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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227화 (227/233)

〈 227화 〉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 * *

“아이야 도움이 필요하니?”

부드러운 목소리에 에이든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곳에는 초록색 생머리 여성이 생긋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품이 큰 흰 천을 몸에 두르고 있었고 목에는 옅은 분홍색 천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신비함을 가득 담은 미인이었다.

‘저런 외모라면 내가 모를 리 없는데?’

1.0 키아나에 준하는 여인의 외모에 머리가 빠르게 돌았다. 이내 여인이 공중에 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에이든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가던 대마법사든, 루나가 보낸 사람이든, 인간으로 변한 드래곤이든. 에이든은 지금 도움이 간절히 필요했다.

“당연하죠! 거기 초록 머리 당신! 저희를 도와주세요! 인간은 날 수 없다고요! 으아악! 떨어진다!”

“하늘을 나는 인간도 있던데, 아이는 날지 못하는가 보구나.”

서서히 몸이 아래로 떨어지려는데 마치 시장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듯한 여인의 여유로운 태도에 화가 뻗쳤다.

“아니… 시발! 구하라고요! 못 나니까 구해달라는 거잖아요! 시발!!”

“어머­ 여우는 입이 거친 아이가 취향이었나 봐. 걱정하지마렴 아이야.”

여인이 입을 작게 가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다시 생긋 웃었다. 그 여유로운 태도에 부모라도 터뜨려주려고 입을 여는 순간, 여인이 등에서 조그마한 뭔가를 꺼냈다.

‘등껍질…?’

여인이 꺼낸 것은 방금 거북이에게서 해체한 듯한 등껍질이었다. 관리를 잘했는지, 윤기가 좔좔 흐르는 짙은 초록색의 등껍질.

“시발… 미친년이었네.”

여인이 꺼낸 등껍질을 조물조물하는 것을 보자, 더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내게 매달린 여자들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어머! 아이야 입 조심하렴. 여우는 거친 말을 좋아해도 나는 꿀처럼 달콤한 말을 좋아하니.”

짐짓 화를 내는 것처럼 인상을 쓴 여인이 주무르던 등껍질을 아래를 향해 던졌다.

‘하늘에서 미친년을 만나다니… 진짜 죽을 때가 됐나.’

결국, 내 품에 안긴 여자들이라도 구하자는 생각에 기운을 끌어올릴 때, 여인이 던진 등껍질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작은 돌 크기였던 등껍질이 그 크기를 빠른 속도로 불려 나가더니, 이내 산도 담을 수 있을 만큼 크게 변했다. 그렇게 커진 등껍질이 하늘로 올라오며 긴 마차를 푹신하게 받았다.

‘…이게 무슨?’

마차가 약간 진동하며 부드럽게 등껍질에 안착하는 것을 보니, 내 상식이 부서지는 듯했다.

“어머! 너무 뚫어지라 보지 마렴 아이야. 인간으로 치면 여긴 내 질 속이니.”

얼굴이 붉어진 여인이 손으로 자신의 볼을 감싸며 작게 중얼거렸다.

‘질 속…? 보지 속?!’

여인의 말을 듣고 아래를 보니 등껍질의 안쪽 부분이 선명한 분홍색인 게 보였다. 그에 여인의 말이 떠올라 정신이 혼미해졌다.

“흐흣… 이렇게 많이 넣은 건 오랜만인데. 그…그럼 가볼까?”

묘하게 상기되어 몸을 배배 꼬는 여인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미친년이 너무 많았다.

***

“그러니까 현무라고요?”

“흐읏. 그래! 그… 아이야 너무 거칠게 움직이지 마렴.”

“지금은 구름 섬으로 가는 중이고요?”

들뜬 숨을 내뱉는 여인의 말은 애써 무시했다.

“하응… 구름섬 아래에 있는 민가로 가는 중이란다. 구름섬에는 이렇게 많은 인간을 올릴 수 없어. 최대가 세 명이란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들썩거리는 여인의 엉덩이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내가 여자 보지 안에 들어와 있다니… 애미 시발.’

“거기 다친 인원 보고하라우!”

“이쪽은 무사합니다!”

“잠깐! 여기 부상자가 있습니다! 심폐 소생술 하겠습니다!”

마차에서 나온 여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현재 상태를 확인했다. 머리 위에 쓴 베레모가 흐트러진 이지수가 노련하게 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하읏! 너무 많은 아이가 움직이고 있어! 엄청난 진동이 들어와버렷!”

‘…애미 시발.’

갑자기 주저앉아 절정하듯 허리를 들썩이는 여인을 보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분명 방금까지 신묘한 힘을 발휘하는 신비한 여자였는데, 이제는 그냥 발정 난 여인 같았다.

갑작스럽게 절정하는 여인의 모습에 등껍질이 떨어질까 걱정됐지만, 다행히 정신이 남은 듯 비틀거리기는 해도 떨어지진 않았다.

다만, 점차 그 비틀거림이 심해지는 게 두려웠다.

“다들 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마!”

그에 나는 황급히 크게 소리치며 뛰어다니는 여자들을 막았다.

“앗! 에이든 동무? 알겠습네다! 다들 움직이면 바로 총살입네다!!”

딸깍.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지수가 은색 리볼버와 천오를 꺼내서 주변을 겨눴다. 언제봐도 맹목적인 충성심이었다.

‘…도대체 천오는 어디서 꺼낸 거야?’

이지수의 호통에 분주히 돌아다니던 여인들이 동작을 멈췄다.

“후우­ 고맙다 아이야. 이제야 좀 진정이 되는구나.”

볼품없이 엎어져서 당장이라도 박아달라는 듯 엉덩이를 빼꼼 든 천박한 자세를 취한 현무가 고귀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얼마나 걸립니까?”

그렇다고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현무는 지금 우리를 도와주는 중이었으니까.

“거…거의 다 왔다. 걱정하지 말거라 아이야. 나는 고작 이 정도로 흔들리지 않으니.”

부릇­

여인의 엉덩이 부근 흰 천이 젖어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다행이군! 어찌 된 일인지 몰라도 절정 마법은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형님. 아무리 절정하는 순간 고통이 안 느껴진다고 하여도 추하게 절정하며 죽고 싶진 않습니다.”

그때 멀리서 도란도란한 이야기 소리가 들렸고.

“아우가 아직 진정한 고통을 안 느껴봐서 그런 거야. 만일 아우가 고통을 알았다면 내 마법을 감사히 받아들였을 거라네. 마나가 아깝지만….”

그에 고개를 돌리니 언제 친해졌는지, 웃는 낯으로 이야기하는 스칼과 루크가 보였고.

손에 가득한 마나를 아래에 대고 시전하는 스칼이 보였다. 이미 시전된 마법은 무로 돌리는 것보다 어딘가에 대충 뿌리는 것이 더 편하다고 들은 적 있었다.

다만, 문제는 스칼이 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무의 질벽이라는 것이고. 스칼이 준비한 마법의 이름이 괴상했다는 점이다.

“끄으으으읍!!! 이…이게 뭐…뭐?!!”

부릇!부릇!부르르르릇!!

현무가 마치 진동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몸을 크게 떨었고 몸을 두르고 있던 천은 비라도 맞은 듯, 전체가 빠르게 젖어 들어갔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등껍질에도 이상이 생겼다. 등껍질의 안쪽에 사람이 다섯은 들어갈 크기의 구멍이 있었는데, 그 구멍으로 뭔가가 흘러나왔다.

내게는 익숙한 불투명한 액이 처음에는 꿀렁꿀렁 나오더니 이내 봇물 터지듯 큰 소음을 내며 짓쳐 들었다.

“…애미 시발!!!”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아니 인류 최초로 애액에 빠져 죽을 뻔했다.

“거북이가 아니게 되버렷!!! 암캐 거북이가 되버렷!!!”

기이한 신음을 내며 엉덩이를 진동하던 현무의 옷이 크게 젖혀졌고 벌어진 분홍빛 음부가 보였다.

그리고 그 벌어진 음부의 구멍 안에는 발버둥 치는 우리의 자그마한 모습이 있었다.

무한의 뫼비우스 음부였다.

절정은 현무의 몸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를 태우고 있는 등껍질에도 퍼졌다. 등껍질은 마치 도박중독자의 손처럼 진동하며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꽉! 꽉! 잡아!! 뭐든!!”

나는 품에 안은 셋을 챙기며 등껍질의 튀어나온 곳 중 하나를 꽉 잡았다.

“하읏!! 그렇게 돌기를 자극하면… 천박한 암캐 거북이가 되어 버려!!”

처음 봤을 때는 안드레아가 좀 더 나이가 들면 저렇게 성숙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청순한 미인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나는 여인의 말을 무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보지가… 보지가 떨어져버렷!! 땅에 천박하게 굴러서 흙투성이가 되어버렷!!”

콰아아앙!!

마침내 땅에 부딪혔는지, 등껍질을 통해 거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등껍질이 땅과 거칠게 마찰하며 뒤흔들렸지만, 내부를 가득 채운 현무의 애액이 그 충격을 상쇄시켰다.

꼬르륵… 꼬르륵…

세상이 흔들리는 것처럼 엄청난 진동에 나는 돌기를 꽉 부여잡고 숨을 참았다. 등껍질을 가득 채운 애액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뜨니, 흔들리는 마차와 각자 뭔가 하나씩 부여잡고 버티는 여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흡사 대홍수와 대지진이 겹친 듯한 모습이었다.

‘하늘에서 음부를 타고 추락하여 애액으로 그 충격을 상쇄시키다니, 애미 시발….’

쿠우웅! 쿠우웅!!

등껍질은 몇 번이나 튕기면서 땅을 긁어 나갔다.

부르르릇! 부르르릇! 부르릇!

그럴 때마다 안에 고인 물이 밖으로 흘렀지만, 그보다 더한 양이 충전되어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내 천지개벽하듯 거칠게 흔들리던 세상이 천천히 멈추었다.

부르릇­ 부르르르릇­

앞의 구멍으로 다시금 물이 뿜어졌다.

***

“그… 무사히 도착했구나!”

얼굴이 잔뜩 붉어지고 풀린 현무가 양손을 쭉 뻗으며 말을 더듬었다.

“…여기가 민가라고요?”

현무가 말했던 민가는 이제 민가였던 것이 되어 있었다.

‘음부에 짓눌려 죽은 민가라니….’

“거…걱정하지말거라! 이미 다 대피했을 터이니! 내가 신호를 보내놨다!”

내 눈빛에 담긴 불신을 눈치챘는지, 현무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여운이 남았는지, 몸을 작게 떠는 현무가 손을 내밀어 공중에 뭔가를 적었다. 그러자 우리를 감싸고 있던 등껍질이 점차 크기를 줄여나갔고 이내 처음 봤을 때처럼 작은 돌멩이 크기로 변했다.

그제야 주변의 광경이 눈에 보였다.

평범한 민가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라도 맞은 듯, 파이고 짓눌려 부서져 있었다. 다만, 현무의 말이 사실인 듯 붉은 피는 보이지 않았다.

“후읏…후읏….”

현무가 들뜬 숨을 묘한 숨소리로 누르고 있었다.

“아이고! 현무님!!”

“현무 님이시다!!”

그때 어딘가에 숨어있었는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현무를 앞에 두고 연신 절을 올렸다.

‘진짜 신수는 맞나보네.’

다가온 사람들을 향해 현무가 생긋 웃었지만, 얼굴의 열기는 아직 남아 색이 붉었다.

“다…다들 무사하느냐? 다친 곳은 없느냐?”

현무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열기가 담겨 있었다.

“아이고! 저희야 현무 님의 은혜에 다 무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현무 님!!”

“감사합니다. 현무 님!”

사람들의 감사 인사에 그제야 현무의 살짝 굳었던 입꼬리가 풀렸다.

“보았느냐. 다들 무사하다고 하지 않느냐.”

현무가 나를 보며 다시 생긋 웃었다.

‘미친년이… 네 보지가 부쉈잖아.’

그 태연한 모습에 입 끝까지 찬 욕을 간신히 억눌렀다.

현무가 조심스럽게 땅에 놓인 자신의 등껍질을 품에 챙겼다.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현무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저 여자의 보지가 자신의 마을을 부순지는 전혀 모른 체.

‘…짜다.’

젖은 옷에서 옅은 바닷냄새가 났다.

***

“…그러니까 세 명만 된다고요?”

“그렇다! 세 명도 많이 봐준 것이다.”

이제 진정이 된 모양인지, 신비한 분위기로 돌아온 현무가 잠든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구름섬에는 규칙이 있는지, 세 명밖에 못 들어간다고 현무가 단언했다. 딱히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나 혼자 들어가도 되니까.

‘그럼 나머지 두 명은….’

“에이든 동무가 가는 곳이라면 지옥까지 따라가겠습네다!!”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지수가 고개를 들이밀며 소리쳤다.

‘문제를 많이 일으키긴 하지만, 나 대신에 불 구덩이도 들어갈 애니까.’

이지수의 눈에 담긴 맹신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은….’

“제발!! 나를 데리고 가주게!! 이렇게… 신발 밑창도 핥을 테니….”

무릎 꿇은 루크의 번쩍거리는 빛나는 대머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구름섬에 올라갈 세 명이 정해졌다.

“준비됐으면 이쪽으로 오거라 아이들아.”

현무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지만, 아까의 천박한 모습을 본 이후라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현무가 등에 여우를 소중히 업고 산책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높이가 너무 높아 끝이 보이지 않는 산으로 향했다.

잠시 고민하던 우리도 이내 현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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