 양아치지!!’

보노는 그중 충격에 벌벌 떠는 학생이었다.

“저기요! 아무리 조교고 용을 잡은 영웅이라지만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닌가요?!”

앙칼진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아까 그 여자가 당당한 표정으로 사내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시 사내를 쳐다본 보노는 불안해졌다. 사내의 입꼬리가 삐쭉 올라갔기 때문에.

“…이리로 오도록.”

“흥… 이쁜 건 알아 가지고.”

사내의 손짓에 작게 중얼거린 여자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교탁 쪽으로 나갔다. 엉덩이에 착 달라붙는 여자의 치마를 보며 몇몇 남학생들이 침을 삼켰다.

‘불…불안해. 왜 키아나 님이 저런 남자와…?!’

보노는 이유 모를 불안감에 몸을 덜덜 떨면서 곁눈질로 교탁 쪽을 훔쳐봤다.

“이름이 뭐지?”

“…파멜라인데요?”

“그렇군. 파멜라.”

“왜요?”

여자가 교태 섞인 목소리로 반문하며 몸을 슬쩍 흔들었다. 그 뒤태는 같은 여자인 보노가 보기에도 요염했다.

파멜라는 자신을 보는 남자의 시선에 입꼬리를 비틀었다. 남자의 시선은 파멜라의 가슴을 타고 내려가 허리 그리고 다리까지 쭉 훑었다. 마치 창부를 보는 듯한 노골적인 시선에 파멜라는 몸이 뜨거워졌다.

‘역시 남자는 다 똑같다니까. 너무 쉽잖아.’

거의 다 넘어왔다는 생각에 파멜라는 슬쩍 자세를 숙여 사내에게 가슴골이 보이도록 했다. 파멜라는 사내의 시선이 가슴으로 향한 걸 놓치지 않았다.

“…기선 제압.”

사내의 이해 못 할 중얼거림에 파멜라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짝­ 소리가 나며 볼에서 불에 덴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쓰러지는 파멜라의 목을 사내가 잡아챈 다음 다시금 손을 놀렸다.

순간 별이 보이는 듯한 느낌에 파멜라는 정신을 잃었다.

‘에…에? 저게 무슨…?!’

보노는 여자의 뺨을 망설임 없이 때리는 사내의 모습에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 전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내는 파멜라가 기절하자 손을 놓았고 파멜라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크으… 손맛 좋네. 여기 치료 계열 있으면 나와서 치료해라. 이건 속옷을 왜 안 입고 왔어? 시발 진짜 보지 지긋지긋한데 여기서도 튀어나오네. 빨리 나오라고! 찾아서 나오면 이것보다 더 심하….”

사내의 말이 끝나기 전에 몇몇 학생들이 튀어 나가 여자를 치료했다. 그들 중 하나가 활짝 벌어진 여자의 다리를 곱게 접어줬다.

“꼭 시발 애비 애미 터진 새끼들은 때려야 말을 들어요. 자­ 나는 검술 수업의 조교를 맡은 에이든이다. 앞으로 거슬리면 이렇게 되니까 최대한 거슬리지 마라.”

사내의 말에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이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흠흠. 역시 매콤 주먹만 한 게 없다니까. 자 그럼….”

옆에 여자가 쓰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내의 모습에 보노는 몸을 잘게 떨었다.

‘서…설마 키아나 님도…?’

문득 떠오른 상상에 보노의 가슴이 무너졌다.

‘아냐! 키아나 님은 제국 제일검이잖아! 저런 양아치보다 약하실 리가 없어! 무슨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

보노는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지만, 불안한 상상은 점점 번졌다.

“저… 조교님?”

조용한 와중에 학생 하나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뭐야 시발.”

“히익!!”

손을 들었던 학생이 사내의 거친 반응에 지레 겁먹고 손을 덜덜 떨었다.

“뭐? 말을 해.”

“저…저기! 하늘에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뭔 좆같은 소리를….”

멱살을 잡혔음에도 필사적으로 창문을 가리키는 모습에 에이든은 시선을 돌려 창밖의 하늘을 쳐다봤다.

“애… 애미 시발?”

낮임에도 태양은 어디로 숨었는지 세상에는 어둠이 가득했고 하늘은 먹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쾅!!

세상을 양분할 것처럼 굵은 벼락이 먹구름 사이에서 요동치며 세상을 밝혔다.

그리고 하늘의 정중앙이 으르릉­ 소리를 내며 반으로 갈라졌다.

하늘에서 새어 나오는 흉흉함과 기이한 힘에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사도야! 사도야!! 이벤트야! 이벤트!! 심지어 대박 이벤트인가 봐!! 그 꼬장꼬장한 고대 신들이 느껴지고! 악마도 막 강해지고! 이상한 기운들도 느껴져! 세상이 흉흉해! 막 망할 것 같아! 그래도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잖아?! 이건 완전히 큰 위기… 아닛! 기회다! 기회! 우리 사도가 나설 차례야! 이이잇! 멍청한 놈들 비켜라! 우리 불꽃 사도 에이든이 간닷! 사도 파이팅! 막 어깨춤이 절로 나오네! 내 어깨 좀 봐! 사도야!’

조교 첫날 하늘이 열렸다.

애미 시발.

***

“아아…. 정말로….”

검은 머리의 여자가 무릎 꿇고 쓰고 있는 안대를 적실만큼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이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단 하나의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들 모두 잠이라도 자는 것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언뜻 보면 웃는 것 같기도 했다.

“크큭… 이 지겨운 세상에 끝을… 크큭….”

그런 여자의 옆에 흰 머리 청년이 서서 광오하게 웃었다. 청년의 손에 든 해골 안대가 바람에 날아갔지만, 청년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크롸롸롸롸롸롸!!!””

그리고 그 위의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에는 전설 속에나 나올법한 용들이 큼지막한 날개를 저으며 날아다녔다.

“크큭… 분노해라… 지겹도록 긴 생을 준 신에게… 크큭… 격분해라… 동족을 죽인 인간들에게…. 그러면 내가 너희에게 끝을 줄 터이니… 크큭….”

““크롸롸롸롸롸롸롸!””

사내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용들이 동시에 울부짖으며 먹구름 사이로 사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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