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98화 (198/233)

〈 198화 〉 영웅 에이든. (3부 시작)

* * *

“용…을 잡은 영웅이여… 나… 나도 그대처럼 되고 싶…었다.”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는 모습에 나는 인간과 인외 그 중간에 있는 놈의 목덜미로 짐작 가는 곳에 박아넣은 검을 더욱 비틀었다.

상처 부위에서 쏟아져나온 용암처럼 뜨거운 피가 내 손을 타고 흘러 팔까지 적셨다.

“뭐하러 그런 쓸데없는 짓을.”

“나…나도 영웅이… 되고 싶었다.”

놈의 호박처럼 노란 눈동자에서는 생기가 점점 사라졌다. 다만, 녀석의 피가 검지 않고 붉다는 사실에 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영웅이 되고 싶으면 검이라도 더 휘두를 것이지 고대 신의 조각을 몸에 박아?”

“나는 그대와 달리… 재…능이 없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녀석은 곧 죽을 것처럼 꺽꺽대면서도 끝까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녀석이 말할 때마다 상처 부위에서 터져 나오는 피가 계속 내 몸을 달구었다.

‘나와 달리… 재능이 없다라.’

씁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나는 쓰게 웃으며 녀석의 말을 들어줬다.

“내게도… 그대처럼 재능이 있었다면… 이런 인외의 것이 되는 게 아니라…. 영…웅이….”

“어쩌겠어. 세상이 좆 같은걸.”

내 욕지기에 녀석의 감기던 눈이 일순 커졌다가 다시 천천히 감겼다. 이름 모를 녀석이었지만, 나는 작게 명복을 빌어주며 검을 뽑았다.

상처 부위에서 터져 나온 피가 내 얼굴과 몸을 적셔 순간 머리가 핑 돌았지만, 금세 돌아왔다.

나는 쓰러지는 녀석의 머리를 붙잡은 다음 검을 찔러 넣었던 곳에 손을 집어넣어 휘휘 저었다. 우습게도 그 촉감은 여자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을 때와 비슷했다. 따뜻하면서도 질척이는.

한참을 뒤적거리자 손가락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고 나는 그를 틀어쥐어 뽑았다.

이내 세상으로 나온 세모 모양의 무언가는 피에 잔뜩 절어 있었지만, 심장이 뛰는 것처럼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만, 그 태동이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를 한 손에 들고 검을 조금씩 찔러넣자 물건에 균열이 생기며 회색빛이 밖으로 뿜어져 나와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 쩝쩝. 쩌어업. 쩝쩝. 으음… 너무 달군.

너 내가 쩝쩝거리면서 먹지 말랬지. 입도 없는 새끼가 왜 게걸스럽게 먹는 거야.

­ 검에게도 기분이란 게 있는 법일세. 같은 것을 먹어도 이렇게 복스럽게 먹는다면 더 맛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

뻔뻔한 녀석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검을 살짝 털었다. 애초에 묻어있던 피도 다 흡수하는 녀석이라 굳이 닦아줄 필요도 없었다.

‘와하하핫!! 포인트 대박!! 이게 얼마야?! 역시 사도밖에 없다니까!! 우리 이쁜 사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다 말해! 다! 내가 다 사줄게!!’

“에이든 동무!! 고생했습네다!!”

내가 검을 집어넣자 이지수가 부리나케 달려와서 수건으로 내 얼굴과 몸에 묻은 피를 닦아줬다.

그러고 나서 슬그머니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박으려는 것을 황급히 막았다.

“…예? 왜 막으시는 겁네까?”

“마을 사람들이 보고 있잖아. 일단 마무리부터 하고.”

“아! 알겠습네다! 그럼 이따가 빨아드리겠습네다!”

나는 주변에 한참 멀리 떨어져서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가리켰고 이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챙겼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다고 생각해서인지 마을 사람들이 쭈뼛거리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가까이 온 마을 사람 중 제일 앞에 있는 정정한 중년의 사내가 내게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영웅이시여!!”

그 모습에 나는 옆에 있는 이지수에게 눈짓했고 눈치 빠른 이지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아아아!! 용을 잡은 영웅!! 그 영웅의 이름은 에이든!! 그의 고결함은 천국에 닿을 것처럼 새하얗고!! 그의 용맹함은 먼 옛날 제국에 홀로 쳐들어간 야만인의 왕과 같도다!! 그런 고결하고 용맹한 영웅이 세상의 위기 앞에 검을 들고 길을 나섰으니!! 이 어찌 한 폭의 전설과도 같지 않은가!! 위기에 빠진 자! 그의 이름을 연호하라!! 밤이 무서운 자!! 그의 이름을 울부짖어라!! 그럼 영웅이 그대들을 구할 것이니!!”

이지수의 말에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쉽게 사람을 흡입시켜 아무리 이상한 말이라도 설득되게 만드는 그런 힘.

마을 사람들은 방금 고대 신의 조각을 흡수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녀석의 목을 벤 내 모습을 본 뒤라 더욱 격렬한 반응이 나왔다.

“아아아!! 용을 잡은 영웅!! 에이든 님이시여!!”

“저희를 구원하셨습니다!! 영웅! 영웅!”

“영웅! 에이든!! 영웅! 에이든!!”

마을 사람들은 이내 이지수가 만든 구호에 맞춰서 내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뭔가 심각한 고민을 하는 척을 하며 천천히 그들에게서 뒤돌아섰다.

존나 멋있어. 시발 이러니까 사람들이 미치지.

[소년… 크흠… 아닐세. 소년이 좋으면 된 것이지.]

뒤에서 내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지만, 쿨하고 멋있는 영웅인 나는 돌아보지 않고 마차에 올랐다. 마부석에 있는 루크는 똥 씹은 표정이었지만, 내가 다가오자 금세 얼굴을 풀고 헤헤­ 웃었다.

‘크흐­ 역시 우리 사도가 최고야!! 이렇게 알뜰살뜰 포인트를 끌어모으다니…! 그렇지! 우리 사도가 영웅이 아니면 누가 영웅이야! 우리 사도 최고! 우리 사도 멋져!’

마차 안에 타고 있던 천오가 멍한 눈으로 나를 보다가 다시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탁.

“에이든 동무! 빨아 드리겠습네다!!”

급하게 마차로 들어온 이지수가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처박았고 마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다음은 어디랬지?”

“…읍 후아! 다음은 세계수가 있는 엘프 왕국입네다. 대륙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에이든 님을 보냈습네다.”

“엘프라… 아름다우려나.”

“읍읍.”

이지수가 다시 얼굴을 처박았고 나는 옆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는 천오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밀어 다시 창가를 보도록 했다.

조교가 된 첫날 하늘이 열리고 두 달이 지났다.

세상은 급변했고 다양한 개새끼들이 튀어나와서 어지럽혔다. 그에 부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행동했다.

케이트는 혜진과 서윤,서아,키아나를 데리고 황실로 복귀했으며 루나는 마도 왕국의 병력과 함께 남측의 이상 기후를 살피러 내려갔고 안드레아는 신교 측을 규합하기 위해 본교로 향했다.

비키는 강대해진 악마들의 힘에 크게 웃으며 홀로 사냥을 떠났다. 나와 행적을 맞추고 있는 모양인지, 비키는 간간이 나타나 교미하고 다시 떠나곤 했다.

그리고 혼란한 세상 속 영웅인 나는 대륙을 구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나섰다.

물론, 케이트가 자꾸만 수정구로 닦달하는 것도 한몫했지만. 무슨 세상을 가질 절호의 기회라니….

꿀꺽­.

“후… 이거 자꾸 먹으니 중독되는 것 같습네다. 왜 그 성녀가 그리 집착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네다. 텁텁하면서도 은은하게 에이든 동무의 냄새가 나는 게 밥에 비벼먹으면 밥도둑일 것 같습네다.”

이지수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내 사타구니에서 떨어졌다.

맞은편에 앉은 이지수는 자신의 바지를 내리더니 내게 음부를 활짝 보이면서 스스로 만지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다시 준비될 때까지 예열하는 거겠지.

“흐응… 에이든 동무 엘프들은 속옷을 입지 않는다던데… 알고 있습네까?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을 받아야 해서 속옷을 입지 않는다고 합네다.”

이지수가 몸을 부르르 떨며 내게 물었다.

엘프 속옷은 잘 모르겠지만, 이지수가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분홍색이 만연한 탐스러운 젖을 드러낸 이지수를 보자 힘이 다시 돌아왔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아… 여기는 대장. 들리는가. 오바.”

이지수에게 올라타니 케이트가 건넸던 수정구가 켜지며 케이트의 얼굴이 동그랗게 보였다.

“들리냐고! 야! 잠깐 너네 또 교미하고 있지!! 짐승이야 뭐야!! 좀 참으라니까!! 나도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잖아!! 너네도 좀 참아!! 야! 서아 일로 와서 얘네 좀 봐봐!”

“아아… 서방님! 사랑해요! 아… 오늘도 우람한 서방님의 물건… 정말 그리워요.”

“멍청아! 그런 말 하라는 게 아니잖아!! 야! 떨어져! 떨어지라고!! 엘프 왕국으로 가기 전에 숙지해야 할 게 많다니까!! 걔네가 얼마나 예의에 민감한데!!”

들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에 수정구를 끄려 했지만, 마차가 흔들리는 바람에 수정구가 아래로 떨어졌다. 굴러떨어진 수정구는 나와 이지수의 접합 부분 바로 아래에 위치했다.

“미…미친 새끼들 뭐 하는 거야아악!!! 그걸 왜 확대해!! 아앗!! 물 흐른다고!! 화면 깨지잖아!! 이지수!! 나 대장이야! 대장!!”

찢어지는 케이트의 비명을 무시하고 나는 허리를 계속 움직였다. 이지수는 그저 헐떡이며 물을 질질 흘렸다.

“저저 발정 난 것을 같이 보내는 게 아니었어!! 아아악!! 짜증나!! 야!! 애 헐겠다! 헐겠어!!”

마부 루크는 안에서 들리는 노골적인 신음에 인상을 찌푸리며 채찍을 휘둘렀다.

‘내가 어쩌다 녀석의 마부가… 제길. 빌어먹을 년들.’

다음 목적지는 니나바.

엘프 왕국이었다.

***

“인간을 왕국으로 들인다니요!!”

니하바나는 자신 앞에서 언성을 높이는 젊은 엘프 알그리베흐를 보며 미간에 힘을 줬다.

‘하여튼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어 버릇이 쯧…. 우리 때는 고개 숙이고 다니느라 바빴는데 말이야.’

“어느 안전이라고 언성을 높이느냐?! 애야!!”

마침 옆에 있는 꼬장꼬장한 엘프가 니하바나를 대신해 꾸짖었다.

“지금 언성 안 높이게 생겼습니까! 왕국에 인간을 들인다는데! 다 노망이 난 게 틀림없습니다!! 이래서 300살 이후에는 세계수로 보내는 법을 발의했거늘!”

“이…이런 고얀 것!! 너는 300살 안 될 것 같니?! 그…”

니하바나는 젊은 엘프의 노골적인 발언에 결국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요…요즘 엘프는 300살부터라는 노래도 유행하는데! 300살이면 죽으라니!!’

올해 정확히 300살이 된 니하바나는 젊은 엘프들의 골방 뒤 늙은이 취급에 억울했다.

지금까지 엘프들을 위해서 매일같이 개처럼 일한 자신을 나이가 들었으니 세계수로 보내자니!

이 어찌 잔혹한 처사인가! 심지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일한 탓에 엘프 중에서도 미인이라고 불렀던 자신이 남들 다하는 연애 한 번 못 해봤는데! 이제 와서 자신을 버리겠다니…!

니하바나는 억울함에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진짜… 이래서 엘프는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저 앞에서 바락바락 대드는 엘프도 어린 시절 니하바나가 열매도 따주고 장난감도 사줬던 엘프였다.

‘그 당시에는 내가 최고로 이쁘다며 커서 결혼하자던 녀석이….’

“흥! 저는 늙어도 니하바나님처럼 혼자 궁상맞게 살지는 않을 것 같네요!”

“저저… 고얀 것!! 내가 너를 어찌 키웠는데!”

“어릴 때 제 고추 만진 거 아직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그거는 그냥 전통! 그래! 전통이다! 고추 한번 볼까도 모르니?! 너는?!”

“전통은 무슨! 남자 고추 한번 못 본 노처녀 늙은이가 아이 것이라도 만져보려고 한 거면서! 이거 세계수 신문에 투고할 겁니다!”

“잠…잠깐만! 그러지 말고 우리 이야기를 좀….”

젊은 엘프의 폭탄 발언에 회의장은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타고난 일 처리로 지금까지 200년간 엘프 왕국의 경영을 맡아온 니하바나였는데, 여기서 이런 스캔들이 터지다니…!

그중에는 아이의 것이라도 만져보려고 했던 노처녀 엘프의 비애에 훌쩍이는 이도 있었다.

“…정숙해 주세요.”

제일 상석에 있는 엘프가 조용한 목소리로 명령하자 장내는 금세 조용해졌다.

니하바나는 상석에 고고하게 앉아있는 하이­엘프 알레트리스를 보며 이를 갈았다.

위치가 견고했던 자신이 이런 골방 뒤 늙은이 취급받는 건 갑자기 돌아온 알레트리스의 영향이 컸다.

엘프 사회에서 하이­엘프는 그 핏줄만으로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경영 담당이었던 니하바나가 어느 순간부터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승계할 알레트리스가 사라져서 가능했었다.

‘왜 하필 지금 나타난 거야.’

니하바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차오르는 눈물을 참았다.

겉모습은 아직 젊은 엘프와 다를 바 없는, 아니 오히려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니하바나였지만, 늙지 않는 엘프들은 외모보다 상대방의 나이에 민감했다.

엘프들은 일평생을 하나의 짝을 바라보며 살기 때문에 상대가 늙어 죽었을 경우를 제일 크게 고려했다. 그래서 니하바나처럼 시기를 놓치면 결국 끝까지 혼자 살거나 이종족을 구해야 했다.

‘…진짜 혼자 늙게 생겼잖아.’

니하바나는 나이도 잊고 결국 훌쩍이고 말았다. 그런 니하바나를 회의장에 있는 엘프들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인간을 들이는 것은 제가 제안했습니다. 지금 세계의 정세는 매우 불안정해 인간과 손을 잡지 않으면 우리 엘프 왕국의 미래를 장담하기 힘듭니다.”

알레트리스의 말은 니하바나의 말과 똑같았지만, 반응은 전혀 달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비난하던 엘프들이 ‘오오… 현명하신 하이­엘프시여.’ 이 지랄 하면서 띄워주기 바빴다.

물론 눈 밖에 나기 싫은 니하바나도 같이 ‘오오­’ 거렸다.

“그리고 이번에 오시는 분은 지금 대륙에서 제일 명성이 높은 영웅이시니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분은 대륙을 지키기 위해 그 두려운 용과도 맞서 이겨내는 전설적인 업적을 이루신 분이며 지금은 대륙을 안정시키기 위해 검 한 자루만 들고 고군분투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만약 그분이 아니라면 인간 측의 제안을 거절했을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알레트리스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엘프들을 내려다보며 말을 마쳤다.

그러자 엘프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알레트리스를 칭찬하기 바빴다.

그중에는 ‘오오… 알레트리스님 귀가 정말 뾰족하시군요’ 하는 멍청한 말도 있어 니하바나는 코웃음 쳤다.

‘…인간 영웅 수컷이라.’

니하바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본디 엘프는 이 종족을 단짝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그는 엘프의 타고난 순애보와 긴 수명의 영향이 컸다.

일단 엘프와 다르게 이 종족들은 언제든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으므로 선택함에 있어서 위험도가 너무 컸고 만약 상대의 마음이 변하지 않더라도 수명 차이 때문에 엘프 쪽이 쓸쓸히 남겨질 확률이 컸다.

그렇게 상처받고 돌아온 엘프가 한둘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 니하바나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엘프들 사이에서 늙은이 취급받고 있지만, 늙지 않는 엘프 특성상 이 종족에게 니하바나는 젊은 엘프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자신보다 상대가 어려도 상대가 늙어 죽을 때까지 엘프인 니하바나는 지금의 젊고 탱탱한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그것이 엘프니까.

거기에 본디 영웅 전기에는 엘프가 히로인으로 나오지 않는가­?

‘…행복을 모르는 슬픔과 행복을 알고 난 뒤의 슬픔.’

니하바나는 둘 사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섹스도 못 해봤데요!!’

그러다 문득 어느 어린 엘프에게 손가락질받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니하바나는 결심을 굳혔다.

‘섹…섹스도 못해볼 수는 없어!’

결심을 마친 니하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설하고 있는 알레트리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재수 없어.’

알레트리스는 신의 핏줄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고결하며 고귀하고 아름다웠다. 애초에 미의 종족으로 불리는 엘프 중에서도 하이­엘프인 알레트리스는 유독 빛났다.

그래서 처음 알레트리스가 돌아온 날 누구도 그녀의 핏줄을 의심치 않았다. 알레트리스가 돌아온 날 니하바나는 바로 끌어내려 졌고 그 자리에 그녀가 냉큼 앉았다.

심사가 뒤틀렸지만, 그녀도 자신보다 알레트리스가 저 자리에 앉는 게 걸맞은 걸 알고 있었다.

엘프에게 하이­엘프란 그 정도로 의미가 깊었다.

“…그러면 영웅을 모시겠습니다.”

마치 여름날의 풀잎처럼 알레트리스의 목소리에 니하바나는 정문을 쳐다봤다.

‘그…그래도 잘 생겼으면 좋겠다. 거기에 강하기도 하고… 고…고추도 커야 한다던데?’

300년 동안 혼자 소설을 읽으며 사랑을 꿈꿔온 니하바나는 이성에 대한 큰 이상이 있었다.

끼이익­.

대문이 부드럽게 열렸고 회의장의 엘프들은 들어올 영웅을 기대했다. 용을 잡은 영웅이 엘프 왕국에 첫발을 내디디는 순간이라면 전설에 기록돼도 부족함 없을 것이니.

엘프들은 표정을 지우고 고고한 표정을 지었다. 이는 이 종족을 만날 때 엘프의 특징이었다. 방금까지 삿대질하면서 싸우던 엘프였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척을 하는 것.

‘흥… 멍청이들.’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똑같이 고고한 표정을 짓는 니하바나였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피처럼 붉은 눈동자와 해를 녹인 듯한 금빛 눈동자. 그리고 몸에서 절절히 뿜어져 나오는 패왕의 기세. 인간보다 전체적인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은 엘프들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는 당당한 걸음걸이까지.

엘프들은 선명한 영웅의 모습에 작게 감탄을 흘렸다.

‘괜… 괜찮아 이 정도면… 고추는?!’

그중 니하바나 혼자 영웅의 아랫도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묵직하게 튀어나온 것이 문외한인 니하바나가 보기에도 큼지막했다.

속옷을 입지 않은 니하바나는 사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컷 냄새에 물을 찔끔 흘렸다.

‘앗! 유리병! 유리병!’

엘프의 애액이나 눈물은 포션의 유용한 재료였으므로 니하바나는 황급히 주머니에 넣어둔 유리병을 꺼내 음부에 댔다. 오랫동안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음부는 물을 찔끔찔끔 흘렸다.

사내는 당당히 회의장을 걸어 알레트리스 앞으로 갔다. 니하바나도 시선을 돌려 알레트리스를 응시했다.

‘상…태가 좀 이상해 보이는데?’

니하바나는 음부에 닿은 유리병의 한기에 몸을 살짝 떨던 니하바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늘 언제나 자애로운 표정이었던 알레트리스가 몸을 움찔거리며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오줌 마려운 강아지 같네?’

니하바나는 슬쩍 유리병에 찬 액을 확인하고 다른 유리병으로 바꿔 음부에 댔다. 한기에 다시금 몸을 잘게 떨었다.

“저희의 제안을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엘프의 여왕 하이­엘프 알레트리스여.”

사내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정말 깔끔하게 엘프의 예법을 행했다.

그 모습에 호들갑 떨기가 종족 특성인 엘프들이 ‘역시 인간도 우리 예법을 널리 아는군. 우리 엘프의 예법이 대륙에서 인기라더니 역시.’라면서 되지도 않는 말을 중얼거렸다.

다만, 문제는 알레트리스가 영웅의 예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알레트리스는 입을 열었다가 몸을 살짝 떨며 다시금 닫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문제 있으신지…?”

영웅이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고 그에 알레트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아닙니다. 여엉우웅이시여”

묘하게 들뜬 알레트리스의 목소리에 엘프들이 크게 동요했다. 지금 알레트리스는 평소의 우아하고 고고했던 모습과 전혀 달랐다.

알레트리스가 다시 입을 움찔하더니 몸을 덜덜 떨었다.

“어디 아프신….”

옆에 있던 엘프가 차마 보지 못해 일어나려 할 때, 알레트리스가 다시금 입을 열었고.

“아흐으으으응 주인님.”

천박한 인간 창부처럼 다리를 활짝 벌리면서 음부에서 물을 뿌려댔다.

그 물은 바로 아래에 있던 영웅이 흠뻑 뒤집어썼는데, 알레트리스의 음부에서 나온 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영웅의 얼굴과 옷을 적시고도 모자라 땅에 뚝뚝 떨어졌다.

영웅은 마치 때아닌 소나기를 맞은 듯한 모양새가 됐다.

물을 뿜어낸 알레트리스는 영웅에게 음부를 활짝 드러내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당장 박아 달라고 애원하는 하이­엘프의 모습에 모두가 경악하여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을 때.

“부…부카케!! 저도 아직 에이든 동무에게 못 해본 것을!!”

영웅 옆에 있던 가슴이 세계수의 열매처럼 큰 여자가 알레트리스를 손가락질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회의장은 알레트리스의 액에서 풍기는 상큼한 레몬 향으로 가득 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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