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7화 〉 좆밥이 최고야.
* * *
‘저것이 영웅….’
태양신의 성녀 아델라는 멀리서 보이는 에이든의 모습에 연신 감탄했다.
홀로 수천의 악마들 사이로 뛰어드는 에이든은 전설에 나오는 영웅 그 자체였다.
악마들의 살벌한 등장에 처음에는 주춤하던 대륙 연합 진영도 고민조차 하지 않고 악마들 사이로 뛰어드는 에이든의 모습에 다시 활기를 띠었다.
태양이 뜨지 않아 어두운 세상 속에서 눈부신 밝은 빛을 뿜어내며 악마를 처단하는 에이든은 모두의 기억 속에 깊게 자리했다.
처음에 끔찍한 악마의 모습에 겁을 먹고 자리에 주저앉아 울뻔한 아델라도 영웅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었다,
‘나…나도 도와야 해!’
잠시 영웅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아델라는 작은 손을 꾸욱 움켜쥐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확실히 무력은 대단하군요.”
좀처럼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성기사 단장 브리다도 영웅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끄아아아악!! 신이시여!!”
“이 개 같은 악마 놈들!! 떨어져라!!”
“영웅이 함께하신다! 영웅이 함께하신다!!”
“살…살려주세요! 제발 누구든지 저 좀 살려주세요!!”
주변의 끔찍한 소리에 아델라는 정신이 혼미했지만, 멀리서 보이는 영웅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도 성녀야. 나도 내 몫을 해내야 해.’
아델라는 기도를 올리며 신성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영웅의 빛에는 못 미치지만, 주변을 밝히는 환한 빛이 아델라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브리다 부상자가 있는 쪽으로 갈게요.”
“성녀님 직접 나설 필요 없습니다. 여기 있다가 부상자가 오면 치료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 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저 혼자 안전한 곳에 있을 수 없어요.”
브리다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귀여운 성녀의 각오가 가득한 큼지막한 눈에 한숨을 쉬며 옆으로 비켜섰다.
“고마워요. 브리다.”
“…별말씀을.”
아델라가 브리다에게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옮겼다. 주변에 흩뿌려진 선명한 붉은 색과 떨어진 인간의 사지에 아델라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술을 질끈 깨물며 참았다.
“살…살려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치료 하나는 뛰어나답니다!”
오른쪽 어깨가 깊게 뜯겨서 내부의 장기와 새하얀 뼈가 훤히 드러난 상태의 사내가 아델라에게 애원했다.
그 끔찍한 모습에 토악질이 올라왔지만, 아델라는 참고 애써 밝게 웃으며 사내의 환부에 기꺼이 손을 가져다 댔다.
‘태양신 님. 부디 미천한 제게 이분을 치료할 힘을….’
아델라가 기도하자 늘 그렇듯 찬란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와 사내를 감쌌다.
아델라의 뒤에 작게 뿜어져 나온 날개는 두 쌍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녀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대륙을 위해 싸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내 빛은 사내의 어깨에 스며들어 끔찍한 상처를 회복시켰고 사내는 전처럼 무리 없이 무기를 들 수 있었다.
사내의 진심 어린 감사에 아델라는 마음속의 무언가가 가득 차는 기분이 들었다.
‘…시골에서 상경한 촌년인 나도 쓸모가 있어. 정말 다행이야.’
아델라는 연신 감사를 표하는 사내의 손을 맞잡아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료하느라 조금 피곤했지만, 아직 치료할 환자가 많았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면 그만큼 생존자가 많아질 테니.
“…아아 성녀다! 성녀야!!”
“여신이 내려오셨어!!”
“여신님이 우리와 함께한다!!”
‘아이, 참… 여신 정도는 아닌데….’
주변의 호응에 아델라는 얼굴을 붉히며 볼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평소에 귀엽다는 말과 아름답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여신 같다는 과분한 말은 또 처음 들어보네….
‘…어쩌면 조금은 그럴지도?’
“여신님들이야!! 우리는 승리한다!!”
‘여신님들…?!’
이해 못 할 단어에 고개를 돌린 아델라는 주변의 상황을 보고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저 멀리 대지신의 성녀와 수녀들이 태양이 뜬 것처럼 환한 빛을 뿜어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대지신의 성녀 뒤에 달린 네 쌍의 선명한 날개는 펄럭이며 막대한 신성력을 주변에 뿜어내고 있었다.
대지신의 성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의 크기와 질은 아델라와 비교조차 죄송할 정도로 차이가 심했다.
대지신의 성녀는 그저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기도하며 걸을 뿐이지만, 뿜어져 나온 막대한 신성력이 주변의 병사들을 감싸 안으며 상처를 치료했다.
그중에 목숨이 위급한 병사도 있었지만, 그 빛에 금세 상처가 아물었다. 그 모습은 기적 그 자체였다.
주변의 수녀들은 경건한 얼굴로 그런 성녀를 따라다니면서 치료가 끝난 병사들의 경과를 확인했다.
그런 압도적인 신성력 앞에 방금까지 병사 하나를 치료하며 용을 쓰던 자신이 우스워졌다.
‘부…부끄러워….’
아델라는 뜨거워진 얼굴을 자그마한 손바닥으로 가리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저게 진짜 성녀….’
얼굴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대지신의 성녀는 여신이라는 과분한 칭호가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늘빛 생머리는 걸을 때마다 물결처럼 출렁였고 그 티 하나 없는 백옥같은 피부는 순결함을 나타내는 듯했다. 키가 작은 자신과 다르게 늘씬한 몸매에 얼굴에 띤 자애로운 미소까지….
그녀는 자신과 비교조차 죄송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성녀였다.
‘저분이 진정한 성녀….’
아델라는 괜스레 지금까지 성녀라고 불린 자신이 부끄러워 손바닥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으아아… 살려주세요….”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던 아델라는 주변에서 들리는 신음에 정신이 돌아왔다.
비록 여신 같은 대지신의 성녀에 못 미친다 해도, 성녀라는 칭호가 과분해도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나는 내 할 일이나 하면 돼.’
태양신의 성녀 아델라는 신음을 따라가며 부상자들을 온 힘을 다해 치료했다.
대지신의 성녀처럼 여러 명을 한 번에 치료하면 좋으련만, 자신에게 그런 재주는 없었다.
한 번에 한 명씩 상처 부위에 작은 손을 올리고 치료하니, 흰 성녀 복은 이미 피투성이가 됐고, 손도 붉은색이 가득했다.
아델라는 그저 자신의 신성력이 부족해 더욱 많은 부상자를 돌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치료를 이어갔다.
‘…아직 더 할 수 있어. 미천한 나라도 필요하신 분이 많아.’
한계까지 사용한 신성력에 정신이 혼미했지만, 아델라는 애써 정신을 다잡으며 계속해서 신음을 따라 움직였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이건 그 건방진 꼬맹이들의 냄새!”
“크헤헤헤헤!! 여기 있다!!”
“…위험합니다!”
부상자를 따라 정신없이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양 진영이 부딪치는 경계에 서 있었다.
자신을 보며 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악마들을 보며 아델라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너무 놀라서 비명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델라를 호위하던 성기사들이 검을 뽑으며 달려드는 악마들을 막았다.
악마에 관해서라면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성기사들이었지만, 악마의 수가 너무 많아 점점 밀렸다.
성기사들은 자신이 맡은 순진하고 열정이 넘치는 성녀를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졌다.
아델라를 발견한 악마들은 굶은 사람이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은 것처럼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크아아악!! 아델라님! 도망가세요!!”
“…헨리!!”
늘 묵묵히 자신을 지키던 성기사 중 하나가 개처럼 생긴 악마의 주둥이에 뜯겨 나가는 모습에 아델라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내…내가 괜한 고집을 부려서….’
“…아델라님!! 도망가세요!! 뒤로 후퇴하세요!!”
목숨을 걸고 막는 성기사들이 소리쳤지만, 이미 공포에 발목이 잡힌 아델라는 움직일 수 없었다.
아델라는 신의 선택을 받아 성녀가 됐지만,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감자나 캐던 소녀였다. 아직도 매일 밤 감자를 먹는 그런 소녀가 악마 앞에서 이성을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안 돼애애!! 아델라 님!!!”
“크하하하하!! 살이 부드러울 것 같군! 내 입으로 들어오거라 아이야!!”
압도적인 수에 결국 막아내지 못한 악마 하나가 악어처럼 긴 입을 쩌억 벌리며 아델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감자도 제대로 못 깎는 네가 무슨 성녀를 하겠다는 거니! 네가 가면 밭은 누가 갈아! 소는 누가 먹여!’
몇백 개는 될 듯한 악마의 날카로운 이빨을 보며 아델라는 자신을 말리던 아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내… 내 주제에 무슨 성녀를 하겠다고!! 그냥 아빠 말 듣고 밭이나 갈걸!!’
악마의 주둥이에서 풍기는 유황 냄새에 아델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엄마! 아빠! 불효녀는 먼저 갑니다!! 먼저 가서 대신 감자 많이 깎아 둘게요!’
마지막 순간에 성녀인 아델라가 찾은 것은 신이 아니라 부모였다.
“…괜찮아요?”
어디선가 들어본 조금은 날카로운 목소리에 아델라는 굳게 감았던 눈을 떴다.
붉은 눈과 금색 눈.
끝이 올라가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이었지만, 오드 아이와 섞여 관능적인 느낌을 주는 사내가 자신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악마를 베어냈는지, 사내의 온몸에는 검은 피와 악마의 살점이 즐비하게 붙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는 사내는 전설에나 등장할법한 인류의 영웅이었다.
‘…어맛!’
자신이 즐겨보는 소설에 나오는 장면과 너무 똑같아 태양신의 성녀 아델라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델라는 자신을 노리던 악마를 단칼에 베어낸 영웅을 보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걸리적거리지 말고 뒤에 빠져 있어요.”
대답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사내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젓고는 다시 사라졌다.
사내의 목소리는 상대가 악마임에도 일종의 연민을 느꼈는지, 울음기가 섞여 웅웅거렸다.
자신을 구해주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금 악마들 사이로 뛰어드는 영웅의 뒷모습을 보며 아델라는 아래가 간지러웠다.
‘…멋있어!!’
사내가 있었던 곳을 멍하니 보던 아델라는 아랫배가 욱신거려 배를 부여잡았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가야 할 것 같았다.
***
악마를 상대하면서 신성력은 최고의 효율을 자랑했다.
애초에 기운을 실은 검에 베이지 않는 악마가 없었지만, 거기에 신성력까지 더하니 적은 힘으로도 손쉽게 도륙 낼 수 있었다.
신성력은 쓰면 쓸수록 내게 점점 더 활력을 가져다줘서 이미 백 넘게 베어냈음에도 전혀 지치지 않았다.
그에 한껏 신이 난 나는 좀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주변의 악마들이 뛰어든 나에게 코웃음 치며 불길을 뿜어냈지만, 그들의 공격은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막혀 내게 닿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인류의 영웅. 아니 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다.’
신성력을 가득 담은 검을 크게 휘두르자 뻗어져 나간 파동에 악마 열이 한 번에 반 토막 났다.
그제야 악마들은 뭔가 잘못됨을 느끼고 내게서 멀어지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이미 발 디딜 곳 없이 가득 찬 곳에서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었다.
“괴…괴물이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사도다! 사도야! 신의 사도가 있었어!”
“사도는 보통 저렇게 강하지 않거늘 이게 무슨….”
악마들의 흉악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공포를 만끽하며 나는 좀 더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끄응… 역시 맛없군,
‘포인트! 와아아! 애들이 좆밥이라 많이는 안 주지만, 그래도 싹쓸이하니까 제법 돼!! 사도야 페이백해줄게!! 야아아압!’
이상한 기합과 동시에 조금씩 떨어지고 있던 신성력이 일순간 다시 차올랐다.
차오른 신성력은 내 기운과 함께 내 몸을 회복시켰고, 내 상태는 악마들에게 뛰어들기 전보다 더욱 좋아졌다.
“…이거 시발 무한 사냥이다.”
악마들을 잡으면 얻는 신성력이 다시 내게 돌아오고, 그러면 나는 전보다 더욱 쌩쌩해져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거기에 검이 흡수하는 악마들의 피까지 더한다면 효율이 극대화됐다.
악마들을 상대하면서 신성력은 극한의 효율을 자랑했고, 수천의 악마들 사이에 있는 나는 더욱 많은 신성력을 갈구했다.
‘신성력이 더 있다면 마왕도….’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나는 입맛을 다시며 옆에서 아가리를 벌린 악마를 찢어발겼다.
수평으로 갈라진 악마가 검은 피를 뿌렸지만, 나는 굳이 피하지 않았다.
악마의 피보다 내 몸이 더 뜨거웠으므로.
악마의 검은 피는 달궈진 내 몸을 식혀줬다.
“…성녀님!!”
주변을 가득 채운 유황 섞인 피 냄새에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갈 때쯤, 멀리서 비명이 들렸다.
‘…안드레아?!’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고민하지도 않고 땅을 박차고 뛰었다. 발이 씹창날 정도로 기운을 터뜨리니 순식간에 주변의 모습이 변했다.
무리한 기운 운용에 터진 발은 신성력이 감싸며 순식간에 회복시켰다.
이내 비명이 들린 곳에 도착하자 안드레아가 아니라 순박한 강아지 같은 성녀가 악마에게 잡아 먹히려는 모습이 보였다.
‘…마왕을 상대할 거니까, 저거라도 있는 게 낫겠지.’
빠르게 판단을 내린 나는 다시금 기운을 터뜨리며 악마의 뒤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상황이 너무 급해 이번에는 한계를 넘어 기운을 운용하여 악마가 강아지 성녀의 맛을 알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내 하체는 이미 피가 잔뜩 터져 있었다.
‘…악마 피가 흠뻑 젖어 있어서 다행인가.’
하릴없는 생각을 하며 익숙하게 악마를 두 동강 냈다. 악마가 갈라지며 강아지 성녀에게 피가 튀었다.
공포에 오들오들 떨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 큼지막한 눈망울은 전장의 흥분이 남아있는 내게 묘한 가학 심을 일깨웠다.
‘지금이야!! 사도! 신성력 맛봤지?! 더 가지고 싶지?! 아무리 사도가 강해도 마왕한테는 안 된다니까! 지금 눈 딱 감고 병사들 보는 앞에서 저 태양신의 성녀를 윤간해버리면 마왕을 잡고도 남는다니까!! 윤간 순애!! 사도의 장기인 그 좆으로!’
악마의 피가 주는 열기 때문인지, 신성력의 맛에 한껏 중독되어서인지, 말도 안 되는 제안이 솔깃했다.
당장이라도 저 흰 성녀 복을 찢어버리고 강제로….
‘애미 시발!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깜짝 놀라 황급히 혀를 씹어서 정신을 깨웠다.
‘나는 인류의 영웅이다. 저런 악마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는다.’
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지자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악…악마라니!! 나 여신이야! 여신!! 사도야! 그거 신성 모독죄다~?! 이번만 봐주는 거야! 빨리 대지신님 최고입니다! 하고 윤간하자! 강간하자!’
미친년.
“…걸리적거리지 말고 뒤에 빠져 있어요.”
아직도 나를 올려다보며 바들바들 떠는 성녀에게 흥분이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차갑게 말했다.
신성력이 더 있으면 좋겠지만, 그거는 악마들을 잡아서 채우면 되니까.
‘…진짜 시골에서 올라온 지 얼마 안 됐나 보네.’
너무 놀라서 오줌을 지린 듯, 강아지 성녀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물은 애써 못 본 척해줬다.
조금이라도 신성력을 더 모으기 위해 다시금 악마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알던 소년이 맞나?]
인간 유급생 에이든은 죽었다.
지금 나는 인류의 영웅, 대륙의 희망 에이든이다.
실력과 마찬가지로 그 인품 또한 훌륭하지.
아아… 역사에 기록되어도 부족함이 없으리.
“오…오지마라! 이 괴물!!”
“그건 너희 어머니가 첫 손님 받을 때 했던 말이고.”
“으아아악!! 도망가!! 괴물이 온다!!”
“그거는 너희 어머니의 첫 손님이 불을 켰을 때, 너희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했던 말이지.”
[…맞군.]
모처럼 상쾌한 기분에 내 입꼬리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갔다.
역시 좆밥들이 최고야.
“으아아아악!! 괴물이…!!”
“물…물러서라! 도망가!! 밀지 마!!”
그 어느 때보다도 도취된 고양감에 검을 휘두르며 환히 웃었다.
나는 인류의 영웅 에이든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