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출발 준비.
* * *
‘…눈동자에 대한 실마리.’
케이트는 잠을 자지 못해, 어지러운 머리를 깨우기 위해 미간을 꾹꾹 눌렀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에이든에게 자연스럽게 안겨 있는 여우를 보며 주먹이 덜덜 떨렸지만, 그것과 별개로 여우의 이야기는 의미가 컸다.
대륙 연합이 그토록 찾았던 눈동자에 대한 실마리였으니까.
‘…구름섬인가 뭔가까지 보내야 해. 정보를 얻어와야 하니까.’
케이트의 이성은 계속해서 냉철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지만….
“막내야. 나 다리가 아퍼.”
“그…그래요? 안아드릴까요?”
“응응.”
불여우처럼 웃으며 에이든의 품에 안기는 그 모습은 케이트의 속을 시커멓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일이 바빠 데이트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불여우 같은 게 나타나 에이든의 혼을 빼놓다니.
밖에 버리고 싶었지만, 케이트가 쓴 감투가 너무 무거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참자. 참아야 해. 눈동자에 대한 정보는 꼭 필요하니까.’
대륙 연합은 매일같이 훈련하며 대비하고 있었지만,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효율이 안 나왔다.
여우는 어떻게 보면 대륙 연합의 기회였다.
딱.
깊게 숨을 내쉰 케이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방문이 열리고 앞을 지키던 병사가 들어왔다.
“회의 소집해.”
케이트의 단호한 목소리에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회의가 빨리 끝나 기분 좋게 퇴근하던 이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
“막내야. 나 손에 힘이 없어.”
내 무릎에 앉아 분홍색 혀를 쭉 내미는 여우의 모습에 작게 웃으며 스푼을 들었다.
먹기 좋은 크기로 푼 딸기 케이크를 여우의 입에 넣어줬다. 오물거리며 눈웃음 짓는 여우의 모습은 케이크보다 달콤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예요?”
“음, 그때 내가 말한 거 기억해? 서쪽 끝에 균열이 생겼다고.”
내 질문에 꿀꺽 삼킨 여우가 내 가슴은 손가락으로 슬슬 긁으며 물었다.
“예. 그 떡두꺼비 같은 아저씨랑 간다는 곳이요?”
“응응. 서쪽 끝에 이유 모를 균열이 발생했거든. 나와 아저씨는 그를 알아보기 위해 내려왔고.”
여우가 고개를 까닥거리며 미소지었지만, 애써 웃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막내 만나고 우리는 바로 서쪽 끝으로 향했지. 세상의 끝으로.”
“…그런데요?”
“거기서 누군가를 만났어. 흰 머리에 잘생긴 놈이었는데, 엄청나게 강하더라고. 나와 아저씨가 상대가 안 될 만큼.”
여우의 입에서 나온 흰 머리에 문득, 철수가 떠올랐다.
“…혹시, 그놈이 크큭… 이러거나 해골 안대를 쓰고 있었나요?”
“응? 아니아니. 아저씨 말로는 종말을 부르는 용이래.”
‘아닌가…? 뭔가 느낌이 철수 같았는데. 용이라니까 또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여우의 설명에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그놈 이름 참 촌스럽네요.”
“풉… 그렇지? 근데 진짜 강하더라고… 무서웠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도리질 치는 여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여우는 한참이나 내게 안겨서 몸을 작게 떨었다.
“…내가 꼭 데려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응.”
여우의 숨이 내 가슴을 간질였다. 그에 괜스레 기분이 묘해졌다.
“아! 그리고 막내의 도움이 더 필요해!”
“뭔데요?”
내 반문에 여우의 붉은 입술이 보기 좋게 휘었다.
“…정기가 필요하거든.”
여우의 손이 내 바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넘치거든요.”
내 대답에 작게 웃은 여우가 꼼지락거리며 내 가랑이 사이로 내려갔다.
“음….”
아래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숨결에 나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
“꼭 알아내야 합니다. 지금 저희에게 불동에 대한 정보는 꼭 필요합니다.”
“…불동이 뭐야?”
정중하게 손을 번쩍 들고 말한 사내를 보며 케이트가 인상을 찡그렸다.
“불길한 눈동자의 줄임말입니다.”
“…그걸 왜 줄여! 어감도 거지 같네! 앉아!”
“신세대에서 유행하는….”
작게 항변하던 사내는 케이트의 험악한 시선에 황급히 다시 앉았다.
“그럼 호위 병력은 어떻게 꾸리겠습니까?”
그나마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놈 하나가 손을 들고 물었다.
“가용 가능한 인원 있어? 네임드 이상으로.”
“현재, 키아나 님은 모인 병력 중에 재능이 보이는 인물들을 모아 따로 가르치는 중이라 불가하고, 비키 님은 그때 대장님이 재촉한 임무 때문에 외출한 상태입니다. 안드레아 님은 상징성 때문에 안 되니, 저희 중에는 가용 가능한 인원이 없습니다.”
혜진의 똑 부러지는 대답에 케이트는 미간을 다시 한번 꾹꾹 눌렀다.
“…그럼 그 노답 삼형제는?”
“가능합니다….”
케이트의 물음에 혜진이 찝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걔네 붙여주고, 밖에서 가용 가능 인원은?”
“…없습니다. 이미 꽉 채워서 돌리는 중이라.”
“아니야. 차라리 소수 인원으로 빠르게 갔다 오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
케이트는 애써 위안 삼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제가 갈 수 있습니다!!”
둘의 대화에 멀리 앉아있던 여자가 손을 들었다.
‘…태양신의 성녀?’
손을 번쩍 들며 일어난 여자의 볼에 떠오른 홍조가 묘하게 케이트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
“대지신의 성녀 님은 바쁘시니까요! 혹시 상처를 입게 된다면 큰…큰일이 날 수도 있잖아요!”
“…그쪽은 안 바빠요?”
“네!”
활기차게 대답하는 모습에 케이트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보나 마나 또 따먹겠지.’
케이트는 벌써 저 순수하게 생긴 성녀가 에이든에게 박히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그에 심사가 뒤틀리고 속에서 열불이 뻗쳤지만, 지금 사안의 중대함을 떠올렸다.
‘수녀를 붙여주기는 해야 해. 에이든은 자체 치료가 되지만, 다른 아이들은 아니니까. 그리고 성녀라면 혹시 모를 상황에….’
케이트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계산했다.
“…태양신교 측은 참여에 소극적입니다. 성녀를 참여시키는 게 좋아 보입니다.”
혜진의 속삭임에 케이트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지금도 성녀 뒤에 있는 성기사가 얼굴을 붉히면서 뭐라 속삭이고 있었다. 다만, 성녀는 결심이 확고한지 들은 척도 안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태양신의 성녀.”
“…네! 대…대륙을 위한 거니까요!”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성녀가 몸을 배배 꼬는 모습에 케이트의 미간이 구겨졌다.
“정보 부대에서도 지원을 보내겠습니다. 정보 수집에는 전문가가 필요하니까요.”
온몸을 검은 천으로 두른 사내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고 온 정보도 없으면서 뭔 정보 부대라는 거야.’
욕이 입 끝까지 나왔지만, 케이트는 애써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잔심부름만 시켜도 충분할 테니까.
‘에이든이 편하게 갔다 오면 좋으니까.’
“저희 쪽에서는….”
“…저희도!”
갑자기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손을 보며 케이트가 혜진을 돌아봤다.
“…아마 영웅에 줄을 대기 위함이 아닐까요?”
종말 앞에서도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케이트는 한숨을 쉬며 가장 가까이 있는 놈부터 지목했다.
“저희는…!”
지목받은 사내가 마치 물건을 파는 것처럼 장황한 설명을 시작했다.
***
“…애미?”
에이든은 앞에 놓인 마차를 보고 입을 떡하고 벌렸다.
마차는 무슨 황제라도 타는 듯, 금으로 휘황찬란하게 도배되어 있었고, 그 길이가 마차 네 대는 이은 듯해, 마차보다는 기차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또 그 바퀴는 얼마나 큰지 산길도 능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말을 묶는 공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마법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멍청이들이 너무 많아!”
케이트가 툴툴거리면서 애꿎은 바퀴를 발로 툭 하고 찼다.
“그러니까 이걸 타고 가라고…?”
“준다는데 거절할 수 없잖아! 심지어 최고급이라는데!”
“아니 뭐… 나야 좋지. 근데 저것들은?”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케이트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최고급 요리사. 최고급 마사지사. 최고급….”
하나하나 설명해 줄 때마다, 케이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근데 왜 죄다 여자냐고!!!”
결국, 최고급 마부를 소개하던 케이트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마부는 말과 하나가 될 생각인지, 중요 부위만 가죽끈으로 가린 상태였다.
“…영웅에게 줄이 아니라 다른 것을 대려고 하나 봅니다.”
“이 미친 것들이?!!”
“걱정 안 해도 돼.”
케이트가 소매를 걷고 뛰쳐나가려는 순간, 내 뒤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
“가는 동안 막내의 정기를 계속 먹을 예정이니까. 내가 있는데 고작 저런 인간들에게 흔들리겠어?”
내 귀를 핥는 부드러운 혀에 몸을 살짝 떨었다. 그 행동이 나를 맛보는 듯해, 마치 케이크가 된 기분이었다.
그에 케이트가 고개를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장난이야! 장난이라니까!”
분노가 머리까지 차오른 듯한 케이트의 모습에 나는 황급히 변명했다. 가만히 두면 저 개차반이 무슨 짓을 할지….
“응? 장난 아닌데? 물처럼 마실 거야. 지금 좀 많이 허하거든.”
“…이것들이 진짜!!”
여우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케이트가 고개를 들었고, 그 파란 눈에 불같은 감정이 이글거렸다.
마치 전쟁에 나서는 장군처럼 거칠게 다가오는 케이트를 보며 복부에 힘을 주었다.
이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케이트를 보며 복부에 기운까지 둘렀을 때, 케이트가 돌연 내 멱살을 잡았다.
‘…메치기?! 얘가 언제 이런 것까지!’
황급히 기운을 머리 쪽으로 우회시킬 때, 케이트가 가까워졌다.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케이트 특유의 상큼한 숨결이 맡아졌다.
“…소리쳐! 소리치라고! 크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짧은 입맞춤을 끝낸 케이트가 내 멱살을 잡고 재촉했다.
“뭐…뭘!”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앞뒤로 흔들리는 머리에 정신이 혼미했다.
“사랑한다고 소리치란 말이야! 완전 크게! 내가 최고라고! 소리치라고! 이 멍청아!”
“아니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주변에 가득 모인 사람들을 곁눈질로 가리켰지만, 케이트는 계속해서 재촉했다.
“하라고! 소리치란 말이야! 내가 최고라고! 말하라고!!”
“흐응… 빽빽거리는 여자는 매력 없는데.”
“닥쳐!”
여우의 농에 케이트의 얼굴이 거의 울 것처럼 변했다.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미친 시발.’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외치라니… 생각만 해도 팔에 닭살이 돋았지만, 내가 케이트에게 소홀했던 건 사실이었다.
오죽하면 그 틱틱거리던 애가 저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했고.
“…케이트가 최고다!! 케이트! 사랑한다!! 케이트 보지가 제일 쫄깃….”
“뭐라는 거야!! 거기까지만 해! 충분하다고! 그리고 그렇게 크게 소리치면 어떡해!”
“왜 또 지랄이야! 네가 하라며!”
“거기 이야기는 왜 하냐고!”
진짜 톡 치면 터질 것처럼 얼굴이 붉어진 케이트가 내 입을 막으며 화를 버럭버럭 냈지만, 앵두같이 조그마한 입꼬리는 씰룩거리고 있었다.
“풉… 멍청이.”
케이트가 참지 못하고 작게 웃었고 그제야 분위기가 좀 풀렸다.
“아무튼, 다 최고급으로 넣어뒀으니까,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야. 그래도 키아나나 비키 중 하나는 같이 보내야 마음이 좀 편한데….”
“필요 없어. 내가 바로 그 대륙의 희망인걸.”
“…푸하하하하!”
내가 늠름하게 서자, 입꼬리를 씰룩거리던 케이트가 참지 못하고 전보다 더 크게 웃었다.
“…왜 웃냐?”
“푸하하하…!”
그 후로도 케이트는 한참이나 배를 잡고 웃었다. 그 묘하게 기분 나쁜 웃음은 내 매콤 주먹이 씰룩거릴 때쯤 멈췄다.
“아무튼, 무조건 네가 제일 중요해. 다른 거는 다 상관없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널 위해서니까. 위험하면 무조건 도망가. 그에 대한 건 내가 처리할게. 알았어?”
대뜸 케이트가 단상에 섰을 때처럼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속삭였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케이트가 또 멱살을 잡으려 해서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은 케이트가 구겨진 내 옷을 펴주었다.
‘도망이라.’
소년의 주특기 아니었나?
‘그랬었지.’
왜? 이제는 어깨가 좀 무거운가?
‘그럴지도.’
다시 한번 짧게 입 맞춘 케이트가 바삐 어디론가 움직였다.
“막내야. 막내야.”
아직도 내 등에 업혀있는 여우가 내 볼을 콕콕 찔렀다.
“…예.”
여우의 몸이 너무 가벼워 업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저 아이 기분 좋아지라고 한 말이지? 내 보지가 최고인 것은 이미 서류상으로 증명됐으니까.”
서글서글하게 눈웃음 지은 여우가 어디선가 꺼낸 종이를 내 눈앞에 흔들었다.
내 글씨체로 적힌 ‘SS급 보지’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쩍 잠이 많아진 여우를 마차에 눕히고 나오니, 출발할 준비가 거의 끝나 있었다.
‘많이도 간다. 많이도 가.’
거의 20명이 될 법한 인원이 모두 미인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들 전부를 더해도 여우의 외모에 가려지겠지만, 그래도 남자보다는 기분이 좋으니까.
‘…저 새낀 뭐야?’
여자들 사이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한 사내가 보였다. 그런 사내 옆에 여자들이 붙어 있는 게, 괜스레 내 기분을 안 좋게 했다.
여자들의 표정이 좋은 걸 보니, 저놈은 잘생긴 게 분명했다.
‘최고급 마사지사 아니면 너는 무조건 탈퇴다.’
“어이.”
결심을 마친 나는 사내를 불렀다.
“아앗! 영웅이시여….”
그에 옆에 있던 여인들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작게 숙이고 물러갔다.
내 부름에 사내가 천천히 뒤돌았다.
“…마부는 이미 구했는데, 새끈한 여자로.”
“나도 싫지만, 꼭 가야 한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루크였다.
‘…마왕성에서 용케 안 죽었네?’
루크는 평소의 그 재수 없는 표정이 아니라, 정말 간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좆같이 잘 생겼네.’
물론, 그 눈빛은 내 속을 오히려 더 아니꼽게 만들었다.
“마부 구했다니까.”
“애초에 나는 마부가 아니라…! 아니, 내 목숨을 바칠 테니 제발 같이 가게 해다오.”
단호하게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다급하게 무릎까지 꿇는 루크의 모습에 이유라도 듣자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 말해. 타당한 이유면 데려가 줄게.”
“…젠장. 빌어먹을.”
내 말에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루크가 결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양손으로 모자를 잡았다.
양손으로 모자를 잡은 루크는 마치 기사가 서약을 맺을 때, 투구 벗듯이 천천히 그리고 정중하게 모자를 벗었다.
루크가 모자를 완전히 벗자, 그곳에는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태양이 있었다.
“뭐야… 대머리였어? 어쩐지 반반하더라니… 쯧.”
“푸하핫 잘 생겼지만, 대머리는 좀….”
나는 눈부심에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타라.”
“고…고맙다…!”
루크가 황급히 모자를 다시 썼고, 세상은 다시 어두워졌다.
***
“…네가 정보 부대 소속이라고?”
“닌닌!”
“무슨 이딴 저능아를….”
“닌닌! 닌닌!”
케이트는 앞에 부복한 닌자를 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번에는 또 몇 명을….’
그 한숨은 여인의 수박처럼 큼지막한 가슴을 보고 더욱 깊어졌다.
“닌닌! 닌닌!”
“자신에게 임무를 수행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또 영웅과 안면도 있다고 하는군요.”
“닌닌!”
열심히 ‘닌닌’ 거리는 검은색 저능아와 또 그걸 알아듣고 번역하는 혜진을 보며 케이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알기야 알겠지. 대륙 아카데미의 그 저능아잖아.’
같이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이로 바꿀 시간이 부족했다.
잠시 갈등하던 케이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닌닌! 닌닌!!”
“이 일을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사용하여 영웅을 보좌하겠답니다.”
“…모든 거 사용하지마! 시킨 일만 하라고!!”
결국, 참지 못한 케이트가 소리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