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210화 (210/233)

〈 210화 〉 사천왕 중 다섯 번째.

* * *

“그래서 마왕성 앞이라고?”

“어. 아마 내일 진입할 거 같은데.”

쭙.

“…방금 무슨 소리야?”

“응? 아무 소리도 안 났는데. 아무튼, 그래서 내일 진입할 거야.”

“…익숙한 소리가 들렸는데?”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거기는 어때?”

쭈웁.

“봐봐! 뭐야! 이 소리 뭐냐고!!”

“무…무슨 소리를 말하는 건지 참….”

“…너 그러고 보니 얼굴이 왜 빨개? 마치… 야!! 수정구 아래로 해 봐! 빨리!”

“왜…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아무것도 아니면 빨리 내리라고!!”

케이트가 수정구에 얼굴을 들이밀고 닦달하여 나는 하는 수 없이 수정구를 내렸다.

“…아녕하세요.”

“야!! 네가 거기를 왜 들어가 있어!! 너는 성녀라는 자각이 있는 거야?!”

수정구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 안드레아가 다시 부지런히 고개를 움직였다.

케이트가 수정구에 삿대질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안드레아는 듣는 시늉도 안 하고 그저 열심히 입을 움직였다.

“저저… 미친… 야!! 그리고 너는 그 잠깐도 못 참아?! 나랑 이야기하는 그 잠깐도 못 참아서 성녀한테 그걸 물리냐고!! 진짜 발정 난…..”

“아니… 나도 말렸다니까… 근데 안드레아가 고집을 피운 거라고….”

자꾸만 높아지는 케이트의 언성에 나는 애써 시선을 회피했다. 안드레아의 따뜻한 입이 느껴져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야! 입 떼라고!! 나 이야기하잖아! 나 대장이야! 대장!”

“…웁.”

“아­ 안드레아 너무 깊은 거 아니에요?”

케이트의 삿대질에 안드레아는 오히려 더 깊이 고개를 박았다.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듯했지만, 안드레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꿋꿋이 움직였다.

“저…저…저….”

“황녀님 왜 그러세요?”

그 뻔뻔한 안드레아의 모습에 케이트가 목덜미를 잡으며 쓰러졌고 그 사이로 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타났다.

“아! 서아! 오랜만이에요!”

“…서방님! 여전히 멋지세요! 언제 돌아오세요? 제가 요즘 케이크도 배워서… 어! 안드레아 님도 안녕하세요! 부지런히 부인의 일을 하는 중이시군요!”

“…웁.”

“안드레아도 반갑데요. 거기는 별일 없어요?”

“네네! 가끔 서윤이 말썽 피우기는 해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에요! 이번에 서방님이 제대로 활약해주신 덕분에 조금만 더 있으면 대륙을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뭘 먹는다는 거야?’

수정구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서아가 곁눈질로 열심히 움직이는 안드레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방님 보고 싶어요! 일 빨리 끝내고 돌아오세요!”

“하하­ 저도요. 서아 씨 엉덩이가 그리워요.”

“안드레아 씨! 거기서는 좀 더 밑동을 핥아야 해요. 맞아요! 그렇게!”

“…야!! 너는 지금 뭘 알려주는 거야!! 너 가서 일하라고 했지! 여기는 또 왜 왔어!!”

“아무리 대장이라지만, 저도 서방님 얼굴이 보고 싶은걸요! 서방님 사랑해요! 서윤도 사랑한대요!”

“그… 저도요?”

“지금 다른 애한테 좆 물린 애한테 사랑 고백을 하고 싶니?! 미친 것들 아니야 진짜!!”

“…대장님도 사랑한대요! 꺄아아악!”

수정구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속삭이던 서아가 케이트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뒤로 끌려갔다. 잔뜩 얼굴이 붉어진 케이트가 다시 수정구에 보였다.

“큼큼… 그러니까 몸조심하고… 야! 좀 떨어져!! 지금 진지한 말 중이잖아! 어쭈?! 뭘 삼킨 거야 너 지금?! 야아아아!!! 그걸 왜 보여주냐고!!”

케이트의 호통에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미소지으며 수정구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분홍색 혀에 잔뜩 뭉친 것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소름 끼치는 기운이 가까운 곳에서 느껴졌다.

‘…저쪽은 내 천막이 있는 방향인데?’

“무슨 일 일어난 것 같다. 통신 끊는다.”

“야아아!! 잠깐 아직 그거를….”

아직도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박고 있는 안드레아를 부드럽게 밀고 옷을 추스른 다음 수정구를 껐다.

“안드레아.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아요. 갔다 올게요.”

“…네. 저도 금방 따라갈게요.”

뭔가를 꿀꺽 삼킨 안드레아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먹은 것만으로 절정했다고…?’

덜덜 떨리는 안드레아의 몸을 보니 당장 움직일 수 없을 듯했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나는 안드레아를 두고 내 천막으로 이동했다. 기운을 느끼자마자 움직여서인지, 천막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검을 뽑고 꺼림칙한 기운이 풍기는 천막 안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갔다.

천막 안의 모습은 내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애미 시발.”

어떤 나체의 남자가 내 책상에 엎드려 있었는데, 똥구멍에 총을 정통으로 맞은 듯, 피를 줄줄 흘리며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아! 에이든 동무 오셨습니까!”

“시발… 이게 무슨 일이야?”

은색 총구에 후­ 하고 바람을 불던 이지수가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은색 리볼버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놈의 똥구멍에 총을 쏜 게 이지수인 듯했다.

‘…도대체 내 천막에 왜 남자가 옷을 벗고 있고, 이지수는 거기에 총질을 왜 한 거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아! 게이가 있길래 심판을 내렸습네다. 퉷! 더러운 게이 간나 새끼!”

“…게이? 그게 무슨….”

“끄윽­ 끄윽­.”

내 목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똥구멍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놈이 애써 고개를 돌려 나를 응시했다.

그런데… 그 창백한 얼굴이 낯익었다.

“…헤르메스?!”

“아! 에이든 동무도 아는 게이입네까? 걱정하지 마십쇼! 에이든 동무를 노리는 더러운 게이 놈은 저! 이지수가 처리했습네다!”

“조용히 해봐! 헤르메스?!”

왜 헤르메스가 게이라는 지 이해가 안 됐지만, 헤르메스는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놈이 아니었다.

‘…마왕 앞에서 나 대신 죽을 놈인데.’

내 예비 목숨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끄으윽 여…영웅님.”

“그래! 나야! 헤르메스! 여기서 죽으면 안 되지! 일어나! 일어나라고! 나 대신 죽어야지!”

똥구멍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흉측한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헤르메스의 뺨을 쳤지만, 생기가 사라진 눈에는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이지수가 생각보다 명사수였는지, 총알이 정확히 구멍에 박혀 내부를 잔뜩 진탕 시킨 듯했다.

‘…이건 안드레아가 와도 안 되겠네.’

속으로 혀를 작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소년의 무력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이지수의 총에 죽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당한 듯했다.

소년의 재능은 기묘한 부분이 있어서,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마왕을 상대할 때 꽤 두각을 드러냈을 터인데….

“여…영웅님.”

어차피 곧 죽을 놈이라 생각하니, 조금 안쓰럽게 보였다. 녀석은 나를 향해 이유 없는 무한한 충성심을 보였으니까.

‘그래… 조금 더럽지만, 참자.’

당장이라도 불에 태워버리고 싶은 몰골이었지만, 어차피 곧 죽을 것 같았기 때문에 애써 참았다.

“그래. 헤르메스… 나다. 인류의 영웅 에이든.”

나를 올려다보는 헤르메스의 잘생긴 눈매에 무언가가 잔뜩 담겼다. 다만, 고통에 가득 찬 눈물 때문에 그 감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피가 역류해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듯, 몇 번이나 입을 뻐끔거리던 헤르메스가 목소리를 내었다.

녀석의 마지막 말이 무엇일까, 나는 한껏 집중했다.

“…저…저는 헤르메이….”

마지막 말을 꺼낸 헤르메스의 고개가 힘없이 아래로 꺾였다.

“그래! 헤르메스. 너의 숭고한 희생은 내가 며칠 정도는… 뭐…뭐야!! 아냐 시발! 오래 기억할게! 오래 기억한다고!”

마침내 죽은 헤르메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대뜸 헤르메스의 몸이 꿀렁거렸다.

마치 풍선에 바람을 여러 번 넣는 것처럼 기이하게 꿀렁이는 모습에 나는 황급히 말을 바꿨지만, 이미 늦은 듯했다.

아까 느꼈던 불길한 기운이 점점 더 선명해지더니, 헤르메스의 등가죽이 애벌레처럼 크게 부풀었다.

찌지직­

잔뜩 부푼 헤르메스의 등이 힘에 못 이겨 찢어지면서 흉측한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

헤르메스의 피를 잔뜩 뒤집어쓴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의 머리에는 큼지막한 양의 뿔이 달려있었고 양발은 마치 맹수의 그것처럼 굵고 휘어져 있었다. 유일하게 인간의 형상을 한 얼굴은 끔찍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개…개 같은 인간 놈이!! 감히 어디에다가!!!”

놈의 입이 열리며 마치 수십 명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으윽!”

나는 황급히 검을 뽑아 힘겨워하는 이지수의 앞을 막았다. 막고 있는 나조차도 다리가 떨릴 정도로 놈의 기세는 대단했다.

녀석의 고함에 주변 잡기들이 태풍에 날리는 것처럼 멀리 날아갔다.

[…사천왕 급이다. 조심하게 소년.]

머릿속에 들리는 말처럼 상대는 지금까지 내가 만나 본 어느 악마보다 강대한 기운을 풍겼다. 악마는 화가 단단히 난 듯 기세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인상을 잔뜩 썼다.

“감히! 감히!!!”

왜 저렇게 화났나 싶어 악마를 살피니 맹수의 하체 아래로 검은 피가 뚝뚝 흐르는 게 보였다.

“…풉.”

헤르메스 안에 숨어 있다가 총알에 같이 꿰뚫린 듯한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감히 이 몸을 보고 웃는 것이냐!! 마왕님의 심복! 사천왕 중 다섯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이 마르바스를 보고도 감히 웃음이 나오는가!! 응당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것임을!!”

악마가 내 웃음에 분통을 터뜨리며 손을 휘둘렀고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멸적이며 불온한 기세가 천막을 가볍게 날렸다.

‘애미 시발… 사천왕 중 다섯 번째는 뭐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악마의 말을 넘기며 뿜어지는 기세를 검으로 베어냈다. 악마의 흉흉하고 불길한 기운과는 다르게 휘두르는 기세는 상대할 만했다.

천천히 신성력을 끌어 올려 돌리면서 날뛰는 악마를 살폈다.

“누구냐! 나와라!! 감히 이 마르바스의 엉덩이에 은 총알을 박아놓은 건방진 인간 놈이!!”

악마는 마치 순결을 잃은 처녀처럼 하체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길길이 날뛰었다. 악마가 움직일 때마다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 기세가 땅을 긁고 공기를 터뜨렸다.

“…은 총알로 쐈어?”

“그…그게 총 끝은 빛나고 방아쇠는 심판을 내려야 하니… 은 총알로 들고 다녔습네다! 그리고 은 총알이 조금 더 간지가 납네다…!”

“그…그래 잘했네.”

“너구나!! 인간 암컷! 감히 이 몸에 은 총알을 박아 넣은 녀석이!! 인간 주제에 사천왕 중의 책사인 내 계획을 눈치챌 정도로 눈치가 빠르다니! 적이지만 감탄이 나오는군!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 몸은 충분한 피를 섭취한바! 균열도 열린 나를 열등한 인간 놈들이 막을 수 없다!! 크하하하!!”

공중으로 떠오른 악마가 검은 손톱이 잔뜩 길러진 양팔을 좌우로 뻗으며 끔찍한 목소리로 웃었다.

신성력을 한껏 끌어올려 그 수많은 비명이 섞인 듯한 괴상한 소리에서 정신을 보호했다.

“그…그렇습네다!! 저 이지수! 모든 계획을 다 눈치채고 있었습네다! …히이이익!”

금세 기세등등해져 소리치던 이지수가 악마의 기세에 찔끔 놀라, 내 뒤로 다시 숨었다.

“뒤로 빠져 있어.”

“알겠습네다!!”

은빛 리볼버를 손에 쥐고 덜덜 떨던 이지수가 내 말에 황급히 경례를 올리곤 저 멀리 사라졌다.

‘…확실히 지금까지 만나본 악마 중에서 제일 강하네.’

[균열이 열린 탓인지, 내 시대보다 훨씬 강력하다. 소년.]

‘…뭐 상관없지만.’

“크하하하! 인간 놈들아! 두려움에 떨어라!! 마왕 님의 심복! 사천왕 중 다섯 번째인 내가 현세에 강림했으니!!”

불길한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는 악마의 모습에 검을 잡은 손이 조금 떨렸지만, 괜찮았다.

중요한 부위에 은 총알이 박혀서인지, 느껴지는 격과 다르게 기세가 약했고.

…무엇보다.

여기는 연합의 한복판이었기 때문에.

“오… 재밌어 보이네?”

어느새 나타난 비키가 나른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켰다.

“…이게 무슨 일이야. …사제? 괜찮아?!”

평소의 갑옷이 아니라 조금 짧고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키아나가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다만, 손에는 늘 그렇듯 검을 들고 있었다.

“악마…!! 용서할 수 없는 존재이다!”

제 몸보다 큰 망치를 뽑아 붕붕 휘두르는 군고구마 엘프까지 있었다.

“후으… 에이든 님.”

덜덜 떨리는 걸음걸이로 나온 안드레아가 나를 보며 밝게 웃었다. 마치 물웅덩이에 앉았다 온 것처럼 잔뜩 젖은 안드레아의 치마는 애써 못 본 척했다.

호탕하게 웃는 악마 주위로 대륙 연합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등에서 검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개를 꺼낸 악마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돌연 웃음을 멈췄다.

이내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던 악마가 긴 검은 손톱으로 턱을 긁더니 황급히 날개를 펄럭였다.

“지금은 경고하러 온 것! 그럼 정정당당히 마왕성에서 다시 보자! 인간들이여! 크하하하! 두려움에 떨어라!!”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한 악마가 하늘로 도망가려는 순간.

“쿨럭. 중력 백배! 쿨럭! 아이구… 요새 기력이 쇠해서.”

저번에 인사 나눴던 노인 마법사가 지팡이로 땅을 찍었다. 땅에 찍은 지팡이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와 악마를 옭아맸다.

“…끄으윽! 비겁한 인간 놈들아! 이거 놓거라!! 지…지금 나는 사절이다! 사절! 사절을 이렇게 대하는 게 어디 있나!!”

“끌끌… 상대의 기세가 너무 강해서 오래 못 버티네.”

여유로운 말투와는 다르게 악마를 붙잡고 있는 게 제법 힘이 드는지 노인 마법사의 지팡이가 덜덜 떨렸다.

“악마 놈을 족치자!!”

“족쳐버려!!”

“놈은 하나고 우리는 수천이다! 방심해!”

“던져! 아무거나 던져!!”

“먹다 남은 빵이 있는데 이것도 던질까?!”

“일단 던져!!”

“개같은 년! 어찌 나를 두고!”

이내 누군가의 신호에 맞춰서 아래에서 악마를 올려다보던 병사들이 웅성거리더니 화살이나 돌덩이 같은 것들을 던졌다.

그 모습은 아카데미 저학년 체육 대회 때 즐겼던 박 깨기와 비슷했다.

병사들이 던진 것들은 악마의 질긴 가죽 때문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지만, 악마의 심기를 거스르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기운을 섞어 던진 돌덩이 하나가 정신없는 악마의 눈덩이에 맞았고, 악마의 고개가 돌아가며 검은 피가 줄줄 흘렀다.

“…이런 비겁한 인간 놈들이!! 마왕을 잡으러 온 용사들이 어찌 이런 치사하고 비겁한 수를 쓴단 말인가!! 정정당당히 일대일로…!”

“단단해 보이네?”

분노를 토하는 악마의 앞에 나타난 비키가 악마의 꼬아진 뿔을 잡았다.

“성…성감대다! 이것 놓아라아아아!! 아흐흐으으읏!”

괴상하게 생긴 악마가 야릇한 신음을 뱉어내며 몸을 배배 꼬는 모습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다.

악마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비키는 아무렇지 않게 악마의 뿔을 잡아 땅에 처박았다.

콰앙!

악마가 땅에 박히며 먼지가 크게 일었다.

“…감히 이 몸에게!!”

악마가 돌연 분노를 토하면서 비키를 향해 검은 손톱을 쭉 내밀었지만, 뒤에 나타난 키아나가 가볍게 검을 휘둘러 그를 저지했다.

비키가 키아나에게 팔을 붙들린 악마를 잘근잘근 밟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타난 군고구마 엘프가 악마의 머리를 큼지막한 망치로 내려쳤다.

“대륙을 지키자!!”

그에 질세라 나도 소리 지르고 경건한 대륙 지키기에 동참했다.

“비겁한 인간 놈들…! 치사한 인간 놈들!! 이게 무스으은!! 나는 사절이다! 사저어얼!!”

개떼처럼 모인 인간들 사이로 악마의 손이 애처롭게 뻗어졌다가 이내 다시 끌려갔다.

‘사도야! 막타! 막타를 쳐야 해! 알았지?! 우리 사도 잘한다! 더럽고 치사한 악마 놈들! 혼쭐이 나야 해! 거기! 거기를 차! 그 불알! 불알을 차!’

다수와 소수의 싸움에서 늘 그렇듯 다수 쪽은 안락하고 편안하며 만족스러웠다.

“끄아아아악!! 거기는 건들지 마라!! 비겁한 인간 놈들!!”

하나의 불행으로 다수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