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하급 용사 케일.
* * *
…무겁다.
케일은 두꺼운 갑옷이 오늘 처음 무거웠다.
힘 하나는 타고나서 지금까지 무거운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유독 무거웠다.
툭.
뒤에서 미는 힘에 케일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주변에는 자신과 비슷한 두꺼운 갑옷을 입은 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다들 얼굴을 가린 투구에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케일은 자신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잔뜩 겁에 질렸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험악한 표정을.
툭.
다시금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입이 가벼워 늘 말을 쉬지 않는 칼트도 지금, 이 순간은 조용했다.
“정지!”
앞쪽에서 들린 고함에 걸음을 천천히 멈췄다. 급하게 멈추면 뒤에서 밀리는 힘에 넘어질 수도 있었다.
‘…공기도 무겁군.’
케일은 무거운 투구를 올려 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제는 온전히 양다리를 땅에 디디고 있는 흉물스러운… 신성스럽기도 한 무언가를 쳐다봤다.
태양이 뜨지 않는 지금, 그 무언가는 세상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누구에게는 신으로 불리지만, 또한 종말의 징후로도 불리는.
양발을 온전히 대지에 디딘 그 무언가는 이제 자세를 숙이며 주먹을 밀어 넣고 있었다.
그 모습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렸지만,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느낌을 주었다.
저 무언가가 세상에 온전히 들어오면….
뿌우.
전장에 울려 퍼지는 뿔피리 소리에 케일의 잡생각이 깨졌다.
케일은 다시 시선을 내렸다.
앞에는 투구만을 벗고 완전 무장한 키아나가 말에 타서 고고한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
‘…키아나.’
정체 모를 무언가와 다른 의미로 빛을 뿜어내는 키아나의 모습에 케일은 작게 감탄했다.
용사 아카데미 시절에도 그 외모는 빛났지만, 더 성숙하고 빛나는 갑주를 입은 그녀는 전쟁의 여신이라 봐도 무방했다.
“하하! 오늘은 재수가 좋군. 대륙 제일미의 얼굴을 보다니 말이야.”
조금이지만, 기운을 차린 칼트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가 청소년도 아니고… 철 좀 들게나.”
“그러는 자네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데?”
눈 쪽만 보이는 투구를 썼기 때문에 칼트에게 입꼬리가 보일 리가 없었지만, 케일은 그저 크게 웃었다.
뿌우.
“전쟁의 여신님이 집중하라는군.”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것이 뭔지는 정확히 모른다. 누구는 저것을 신이라고 부르고, 누구는 저것을 종말의 도구라고 부른다.”
거친 숨소리만 가득 찬 전장에 키아나의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만이 넘는 병사 앞에 있음에도 키아나의 목소리에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하지만, 초대장 없이 난입한 저것에 좋은 의도가 있진 않겠지. 그래서 그대들과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다. 더럽게 무거운 검과 냄새나는 갑주를 입고 말이지.”
키아나의 말에 누군가가 자신의 방패를 두드렸고, 그 소리는 점점 퍼져서 누군가는 자신의 갑옷을 누군가는 투구를 두드렸다.
그렇게 전장을 뒤흔들던 진동은 키아나가 입을 다시금 열자 멈추었다.
“상대 진영에는 전설 속에 나오는 드래곤들이 있다. 심지어 그 드래곤 중에서도 노인이라 불릴 정도로 나이가 많은 놈들이지. 그것뿐만이 아니라, 닿기만 하면 전도되는 기이한 종교와 그 뒤의 이름 모를 저것까지. 아마, 대륙 역사상 제일 힘든 전쟁이 될 것이다.”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내가 삼켰나…?’
케일은 가시를 삼킨 것처럼 껄끄러운 목을 손으로 툭툭 쳤다.
“아마, 여기 있는 대부분 오늘 죽을 것이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말이지.”
이어진 키아나의 말에 분위기가 찬물을 뿌린 것처럼 가라앉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지휘관의 입에서 직접 나오니 그 무게가 달랐다.
케일도 들고 있는 방패가 무거워진 듯한 느낌에 괜스레 팔을 한번 휘둘렀다.
“…그렇지만 그대들이 피로 지킨 대륙은 그대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대들의 친우가, 그대들의 가족이, 그대들의 동료가, 그대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기억해 줄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서 검을 들면 된다. 내가 그 방향을 제시할 테니, 그대들은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말을 마친 키아나가 검을 높게 뽑아 들었다. 그러자 키아나의 검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 빛이 세상을 환히 밝혔다.
정체 모를 무언가가 뿜어내는 빛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태양처럼 따스한 느낌을 주는 빛에 다들 눈을 가늘게 떴다.
태양을 마지막으로 본 지, 얼마나 됐을까….
키아나의 검에서 뿜어진 빛은 모두에게 이제는 흐릿한 태양이 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따스한 태양 빛을 쬐며 엎어져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때를. 그들을 이곳에 오게 한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었다.
“내가 대륙의 검이니!”
크게 고함을 친 키아나가 투구를 다시 눌러쓰고 뒤돌았다.
뿌우
뿌우
여기저기서 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진격을 종용했다.
툭.
“살아서 만나자고. 내가 동생 소개해줄 테니까.”
이제는 투구를 완전히 눌러 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칼트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와 닮았으면 내가 거절하겠네.”
“푸하하!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면서!”
“자네는 잡곡밥 아닌가!”
“자네 저 종말교 녀석들에게 닿기만 해보게! 내가 일검에 그 두꺼운 목을 날릴 테니!”
“동감일세.”
칼트와의 농담은 행군이 시작되면서 이내 멈췄다.
이제 들리는 것이라고는 누군가의 숨소리와 웅장한 진격 소리. 그리고 그들을 떠미는 뿔 나팔 소리였다.
‘누구든 종말 교인과 접촉하면 목을 날려라. 그렇지 않으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질 테니.’
동료의 목을 날리라니….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를 떠올리며 케일은 쓰게 웃었다.
쿵.쿵.쿵.
연합군은 마치 거인이라도 된 것처럼 일정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진격했다.
이내, 그들에게 절망을 안겨줬던 절벽이 다시금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벌레들 같구만.’
갈색의 드높은 절벽 위에 까맣게 가득 찬 인영들을 보며 케일은 혀를 내둘렀다.
처음에는 무기를 들지 않고 맨몸으로 돌진하는 종말 교도를 비웃었지만, 첫 전투가 끝난 이후에는 누구도 웃지 못했다.
그들은 마치 오랜 친우를 만난 것처럼 환히 웃으며 양손을 쭉 뻗고 달려들었다. 그런 이들을 베어내야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죄책감을 안겨줬다.
그런 이들을 몇 베어내면 정신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 작은 틈으로 달려든 종말 교인에 닿게 되면, 금세 그들처럼 갑옷을 벗어 던지고 옆의 동료에게 달려들었다.
환히 웃으며.
그럼 옆에 있는 이는 방금까지 자신의 동료였던 이를 베어내야만 했다.
그에 첫 전투가 끝나고 자살한 이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케일도 그날 이후로 밤마다 악몽을 꿨지만, 억지로 버텨냈다. 여기서 자살하면 오랜 친우를 볼 낯이 없으므로.
절벽이 가까워질수록 갑주는 점점 무거워졌다.
“마신이다!!”
“마신이 오셨어!”
주변의 환호에 고개를 들자, 공중을 날아 절벽으로 다가가는 검은 머리 소녀가 보였다.
‘…루나.’
케일은 그 소녀를 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쓰레기들.”
소녀가 작게 중얼거리며 장난치듯 손을 크게 붕붕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작은 동작이었지만,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까마득하던 절벽이 일순간에 무너졌고, 그 위에 있던 셀 수 없이 많은 종말 교인들이 같이 사라졌다.
기적.
이내 절벽이 오르기 좋게 완만한 곡선으로 변한 모습에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절벽을 무너뜨린 루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 너머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뿌우
멍하니 있던 연합군을 뿔 피리 소리가 깨웠다.
“내가 대륙의 검이니! 진격!!”
키아나가 빛을 뿜어내며 말의 속도를 높였고.
뿌우우우
뿔 피리가 연합군을 독촉했다.
“젠장! 살아서 보자고! 친구!”
두려움을 숨기지 못한 칼트의 목소리가 들렸고.
“같이 모래 맥주 한잔해야지!”
케일은 억지로 웃었다.
쿵쿵쿵쿵.
진격 속도가 한결 빨라짐에 따라, 케일은 이를 악물고 뛰어야 했다. 무거운 갑주와 밀도 높은 공기에 숨쉬기 힘들었지만, 억지로 발을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루나가 사라진 저 멀리에서 무언가가 터지며 세상을 번쩍였다.
젠장.젠장.젠장.
케일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계속 뱉으며 진격했다.
완만해진 절벽에 오르자, 저 멀리에서 그들을 포위하듯 다가오는 종말 교인들이 보였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수에 케일은 검을 고쳐잡았다.
“내가 선봉에 서서 그대들을 이끌겠다!!”
병사들을 독려하던 키아나가 검을 길게 베어냈다.
키아나의 검에서 뿌려진 무언가가 끝이 보이지 않던 종말 교인들을 수평으로 갈랐다. 눈대중으로 봐도 방금 키아나의 일 검에 수백은 죽은 듯했다.
하급 용사인 케일이 보기에도 그 경지가 극에 다다른 검술이었다.
“그대들은 그저 내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지 말도록! 모든 짐은 내가 질 것이니!”
마치 피를 토하는 듯한 키아나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계속해서 진군했다.
“그대들의 죄는 내가 질 것이다!”
키아나가 다시 휘두른 검에 종말 교인들이 또 쓰러졌다. 하지만, 종말 교인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연합군과 종말교가 맞붙었다.
쾅쾅!!
“이…이거 놔라!! 젠장!”
수만이 뒤엉켜 싸우는 전장이었지만,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종말 교인은 검에 찔려도 행복한 듯, 웃고 있었고 소리를 내는 것은 오히려 검을 찌르는 연합군 쪽이었다.
“…죄송합니다!!”
케일은 맨몸으로 웃으며 다가오는 여자를 보며 검을 휘둘렀다. 케일의 두꺼운 검이 여자를 단번에 조각내었고, 여자의 뜨거운 피가 케일을 적셨다.
조각난 상태에서도 올라가 있는 여자의 입꼬리에 케일은 시선을 뺏겼다.
자신의 투박한 손이 피에 물든 듯한 느낌에 케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각오했지만, 상황은 각오로 극복하기에는 너무 처참했다.
케일은 강제로 같은 인간을 학살해야 했다.
자신에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쿠우웅!
굉음에 고개를 돌리니, 쏘아진 화살처럼 종말 교인들 사이를 꿰뚫는 키아나가 보였다. 키아나의 검이 휘둘러 질 때마다, 수백의 생명이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순식간에 메꿔졌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버티는 것이지?’
용사 아카데미가 터지고 이후에 하급 용사로 몇 년이나 구른 자신도 버티지 못하는 것을 그녀는 인내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수백 배의 생명을 취하는데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거기에 자신들의 죄도 본인이 지겠다니….
앞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케일은 무의식적으로 다시금 검을 뻗었다.
“끄으윽….”
케일의 검이 폐를 찔렀는지, 맨몸의 할아버지는 숨이 빠지는 소리를 내며 손을 아등바등 뻗었다. 그 손끝에 자리 잡은 주름과 눈에 어린 행복에 케일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
그 모습이 어린 시절 자신과 놀아주던 할아버지와 비슷하여….
“…정신 차려어어어!!”
고함에 고개를 돌리니,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성 하나와 그사이에 뛰어든 칼트가 보였다.
‘전장에서 정신을 놓다니…!’
케일은 자신의 실수에 놀라며 황급히 검을 빼내었다. 할아버지의 몸에서 피가 쏟아지며 내장 조각들이 끌려 나왔다.
“이거 완전 하급 용사구만! 자네!”
남성 하나를 통째로 베어낸 칼트가 웃으며 케일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에 주변의 소음이 멍해졌다.
칼트가 자신의 투구를 옆에 벗어 던졌다. 그러자 드러난 칼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아쉬움과 후련함이었다.
“자…자네?”
만지면 전염되는 종말 교의 특성 때문에, 전장에서 무장을 조금이라도 벗는 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칼트의 돌발 행동에 케일은 가슴이 진탕되는 듯했다.
“자네가 말…말했던 이음새! 그 돈이 아까워서 안 막아둔 내 잘못이지! 이왕이면 한 번에 부탁하네.”
무언가를 참는 듯, 얼굴이 계속해서 일그러지는 칼트가 말을 더듬으면서 자신의 목 주변을 가리켰다.
“왜… 왜… 자네가! 차라리 내가…!”
케일은 당장이라도 손에 든 피 묻은 검을 내던져버리고 싶었다.
“…멍청한 동료를 둔 탓이지. 빠…빨리 부탁하네! 저들처럼 나체가 되어 멍청한 얼굴로 죽고 싶지 않아! 지금 얼굴이 자꾸 웃으려고 해서 좆같단 말이야! 나는 천국에 갈 것이네!”
칼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펴졌다가 이내 점점 입꼬리가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젠장!”
친우의 부탁에 케일은 결국, 검을 휘둘렀다. 그에 눈은 굳어 있고 입꼬리는 올라간 애매한 칼트의 머리가 피 웅덩이를 뒹굴었다.
“그대들의 죄는 내가 질 것이다!”
언뜻 키아나의 목소리가 들렸고, 케일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투구에 숨기며 다시 진군했다.
동료의 피가 묻은 검은 전보다 더 무거웠지만.
종말교의 말처럼 끝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신이시여….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신이시여….”
케일은 무의식적으로 따라 중얼거리며, 지옥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
콰아아아아아앙!!
“확실히 전 회차보다 더 강해졌군.”
앞에서 일어난 폭발에 흰 머리의 미남자가 작게 감탄했다.
‘이 정도면 전 회차의 끝부분보다 더….’
검은 머리 소녀는 공중을 날아다니며 마치 신처럼 전능함을 펼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가리키는 곳은 신이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크게 짓이겨지며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그런 무차별한 폭력을 행사하면서 무표정인 그 모습이 보는 이에게 경외감과 공포를 동시에 안겨줬다.
“저… 저 인간 좀 어떻게 해주게!”
금발 머리 미남자가 겁에 잔뜩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처리한다고 하지 않았나?”
흰 머리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그때는… 데이터! 데이터가 없었지 않았나! 저 기이할 정도로 강한 인간은 범주를 벗어났어! 순리를 벗어났다고!”
‘저번에 한 마리가 단번에 죽은 게 꽤 충격이었나 보군.’
막상 벽 앞에 다다르니, 열등하다고 말하던 인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반응에 흰 남자는 혀를 찼다.
“자네가 저… 저 인간만 막아주면 나머지는 우리가 다 처리할 테니까!”
금발 미남자가 말하며 슬쩍 흰 남자 뒤로 숨었다.
흰 남자가 그런 금발 미남자를 보며 혀를 작게 하고 앞으로 나섰다. 금발 미남자가 부탁하지 않아도 자신이 나설 참이었다.
그녀의 대적자는 자신이니.
첫 발자국에 흰 남자의 기세가 일변했고,
다음 걸음에 머리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우드득
사내의 몸이 터지는 것처럼 구겨졌다가, 펴지고 늘어지며 천천히 모습을 바꾸었다. 그리고 이내 사내는 산을 옮겨놓은 듯한 크기의 검은색 드래곤으로 변하였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
검은 드래곤의 울부짖음에 모두가 전투를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색 드래곤의 거체가 하늘을 아득히 가리고 있었고, 그에게서 줄기줄기 뻗어지는 위엄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꿇도록 강요했다.
“오랜만이다. 침묵의 여제여. 그대의 대적자 연이 왔다!”
검은 드래곤이 날개를 거칠게 휘두르며 자신의 위용을 거침없이 과시했고 만물이 그 위세에 경의를 표했다.
그에 수백의 생명을 짓이겨 꺼트린 검은 소녀가 고개를 돌렸고.
“…스토커 쓰레기.”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빨리… 빨리….
에이든의 마음이 들리기라도 한 듯, 해태가 길게 울부짖으며 속도를 더욱 높였다.
다만, 대륙은 넓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