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 전설의 영웅.
* * *
“와아…그럼 정말로 용을 잡으신 거예요?! 조금 과장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영웅님은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요!”
‘강간하자! 강간!’
“또또! 그 악마들 처리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소문으로 듣기에는 악마들도 많이 잡으셨다고 하던데!”
‘사도야! 네 전문이잖아! 일단 박으면 좋아할 게 분명하다니까! 좀 박아봐! 남자답게! 강간 순애! 끝이 좋으면 순애야! 순애!’
“헤에에… 그런 악마들도 있어요?! 조…조금 부끄럽네요! 악마가 원래 그런가?! 아무튼! 정말 대단해요! 영웅님 같은 분이 계셔서 제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거 같아요! 감사해요!”
‘감사하다잖아! 몸으로 갚으라 해! 잘 보라니까! 저 입술 완전 분홍색이잖아! 보지도 무조건 분홍이라니까! 분홍 처녀 보지!’
닥…닥쳐봐 좀 시발.
자꾸만 흥분해서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저는 시골 마을에 있다가 태양신 님의 선택을 받고 길을 나선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거든요! 감자나 깎을 줄 알지…. 저같이 모자란 인물이 성녀라는 큰 직위를 맡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시골 처녀래! 예로부터 시골 보지가 그렇게 농익고 맛있다는 말이 있단다 사도야! 시골 처녀! 시골 보지! 감자 보지! 시골 처녀 감자 분홍 보지!’
“…예? 잘 어울린다고요? 그…그런가요?! 헤헤. 이것도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예요! 흙이 잘 묻기는 하지만, 그래도 활동하기는 완전 편해요! 영웅님한테 그런 말 들으니 기분이 엄청 좋아요! 영웅님도 완전 잘 어울려요! 그… 오…오드 아이는 진짜 멋있어요! 완전 소설에 나오는 거 같아!”
‘좋다잖아! 박아달라잖아! 지금 저거 신호라니까! 자기 따먹어달라는 거야!! 사도야! 그만 좀 튕기고 강간하자! 강간! 강가아아아안!!’
머릿속을 흔드는 목소리를 애써 흐트러뜨렸다.
‘미친… 누구 앞날 좆되게 하려고…. 성녀를 강간하라는 거야 시발.’
[이미 충분히 좆… 아닐세 크흠.]
하여간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 중에는 정상이 없었다.
근데 소년… 저 성녀의 팬티에 소년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이건 또 무슨….
“저… 영웅님 완전 만나고 싶었어요! 제…제가 예전부터 용사가 나오는 소설들을 좋아해서… 헤헤… 영웅님의 횡보가 소설 속의 용사들과 완전 똑같아서요! 그… 부인이 여러 명인 것도 그렇고! 사…사인해주시겠어요?”
얼굴을 붉히며 대뜸 흰 종이와 펜을 내미는 성녀의 모습에 조금 전에 들은 검의 말이 거슬렸다.
“저야 영광이죠. 이렇게 아름다운 성녀님이 저를 좋아해 주신다니.”
“…헤헤. 고마워요! 역시 이번 원정에 참여하길 정말 잘했어요!”
만약 저 성녀에게 꼬리가 있다면 지금 마구 흔들리고 있지 않을까. 나를 보는 성녀의 눈빛에는 호의가 담겨 있었다.
성녀 뒤의 성기사에게서는 그에 상반되는 적의가 느껴졌지만.
성기사에게서 느껴지는 적의에 문득, 장난기가 올라왔다.
“공화국에서는 보통 사인을 갑옷에다가 해주거든요. 무운을 빈다는 의미로.”
“갑…갑옷이요? 히잉… 나는 왜 갑옷이 없지?! 저…저도 영웅님이 무운 빌어주시면 좋을 텐데….”
“성녀님한테는 성녀 복이 갑옷이니까요.”
나는 친절히 웃으며 성녀의 가슴 쪽으로 펜을 내밀었다.
“와… 이런 방법이 있었네요! 이쁘게 잘 부탁해요!”
성녀는 내 말에 깨달았다는 듯 박수를 치며 환히 웃고는 가슴을 쭉 내밀었다.
참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순백의 도화지 같은 모습에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내 펜에 성녀의 가슴이 보기 좋게 뭉개지며 글씨가 새겨졌다.
뒤쪽에 있던 성기사가 인상을 쓰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성녀의 해맑은 반응에 걸린 듯 멈췄다.
“와! 나도 사인받았다! 브리다! 이것 봐봐요! 제 성녀 복에 영웅님의 사인이 있어요!”
성녀가 성녀 복의 가슴 부근에 선명하게 내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뒤의 성기사에게 자랑했다.
“…잘 어울립니다. 이제 가시죠. 다음 일정이 있습니다. 성녀님.”
“아! 제가 영웅님의 시간을 너무 뺏었나 봐요! 영웅님 제게 시간을 내줘서 고마워요!! 이 사인은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마치 산책 끝난 강아지처럼 성기사에게 끌려가면서도 성녀는 내게 연신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가슴이 제법….
‘강간 순애! 강간 순애! 행복하면 순애다!’
닥쳐 좀 시발.
사기 진작과 친목 도모를 마치고 내 천막으로 돌아갔다.
“…아 에이든님.”
천막 안에는 안드레아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직접 청소를 하고 있었다.
손에 내 팬티를 잔뜩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빨래를 하려고 준비 중인 듯했다.
태양교의 성녀와 다르게 안드레아는 농익었지만, 청순한 매력이 있었다.
“…흥분하셨네요. 에이든 님.”
나를 본 안드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단아하게 웃었다.
어떻게 나를 저렇게 잘 아는지 모르겠지만, 안드레아의 말이 맞았다.
“…바로 쓰셔도 좋아요.”
안드레아가 이해한다는 듯 미소 지으며 뒤로 돌더니 성녀 복을 엉거주춤 끌어 올렸다.
속옷을 입지 않았는지, 곧바로 분홍색의 선명한 음부가 눈에 들어왔다.
‘뭘 했길래 벌써 물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안드레아의 적당히 살집이 있는 골반을 잡았다.
그동안 많이 사용해서인지 손에 착 감기는 촉감이 만족스러웠다.
‘내 성녀는 그만 따먹고!! 이미 많이 먹었잖아!! 남의 성녀 좀 먹자니까!! 익숙한 거 질리잖아!!’
“아흑….”
안드레아는 괴로워하면서도 신성력을 운용해 따스한 빛을 내게 스며들게 했다.
박으면 박을수록 오히려 기운을 회복시켜주는 성녀라니….
이런 안드레아가 어떻게 질릴 수가 있겠어.
‘강간 순애!! 그냥 순애 말고!! 강간 순애애애!!! 남의 성녀 좀 따먹자고!! 포인트 좀 벌자니까!! 사내가 뭐 이리 튕기는 거야!! 눈 딱 감고 강간 한번 하자고!’
***
북부의 추위와 마왕성의 지대가 만나는 부근은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이고 있었다.
한쪽은 눈이 잔뜩 쌓여 온 세상이 하얬지만, 반대쪽은 검은 불길이 조금씩 타오르며 회색 재가 휘날리고 있었다.
태양이 뜨지 않는 지금 검은 불길이 치솟는 마왕성의 지대는 사람들이 상상하던 지옥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도 추운 것보다는 따뜻한 게 나으니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정에 참여한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 추위와 더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뿌우뿌우우우
북쪽 지대의 끝에 도착하자, 멀리서 뿔피리 소리가 들리며 마왕성의 메마른 지대가 천천히 갈라졌다.
갈라진 대지 틈으로 각양각색의 험악한 손들이 솟구쳤다. 그중에는 뱀의 비늘을 지닌 것도 있었고 황소의 가죽처럼 두꺼운 것도 있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비어있던 마왕성의 대지는 어느새 셀 수 없이 많은 악마로 가득 찼다.
수천의 악마가 입에서 불길을 내뿜으면서 노려보는 모습은 보는 이의 심장을 떨리게 하고 공포감을 주었다.
다만,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실소했다.
‘…지금까지 땅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우리가 언제 도착할 줄 알고 다들 땅속에 기어들어 가 있었는지….
저렇게 험악하게 생긴 악마들이 위협적인 등장을 위해 땅 아래로 몸을 밀어 넣고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게 어이없었다.
정확히 타이밍에 맞춰서 올라오는 것을 보니 연습도 몇 번 한 듯했다.
‘쯧… 진짜 할 짓 없는 새끼들이네.’
그러면서도 기선 제압하기 위해 한껏 인상을 쓴 악마들의 모습에 나는 혀를 찼다.
“크흑… 악마군.”
“역시 살벌해. 하지만 우리에게는 영웅이 있다.”
“신이시여…부디 저희를 보살펴 주소서.”
“시발년! 배빵 때리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다.”
다만, 나와 달리 주변은 악마들의 등장에 한껏 침체 돼 있었다.
악마들이 괜히 위압감 있는 등장을 연습한 게 아닌지, 유별난 악마들의 등장에 인간 진영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여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럴 때는 사기 진작의 천재, 인류의 영웅인 이 몸이 나서야지.
“아… 에이든 님. 다녀오시게요?”
내가 움직이자 손을 잡고 있던 안드레아가 작게 물었다.
“네. 전 영웅이니까요. 갔다 올게요.”
“에이든 님에게 가호를….”
까치발을 한 안드레아가 내게 짧게 입맞춤하자 안드레아의 등 뒤로 선명한 네 쌍의 큼지막한 날개가 뻗어져 나와 주변을 부드럽게 감쌌다.
“오오… 성녀님.”
“우리에겐 성녀님과 영웅이 있다! 겁먹지 마라!”
“와… 벌써 네 쌍의 날개를… 대단해요!”
“악마들은 인류의 영웅과 성녀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주변의 이목이 쏠리자 지휘부는 이때다 싶어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짧았던 입맞춤이 끝나고 나는 앞으로 나섰다.
악마는 내 전문이니까.
검 손잡이의 차가운 촉감이 정신을 일깨웠다.
악마의 피는 맛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럼… 가볼까 사제?”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키아나가 부드럽게 웃었다. 투구까지 완전히 무장한 키아나는 전쟁의 여신처럼 아름답고 강인해 보였다.
“그럴까요? 제국 제일 암캐.”
“사…사제!!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그건 둘만 있을 때 하기로 했잖아…!”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던 키아나의 얼굴이 내 한마디에 무너져 금세 붉어졌다.
나는 그에 작게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은 작게 고개를 숙이며 내게 길을 내어줬고 나는 손을 흔들어주며 제일 앞까지 이동했다.
이내 나는 북쪽과 마왕성의 지대가 만나는 곳에 발을 올렸다.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기분… 오묘하네.’
나는 거리낌 없이 지대를 넘어서며 검을 뽑았다.
태양이 뜨지 않아 어두운 세상 속에서 내 검이 스스로 밝은 빛을 뿜어내며 주위를 밝혔다.
그는 능히 전설 속의 검이라 해도 부족함 없는 모습이었다.
번번이 말하지만 나는 전설의 검이 맞네! 소년.
수천의 악마가 나를 보며 입에서 불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우습게도 두렵지 않았다.
악마의 수와 맞먹는 병력이 내 뒤를 받쳐주고 있었고, 이름 외우기 힘든 네임드들도 있었으며 제국 제일검과 성녀 둘까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가 악마들에게 지지 않을 전설의 영웅이기 때문에.
인류의 영웅인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악마가 앞에 있어도 두렵지 않았다.
나는 오랜만에 신성력까지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기운을 회전시켰다.
눈을 멀게 할 정도로 찬란한 빛이 내게서 뿜어져 나와 어두운 세상을 밝혔다.
거기에 기운을 끌어올리자 색이 뒤섞였다.
마치 배합을 잘못한 것처럼 흰색도 검은색도 붉은색도 아닌 애매한 색이 내 몸을 감싼 뒤에 검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 애매한 색이 마음에 들어, 나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기세를 한껏 끌어올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악마는 애비가 없다. 애미가 사창가에서 몸을 굴리다 나은 게 악마라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애비가 누군지 모르는 게 악마이다. 나는 그런 창부의 자식들에게 지지 않는다! 애미 창년인 놈들에게 정의를!”
기운을 섞어 소리친 내 목소리는 전장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타이밍에 맞춰서 터뜨린 신성력이 내게서 뿜어져 나와 어두운 세상을 밝힐 전설의 영웅처럼 보이게 했고.
““애미 창년에게 정의를!!!””
그에 감복한 병사들이 두려움을 잊고 내 구호를 복창하며 크게 한걸음 내디뎠다.
들리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악마들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에 만족스럽게 웃으며 기꺼이 수천의 악마들에게 달려들었다.
악마들이 혼자 달려드는 나를 보며 입가에 불을 흘리며 비웃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밖에 나와 있는 악마들은 죄다 좆밥이기 때문에.
그들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내가 질 리 없었다.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에게는 절대 지지 않으니까.
가장 앞에서 내게 불을 내뿜는 악마를 일 검에 반으로 가르고 그 살점을 밟으며 더욱 깊숙이 뛰었다.
…손맛이 제대로야.
악마가 갈라지면서 뿜어진 검은 피가 땅에 닿기 전에 나는 이미 다른 악마를 베어냈다.
“전설이 될 시간이다.”
두꺼비처럼 생긴 악마의 입을 통째로 베어내며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소년도 이제 제법 태가 나는군.]
‘포인트! 우! 포인트! 와! 어둠의 자식들아! 악마들아! 두려움에 떨어라! 우리 불꽃 사도 에이든이 간다! 너희들의 목은 땅에 떨어질 것이며 너희들의 애미 애비는 다 터질 것이다! 우리 사도의 검에는 눈이 없다!! 버릇도 없어! 다 없어!’
***
“후우….”
루나는 구덩이 속에 몸을 숨기고 숨을 골랐다.
고위 마법이 아니라면 통하지 않는 용과의 오랜 싸움에 엉망이 된 마나를 천천히 가라앉혔다.
‘며칠이 지났지? 중간에 시간을 재지 못했어. 멍청한 쓰레기들 때문에.’
“크롸롸롸롸롸롸!!!”
루나가 숨은 구덩이 위를 금색 용이 울부짖으며 지나갔다.
‘에이든은 뭐 하고 있을까? 내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 그렇겠지? 나를 사랑한다고 했었으니까.’
루나는 로브 안쪽을 뒤져 사진을 꺼내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진 안에는 성녀라고 불리는 쓰레기와 나체로 뒹구는 에이든의 모습이 생동감 넘치게 그려져 있었다.
루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속이 끊어질 것처럼 괴롭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화가 났지만, 이 모든 감정이 에이든의 사랑이라 생각하자 몸이 뜨거워졌다.
‘이게 에이든이 내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그는 루나에게 넘칠 정도로 괴롭고 녹아버릴 정도로 사랑이 넘쳤다.
“아….”
잠시 사진을 보며 숨을 고르던 루나는 몸이 너무 뜨거워져 가라앉히기 위해 천천히 손을 자신의 아래쪽으로 내렸다.
‘…이렇게 만져줬었지?’
루나는 에이든의 굵은 손을 상상하며 사진을 핥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잃었던 마나가 다시 복구됐고, 몸 상태도 전보다 더 좋아졌다.
이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루나에게 이 정도의 휴식이면 충분했다.
루나는 자신의 물이 잔뜩 묻은 사진을 로브에 닦은 다음 입을 맞추고 소중히 안에 챙겼다.
‘지금까지 처리한 게 여섯 마리? 총 삼십 마리였으니까… 아직 더 걸리겠네. 짜증나…. 쓰레기들이 쓸데없이 숫자만 많아서.’
하늘을 보며 인상을 찡그린 루나는 천천히 손을 풀면서 마나를 운용했다.
그러자 구덩이를 가리고 있던 가림막이 사라졌고, 하늘에서 울부짖던 용들이 돌연 움직임을 멈췄다.
하늘을 가득 채운 전설들 앞으로 소녀는 아무렇지 않게 로브를 툭툭 털면서 나섰다.
소녀의 로브에는 아직도 용사 아카데미 로고가 박혀 있었다.
“…인간이여.”
전설 중 제일 빛나고 큰 금색 용이 용언으로 루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루나는 듣지 않았다.
수십의 용이 내려다보는 앞에서 루나는 늘 그렇듯 맨손을 휘저으면서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빨리 처리하면….’
루나의 눈이 검은빛으로 밝게 빛났다.
다른 마법사와 달리 루나에게는 지팡이도 마법서도 고급 로브도 필요 없었다.
루나는 가슴 속에 품은 사진 한 장만으로 능히 전설들과 대적할 수 있었다.
“…죽어.”
루나의 작은 손이 맞부딪치자 어두운 하늘 사이로 굵은 벼락이 내려치며 시야가 멀 정도로 세상을 환히 밝혔다.
““크롸롸롸롸롸롸!””
사냥꾼을 마주친 전설들이 다시금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