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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214화 (214/233)

〈 214화 〉 마왕.

* * *

마왕을 마주하자, 극한의 생존 본능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마왕은 마치 강아지를 보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 걸음걸이 안에 담긴 여유로움과 권태에 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소년! 집중하게! 긴장하면….]

마침내 내 앞에 도착한 마왕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무거운 입을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미…미인이시네요! 와! 눈부셔서… 눈이 멀 것만 같아요!”

[…소년?]

‘사…사도?’

“…푸흡.”

내 말에 눈이 동그랗게 커진 마왕이 입을 가리며 작게 웃었다. 그에 한시름 놓은 나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재빨리 말을 이었다.

“미인이라고 소문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답네요! 와­ 어떻게 피부가 이렇게 하얄 수 있어요?! 비결이 뭐에요?!”

“흐응… 제가 햇빛을 싫어해서요. 이 성에 마지막으로 나간 게 벌써 백 년이 넘었으니까.”

마왕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 모습에서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다.

‘살…살 수 있다!’

나 혼자서 저 마왕을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지원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했다.

“아! 그런 비법이…! 알고도 수행하기 힘든 비결이네요! 그래서 피부가 이렇게 하얗구나! 정말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막 떨리는 것 같아요! 실…실례가 안 된다면 한번 만져봐도 될까요?”

“흐응… 그대는 용사가 아니에요? 이 목을 자르기 위해 온 것 아닌가?”

내 질문에 마왕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티 하나 없는 새하얗고 가는 손으로 자신의 야리야리한 목을 붙잡았다.

‘그래! 그대로 꺾어!’

마왕이 저대로 미쳐서 자신의 목을 꺾었으면 좋겠지만, 마왕은 그저 자신의 목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예? 아! 용사! 용사라­ 저는 징집병이라서요. 제가 지원해서 온 게 아니에요. 강제로 차출당했어요. 이 빌어먹을 인간 놈들! 애미 애비 터진 놈들! 평화롭게 잘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보고 마왕을 잡는 연합군에 입대하라는 거 아니에요! 이거 순 나쁜 놈들이라니까요? 그렇죠?”

“…푸흡. 아 징집병이에요? 그래도 다들 제 목을 한 번쯤은 꿈꾸잖아요? 아마 잘라가면 제국이든 왕국이든 어디서나 억만금을 받을 수 있고…?”

마왕이 자신의 검은 손톱으로 목을 슬쩍 그었다. 손톱이 얼마나 예리한지, 살짝 그은 것만으로 마왕의 목에서 검은 피가 조금씩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아! 억만금이요! 그런 이야기도 있죠! 하지만 실제로 마왕님을 보니, 억만금이 부족할 정도로 아름다우신걸요? 억만금보다 마왕님의 그 부드러운 발을 핥는 게 더 끌립니다! 저는! 진심입니다!”

나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 말하며 슬쩍 몸을 굽혔다. 제발…제발….

“흐응… 진짜요? 억만금보다 제 발을 핥는 게 좋다고요?”

“예예! 제발! 미천한 제가 고귀하고 하늘에 닿을 정도로 아름다우신 마왕님의 발을 핥게 해주시겠습니까?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발은 좀 예민한데… 흐응­ 어쩌려나?”

“제발! 제 일생의 소원입니다! 소원! 태어날 때부터 꿈꾼 순간입니다! 심지어 돌잡이에서 신발을 잡을 정도로 절실합니다!”

‘사…사도야? 상대는 마왕이야 마왕. 너는 내 사도고… 지금 이게 무슨….’

닥쳐 이 개같은 년아. 일단 살고 봐야 할 거 아니야.

‘개…개 같은 년?! 지금 그게 신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사도! 사과해! 사과하라고오오오!!! 나 대지신이야!! 대지신!’

“흐으음… 그래요. 일생의 소원이라니까….”

어느새 마왕의 뒤에는 인간의 뼈로 이루어진 큼지막한 의자가 놓여 있었고, 마왕은 그 위에 사뿐히 앉아 다리를 꼬고 나를 응시했다.

그 검은 눈은 내 저의를 파악하려는 듯,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듯해 괜스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에 나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마왕의 새하얀 발을 잡았다. 마왕의 발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이 내 손을 타고 흘렀다.

[소…소년? 상대는 마왕이야!!]

너도 닥쳐 시발. 지금 뒤지게 생겼는데, 마왕이고 용사고 전부 무슨 소용이야!

마치 두부를 연상시키는 마왕의 새하얀 발가락이 어서 해보라는 듯 꼼지락거렸다.

그에 나는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발에 입을 가져다 댔다. 사실 그렇게 큰 거부감은 없었다. 마왕의 발은 눈처럼 새하얗고 깨끗했으며, 애초에 안드레아가 내게 많이 해주던 것이기도 했으니.

“으흥… 진짜로 하네?”

“네 당연하죠. 저는 진심입니다.”

“흐응… 기분 좋네. 더 해봐요.”

슬쩍 눈을 올리니 마왕의 눈이 호선으로 휘어져 있었다. 그에 나는 작게 안심하며 더욱 열심히 혀를 움직였다. 마치 마왕의 발이 전설 속의 사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혀는 빠르고 부드럽게 마왕의 발을 씻겼다.

‘사…사도야? 정신 차려!! 저건 마왕이야! 마왕!! 흐어어엉­ 내 사도가 마왕의 발을 빨고 있어!! 내… 내 포인트가 사라진다!! 어디가!! 포인트야아아!!’

[그… 소년… 마왕을 잡으러 왔는데, 발을 핥는 것은 조금…. 아니 뭐 애초에 소년이 하는 짓들이 원래 다 그렇기는 했지만….]

“흐으응… 간만에 마음에 드는 인간이 왔네요. 벨은 고리타분하게 앉아있기만 하는데.”

“하하! 제가 또 이런 건 잘합니다! 마사지도 잘하는데 조금 해드릴까요?”

“흐응­ 한 번 해봐요.”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앉은 마왕이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세가 너무나 무방비해서 검 손잡이를 잡을 뻔했지만, 나는 애써 참았다.

‘…완벽한 순간이 올 때까지 참아야 한다.’

그리고 사실 마왕은 외형으로만 보면 1.0 키아나에 준할 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도 없었다.

마왕이 입은 새빨간 드레스는 어깨가 훤히 드러나 있었는데, 나는 드러난 마왕의 근육 하나 없는 어깨를 천천히 주물렀다.

“마왕님은 어깨도 참 부드러우시군요. 제가 이런 미인의 몸을 만질 수 있다니… 이거 정말 가문의 영광입니다.”

“흐으응… 진짜 마사지 잘하네? 계속해봐요. 좀 더 깊이.”

마왕의 부드러운 손이 내 손을 잡고 끌어 내렸다. 그에 나는 화들짝 놀라 검을 뽑을 뻔했지만, 겨우 참고 마왕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내 손이 닿은 곳은 적당한 크기에 부드러운 마왕의 가슴이었다.

‘사…사도?’

[…소년?]

인류의 영웅인 내가 이러고 있는 게 맞는가 싶었지만, 교미왕의 손은 이미 본능대로 충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왕의 가슴은 두부처럼 부드러워 만지는 재미가 쏠쏠했다.

‘진정한 사내라면 기회를 보며 쓸개라도 빨아 먹어야 하는 법. 미인의 가슴 만지기야 어렵지도 않지.’

‘으아아아앙!! 내 포인트!! 그만하라고! 그만 만져! 왜 마왕한테 애무하는 거야!! 아주 보지도 빨겠다?! 보지도 빨겠어!! 으아아앙­ 내 포인트!!’

“후으­ 이번 손님은 정말 마음에 드네?”

“아마 더 마음에 드실 게 분명합니다.”

나를 올려다보는 마왕의 무저갱 같은 검은 눈을 보며 나는 손을 조금 더 아래로 내렸다. 그에 잠시 인상을 찡그리던 마왕이 슬그머니 꼰 다리를 풀었고, 나는 교미왕의 정수를 손에 담았다.

내 바지를 슬그머니 푸는 마왕의 손길에 나는 조금 더 힘을 주어 손을 움직였다. 교미왕의 정수를 담은 손길에 마왕이 가쁜 숨을 쉬면서 내 물건을 입에 대뜸 물었다.

그에 나는 두려웠지만, 티 내지 않고 미소 지으며 손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물건을 물고 나를 올려다보는 마왕의 눈은 여전히 무저갱처럼 어두웠다.

‘마왕을 따먹은 용사.’

어쩌면 꽤 괜찮을지도?

[나…나는 이제 모르겠네!]

‘하지마!! 섹스하지 말라고!! 왜 용사에 사도인 네가 마왕이랑 섹스하냐고!! 야!! 보지 빨지 마!! 으아아아앙!! 내 포인트!! 어떻게 쌓은 건데!! 멈춰! 멈추라고오오오!’

…그거 네가 쌓은 거 아니잖아?

***

“자네 제법 잘 싸우는군. 처음 보는데 말이야.”

자신을 보며 쓰게 웃는 늙은 마법사를 보며 루크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늙은 마법사가 늘 쓰고 다니던 긴 고깔모자는 이미 불에 타서 사라진 지 오래였고 지팡이도 거의 조각난 상태였다. 늙은 마법사의 얼굴에 있던 주름도 거의 배로 늘어난 듯했다.

루크는 주변을 쓸어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이것만 남은 건가. 아니 이거라도 남아서 다행인가?’

악마는 느껴지는 강대한 기세만큼 그 힘도 절망적이었다. 루크는 공황에 빠진 병력을 규합하고 도술을 사용하여 악마에게 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병사들은 악마의 등에서 나온 촉수에 하나씩 잡혀가서 그 쭉 찢어진 입에 먹혔다. 그를 막기 위해 루크는 모든 도술을 꺼냈지만, 잠시 시간을 버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에 모두가 절망하며 포기할 때, 늙은 마법사의 지팡이가 빛났다.

“…중력 500배!!”

지팡이로 악마를 가리킨 늙은 마법사는 마치 회춘이라도 한 듯, 우렁차게 소리쳤고 병사 하나를 통째로 입에 넣고 있던 악마의 동작이 멈췄다.

“오…오래 못 버티네!! 이 틈에 빨리…!!”

늙은 마법사의 말을 듣기 전부터 루크는 뛰고 있었다. 도술을 담은 부적을 검에 붙이고 한계까지 기운을 끌어올린 루크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악마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루크가 움직이자 공포에 질려있던 병사들도 각자의 무기를 틀어쥐고 달려들었고, 악마는 순식간에 벌집이 되었다.

“끼이익!! 건방지이인 인간 놈들이!!”

상투적인 대사를 끝으로 흉악하고 두렵던 악마는 재로 변했다.

‘…이걸 이기다니.’

루크는 검을 쥔 자신의 손을 새삼스럽게 쳐다봤다.

“끌끌… 이로써 손주 보기는 글렀구만.”

늙은 마법사의 회한 어린 목소리가 루크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수명을 사용하신 겁니까?”

“그렇지. 대 마법사에 오른 나여도 일반 마법으로는 불가능할 정도의 상대였으니. 그래도 이 늙은이의 수명으로 젊은 자네들이 살았으니 괜찮은 거래 아닌가? 그나마 저 악마의 마법 내성이 약해서 다행이었지.”

늙은 마법사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난 것이 루크의 착각이 아닌 듯했다. 그에 루크는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다.

아직 전투의 여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병사들을 둘러본 루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이들을 이끌 짬은 아니었지만, 누군가는 이끌어야만 했다. 이 중에서 그에 그나마 근접한 게 자신이었다.

“…일단 잠시만 쉬고 전진하겠습니다. 동료분들의 시체는 후에 따로 챙길 예정이니, 마음이 안 좋으시더라도 지금은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루크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청년이었으나, 방금 보여준 활약은 누구라도 인정할 만했으니.

“젊은이가 제법이군. 앞으로 크게 되겠어.”

“…크다는 건 상대적이니까요.”

늙은 마법사의 말에 누군가를 떠올린 루크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병사들은 돌아다니며 시체에서 신분 패를 찾아 챙겼다. 잠시 뒤에 그들은 벽에 생긴 검은 네모 앞에 정렬했다.

‘정말이지 입에 담기 싫지만, 그만큼 어울리는 구호도 없군.’

자신을 응시하는 병사들을 보며 루크는 속으로 혀를 차고 입을 열었다.

“대륙을 위하여.”

그 녀석이 만든 구호는 그들에게 숭고한 명분을 부여했고, 그 덕분에 죽으러 가는 길이 분명함에도 그들은 기꺼이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대륙을 위하여.””

잔뜩 굳은 얼굴의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고쳐 잡으며 엄숙한 목소리로 따라 외쳤다.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앞으로 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걸.

“…손주를 위하여!”

엄숙한 와중에 늙은 마법사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손주가 몇 살입니까?”

“아직 배 속에 있네.”

“아마 어른신을 닮아 늠름하게 클 게 분명합니다.”

“끌끌. 그래야지! 아들놈이 멍청하기는 하지만, 며느리가 똑똑한 마법사니 손주도 분명 영특할 게야! 끌끌끌!”

루크는 반쯤 부서진 지팡이를 잡은 늙은 마법사의 손이 덜덜 떨리는 걸 보고 쓰게 웃었다.

그들의 전력이 형편없다고 해도.

저 검은 네모를 통과하면 죽을 수 있다고 해도.

그들 모두 각자의 가족이나 재산을 위해 먼 길을 나선 영웅들이기 때문에.

무섭다고 여기에 머무를 순 없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다른 무언가에 더 가치를 둔 그들이었기 때문에.

“대륙을 위하여.”

죽음을 각오한 모두를 보며 루크는 힘을 담아 말하고 검은 네모를 통과했다.

그러자 익숙한 기시감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변했고 그들은 거대한 홀에 서 있었다.

다른 곳과 다르게 꽤 깔끔한 느낌이 드는 홀의 정중앙에 한 아름다운 여인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손…손님이 오셨군요. 아하하!”

여인의 붉은 드레스는 치마 부분이 들춰져 있었고, 의자는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거기에 여인의 얼굴은 위태로울 정도로 빨갛고 숨은 거칠어 운동이라도 한 모양새였다.

‘…젠장. 아무도 없군.’

주변을 훑어본 루크는 속으로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루크는 저 여자에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저 여자가 일반인 아니면 아득할 정도로 차이 나는 강자라는 것인데, 저렇게 아름다운 일반인이 마왕성의 중간에 있을 리 없으니, 저 여인은 마왕이 분명했다.

“…끝인 듯합니다.”

“홀홀. 이 늙은이가 길동무라니 불쌍허이.”

“저로선 영광입니다. 마법사여.”

루크는 늙은 마법사의 농에 쓰게 웃으며 얼마 남지 않은 부적을 꺼내고 이가 나간 검을 고쳐 잡았다.

“…대륙을 위하여.”

마치 주문처럼 구호를 외치고 얼마 남지 않은 힘을 터뜨리려고 할 때, 여자의 의자 뒤에서 누군가가 옷매무새를 고치며 나왔다.

익숙한 실루엣에 루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확인했고 이내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저 죽일 놈이 왜 저기에? 아니다. 쓰레기 같은 놈이지만, 전력은 네임드급이니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지금은 사적인 감정은 잊어야 해.’

“허허… 인류의 영웅이 먼저 와 있었구만. 이거 어쩌면 손주를 다시 볼 수도 있겠군.”

“인…인류의 영웅!! 우리는 할 수 있다! 간악한 마왕의 목을 베어내자!!”

“인류의 영웅! 대륙의 희망!”

암울한 분위기가 에이든의 등장 하나만으로 급변했다. 그런 에이든의 명성에 루크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개 같은 놈이지만, 죽는 것보다는 녀석의 도움을 받는 게 낫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으니…. 아직 여자를 안아보지도 못했고.’

우습게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떠올린 루크의 아쉬움은 여자였다.

여인 옆으로 걸어 나온 에이든은 입에 묻은 뭔가를 닦으면서 사람들을 훑어봤다.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양새였다.

“쓰레기밖에 없잖아…?”

처음에는 밝았던 에이든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마지막에는 똥 씹은 듯한 표정이 됐다.

병사들을 모두 확인한 에이든이 몸을 잘게 떨더니, 대뜸 언성을 높였다.

“뭐하느냐!! 이 애미 애비 다 터진 무식한 것들아! 지금 미모가 하늘에 닿을 것처럼 아름다운 우리 마왕님이 안 보이냐!! 어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려라!! 이 아름다움도 모르는 무식한 고아 놈들!!”

절절히 흘러나오는 에이든의 분노에 일행은 순간 말을 잃었고.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된다니까. 자기.”

에이든의 팔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미소 짓는 마왕을 보며 사고가 정지했다. 그 모습은 루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랑에 빠진 여인의 표정이었다.

“내 달링을 함부로 대하는 건 참을 수 없어! 내 여자는 소중하니까!”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법한 대사를 표정 하나 안 바꾸고 하는 에이든의 모습에 루크는 욕지거리를 참을 수 없었다.

‘저…저… 죽일 놈이 이번에는 또 무슨 개짓거리를!!’

루크는 에이든과 같은 시대에 자신을 태어나게 한 하늘을 원망했다.

“우리 마왕님에게 무릎을 꿇고 존경을 표하라! 이 애미 애비 터진 것들아!!”

저런 쓰레기 같은 놈보다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에 결국, 루크는 펑펑 울었다.

“저거 보여? 달링의 넘치는 아름다움을 알현한 감격을 참을 수 없었나 봐.”

“아이… 자기도 참… 몰라!”

마치 신혼부부 같은 달콤한 대화에 루크는 하늘을 저주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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