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화 〉 인류의 영웅! 대륙의 희망!
* * *
비키가 내 위에 올라타고 세 번 쯤 뽑히자 한계에 도달해 의식이 흐려졌다.
“뭐야? 기절한 거야? 그래도 딱딱하네. 몇 번 더 쓸 수 있겠어.”
“흐음…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괜찮네. 이따 밤에 또 올게.”
마치 물속에서 들리는 듯한 웅웅… 거리는 소리에 비키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사제. 사제? 자는 거야?”
“으음…. 사제? 어? 왜 벗겨져 있지?”
“뭐가 많이 묻어있네…. 내가 닦아줄게. 사제.”
“그…근데 딱딱해지네?”
“이…이것도 내가 처리해줄게.”
“사제? 사제? 자는 거 맞지…?”
“으음… 잘 안 되네에에엣!!!”
“후우… 방금은 위험했어. 조금씩 살살 움직이자.”
“으으읏! 후으읏! 오고고고….”
“제국 제일검님! 괜찮으십니까!!”
“오곡… 괜! 괜찮아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요!! 지금 중…중요한 치료 중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치료는 맞잖아. 사제 때문에 내 머리가 어지러웠다고. 진짜….”
“오고고고고고곡!!!”
“다들 빨리빨리 들어오십쇼!! 문 잠그고!!”
“인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싫으면 풀 보지는 가십쇼! 이런 기회가 흔한지 아십네까? 에이든 동무한테 박히려면 번호표를 뽑아야 합네다!”
“그…그 정도야? 도대체 이 사내가 뭐길래….”
“대륙의 영웅! 대륙의 고추! 왕 고추! 에이든 동무 입네다. 풀 보지는 싫으면 망이나 보십쇼!”
“…자는 사내의 몸 위에 올라타다니 그 무슨 해괴망측한!! 벌써 올라갔어!!”
“후우! 이게 그리웠… 엣취! 습네다!! 빨리 망 보십쇼! 두 번 쓰고 비킬 테니까!”
“…약속 지켜라. 인간.”
“웩.”
“후읏! 후읏! 후읏!”
“…두 번 다 쓰지 않았나!! 아까 몸 부들부들 떠는 것 봤네!! 그게 절정이지 않나!”
“쳇… 이래서 눈치 빠른 풀 보지는….”
“비켜라! 인간! 비록 내키지는 않지만…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니….”
“끝까지 비싼 척하는 겁네까?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망이나 보거라!”
“…벌써 군고구마 즙을 질질 흘리고 있으면서.”
“웩.”
“아! 그러고 보니 천오 동무도 슬슬 배울 때가 된 것 같습네다. 자자… 이거를 내리고…. 먼저 준비를… 천오 동무라 내가 특별히 해주는 겁네다.”
“하읏….”
“벌써 끝난 겁네까? 조루 군고구마입네다. 천오 동무 이쪽으로 오십쇼. 제가 여자의 기쁨을 알려드리겠습네다.”
“그렇지! 말을 그렇게 하고… 자! 이제 쭉!!”
“웨에에엑!”
“푸하하하! 몸을 바들바들 떠는 게 참으로 웃깁네다!! 슬슬 움직여 보십쇼.”
“웨에엑… 웨에엑….”
“오! 재능이 있는 것 같습네다! 이제 천오 동무도 여자가….”
“경계 철저히 하라고 하세요.”
“어?! 에이든! 이미 한껏 더러워져 있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썼길래… 피가 저렇게….”
“스칼렛과 아가사는 에이든 님 치료부터 해주세요. 저는 축복을 준비하겠습니다.”
“푸흡… 성녀가 교미하겠다고 신의 축복을 준비하는 게 웃기지 않아요? 스칼렛?”
“…신의 축복을 저렇게 쓸 수 있다는 게 더 놀랍지. 어이! 거기! 너네! 빨리 와서 이것들 닦아!”
“수녀! 헤이즐리! 알겠습니다!”
“…마샤.”
“아가사 수녀님. 그… 혀로 닦습니까?”
“…당연한 걸 물어보네? 네 맞수녀 누구야.”
“아가사 수녀님입니다만….”
“아하하핫! 그랬지. 하여튼 빨리빨리 움직여!”
“넵! 마샤! 내가 위쪽 맡을게.”
“…멍청이.”
“비키세요.”
“…저게 성녀의 축복이구나.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마샤?”
“…멍청이.”
“안드레아부터 하시겠어요? 준비는 이미 끝내뒀어요. 기력도 회복시켜서 완전 쌩쌩할 거예요.”
“그럴게요.”
“안드레아 님의 몸은 언제봐도 정말 아름다우셔….”
“…멍청이.”
“아흑! 아흑! 아흐으윽!”
“스칼렛 그거 들었어요? 이번에 태양신 쪽의 성녀도 합류했다던데.”
“아 나도 봤어. 그 금발에 단발? 신성력이 꽤 쓸 만해 보이던데.”
“푸흣… 맞아요. 안드레아와는 비교조차 안 되지만, 그래도 성녀라고 제법 뛰어나던데요. 주변에 꽤 강해 보이는 성기사들도 있고.”
“…성녀라.”
“역시 조금 알아보는 게 좋겠죠?”
“적당한 선에서….”
“아흐으윽! 하읏!”
“…그 성녀도 저러고 있을까요?”
“그럴 리가.”
“야! 너네 쉬지 말고 빨리 떨어진 액 안 주워?! 저게 다 성수야! 성수! 성녀의 물! 푸흡….”
“수녀! 헤이즐리!”
“…마샤.”
“애들 적당히 놀리라니까 아가사.”
“뭐야. 쌩쌩해졌네? 깨끗해지기도 했고.”
“더 쓸 수 있겠어. 역시 내 꺼라니까.”
***
살…
“살려줘!!!”
나는 이유 모를 한기에 숨을 거칠게 쉬면서 일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고급스러운 텐트 안이었다.
다만, 내부의 뭔가가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에 황급히 내부를 관찰하니 기운이 정말 티끌만큼 남아 있었다.
‘도대체 내 기운이 죄다 어디로 간 거야…?’
“…에이든 님?”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안드레아가 다소곳하게 앉아서 사과를 깎고 있었다.
“아… 안드레아! 여기는 어디예요?”
단아하게 미소 지으며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 안드레아의 모습에 방금까지 떨리던 마음이 풀렸다.
아마 악몽을 꾼 듯했다.
“정신이 드셨군요. 여기는 대륙 연합군 주둔지에요. 이것 좀 드시겠어요? 아….”
“아…. 음… 맛있네요. 사과가 달아요. 조금 익숙한 맛이 나기는 하지만.”
나는 상큼한 사과에서 느껴지는 묘한 익숙한 맛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씹었다.
“아… 제가 직접 기른 거예요. 에이든 님 생각하면서. 신성력을 사용하니까 과일이 더 맛있어지더군요.”
“그래요? 과일도 기르다니 대단해요. 그나저나 주둔지요? 어떤…?”
“마왕성으로 가는 마지막 주둔지에요. 여기에 대륙 연합의 병력과 녹지 않는 왕국의 병력이 모두 모여 있어요. 아….”
안드레아가 먹여주는 사과를 씹으면서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고민했다.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 목적지에 도착했나 보네. 근데 내가 이렇게 오래 기절했다고…? 분명 마지막 기억이….’
천천히 기억을 되짚으니 비키에게 멱살을 잡혀 마차 안으로 끌려갔던 게 생각났다.
이미 여우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비키의 욕구까지 채우다 보니 중간에 기절한 듯했다.
‘살아 있는 게 다행인 건가…?’
허리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아…. 에이든 님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안드레아가 사과 한 조각을 내 입에 넣어주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고마워요. 안드레아. 안드레아가 직접 키워서 그런지 맛있네요.”
“….”
내 칭찬에 안드레아가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었다. 사과 칭찬이 그렇게 기쁜 일인가 싶었지만, 안드레아는 원래 칭찬에 약하니까.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요?”
“아흣… 아… 네. 아마 곧 나가보셔야 할거에요.”
안드레아의 말에 기감을 넓게 퍼뜨리자 수많은 강자의 기세가 느껴졌다.
그 수가 생전 이렇게 많은 강자를 한자리에서 본 적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았다.
‘이 새끼들 진짜 마왕 잡을 생각이네.’
단단히 준비한 듯한 모양새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저 정도의 병력이라면 무리 없이 마왕을 잡을 수 있으리.
나는 그 뒤에서 안드레아의 젖이나 만지며 꿀이나 빨면 되니까.
꽤 오래 누워있었던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조금 붉어진 안드레아의 새하얀 목덜미가 보였다.
‘…비키도 풀어줬으니 안드레아도 풀어줘야겠지.’
허리에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안드레아한테 움직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그래도 시간은 좀 있겠죠?”
“아… 에이든 님?”
안드레아의 성녀 복 사이의 틈으로 손을 넣자 안드레아가 저항하지 않고 부드럽게 내게 기대었다.
아마 안드레아도 원하고 있었지만, 부끄러움에 차마 내게 부탁하지 못한 듯했다.
‘도대체 성녀 복에 가슴 부근이 왜 파여 있는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보기에 좋으니 별 상관없을 듯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주둔지 한가운데에서 성녀와 교미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흥분되는 상황이었지만, 문제는….
‘이…이거 왜 안 서냐?!’
아무리 안드레아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주무르고 그 아래에 흠뻑 젖은 곳에 손가락을 넣어도 도저히 내 물건이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이런 아름다운 여자를 잔뜩 흥분시켜 놓고 고추가 서질 않아 교미를 못 한다니, 교미왕의 칭호를 반납해야 할 상황에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 그…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렇게 하면 되니까.”
잔뜩 붉어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던 안드레아가 손을 움직여 내 아래를 주무르더니 천천히 입을 벌리고 가져다 댔다.
‘…?’
그러자 전혀 미동도 하지 않던 내 물건이 무슨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단번에 일어나서 존재감을 뽐냈다.
안드레아가 이런 걸 어떻게 아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부드러운 살결에 잊었다.
“아흑! 아흐으윽! 에이든 님! 사랑해요!”
“안…안드레아 목소리가 너무 커요!”
“아흐으윽!! 사랑해요!! 에이든 님!!”
주둔지 한가운데라는 자각이 없는지 안드레아는 눈을 까뒤집으면서 목에 핏대가 설만큼 신음을 냈다.
그에 당황한 나는 안드레아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듯했다.
***
“크흠… 안녕하신가 용을 잡은 영웅이여. 나는 현자 스카리움이라고 하네.”
“안녕하세요.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손을 내미는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의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스카리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노인은 연신 내 뒤를 힐끔거리며 연신 헛기침했다.
그에 고개를 돌리니 얼굴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안드레아가 다소곳하게 서서 나를 따뜻한 눈길로 응시하는 게 보였다.
‘시발… 역시 다 들었네.’
오늘따라 안드레아의 신음이 유난히 커서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다 들은 듯했다.
“대지신 교가 열려 있다고는 해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군. 하하하! 참으로 바람직한 종교야! 나는 전사 휴리 보르네라고 하네! 나중에 노하우 좀 알려주겠나?”
등에 쌍도끼를 매고 있는 덩치 큰 사내가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노하우요?”
“여자들이 아주 자지러지더만! 자지러져! 하하! 이미 주둔지 내부에서 자네의 정력을 모르는 이가 없네!! 나도 한 교미 하는데, 자네에게는 안될 것 같군!!”
‘…여자들이?’
나는 사내의 말에 담겨 있는 기묘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맞잡았다.
사내의 손에는 물렁물렁한 부분이 전혀 없이 굳은살이 잔뜩 박여 있었다.
사내의 단단함과 그간의 노력이 큼지막한 손에 담겨 있었다.
“저…저는 헤르메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영웅을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뜸 나타난 소년이 사내의 손을 밀어내고 내 손을 맞잡았다.
마왕 척살대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 외모에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사내의 손을 밀어내는 동작에 담긴 묘리는 진짜였다.
“허허… 악마의 재능이라더니. 진짜구먼.”
사내는 무례하게 밀려났음에도 전혀 화내지 않고 그저 양손을 들고 뒤로 물러섰다.
“아… 그 헤르메이씨 반갑습니다.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와아! 인류의 영웅이 내 이름을 불러줬어! 대박이야!! 그… 크흠… 반갑습니다!”
내 인사에 소년이 고개를 돌려 혼잣말을 하더니 다시금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며 인사했다.
바로 앞에 있는 내가 들었을 거라는 자각이 없는 듯했다.
나이에 맞는 소년의 어린 행동에 웃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인류의 영웅’이라는 단어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류의 영웅이요…?”
“넵! 인류의 영웅! 대륙을 구할 유일한 희망! 용을 단 일 검에 베어낸 세기의 검사! 그 이름 앞에 마왕조차 두려움에 몸을 사릴 것이다!! 아아! 그대가 악이라면 그 이름을 두려워하거라!!”
소년이 과장되게 양팔을 벌리면서 마치 구호라도 외치는 것처럼 목청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그에 옆에서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작게 박수치며 소년의 말에 호응했다.
소년은 주위의 열띤 반응에 더욱 흥분했고 마지막에 가서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구호를 다 외친 소년이 마치 원반을 주워온 강아지처럼 눈을 빛내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나는 소년의 눈빛에 담긴 선망과 존경에 뭔가 단단히 잘못됨을 느꼈다.
소년의 뒤에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안드레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 엄지를 들고 미소 짓는 키아나까지. 나는 그녀들이 뭔가 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쩐지 케이트가 유난히 신나 보이더라니….’
“인류의 영웅! 대륙의 희망! 에이든 님!!”
소년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주변의 호응을 끌어냈다.
자신의 영웅을 만났다는 생각에 소년은 마냥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러면서도 연신 내 눈치를 보는 게 내 마음에 들고 싶어 안달이 난 듯했다.
“크하하하!! 인류의 영웅이 합류하다니 든든하군!! 드디어 인류의 숙원인 마왕 녀석을 없앨 수 있겠어!”
“우리에게 인류의 영웅이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니까!! 마왕도 이제 끝이야!”
“휘유우! 인류의 영웅 최고다!”
“정력의 영웅! 대륙의 정력!!”
‘뭐지… 내가 이 상황을 어디서….’
주변의 열띤 박수를 받으며 나는 이 상황이 묘하게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기시감의 근원을 알아차리기 위해 미간을 짚으며 기억을 되짚었고. 이내 어디서 익숙함을 느꼈는지 떠올렸다.
‘드숀의 이름 앞에 공포에 떨어라!! 드숀이 너희를 찾아갈 것이니!!’
시발?
아니… 그건 진짜 드숀이 했다니까.
***
마왕성에서 나오지 않는 마왕은 지금까지 잠재적인 위협이었지만, 하늘의 균열이 열린 뒤 시시각각으로 강해지는 악마들이 마왕성으로 모이는 지금 하나의 뚜렷한 위협으로 인류를 불안하게 했다.
그런 강력한 위협 앞에서 인간들은 하나로 굳게 뭉쳤고 그로 인해 대륙의 강자들로 구성된 마왕 척살대는 어느 때보다 강대했다.
내가 마왕 척살대 임무를 들었을 때, 흔쾌히 승낙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세기의 재능 키아나와 어떻게 강해지는지 감이 안 오는 비키 그리고 성녀 안드레아까지. 이 세 명으로도 지기 힘든 조합이지만, 거기에 더해 대륙 각지에서 모여든 네임드들까지 있으니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최강 마왕 척살대였다.
나는 거기에 참여해 미인들의 젖이나 만지면서 대충 싸우는 흉내만 내면 마왕 척살대의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마왕의 힘이 빠졌을 때, 저번 용 때처럼 대충 튀어 나가서 검을 휘두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참여했다.
내 판단은 유효했지만, 예상치 못한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와아아아!! 인류의 영웅!! 용을 잡은 영웅!””
그 전대미문 최강 마왕 척살대의 구심점이 나라는 것.
“사제. 잘하고 와!”
“에이든 동무! 멋있습네다!”
“…에이든 님 멋져요.”
“흐응 꽤 많네? 별 볼 일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생각보다 더 대단한 인간이었군….”
“저분이 그 인류의 영웅 에이든 님이야?”
“행여나 관심도 두지 마십쇼. 그의 옆에 놓인 여자들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성녀님.”
“그…그런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걱정하지마! 나는 태양신 님밖에 없으니까!”
“어디서 군고구마 냄새 안 납니까? 배고픈데 누가 혼자….”
뒤에서 들리는 응원에 억울함이 가슴 깊은 곳부터 치솟았다.
‘시발… 왜 내가 대장이야.’
내 앞에 늘어선 수천 명이 주는 위압감에 가슴이 돌이라도 들어선 것처럼 답답해졌다.
하나하나가 최소 중급 이상인 강자 수천 명이 내 앞에 서서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뒤에서는 네임드들이 박수치며 호응하고 있었고.
‘시발… 좆됐네.’
분에 넘치는 감투에 머리가 지끈거려 마른세수했다. 나는 대장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원한 적도 없었고 신청한 적도 없었지만, 갑자기 연설 자리에 끌려 나왔다.
소년이여 너무 긴장하지 말게나.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터이니. 자고로 영웅의 길이란 모든 이의 기대를 받는 법이니 푸흡….
기대도 차근차근 받아야지 무슨 시작 하자마자….
[소년! 처음 병사들과 마주했을 때는 기선 제압을 하는 게 중요하네. 그래서 나는 주로 사나이들의 거친 단어를 사용했었다네.]
거친 단어…? 진짜로?
[저들의 사기를 끌어 올려야 하니까. 상대는 인간이 수 세기 동안 공략하지 못한 마왕이니, 저들도 위축되어 있을 것이네.]
녀석의 말에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병사들의 면면을 살폈다.
녀석의 말처럼 병사들은 환호하고 있었지만, 얼굴 한편에는 숨기지 못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불안하겠지.’
조금이지만, 그들과 공감했다. 손대는 것마다 사고를 치는 내가 대장을 맡아 불안한 건 나도 매한가지였기에.
거친말… 거친말….
그래, 거친 말은 내 전문이니까.
부담감에 자꾸만 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진중한 표정을 짓고 오른손을 들었다.
그에 열띤 호응을 보내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침묵하고 집중했다.
적막한 중압감 속에서 어떤 말을 할지 몇 번이나 골랐지만, 애초에 내게 말재주가 있을 리 없었다.
‘너희가 시켰어… 시발.’
왜 저들이 내게 이런 것을 시킨 지 모르겠지만, 단단히 후회할 게 분명했다.
조용히 내게 집중한 수천 명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애미 터진 마왕을 쳐 죽이러 갑시다!! 으아아아아!!!”
“미친.”
주먹을 들어 올리며 대뜸 욕지기를 내뱉는 에이든의 모습에 루크는 미간을 짚었다.
‘저딴 게… 인류의 영웅? 대륙의 희망? 도대체 신이란 것들은….’
루크는 수천 명 앞에서 대뜸 부모 욕을 하는 에이든을 보며 어지러워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황급히 도술을 외웠다.
도술을 외우느라 눈을 감은 루크는 자신의 뒷머리가 한 움큼 떨어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애미 터진 마왕! 애미 터진 마왕!””
입에 착 달라붙는 구호는 지휘부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에게 자리 잡았다.
그렇게 전대미문의 마왕 척살대는 고아인 마왕을 잡기 위해 천천히 마왕성으로 진격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