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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219화 (219/233)

〈 219화 〉 귀환.

* * *

“그러니까! 다들 쓰러져 있을 때! 내가 마왕의 배때기에 검을 착! 하고!!”

“착! 하고 말입네다!! 착!!”

“그래그래! 쑤욱! 들어가는 거야 검이! 마치 종잇장처럼! 마왕이 피하려고 요리 갔다가! 조리 갔다가! 했는데! 어림없지! 바로 배에 칼빵!”

“캬아아아!! 역시 에이든 동무 입네다!! 저도! 봤습네다! 그 간악한 마왕의 배에 에이든 동무가 검을 촤아아악! 하고 박으니 피가 주우우욱!”

“그렇지! 이지수가 제대로 봤네! 그러니까 마왕이 윽… 한 거지! 윽…한 거야!”

“으윽… 말입네까?!”

“아니! 윽… 이야 윽…!”

“윽… 맞습네까?!”

“그래 그러지! 아무튼, 그렇게 내가 마왕의 배때기를 갈랐다 이거야! 크흠!”

“와아!! 역시 에이든 동무 대단합네다! 인류의 영웅! 인류의 기둥!! 다들 박수 안 치고 뭐합네까! 박수!!!”

이지수의 호통에 마차에 타고 있던 다른 여인들이 황급히 박수를 따라쳤다. 그 모습이 예전 공화국에서 본 모습과 흡사해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하하… 별 것 아닌 거로 뭘 새삼스럽게­.”

“그 별 것 아닌 걸 인간이 벌써 열 번 넘… 읍!”

“…사제가 좀 더 즐기시게 두시죠.”

“에이든 님 아….”

“아­ 음… 그러니까 안드레아도 봤죠? 제가 마왕의 배때기에 검을 쫘아아악! 피가 촤아아악!”

“당연하죠. 그 모습이 얼마나 늠름하던지, 당장이라도 안기고 싶었어요.”

“하하! 이것 참… 무시할 수도 없고….”

“…그럼 벗을까요? 바로 하셔도 되는데….”

“사제! 안드레아!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지금 무슨….”

얼굴이 잔뜩 붉어진 키아나가 내게 몸을 비비는 안드레아를 보며 황급히 언성을 높였다.

“저… 저는 괜찮아요. 어차피 다 여자밖에 없기도 하고….”

“괜찮데요!”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녹지 않는 왕국에 도착하니까 그때 해도… 비키! 옷 좀 입어요!”

“…시끄러워.”

“아무리 여기에 여자밖에 없다고 해도 그렇게 다 벗고 있으면… 사제!! 안드레아!!”

“아흣….”

“아!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안드레아가….”

“성녀가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보는 눈도 많은데! 떨어져요! 떨어져!”

“아흐으읏!!”

“엇! 비었다! 그럼 제가 쓰겠습네다!! 오호옷!!”

“이지수!!”

“이거 놓으십쇼!! 절벽녀!! 본인이 못하니까 행패 부리는 거 아닙네까!! 본인 가슴이 작아서 벗지 못하는 걸 왜 우리를 말립네까!! 배포는 가슴 크기에 비례한다더니, 딱 그….”

“닥쳐요! 아… 사제 그런 게 아니라….”

한 손에 안드레아를 든 키아나가 이번에는 이지수를 잡아 올렸다.

“에잇!”

“앗! 군고구마 엘프!! 비싼 척 하더니!!”

그 사이를 엘프가 비집고 들어와 대뜸 앉았고, 키아나는 품에 안고 있던 이지수의 격렬한 저항과 엘프의 배신에 대한 충격으로 이지수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이지수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떨고 있는 엘프에게 달려가 대뜸 발로 차서 밀고는 냉큼 앉았다.

“다 꺼져. 내가 쓸 거니까.”

“크오오옷! 아앗!! 느낌이 오는 중이었는데! 비겁합네다!! 무력을 사용하다니!!”

비키의 손길에 이지수가 마차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내 위에 앉은 비키가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구석에 앉아 있던 루크는 들려오는 대화와 가득 풍기는 군고구마 냄새에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창으로 돌렸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밖의 풍경과 마차 안의 풍경은 정반대였다. 성공 소식에 연합 쪽에서 보낸 마차는 강력한 보조 마법들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평화롭고 따뜻하게 갈 수 있었다.

‘…여자밖에 없다니.’

물론,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루크의 마음은 평화롭지 않았지만.

루크는 그제야 마차에 걸려 있던 방음 마법의 쓰임새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눈보라 속에서 난교 마차는 작게 흔들리며, 천천히 녹지 않는 왕국을 향해 움직였다.

***

“푸흐흐­ 고고한 척하더니, 오고고곡­은 뭡네까?”

“흐읏­ 그…그쪽들이 강제로 앉히지 않았습니까!”

“풉! 오고고고고곡!”

“조용히 해요!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아까 했습네다. 저것보다 더 심하게… 역시 제국 제일 암캐가 분명합네다.”

“조용히 해요! 그리고 그쪽! 그쪽이 이상한 별명으로 부르고 다니니까 다른 사람들도 오해하잖아요! 제가 왜 제국 제일 암캐입니까!”

“오고고고… 악! 때린 겁네까?! 제국 제일 암캐가 사디스트 성향까지….”

“그냥 입 막은 것뿐이잖아요! 과장하지 좀 마십쇼!”

“군고구마 엘프! 보지 좀 마개 같은 거로 막고 다니면 안 됩네까? 배고파집네다!”

“그게 무…무슨….”

“…찢어지신 분들은 말씀해주세요.”

나체로 쓰러져 있는 여자들 사이를 안드레아가 밝은 빛을 뿜어내면서 돌아다녔다.

“흐응­ 역시 개운하다니까.”

유일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비키가 개운한 듯 기지개를 켰다.

“저 보지가 약간 찢어진 것 같습네다! 여기 말입네다!”

“그… 굳이 안 보여줘도 돼요.”

다리를 활짝 벌린 이지수 앞에서 안드레아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빛을 뿜었다.

하렘의 의무를 채운 에이든은 작은 승리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멀리 얼음으로 지어진 성벽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잊지 말아요.’

에이든은 자꾸만 머릿속에 떠도는 애절한 목소리를 지우기 위해 고개를 작게 젓고는 가장 가까이에 쓰러져 있는 여자를 당겼다.

“사…사제?! 나 더는 못해애애애!!”

당겨서 앉히고 보니 키아나였다. 얼굴이 잔뜩 붉어진 키아나는 고개를 도리질하면서 나를 밀어냈지만, 그 손에 담긴 힘이 미약했다.

“잠…잠깐… 오고고고고고고곡!!”

“으음… 신음을 좀 더 길게 해야 하는 것 같습네다. 본점의 맛은 못 낸다더니 역시….”

“참으로 경박한 신음이군. 인간이란… 쯧.”

“거­ 보지 좀 막아두라고 안 했습네까? 급한 대로 이거라도!”

“뭐…뭐 하는 거야!! 흐읏?!”

뽁!

“오! 생수병으로 막으니 이제야 냄새가 안 납네다.”

“이…인간!! 이게 무슨 저급한….”

“웩­.”

“앗! 천오 동무! 그거 군고구마 물 아닙네다! 먹지 마십쇼!”

루크는 시선을 돌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으그극­ 추워….”

“이것 좀 입고 있으라니까요.”

“싫어! 후지게 생겼잖아! 엣취!”

눈속에서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추위에 덜덜 떠는 케이트를 보며 서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케이트의 볼은 벌겋게 올라온 지 오래였고, 코에서는 콧물까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서아는 케이트가 감기에 걸릴까 봐 잠시 걱정했지만,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떠올리고 안심했다.

남의 말은 절대 듣지 않는 케이트의 고집에 작게 고개를 저으며 정문 너머를 살폈다.

“…계산상으로는 이제 곧 도착하실 겁니다.”

“빨리 오시면 좋겠네요.”

“어차피 여기서 포탈 타고 제국으로 올 텐데, 굳이 마중까지….”

“얘! 안 사람으로서 서방님이 일 마치고 오면 당연히 마중 나와야지!”

“앗! 말로 하면 되지! 왜 꼬집어! 언니는 그 남자만 걸리면 무슨….”

“남자가 아니라 서방님! 서방님이라고! 이얏!”

“악! 아프다고 아파! 알았어!!”

그렇게 아웅다웅하고 있자, 눈으로 뒤덮인 도로의 끝부분에서 대륙 연합의 깃발이 꽂힌 큼지막한 마차가 나타났다.

‘…바퀴가 고장 났나?’

묘하게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다가오는 마차에 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왔다! 아니! 오든지 말든지!”

“풉….”

서아는 신나서 방방 뛰다가도 금세 토라진 표정을 짓는 케이트를 보며 작게 웃었다. 제일 기다렸으면서도 늘 저렇게 투덜거리는 모습이 제법 우스웠다.

“음음… 감히 늦어?! 나를 기다리게 해?!!”

마차를 보며 움찔거리던 케이트가 이내 참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언뜻 화내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지만, 추위에 얼어붙은 입꼬리는 잔뜩 올라가 있었다.

그 모양새가 오랜만에 주인이 와서 반가운 강아지와 비슷해서 서아는 크게 웃었다.

나머지도 따라 뛰기 시작했고, 이내 성문에 들어오려는 마차와 마주했다.

‘…무슨 군고구마 냄새가?’

마차에 가까이 가자 풍기는 냄새에 서아는 문득 허기짐을 느꼈다.

“가만히 안 둬! 야! 에이든!!”

말과는 다르게 얼굴은 잔뜩 웃고 있는 케이트가 마차 문을 잡아서 벌컥 열었다.

후끈하고 농익은 열기가 순간 뿜어지며 밖을 데웠다.

“…아 케이트.”

“오고고고고고곡!!”

“너네 뭐하는 거야!!”

마차 안의 모습에 순간 케이트가 얼어붙었고, 그 빈틈으로 서윤의 손을 잡은 서아가 냉큼 지나쳤다.

“서방님! 고생하셨어요!!”

“야야!!”

“…고생했어.”

“아! 서아, 서윤!”

뒤에서 케이트가 잡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추위에 팔이 잔뜩 얼어있어 움직임이 느렸다.

“키아나 님, 잠시 비켜주실 수 있으신가요?”

“야!! 너는 또 왜 벗어!! 하지 말라고! 하지 마!!”

“…그럼 잠시.”

“넌 또 뭐야!! 야!!”

이어 혜진까지 마차에 오르자, 다급해진 케이트는 황급히 따라서 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전 작은 틈으로 루크가 밖으로 나왔다.

마법을 잔뜩 걸었음에도 들썩이는 마차를 보며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이길 수 없다. 이길 수 없어.’

뼛속까지 시린 추위가 흐르는 루크의 눈물을 얼렸다.

“야!! 벗기지 마! 입은 채로 할 거야!!”

“아니… 옷을 안 벗으면….”

“닥쳐!! 그냥 하라고! 넌 또 뭐야 비켜! 정실 펀치!!”

“이…이 무슨 버릇 없는 인간인가.”

“비키라고 확 씨!”

“비…비키겠다!”

“황녀님이 저 옷 보여준다고 추위 속에서 얼마나… 꺄아악! 잘못했어요!”

“이게 까불어?! 정실 펀치! 펀치!!”

루크는 뒤를 돌아보는 마부를 향해 손짓하며 뒤쪽의 마차 행렬을 확인했다. 루크의 손짓에 고개를 작게 숙인 마부가 다시 마차를 움직였다.

시체와 부상자를 수급한 마차의 행렬이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번 원정은 결국 에이든이 마왕의 배에 검을 찔러넣으면서 성공으로 끝났지만, 그 피해는 치명적이었다.

대륙의 정예들만 골라 온 원정이었지만, 생존율이 열 명 중 서너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거기에 부상자까지 빼면….

‘…그대들의 희생이 대륙을 지켰다.’

옆으로 비켜선 루크는 뼛속까지 시리는 추위 속에서 긴 마차의 행렬이 끝날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녹지 않는 왕궁과 제국이 연결된 포탈 앞에서 간단히 송환식이 이루어졌다.

‘…진짜 많이 죽었네.’

정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에이든은 제일 앞에 서서 송환되는 시체들의 면면을 살폈다.

그 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고,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그들과 딱히 정이 들진 않았지만, 묘한 무거운 감정이 가슴에 자리 잡았다.

‘…잊지 말아요.’

자꾸만 머릿속을 떠도는 애절한 목소리가 그런 에이든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그러니 그대가 걷고자 하면 힘을 줄 것이오. 지키기 위해 검을 들고자 하면 용기를 줄 것이다.”

포탈의 바로 옆에서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안드레아가 무거운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서는 키아나가 반쪽짜리 검을 뽑고 기운을 한껏 끌어 올려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먹구름에 가려 더는 보이지 않는 태양이었지만, 키아나 특유의 금빛 기운이 마치 태양이 떠오른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고생했어. 너는 최선을 다한 거야.”

내 어깨를 두드린 케이트가 어울리지 않는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위로했다.

‘딱히 위로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긴 행렬도 점점 끝나고 있었다.

“하핫! 영웅님! 정말 멋졌습니다!”

“역시 영웅님이라니까! 덕분에 시발년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언젠가 봤던 녀석들이 보였다.

씨 없는 놈과 가슴 만진다는 놈.

‘…결국, 살았어?’

그래도 부상은 입었는지, 팔에 부목을 하고 머리에 붕대를 한 상태였지만, 녀석들은 시원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 둘 다 꼭 소원 이루길 바란다.”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당연하죠. 제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그 시발년은 이제 지옥길입니다!”

“영웅님을 보고 배운 것! 꼭 써보겠습니다! 영웅님은 저희 들의 영웅입니다! 말이 좀 이상한가? 으하하! 제가 못 배운 놈이라.”

각자 다친 팔이 달라, 서로 다른 팔로 올린 경례에 쓰게 웃으며 마주 경례를 올렸다.

경례를 마친 녀석들이 다시 한번 크게 웃더니, 나를 지나쳐서 포탈로 걸어갔다.

“…누구야 저 멍청이들은?”

“그냥 알던 애들. 용케 살았네.”

포탈 앞에 도착한 녀석들이 고개를 다시 숙이더니, 사라졌다.

“…너는 다른 이를 못 구한 게 아니라, 저들과 대륙을 구한 거야.”

내 옆구리를 콕콕 찌른 케이트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면서도 또렷한 시선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럴지도.”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았지만, 좀처럼 무거운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적어도 씨 없는 놈의 여자는 날 싫어하겠군.’

문득, 든 생각에 에이든은 혼자 실없이 킥킥거렸다.

***

“푸하하하! 저 멍청이들 모여서 앉아 있는 것 봐.”

“어머! 그 잘난 집도 사라졌네? 나댈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포인트를 얻었으면, 사도나 성녀한테 투자해야지… 쓸데없이 물건 살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쯧쯧….”

주변의 시선이 너무 차가워 똘똘 뭉쳐있는 소녀들은 찔끔 몸을 작게 떨었다.

근데 그 모양새가 언뜻 보기에는 서로 안고 있는 듯했지만, 자세히 보면 한 소녀를 나머지 소녀들이 가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지신아­ 우리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거지…?”

“일어서야지! 저년들 뺨에 포인트로 뺨 때려야지! 내 성녀 가져갔잖아!”

“우리 대지신은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우리 대지신 믿어….”

소녀들 제일 중앙에 있는 갈색 머리 소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뭐라도 말 좀 해봐. 대지신아. 우리 원금은 보장받을 수 있는 거지…?”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겁니다.”

주변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갈색 머리 소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뭐?! 뭐?!! 네가 강제로 데려간 거잖아!!”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겁니다!! 아아악!! 본인 책임이다!! 본인 책임이야!!”

노란 머리 소녀에게 붙잡힌 갈색 머리 소녀는 악에 받쳐서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그에 주변에서 구경하던 소녀들이 화들짝 놀라 소녀의 입을 막았다.

“에잇! 더러워! 왜 핥고 난리야!!”

“이…이게 신?”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언제 투자를 했어! 네 사도가 다 씹창 내놓은 거지!! 씹창!! 내 성녀라는 년은 네 사도한테 박히고 나서 자위까지 한다니까?!! 남자 손 한번 못 잡아본 애인데!!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고!!”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 어?”

멱살 잡혀 달랑달랑 흔들리던 갈색 머리 소녀가 대뜸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갑자기 정신 나간 연기를… 안 통해!!”

“이…일단 태양신아! 진정 좀 하고… 나는 우리 대지신 믿어….”

“믿기는 뭘 믿어! 이 거지한테….”

“…야­ 손 떼.”

방금까지 울먹이던 갈색 머리 소녀의 표정이 일변했다. 마치 절대자의 그것과도 같은 오만한 표정으로.

“…뭐? 네가 갑자기 그렇게 강하게 나온다고 해도 이미 네가 빈털터리인 건….”

“손 떼라고.”

노란 머리 소녀는 이를 질끈 깨물었지만, 갈색 머리 소녀의 눈에 담긴 자신감에 손을 풀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변한 갈색 머리 소녀의 분위기에 주변 소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중했다.

“태초에… 대지신이 이르노니.”

갈색 머리 소녀가 진중한 표정으로 나섰다. 분명 옷은 해지고 머리는 잔뜩 헝클어졌지만, 그 걸음에 담긴 자신감은 줄줄 흘러넘쳤다.

“아아­ 빌딩이여 솟구쳐라!”

양손을 위로 들어 올린 갈색 머리 소녀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건물이 솟구쳤다.

그 말도 안 되는 기적에 입을 쩍­ 벌린 소녀들을 갈색 머리 소녀가 오만한 눈빛으로 보며 선언했다.

“앞으로 회장님이라 부르도록.”

다른 소녀들은 기적 앞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근데 왜 마왕을 잡았는데, 신성력이 그대로지?

에이든은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머리를 긁적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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