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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228화 (228/233)

〈 228화 〉 봉우리 회담.

* * *

“이제부터는 내가 밟은 곳만 밟으면서 와야 해.”

안개가 너무 짙어 안쪽이 안 보이는 곳 앞에 선 현무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들어가면 안 보일 것 같은데요?”

내 물음에 옆에 있던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마렴. 신수인 나는 영향을 받지 않으니.”

그에 부드럽게 웃은 현무가 안개 속으로 발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안개가 신묘하게 흩어지며 현무를 안내하는 듯 움직였다.

“내가 밟은 곳만 밟아야 한단다.”

다시 한번 강조한 현무가 앞쪽으로 쭉쭉 뻗어가기 시작했다.

‘시발 저렇게 막무가내로 가면 어떻게 해.’

겁은 잔뜩 줘놓고 거침없이 움직이는 현무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이쪽입네다! 에이든 동무!”

이지수는 현무의 발걸음을 죄다 기억했는지, 현무와 비슷한 속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 뒤를 내가 서둘러 따라 움직였고, 내 뒤를 루크가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긴장이 약간 옅어졌을 때.

“거기 아닙네다! 에이든 동무!!”

순간 걸음을 잘못 디딜 뻔한 순간 이지수의 고함에 황급히 걸음을 멈췄다.

크르르르릉.

안개 속에 있는 정체 모를 거대한 존재감이 아쉽다는 듯, 그르렁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 뒤로 긴장을 유지한 채로 이지수를 따라 걸음을 계속 옮겼다. 안개에 가려 시간 감각이 흐려져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족히 백 걸음 이상 옮겼을 때 안개가 옅어졌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안개에 들어가기 전과 전혀 다른 별세상이었다.

분명 방금까지 축축하고 우거진 숲에 있었는데, 지금 보이는 것은 천국처럼 보이는 깨끗하고 푸르른 동산이었다.

“무사히 구름 섬에 온 걸 축하한다! 이게 몇백 년 만이더라…? 아무튼!”

동산 위에 여우를 조심스럽게 내려둔 현무가 생긋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러자 푸르기만 했던 동산에 알록달록한 색의 꽃들이 피어나며 꽃내음을 물씬 풍겼다.

꽃들은 서로 엉키며 점점 굵기를 더했고 이내, 동산을 가득 채웠다. 그저 풀밖에 없던 동산은 꽃동산으로 금세 변했다.

“인간?”

“오­ 인간 남성이군.”

“음… 속세의 냄새.”

꽃이 모두 핌과 동시에 주변에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났다. 그중에는 현무처럼 미녀나 미남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도 있었고, 기괴한 형태의 생물도 있었다. 다만, 기괴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마물과 달리 심리적인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마치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호랑이와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영롱한 파란색 털을 지닌 무언가가 내 몸에 코를 박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언뜻 보면 귀여운 모양새였지만, 그 덩치가 내 두 배는 되는 것과 안에 이글거리는 힘이 강대해 절로 털이 쭈뼛 섰다.

마치 내가 먹어도 되는지 확인하는 듯한 모양새에 나도 모르게 검에 손을 올렸다.

“해태가 마음에 들었나 본데?”

“아하하! 핥는다! 핥아!”

주변에 모인 놈들은 그 모습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깔깔대며 웃었다. 침에 젖는 느낌에 슬쩍 발로 밀어봤지만, 해태라 불린 것은 쉽게 밀리지 않았다.

결국, 내 왼쪽 다리 부근이 침에 흠뻑 젖었다.

“이건 뭡네까!! 제 자리를 위협하는 것입네까?!”

무슨 부분에 분노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지수가 가슴골 사이에 손을 넣으려고 하는 걸 황급히 말렸다.

“와! 이렇게 흉부가 큰 인간 여인 또 처음 보는군!”

“눈깔 내리라우! 어딜 감히 쳐다보는 겁네까!”

“요…요즘 인간들은 무섭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네!”

대뜸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르는 이지수의 모습에 내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지수는 못 느끼는지 몰라도, 내게는 주변에 모인 인물들의 강함이 피부에 저리듯 느껴졌다.

‘제일 약한 놈이 최상급. 나머지는 네임드 그 이상.’

수는 열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 하나하나의 강함은 진짜였다. 나는 한 손으로는 이지수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는 자꾸만 내 다리에 들러붙는 해태를 밀어내며 애써 웃었다.

“여우는?”

주변에 모인 인물 중 강함이 느껴지지 않는 파란색 머리의 청년이 현무에게 물었다.

“꼬리 하나가 줄어 있어.”

“…두꺼비는 오지 않겠군.”

현무의 대답에 청년이 눈을 잠시 감았다. 그에 주변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놈들도 입을 닫았다.

“…봉우리로 가지.”

다시 눈을 뜬 청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우리 쪽을 본 청년이 뒤돌았다. 그에 우리 주변에 있던 놈들도 따라 움직였는데, 해태라고 불린 것은 여전히 내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도 같이 가자구나.”

이제는 내 오른 다리를 적시는 해태를 보며 작게 웃은 현무가 내게 손짓했다.

그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옮겼다.

“에이든 동무 같이 가는 겁네다! 이 이상한 것들이 무슨 음흉한 음모를 꾸몄을지 모르는 겁네다!”

“아이는 자격이 안 된단다.”

부드럽게 말한 현무가 손을 한번 휘저었고, 그 손짓에 이지수와 루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마치, 우리는 제자리에 있었고 그들이 움직인 것처럼 아무런 저항감이 들지 않았다.

이지수를 두고 가는 것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이지수라도 꽃밖에 없는 동산에서 무슨 사고를 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런 거 있었으면 왜 그 등껍질에 태우고….”

“그…그건! 밖이었잖느냐. 여기는 신력이 풍부한 구름 섬이고 애초에 기준이 다르다!”

내 물음에 현무가 살짝 소리치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몇 발자국 안 옮겼는데, 어느새 우리는 구름이 지긋한 곳 위로 올라와 있었다.

중앙에는 큼지막한 원형의 검은 돌이 놓여 있었는데, 책상으로 사용하는 듯 그 주변에 아까 본 인물들이 앉아있었다.

돌 위에는 여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에 머리가 세 개인 새가 부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뭔가를 하고 있었다.

새 부리에서 묘한 기운이 여우 쪽에게 넘어가는 걸 보니, 치료 비슷한 걸 하는 듯했다.

“헥헥.”

“왜 이래! 떨어져!”

해태가 내 다리를 살짝 물어 질질 끌었다.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땅에 다리를 딛고 버티려 했지만, 질질 끌려갔다.

“해태가 참 좋아하는 것 같구나.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아이인데 말이지.”

현무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뒤로하고 해태에게 이끌려 빈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해태가 몸을 꾸물거리면서 내 무릎 위로 올라오려 했다.

흡사 애완견의 모습과 비슷했지만, 문제는 해태의 덩치가 내 두세 배는 된다는 점이었다.

“야야! 너 올라오면 내 다리 터져!”

“­헥?”

해태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눈을 끔벅 감았다가 떴다. 그러자 내 두세 배는 되던 덩치가 줄어들어 작은 강아지 크기로 변했다.

“헥헥.”

다만, 다리도 짧아져 못 올라오길래 작게 한숨 쉬며 잡아서 무릎에 올렸다. 해태의 자그마한 따뜻함이 무릎에서 느껴졌다.

“하하하! 해태 양반은 그 인간이 정말 마음에 드나 봅니다!”

“…젠장. 내 말린 선도에는 꿈쩍도 안 하더니.”

“주작 누님. 중앙에 가면 널린 게 선도인데, 그것에 넘어오겠습니까? 아무리 선도가 우리의 중심이라고 하지만….”

“닥쳐! 금 돼지! 코에 돈 꼽아버리기 전에!”

머리가 붉은 여인의 호통에 금 돼지라 불린 사내가 큼지막한 콧구멍을 손으로 막으며 숨을 흡! 하고 들이쉬었다.

“…여우는?!”

그때 공간이 갈라지며 흰 머리의 차갑게 생긴 미남자가 들어왔다.

‘뭔 시발… 애새끼들이 왜 이렇게 강해?’

점점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높아지는 공기의 밀도에 자세를 바로 세우며 무릎 위의 해태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해태의 털을 쓰다듬으니, 제법 진정이 됐다.

“회복 중이야. 꼬리 하나가 줄었고. 두꺼비는 귀환하지 못했다.”

“그 못생긴 놈이 귀환하든 말든 상관없다. 저리 비켜!”

“…이게 무슨! 치료 중입니다!”

머리가 세 개 달린 새가 사람 말을 하는 건 정말 기괴했다. 심지어 머리가 세 개라, 말을 세 번씩 하니 메아리가 들리는 듯했다.

“새 대가리가 치료는 무슨! 비켜라!”

“새…새 대가리라니… 세 대가리는 맞지만…. 세 새 대가리인가?!”

안하무인의 극의를 달리는 듯한 흰 머리 청년이 기어코 새 대가리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다. 흰 머리 청년이 앞에 누운 여우를 애절한 눈빛으로 보며 품 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청년의 품에서 나온 것은 기이하게 생긴 풀뿌리였다. 딱 봐도 영험한 기운을 줄기줄기 뽑아내는 게 범상치 않았다.

“만…만년하수오!”

“백호! 진정해라! 그 정도의 부상이 아니다!”

“닥쳐라! 어차피 내가 구한 물건 내가 쓴다는데!”

“그걸로 술을 담그면… 쩝.”

“주작! 지금 입맛을 다실 때인가. 백호를….”

“저 양반이 남의 말 듣는 거 봤어?”

백호라 불린 흰 머리 청년이 손에 들린 풀뿌리를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청년이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순도 높은 기운을 손에서 뿜어냈다.

“저저… 아까운 것을….”

주작이라 불린 빨간 머리 미녀가 입맛을 다시며 그 모습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여우야 일어나거라. 오라버니가 왔다.”

“풋… 오라버니래.”

주작이 들리도록 이죽거렸지만, 백호는 안 들리는 척 손에 담긴 기운을 여우의 입 쪽에 가져다 댔다.

“그렇지… 그렇지… 저항하지 말거라 오라버니다.”

“어후­ 징그러워.”

주작의 이죽거림에 백호의 이마 부근에 힘줄이 작게 섰다. 백호의 손에 담긴 정순한 기운이 여우의 입을 통해 들어서자, 여우의 몸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작게 숨을 내쉰 백호가 눈을 감으며 여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미약하지만, 강대한 기운이 여우의 몸 안에서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마치 태산 하나를 달여놓은 듯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 욕심부리지 말게 소년. 소년은 아직 마왕을 먹은 힘도 갈무리하지 못했으니.

…나도 알아.

“끄응… 기어코 저걸 애 깨우겠다고 쓰네.”

“주작. 너도 그만하거라. 이미 끝난 일이니. 애초에 백호 것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가 범생이들이나 하는 바둑이 아니라, 결투로 하자고 했지! 나였으면 저렇게 안 썼어!”

“…술에 담갔겠지.”

“그렇지!”

주작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청룡이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 옆에 서 있던 현무가 나를 보며 민망한 듯 작게 웃었다.

그렇게 잠시 뒤, 여우의 몸에서 뿜어지던 밝은 빛이 점차 줄어들었다. 백호에게도 힘든 일이었는지, 얼굴에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여우야.”

빛이 갈무리되는 것을 본 백호가 애절하게 중얼거렸다.

백호의 애절함이 여우에게 닿았을까….

여우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서서히 눈을 떴다. 여우의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잠시 허공을 배회했다.

“정신이 드냐?! 여우야!”

그에 구겨졌던 백호의 얼굴이 환히 펴졌고 그와 반대로 여우의 얼굴은….

“…내가 가까이 오지 말랬지.”

마치 혐오스러운 것을 만난 것처럼 한없이 구겨졌다.

“치료하기 위해서 그랬다! 내가 만년 하수오도 먹였다!”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내는 여우의 반응에 당황한 백호가 양손을 보이며 뒤로 물러섰다.

“어쩐지 파뿌리 냄새가 나더니만….”

퉤퉤­ 하고 혀를 내밀던 여우가 주변에 모인 인물들을 훑어봤다.

다만, 주변을 확인하는 그 눈빛이 마치, 집에 억지로 끌려온 가출 청소년의 눈빛과 비슷했다.

불량함과 반항심이 잔뜩 담긴….

“막내야!!”

나를 발견한 여우가 환하게 웃더니 내 쪽으로 뛰었다. 기운을 온전히 차렸는지, 그 몸놀림은 고양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가뿐하고 재빨랐다.

기운을 차린듯한 여우의 모습은 반가웠지만, 그 뒤에서 날카로운 기세를 줄기줄기 뽑아내며 날 노려보는 백호 때문에 웃을 수 없었다.

백호의 날카로운 기세는 주변으로 퍼지지 않고 유형화되어 내 주변을 압박했다.

절대 피할 수 없는 낫이 목에 겨눠진 듯하여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어? 해태야 너도 막내가 마음에 들었구나.”

“헥헥.”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 여우는 해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맑게 웃었다.

“헥헥!”

여우의 손길이 마음에 드는지, 해태가 혀를 내밀며 숨을 헐떡였다.

“역시 막내가 내 부탁을 들어줄 줄 알았어! 고마워! 막내!”

잠시 해태를 쓰다듬던 여우가 내 목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기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내 목을 조이던 낫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이제는 실제로 내 목을 누군가가 조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맑게 웃는 여우 뒤로 보이는 백호의 서슬 퍼런 눈동자에 찔끔 놀라 여우를 밀어내려 했지만, 기운을 온전히 차린 여우는 전과 달리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 품으로 파고들며 짐승이 체취를 묻히듯 얼굴을 비볐다.

“나를 위해 이 먼 곳까지 오다니…. 역시 막내에게 처녀를 주길 잘했어!”

흥얼거리는 듯한 여우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 내용이 살벌했고.

으드득­

백호의 입술 사이로 호랑이처럼 굵직한 이빨이 나타났다. 그 어금니가 얼마나 굵고 날카로운지 굵은 나무도 단번에 물어뜯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노려보는 백호의 서슬 퍼런 눈동자에 살의가 줄줄 흘러넘쳤고.

나를 압박하던 백호의 기운은 이제 실체화되어 내 목을 찌르고 있었다.

‘…또 좆됐다.’

­ 이제는 익숙해질 만하지 않나?

닥쳐 좀.

“…헤헤.”

나를 노려보는 백호를 보며 애써 친절하게 웃었지만, 야속하게도 백호의 어금니는 더욱 굵어졌다.

***

킁킁.

에이든이 사라지고 꽃으로 가득 찬 동산에 앉아있던 이지수에게 향긋한 냄새가 유혹하듯 다가왔다.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향기에 이지수는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는 위험한 곳 같으니 개별 행동하지 말고….”

뭔가가 들렸지만, 이지수의 뇌까지 전달되진 않았다.

향기는 동산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곳인지 모르겠지만, 중간에 강도 있고 바닥이 얼음으로 되어 있던 곳도 있었다.

저 멀리까지 이어져 있던 강도 한걸음 내디디니 순식간에 건너졌고 발이 시릴듯한 얼음도 막상 발을 올려보니 따뜻했다.

그렇게 긴 시간인지, 짧은 시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걸은 이지수는 마침내 자신을 이끌던 향기의 주체를 볼 수 있었다.

초록색 풀이 발목까지 길게 자란 동산의 정중앙에 큼지막한 푸르른 나무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무가 얼마나 큰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가지에 매달린 영롱한 열매였다.

이지수를 이곳으로 이끌던 향기의 정체는 복숭아처럼 보이는 분홍빛 열매였다.

“…먹어달라는 겁네까?”

마치 나무가 끄덕인 듯한 느낌에 이지수는 천천히 나무에 다가갔다.

급하게 오느라 식사를 하지 않은 이지수는 공복이었다. 과일로는 그 배를 채울 수 없을 만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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