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231화 (231/233)

〈 231화 〉 타오르는 시가.

* * *

“흐윽… 에이든 님… 흑….”

케이트는 처량한 울음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안드레아의 눈물은 도무지 멈추지 않았다.

뭔가를 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에이든이 보고 싶어서인지 분간되지 않았지만, 안드레아는 물어도 도통 대답해주지 않았다.

“야! 그만 좀 울어!! 멀쩡하다잖아!!”

눈물을 줄줄 흘리는 안드레아에게 화도 내봤지만, 안드레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 멍청이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

마지막으로 에이든의 얼굴을 본지 벌써 석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에 걱정이 되어 직접 찾아가고 싶었지만, 서쪽에서 일어난 이변에 움직일 틈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하늘이 더욱 갈라졌고, 거대하고 빛나는 다리 하나가 공간을 찢고 들어왔다. 그 기괴한 모습에 모든 게 넘어오면 끝이라는 것을 직감한 대륙 연합은 급하게 병력을 모아 서쪽 절벽으로 향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종말교의 신도들은 모두 일반인이었는데, 그들은 무기를 들지 않고 그저 로브만 둘러쓰고 전장에 나왔다.

그 모습에 처음에는 우습게도 봤지만, 그들과 맨살이 닿는 순간 아군이 적군으로 돌변했다.

그것뿐만이면 닿지 않도록 멀리서 전투를 펼치면 될 텐데, 그들 사이에 섞인 신력을 다루는 신도들이 문제였다.

사도들은 안드레아와는 결이 다른 신력을 사용하는데, 그 힘이 너무 이질적이라 마땅한 상대 방법을 모르는 연합군은 속수무책이었다.

‘거기에 그 큰 도마뱀들까지.’

하나가 제국의 수도를 박살 낸 드래곤이 다섯이나 있었다. 그에 진격했던 대륙 연합은 뼈아픈 손실을 입고 뒤로 물러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은 무언가를 지키는지, 후퇴하는 대륙 연합을 추격하진 않았다. 물론, 그 모습은 대륙 연합에 더욱 큰 위기감을 주었지만.

“에이든은 무사해.”

안드레아의 울음소리로 가득 찬 천막 안에 무감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쟤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후퇴하는 연합군 위에 갑자기 나타난 루나는 주먹을 틀어쥐어 드래곤 한 마리의 머리를 단번에 뽑아냈다. 루나로서도 큰 힘을 사용했는지,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보여준 루나의 무력이 없었으면 연합군의 사기는 땅바닥에서 구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기적을 보인 루나는 금세 연합군의 간부로 자리 잡았다. 루나와 케이트까지 있으니, 이 회의가 연합군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예상치 못한 대패에 무너진 연합군의 유일한 희망이 루나였다.

‘저 괴상한 애가 희망이라니….’

케이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입을 열었다.

“무사한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냐고. 그 멍청이 진짜….”

“구름 섬의 시간 축은 종종 틀어져,”

“신수들의 장소인 구름 섬은 종종 대륙과 시간이 다르게 흐릅니다. 느릴 때도, 빠를 때도 있습니다.”

루나 옆에 앉은 눈이 찢어진 사내가 루나의 말을 보충했다. 루나가 데리고 온 사내였지만, 케이트는 그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이 쫙­ 찢어진 게, 띠껍게 생겼잖아. 뭔가 꾸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루나가 보여준 무력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그를 따로 지적하지 않았다. 물론, 루나는 물어본다고 이야기가 통할 상대가 아니기도 했지만.

“에이든은 안 와도 돼. 내가 해결하면 되니까. 에이든은 편하게 있어도 돼.”

루나가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저 혼잣말하듯 말하는 루나의 화법이 케이트는 도통 적응되지 않았다.

“걔가 여기 있어야 역사에도 이름을 남길….”

아무리 멍청이지만, 영웅이라 불리는 에이든은 이 전쟁에 있어야 했다. 그의 무력뿐만 아니라 명예가 연합군의 사기를 올릴….

“저도 루나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사제는 충분히 고통을 겪었습니다.”

굳은 얼굴의 키아나가 케이트의 말을 잘랐다.

“야! 걔도 어엿한 영웅이야! 애처럼 대하지 말라고!”

어린애 대하는 것 같은 둘의 태도에 케이트의 인상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

“…그래도 사제는 좋은 것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꽉 막힌 키아나는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 루나와 비슷했다.

‘나도 에이든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지! 근데 지금 상황이 그럴 때냐고…, 저번 전투 때 죽은 이들만 만에 달하는데….’

케이트는 입 끝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켰다. 다들 아는 이야기를 굳이 꺼내봤자, 입만 아프고 사기만 꺾을 뿐이었다.

“어차피 지금 데리고 올 수도 없으니까…, 그래 일단 에이든은 논외로 치고. 너는 쟤네가 뭔지 알아?”

케이트가 작게 중얼거리는 루나를 지목하며 물었다. 그에 잠시 고개를 들었던 루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외신을 불러오려는 것. 그들은 외신의 조각을 받은 자들. 만약 육체적 접촉이 이어지면 그 조각이 넘어올 수도 있으니 조심.”

루나가 빠르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케이트는 루나의 설명을 들어도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외신? 저 안드레아가 모시는 대지신 같은 거?”

“말 그대로 세계 밖의 신. 불러오면 대륙의 끝을 가져올 신. 세월처럼 대륙이 절대 피하지 못한 끝.”

나름 자세하게 설명하는 듯했지만, 케이트는 루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쟤한테 설명을 바란 내가 문제지.’

말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숙인 루나를 보며 케이트가 혀를 찼다.

“그러니까…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아?”

케이트는 좀 더 명확한 해법을 위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내일이면 내 마나가 다시 찰 것. 그 이후에는 내가 상대 가능.”

오만에 가득 찬 루나의 답변이었지만, 보여준 무위가 있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다. 케이트는 루나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내일 진격. 다른 쓰레기들은 내 마나 회복 시간을 채워주기만 하면 됨.”

말을 마친 루나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연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언뜻 듣기에 그것은 주문 같기도 했고, 혼잣말 같기도 했다.

흑… 흑….

당장 내일 출전이라는 루나의 말에 천막은 다시금 조용해졌고, 안드레아의 울음소리가 다시 채웠다.

“네가 돌격이라고 외친다고 우리가 돌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야! 너도 그만 울어!! 에이든이 죽었어?! 고작 몇 달 못 봤다고 그렇게 질질 짜냐고!! 너 때문에 병사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잖아! 성녀가 종말을 예언했다고!!”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케이트가 언성을 높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한 것들을 죄다 엎어버리고 싶었다. 케이트도 에이든의 빈자리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참고 있을 뿐.

“흑… 가여운 에이든님… 아아… 어찌 그런 길을….”

안드레아는 마치 케이트의 말이 안 들리는 것처럼 다시금 눈물을 닦으며 기도문을 읊었다.

“…그래서 내일 출전하자고? 아직 위쪽이랑 이야기도 안 했는데, 바로 내일이라니….”

케이트가 안드레아를 흘겨보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더 늦어지면 외신의 힘이 더욱 강해질 것. 내일이 최적기.”

단호한 루나의 말에 케이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허튼소리를 하는 성격은 아니니, 진실이겠지만, 그걸 바로 전날 알려주다니….

‘도대체가 애들이 상식이란 게 없어….’

“…일단 가서 이야기하고 올게. 의외로 녀석들이 방해하지 않아서, 위로 올라가는 통로도 거의 완공이라고 했으니까. 최대한 빨리 출전할 수 있도록.”

말을 마친 케이트는 헝클어진 머리를 묶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맡은 중책이 무거운 케이트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녀의 흐트러짐은 병사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주니까.

케이트가 나가자 천막은 다시금 안드레아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키아나는 울음소리에 익숙해진 것에 쓰게 웃으며 검 손잡이를 매만졌다.

‘…너무 강했어.’

전의 전투에서 키아나는 생전 처음 무력감을 느꼈다. 외신의 조각을 받았다던 사도들과 장로급 드래곤까지…. 쉬운 상대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는 이겨낼 수 있을까?’

검 손잡이를 잡은 키아나의 손이 덜덜 떨렸다.

“너.”

속으로 검술을 복기하던 키아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눈앞에는 루나가 무저갱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네. 말씀하시죠.”

도통 이해 못 할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힘이 부족하지?”

자신의 속을 들여다본 듯한 질문에 키아나는 쓰게 웃었다. 평생 천재 소리를 들었던 자신이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이야.

하지만, 루나의 질문은 키아나를 꿰뚫었다.

“…예. 부족합니다.”

마치, 악마에게 소원을 비는 심정으로 키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너는 빨간 쓰레기와 달리, 전투가 아니라 시간에서 성장하는 타입이니까.”

루나가 작은 얼굴을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빨간 쓰레기….’

루나의 말에 키아나는 가슴 한편이 쓰리며 무너졌다. 비키는 연합군이 퇴각할 때, 홀로 남아 종말교를 막아냈다.

그리고 모두가 절벽 아래로 후퇴한 뒤에도 비키는 내려오지 않았다.

‘빨간 쓰레기는 무사할 거야. 지지 않는 자니까.’

이후 나타난 루나의 말이 그들에게 변명처럼 남았지만, 키아나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자신은 살기 위해 동료를 버리고 도망쳤다. 그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었다. 비록 기절한 케이트와 다른 이를 챙기기 위해서였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도망쳤다.

심마는 돌처럼 키아나의 가슴에 들어차서 성장을 막았다. 키아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술 수 없는 벽 앞에 섰다.

“…하고 싶은 말씀이?”

루나의 입에서 비키 이야기가 나오자 키아나의 목소리가 검처럼 날카로워졌다.

“내가 너에게 힘을 줄 수 있어. 다만, 그렇게 되면 이후에 네 영혼은 흩어지게 돼. 육체의 격과 안 맞아서. 네가 선택해.”

키아나를 파헤치는 듯한 루나의 검은 눈동자가 대답을 재촉했다.

루나의 질문을 들은 순간부터 키아나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하겠습니다.”

그녀는 또다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동료를 지키지 못하는 무력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키아나의 대답에 루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키아나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랬었군.’

검은 눈동자의 소녀가 키아나에게 전해준 것은 진리였으며, 순리였고, 무의 끝이었다.

천재가 만 명 있으면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빛나는 키아나는 루나의 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눈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 사라진 것처럼 시야가 트였고, 머릿속에 들어있던 모든 게 쓰레기로 느껴지며 새로운 지식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그 말에 담긴 내용은 키아나를 가로막았던 벽을 부수고 단번에 경지를 몇 단계나 끌어올렸다.

그것은 키아나에게 시간이 있었다면, 검을 좀 더 휘둘렀다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들이었지만, 욕심을 내어 미리 훔친 대가는 컸다.

‘삼 일? 아니 그보다 더 짧을 수도.’

급격하게 성장한 정신을 따라오지 못한 육체의 그릇에 자그마한 구멍이 생겼고, 그 틈으로 영혼이 조금씩 새어나가는 게 느껴졌다.

다만, 지금이라면 뭐든 베어낼 수 있으리라.

격이 올라가며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눈앞에 있는 작은 소녀의 몸 안에 담긴 거대한 힘까지….

‘삼 일이면 충분하겠군.’

키아나는 저번 전투 때 봤던 상대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와 지금 자신이 함께한다면 삼 일도 길었다.

“고맙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검은 소녀를 보며 키아나는 진정으로 감사를 표했다.

쪼그라들었던 그녀의 정의가 다시금 기운을 찾아 전보다 더욱 크게 기세를 피웠다.

비록 자신의 몸을 바쳐 타들어 가는 양초더라도.

지금이라면 소중한 것들을 밝힐 수 있으리라.

“…됐구나?”

루나가 해맑게 웃었다.

“예.”

키아나는 그녀의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웃음 뒤에 숨겨진 힘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삼 일이 지나기 전에 사제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데.’

문득, 한 번이라도 더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가, 금세 생각을 지웠다.

지금의 자신은 여인이 아니라, 대륙을 위한 검이니.

의자에 정 자세로 앉은 키아나는 자신의 검을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쓰다듬을 때마다 키아나의 손은 빛났고, 그 손길에 검명이 계속해서 울렸다.

‘…마지막 준비도 끝났어.’

루나는 진리를 억지로 입 밖으로 꺼낸 대가에 올라온 구역질을 억지로 참았다.

***

“…사도란 것들도 등장하고 드래곤들도 등장하고 서쪽 절벽 부근은 지옥과 다름없다고 들었네.”

스칼은 관리하지 못해 꺼끌꺼끌한 수염을 긁으며 소문으로 들었던 이야기를 풀었다.

‘…너무 겁을 줬나?’

말을 마친 스칼은 에이든의 반응을 지켜봤다.

“그래요? 빨리 가야겠네.”

스칼의 예상과 달리 에이든은 그저 자신의 허리춤에 맨 검을 고쳐 맸다.

“…가면 죽을 걸세. 확신할 수 있어. 내 예감은 늘 정확히 위험을 가리키는데, 그곳에는 암울함과 절망밖에 없네. 가면 필연적으로 죽을 것이야.”

스칼은 에이든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부연 설명을 했다.

“그럼 더 빨리 가야겠네요. 늦게 갔다가는 케이트한테 무슨 원망을 듣겠어요.”

스칼의 말에 에이든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칼은 이제 온전히 영웅이 된 과거의 소년을 올려다봤다. 스칼은 태양이 없음에도 그 모습이 눈부신듯하여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성장했군.’

스칼은 처녀교 때의 에이든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가 위험에서 도망치는 동안, 억지로 검을 들었던, 자신보다 겁쟁이였던 소년은 늠름한 영웅이 되어 있었다.

‘영웅은 처음부터 타고난 사람들인 줄 알았거늘…. 만들어진다는 말이 맞았군.’

스칼은 마치 죄인처럼 그저 땅을 내려다보며 추위에 얼어붙은 손을 움직이며 풀었다.

“스칼은 여기 있을 거예요? 집도 잘 꾸며놨네요.”

아무 생각 없이 묻는 에이든의 질문이 스칼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

‘…또 도망칠 것인가?’

스칼에게는 에이든의 질문이 위처럼 들렸다. 스칼은 튼 입술을 질끈 깨물며 눈을 감았다.

지금도 스칼은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히 도망칠 곳이 없었기 때문에, 에이든을 기다린다는 핑계로 여기 숨어있었던 것이고.

‘도망칠 것인가.’

소년이 영웅이 될 동안, 계속 겁쟁이로 남은 자신에 대한 환멸과 두려움 속에서 스칼은 계속해서 고뇌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가는 영웅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은 처녀교 때와 덩치만 조금 더 커졌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놓인 스칼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영웅의 뒤를 따랐다.

“…같이 가지.”

스칼의 말에 약간 놀란 듯한 에이든이 시원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 스칼은 괜스레 뿌듯해졌다.

“보지 마법사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보지 대마법사네. 아니… 그보다도 더 높지 지금은.”

“그럼… 보지 현자로 하죠. 보지 자지 같기도 하잖아요.”

“…나쁘지 않군.”

장난기 섞인 에이든의 말에 스칼이 웃었다.

“아! 스칼 그거 있어요? 그거? 아까 스칼 말 들으니까 괜히 불안해져서 땡기는데.”

마치 뭔가를 피우는 듯한 모양새를 묘사하는 에이든을 보며 스칼은 주머니를 뒤졌다.

‘하필 두 개비군.’

품에서 꺼낸 시가는 두 개였다.

“…최고급 시가라네. 보지 백 개 값과 같아.”

“역시 스칼이라면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니까요.”

둘은 나란히 입에 굵은 시가를 하나씩 물고 불을 붙였다.

둘은 머리가 핑 도는 고양감에 인상을 찡그렸다가, 이내 서로를 보며 크게 웃었다.

이게 마지막 시가라는 것을 스칼은 직감했고. 그에 스칼은 시가의 끝부분까지 음미했다.

‘끝 맛은 별로군.’

둘의 시가가 끝부분까지 타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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