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하렘 생존기-3화 (3/375)

〈 3화 〉 지하수로

* * *

[003] 지하수로 #1

서글서글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거기 자네들이 오늘 같이 일할 모험가들이오? 난 지하수로의 관리인 직책을 맡은 토드라고 하네! 잘 부탁 하겠네!!”

지하수로.

이 도시 베라스틴에서 쓰고 버려진 모든 찌꺼기가 몰려드는 장소. 원래는 영주성 관할이지만, 가끔 이렇게 모험가들을 고용해 청소를 맡기곤 했다.

더럽고 힘들며 보수마저도 적은 탓에 모험가들이 제일 기피하는 의뢰 중 하나인데도 늘 수요가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F랭크에 연줄도 없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퀘스트는 얼마 없는 까닭이겠지만.

그리고 나 또한 그들 중 하나다.

“자, 그럼 명단은 확인했고... 처음 보는 면면들이 많군. 주의사항은 가면서 말해주도록 하지, 날 따라오시게.”

“.....”

그를 따라 지저분한 슬럼가를 전전하기도 잠시, 골목길 구석에 도사린 지하수로의 입구가 보였다. 도시의 하수처리를 담당하는 나름 중요 시설이지만 주변에 널브러진 쓰레기와 잡다한 낙서들로 보아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 건 아닌 듯하다.

관리인이 호주머니에서 꺼낸 열쇠로 잠긴 철창을 따고 들어서니 하수도 특유의 뜨뜻미지근한 악취가 훅 끼쳐왔다.

“윽...! 냄새...!!”

“어휴 고약해...”

“.....”

능숙하게 천옷을 찢어 입가를 틀어막고 나아갔다. 지하수도 내부는 한 명 통행하는 게 고작일 정도로 협소했다. 벽돌 사이에는 이끼와 시꺼먼 손자국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통로 중간중간 도사린 샛길들은 미로를 방불케 했다.

자욱한 습기에 등줄기가 축축하게 젖어올 즈음, 드디어 목표했던 장소에 도달했다.

­콰르르르...!!

“...여전하네 여긴.”

탁 트인 공동이 시야에 들어오자 둔탁한 물소리가 귓전을 메웠다. 널찍한 수로엔 시커먼 탁류가 쏟아져내렸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쇠창살에 막힌 채 불쾌한 물보라를 피워올렸다.

관리인 토드가 주변 횃불대에 불을 옮겨붙이며 입을 열었다.

“자, 저기 저 오물들이 보이는가? 오늘 자네들이 해야 할 일이 저 막힌 수로를 뚫는 일이라네.”

모험가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들었다.

“아, 아니 저걸 전부...?”

“우라질...”

“...이 수로만 치우면 끝나는 건가요?”

“이곳을 포함해 총 세 군데일세.”

토드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사방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나는 그들의 불평을 뒤로 한 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럭저럭 쓸만해 보이는 막대기를 주워들어 세차게 찔러봤으나 잔뜩 엉겨붙은 폐기물들은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구정물을 잔뜩 뒤집어쓴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에퉤퉤...! 이봐!!”

“거기 살살 좀 하쇼!! 다 튀기잖소! 에이 이거 원...”

“.....”

담담하게 무시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드잡이질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또 길드에서 경고를 먹고 말 거다. 이번에도 문제를 일으킨다면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할 터, 하급 모험가의 필수 덕목 중 하나는 인내심이란 걸 나는 어렵게 체득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외팔 모험가가 예상외로 일을 잘한다는 점 정도. D랭크라 그런지 제법 몸을 놀릴 줄 안다.

한참 작업에 열중하다 보니 잠시 숨 돌릴 틈이 찾아왔다

“자, 자 다들 휴식!! 허리도 좀 펴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쉬어줍시다! 십 분만 쉬었다가 다시 모이는 걸로!! 해산!!”

“아이고 삭신이야... 이제야 좀 쉬네...”

“그쪽은 별로 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요?”

“이년이...! 네가 이 나이 먹어봐!!!”

“어허... 어르신 성질 좀...”

“....”

돌바닥에 대충 걸터앉아 허리춤의 수통을 기울이고 있자니 외팔 모험가 란스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저기... 도란 씨라고 하셨죠...? 혹시 옆에 동석해도 될까요?”

“...마음대로 하세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저쪽이랑은 어울리기 힘들어서요.”

그가 슬그머니 눈짓했다. 남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언성을 높여 다투는 세 모험가와 난처하게 뺨을 긁으며 중재하는 관리인이 보였다.

심드렁하게 수통을 갈무리하자 란스가 말을 이었다.

“저... 도란 씨는 어쩌다가 이 의뢰를 맡으셨나요?”

“하수도 청소요?”

“네, 아무래도 달가워할 만한 의뢰는 아니잖아요. 충분히 다른 선택지도 있으셨을 텐데... 이를테면 약초 채집이라던가.”

“....”

대충 얼버무렸다.

“...지인이 급하게 땜빵할 사람을 찾아서 대타로 왔습니다. 저도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 그 오른팔은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겁니까?”

이 남자는 한쪽 팔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가 칼을 장비한 위치는 왼쪽 허리. 왼손잡이였으면 오른쪽에 장비했을 게 분명하다. 허나 그러지 않았다는 건 단순 위압 용도로 매달아두었거나 비교적 최근에 재해를 겪어 습관을 버리지 못한 거겠지.

녀석은 D랭크까지 도달한 놈이니 틀림없이 후자일 테고.

대체 어떤 녀석이 D급 모험가의 팔을 송두리째 앗아갔을까?

“....”

란스는 입을 한일자로 다물며 침묵하더니 이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코볼트한테 당했습니다.”

“뭐?”

코볼트라면 몬스터 중에서도 최하위로 분류되는 마물. 하급 모험가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성인들이라면 대부분 큰 피해 없이 물리칠 수 있을 거다.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도란 씨는 모험가 생활을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반년 정도 됐습니다. 갑자기 그건 왜...”

“그럼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마물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겠군요.”

“우두머리 개체 말이에요?”

“...단순한 우두머리가 아닙니다. 마물 중에는 성장을 거듭해 강력한 힘을 거머쥐게 된 존재들이 간혹 존재합니다.”

“...계속하시죠.”

그가 수통을 기울여 마른 입술을 축이고 난 뒤, 먼 방향을 바라보며 천천히 읊조렸다.

“....반년 전 즈음이었습니다. 저와 제 동료는 평소처럼 마물을 사냥하던 도중 작은 동굴을 발견했습니다. 혹여나 희소한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넓은 공간이 나왔죠...”

“....”

“하지만... 막다른 길목에 도달하자 사방에서 코볼트들이 떼거리로 몰아닥쳤습니다. 횃불도 꺼져버린 탓에 저희는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지만 어찌어찌 출구가 있는 곳까지는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제 덩치를 훨씬 웃도는 코볼트가 나타났죠...”

란스의 눈동자가 총기를 잃고 탁하게 물들었다.

이내 떨리는 입술을 비집어 내게 충고했다.

“도란 씨, 만약 살면서 그런 존재와 조우하게 된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세요.

*

묵묵하게 수로에 쌓인 쓰레기들을 제거해나간 지 반나절이 조금 넘었을 무렵, 드디어 두 번째 수로에도 제법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들 수고했네!! 이제 마지막 수로만 남았으니 조금만 더 힘내시구려!!!”

“에이 시발... 아직도 하나가 더 남았다고?”

“진짜 하급 모험가라고 너무 부려 먹는구먼... 돈도 쥐꼬리만큼 주면서.”

“도란 씨, 저희도 출발하죠.”

“네.”

세 번째 수로를 향해 나아가자 통로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잡한 벽돌 위에 회반죽을 덧바른 벽면은 점차 울퉁불퉁한 바위로 변해갔고, 구석구석 짐승의 발톱 자국과 박쥐 배설물이 산재했다.

그렇게 마지막 장소에 도착하자 앞선 두 장소의 배는 될 법한 수로가 보였다.

태산을 이룬 쓰레기들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여자가 짜증을 터트리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아니, 관리인 씨 이건 너무 많잖아요!! 이걸 우리끼리 어떻게 해요!!!”

“토드 씨, 이건 좀 너무하구려...! 지금까지 꾹 참고 일했거늘 이건 도저히 못 봐주겠군...!! 모험가면 죄다 시켜도 되는 줄 아쇼?”

“참나, 이걸 우리더러 하라고?”

“자, 다들 좀만 진정하시고...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절반, 딱 절반까지만 치우고 오늘 청소는 마무리 짓는 거로 합시다.”

토드가 타협안을 내놓자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각자 담당할 구획을 정하고 마지막 작업에 착수하려는 찰나, 여성 모험가가 콧방귀를 끼며 어딘가로 걸어나갔다.

“거기, 막대기도 내팽개치고 어디 가는 겐가!”

“어휴, 이젠 눈치마저도 없네... 화장실 가요!!”

“...알았네!! 일을 시작해야 하니 빨리 돌아오게나!!”

“어휴 성가셔!! 진짜 주책은...”

그녀가 불쾌하게 지껄이며 한 통로 너머로 사라졌다.

그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악!!!!!!!!!”

귀청을 찢을 듯한 비명이 울려퍼진 건.

*

재빨리 칼자루를 움켜쥐며 뛰쳐나갔다.

“거기 무슨 일이요!!!”

­.......

토드가 외쳤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올 뿐.

당황하는 그를 제치고 벽에 걸린 횃불을 뽑아 던지자 비좁은 통로 가운데 두 발을 딛고 선 형체가 보였다.

“저건...”

개와 쥐를 합쳐놓은 듯한 생김새. 구부정한 등과 짧은 앞다리. 기형적인 외관이지만, 두 팔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은 인간의 피부를 찢어발기기에 충분해 보였다.

저 외형은 기억에 있다.

“코, 코볼트다!!!”

“어, 어째서 몬스터가 여기까지...”

“그, 그래도 코볼트 한 마리면 쉽게 해치울 수 있지 않아...?”

“.....”

검을 중단으로 세웠다. 맞잡은 칼자루에 힘을 실었다. 상대는 하급 마물. 이미 수십 번도 넘게 살육해온 상대지만 그렇기에 더욱 긴장했다. 그야­

­케륵... 케룩..

­크사아앗!!

­키이이잇!

­쿠르르륵...!

코볼트는 절대로 혼자 다니지 않는다.

사방에서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시, 시발 갑자기 이게 무슨...!!”

“씨발!!! 씨바알!!!”

“도망쳐!!!!”

“안 돼!! 돌아오게나!!!”

패닉에 빠진 알코올 중독 모험가가 붙잡을 새도 없이 통로로 뛰어들었다.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한 코볼트를 걷어차며 말했다.

“토드!!”

“부, 불렀는가?!!”

“저 할아범 데리고 수로 구석에 박혀 있어!!”

“하지만 어, 어떻게...”

“막대기든 뭐든 주워서 최대한 버텨!!! 지켜줄 여유 없으니까!!”

“아, 알겠네...!”

“란스!!”

“으, 응...!”

내 옆에 선 그가 창백한 낯짝으로 대답했다.

코볼트 무리를 곁눈질하며 읊조렸다.

“싸울 수 있겠냐?”

“노, 노력해볼게!!”

녀석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장검을 들어올렸다. 트라우마 때문인지 조금 버거워 보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전 D랭크 모험가인데 제 몸 하나쯤은 건사할 수 있겠지.

코볼트는 최하위로 분류되는 마물인 만큼 날카로운 발톱만 조심하면 별 볼 일 없다. 거리를 내주지 않고 하나하나 격퇴하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다.

놈들이 통로를 빠져나온 순간­

도약했다.

어두컴컴한 석재 바닥을 질주했다. 툭 불거진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지면을 딛으며 가속했고, 제일 먼저 튀어나온 코볼트의 가슴에 검을 찔러넣었다.

­키에에에엑!!!!

둔중한 철검이 심장을 관통하자 놈은 처절한 단말마와 함께 절명했다.

“하나.”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칼날에 꿰인 시체를 거칠게 발로 차 떨쳐냈다.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코볼트를 노려보자 어깨를 흠칫 떨며 덤벼든다. 허나 내가 좀 더 빨랐다.

“둘.”

­콰드득!!!

늑골. 둔탁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피로 흥건한 검날이 어깨뼈를 갈랐다. 허리춤의 탄력으로 손목을 쳐올리자 상반신이 찢겨나갔고, 난폭하게 전방위로 휘둘러 다른 놈들의 접근을 막아냈다.

이내 몇몇 코볼트들이 발톱을 내세우며 덮쳐든다.

­쿠르르르륵!!!

­케륵!! 케르륵!!!

“.....”

즉각 반응했다. 검면을 내세워 막아내고 내리찍어 응수했다. 측면에서 휘둘러진 발톱을 빗겨내며 지척으로 파고들었다. 크게 벌어지는 놈들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횡으로 휘두르자 사선에 닿은 코볼트 서넛이 뱃가죽을 뒤엎으며 허물어졌다.

“...여섯.”

­푸화아아악!!!

한 놈의 멱을 꿰뚫자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이내 상단으로 칼을 쳐올리자 피보라가 솟구쳤다.

이어서 연격. 검날 끄트머리로 비쩍 마른 몸뚱이를 난자했다. 손잡이를 빙글 돌리니 질척한 창자가 흘러내린다. 검집으로 머리통을 내려찍자 두개골이 바스러졌고, 칼날을 비틀어 단단한 척추를 끊어내었다. 뒤이어 발꿈치를 즈려밟자 낡은 가죽 샌들 너머로 쇄골이 깨져나가는 감촉이 적나라하게 전해져왔다.

인정사정없이 녀석들을 도륙해나가던 도중, 고개를 드니 구석에 몰려 벌벌 떠는 코볼트들이 보인다.

­키르르륵... 케륵...

“피라미들 주제에...”

자작한 피웅덩이를 짓밟으며 철검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전투의 긴장이 살짝 가시니 끈적한 분노가 가슴속에서 들끓었다.

“시발...”

퀘스트 도중 파티원이 사망하면 큰 징계를 받는다. 배신자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모험가 사이에서 배척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원래 홀몸이나 다름없는 신세였지만, 이번 일이 대외에 알려지면 곧 머잖아 길드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눈동자에 아릿한 살기를 담아 노려보자 코볼트들이 주춤주춤 뒷걸음질쳤다.

순식간에 파고들어 목을 움켜쥐고 돌벽에 처박았다.

­켁...!! 크륵!! 크르릉..!!!

놈의 눈동자를 깊게 들여다보며 검을 내지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칼날이 거죽을 뚫고 파고들 때마다 작은 경련이 일었다.

“...너희들은 나한테 원수라도 졌냐.”

왜 매번 나일까.

둔중한 도신을 타고 전해져오던 맥박이 멎었다. 썩은 나무토막처럼 축 늘어진 주검을 내던지자 수로에 작은 파문이 일며 시커먼 물결 속으로 잠겨들었다.

두려움에 잔뜩 질린 코볼트들을 내려다보며 다시금 학살을 이어나갔다.

한 호흡에 한 마리.

익숙한 몸동작으로 적들을 참벌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로엔 시체가 쌓여갔고, 뿜어져나온 피안개가 공기를 탁하게 물들였다.

한 코볼트의 안면을 짓밟아 터트리자 놈들은 겁에 질려 허둥지둥 달아났다.

그 광경을 본 란스가 뺨에 묻은 피를 훔치며 반색했다.

“도란! 놈들이 물러가고 있어!! 우린 이제 살았...! 이, 이 많은 코볼트들을 호, 혼자서 처리한 거야...?!”

“그래.”

“아니... 어떻게 F급 모험가가...”

녀석이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저마다 큼지막한 절상을 입고 널브러진 코볼트들을 바라보는 연청색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별거 아냐.”

칼에 눌어붙은 피와 지방을 닦아내며 사람들을 살폈다. 란스는 팔뚝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 그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관리인과 노인도 경미한 부상만을 입었을 뿐 무사하다.

검을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란스, 저 사람들 좀 도와줘. 빨리 이곳을 뜨자.”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석연치 못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도시 내부에 몬스터가 출몰한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까지 불어날 동안 어째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놈들과 조우한 시점도 그렇고, 목덜미가 따끔거리는 게 영 불길하기만 하다.

다년간 오지를 전전하며 갈고닦은 감각이 내게 경고했다.

아직 뭔가가 있다.

서둘러 횃불을 주워들고 자리를 뜨려는 찰나­

­쿠오오오오오오!!!!!!!!!!!!

거대한 짐승의 포효가 지하에 메아리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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