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하렘 생존기-12화 (12/375)

〈 12화 〉 상단 호위

* * *

[012] 상단 호위 #2

“정지!!!”

“다들 전투에 대비해!!”

행렬 앞쪽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기민하게 칼을 뽑아들고 사태를 파악하려던 차, 연이은 고성이 터져나왔다.

“스네이크 울프다! 전위들이 앞으로 나서!!”

“상인들은 마차 안에 들어가서 나오라고 할 때까지 얼씬도 하지 마!!“

“...스네이크 울프?”

어깨너머로 바라보자 마찻길을 가로막은 열 마리 남짓 늑대 무리가 보였다. 바람에 살랑이는 잿빛 털가죽은 여느 늑대와 다를 바 없었으나, 놈들의 꽁무니에는 꼬리 대신 녹색 비늘로 덮인 뱀이 불길하게 꿈틀거렸다.

개중 덩치 큰 우두머리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며 당장에라도 뛰쳐나올 듯이 상체를 굽히자 좌중에 긴장이 서렸다.

허나 그 광경을 목도하자니 적의보단 의구심이 먼저 피어올랐다.

“늑대가 먼저 공격을 해 온다고...? 하물며 이 쪽수를 보고도 덤빌 생각을 하다니...”

“희한하군... 그리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당연히 아니지.”

매일매일 숲속에서 잠을 청하던 시기, 늑대란 늑대는 질리도록 봐왔다. 놈들이 얼마나 영악하고 또 겁쟁이인지도.

늑대는 함부로 인간을 습격하지 않는다.

하물며 이렇게 인원이 많은 경우에는 더더욱. 우리가 먼저 자극한 것도 아니거니와 입가가 말끔한 걸로 보아 광견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또한 늑대의 공격 대상은 주로 여성과 어린아이라는 걸 고려하면 명백한 이상 상황이다.

...허나 지금은 일단 눈앞의 적에 집중해야 할 때.

장검을 앞으로 내세우며 공격에 대비했다.

­크르르르....!

­컹컹!!

“조져버려!!!”

“하등한 몬스터 주제에 어딜!!!”

한계치까지 부풀었던 뒷다리 근육이 팽창하며 늑대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너른 들판을 단숨에 주파한 늑대들은 대부분 앞에 있던 모험가들에게 들러붙었지만, 일부는 측면으로 빠져나와 우리가 위치한 후방으로 뒤돌아왔다.

­으르르...! 크엉!! 컹!!!

­컹컹컹!!!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들이...! 말톤!!”

“알겠네!”

도약했다.

놈들의 공격을 보고 반응하면 늦는다. 저 서슬 퍼런 이빨이 내 목덜미에 드리우기 전에 끝내야 한다.

늑대 한 마리가 뛰어오른 틈을 타 검을 내질렀다.

썩 날카로운 일격. 일반적인 늑대라면 여기서 생사가 갈렸을 터. 하지만 놈은 공중에서 몸을 뒤틀어 민첩하게 피해내고는, 땅에 착지하자마자 옆구리를 노리고 육박해왔다.

­크와앙!!!

“꺼져!!”

즉각 응수했다. 검면을 내세워 이빨을 막아냈다. 그대로 밀어붙혀 녀석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허리를 비틀어 발등으로 대가리를 후려찼다.

관자놀이를 정통으로 얻어맞자 녀석은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다시금 팔뚝을 노리고 매섭게 들러붙었다.

전부 지켜보고 있었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늑대의 공격은 이미 숱하게 겪은 바,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지면에 다리가 닫기가 무섭게 횡으로 도약했고, 용수철이 튕겨 오르듯 하단에서 상단으로 검을 베어 올렸다.

그것만으로 녀석은 단 일검에 모가지가 잘려나가며 나가떨어졌다.

기세를 잃고 낙하하는 몸체를 피해 물러나자마자 말톤이 고함을 질렀다.

“도란!! 그쪽으로 한 마리 더 가네!!!”

“알았어!!”

재빨리 고개를 돌리자 말톤과 대치 중이던 늑대 한 마리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방금 전 쓰러뜨린 녀석보다 한 사이즈는 족히 큰 놈. 눈가에 아릿한 살기가 맴도는 게 여간내기가 아니다. 어쩌면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나그네를 한둘쯤 잡아먹었을지도 모르지.

놈에 맞서 나 또한 전력으로 질주했다.

­컹!! 컹컹컹!!!

“오냐...!”

놈이 잿빛 털가죽을 휘날리며 쇄도했다. 그 기세는 코볼트 따위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녀석이 뒷다리에 힘을 실으며 더욱 가속해왔고, 큼지막한 이빨을 드러내며 도약한 순간­

­컹...?!

미끄러진다.

지면 위를 부드럽게 활강하며 놈의 하단으로 치달았다. 잔디가 짓이겨지자 비릿한 풀 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나는 경악으로 일그러진 그 샛노란 시선과 교차하며 칼자루를 거세게 움켜쥐었고,

“안녕?”

­푸화아아아악!!!!

그대로 뱃거죽에 칼날을 쑤셔박았다.

차디찬 검날이 놈의 갈비뼈를 끊고 골반으로 빠져나오자 몸체가 쩍 벌어지며 피와 내장이 터져나왔다.

그걸로 끝.

복부에 큰 절상을 놈은 무력하게 엎어진 채 애처로운 신음을 토해냈다.

핏덩이를 게워내며 몸부림치는 늑대를 보자니 미간이 찡그려졌지만, 동정심은 들지 않는다. 이 녀석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지금 잔디밭에 누워있는 건 나였을 테니까.

“...그래도 이건 좀 잔인하긴 하네.”

어릴 적 보았던 영화 중에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에일리언이 숙주의 몸통을 찢고 나오는 대목이었는데...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목덜미의 척추를 끊어주자 처연한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가쁘게 내쉬어지던 호흡이 멎어감에 따라 벌어진 복부에서 흘러나오던 핏물 또한 점차 줄어들어 간다.

천천히 무릎을 딛고 일어나려던 찰나, 무언가가 잽싸게 발목을 덮쳐왔다.

­쉬이이잇...!!

“...그래, 하마터면 널 잊을 뻔했네.”

적당히 거리를 벌린 뒤 칼날 끄트머리로 독사의 목을 절단했다. 늑대의 숨이 끊긴 뒤에도 여전히 발악하는 걸 보니 죽는 데 시차가 있는 모양이다.

혹여나 벌어질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뱀의 머리통을 구덩이에 파묻고 일어서자 저만치 우두머리 늑대의 숨통을 끊어내는 D랭크 카일이 보였다.

뭐, 고작 늑대 따위에게 고전할 녀석들은 아니니까.

다친 곳 없이 멀쩡한 모험가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말톤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다가왔다.

“오, 도란. 역시 마물을 상대로는 자비가 없군... 그나저나 그새 또 실력이 늘었나? 상당히 깔끔한데 그래.”

“.....”

녀석이 늑대 시체를 내려다보며 감탄했지만, 그에 대꾸하지 않고 놈의 얼굴을 빤히 노려보았다.

이내 묵직하게 읊조렸다.

“야.”

“...왜 그러나 도란?”

“너 이거 일부러 떠넘긴 거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겨우 이 정도 마물을 네가 놓칠 리 없잖아. 하루 이틀 함께 싸운 것도 아니고. ...모를 줄 알았냐?”

“....흠흠.”

말톤이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녀석의 멱살을 붙들고 물었다.

“시발, 이번엔 또 뭔데?”

“....털.”

“..털이 뭐 어째?”

“죽이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털가죽을 지닌 늑대들이었네... 내 손으로는 차마 헤치울 수 없...”

“옘병.”

녀석을 내동댕이쳤다. 정말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놈이지만, 이따금씩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벌이는 탓에 도무지 방심할 수가 없다.

이러니 나 같은 놈 말고는 아무도 파티를 안 해주지.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자니 전투 내내 뒤에 물러서 있었던 붉은 머리칼의 소년이 다가와 눈동자를 빛냈다.

“우와...! 대단하시네요! 스네이크 울프를 이렇게 간단하게... 멋져요 도란 씨!!”

“...별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름이...”

“지마에요!!”

소년이 살갑게 외쳤다.

이내 칼집 덮인 단검으로 늑대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진짜 죽었네... 도란 씨는 저랑 같은 F랭크이면서도 엄청나게 강하시네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전투가 엄청 서툴러서 가는 파티마다 매번 쫓겨났거든요. 아까 그 깔끔한 발차기는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훌훌 무릎을 털고 일어나 내 돌려차기를 어색하게나마 흉내 내는 지마에게서 시선을 떼며 읊조렸다.

“...그냥 하다 보면 자연스레 몸에 익게 돼. 어릴 때부터 아버지한테 격투기를 배워왔거든.”

“와... 엄청나시네요. 체술에 능통한 사람은 많이 봤어도 실전에까지 자연스럽게 녹여 쓰는 사람은 처음 봐요! 정말로 F랭크 맞으세요? 사실 위장 등급이라던가...”

“여기에 그런 게 어딨어. ...야, 말톤!! 자빠져 있지만 말고 와서 늑대 해체하는 것 좀 도와!!”

장검을 짧게 쥐고 능숙하게 늑대 가죽을 벗겨내자 지마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말했다.

“저도 도울게요.”

“딱히 필요 없는데...”

“그러지 말고 돕게 해주세요. 제가 싸우는 건 못하지만 이런 잡일들은 자주 도맡아 해봐서 능숙하거든요. 대신 전투 노하우를 조금 가르쳐 주실 수 있으면 감사하겠는데... 안 될까요...?”

“뭐... 그 정도야...”

천천히 칼날을 떨궜다.

잡일을 많이 해 봤다는 게 거짓말은 아닌 듯, 녀석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늑대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 옆에 걸터앉아 검날을 손질하며 몬스터의 습성과 약점을 가르쳐주자 지마는 귀를 기울여가며 내 말을 경청했다.

그렇게 가죽과 살코기를 전부 분리해냈을 즈음, 마차 안에 틀어박혀 있던 상인이 슬그머니 기어나오더니 두 팔 벌려 외쳤다.

“자!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잡은 늑대의 가죽을 저희에게 가져오면 좋은 가격에 매입해드리겠습니다!! 상태가 양호하면 5페니까지 쳐드립니다!!“

“...저 도둑놈 새끼들. 후려쳐도 적당히 해 처먹어야지.”

이 정도 크기의 털가죽이라면 적당히 시장에다가만 가져가 팔아도 30페니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다. 헌데 그걸 5페니에 사들이겠다고?

즉각 모험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봐!!! 제정신이야?! 늑대 가죽이 5페니밖에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냐!!”

“진짜 너무하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싸웠다고!!!”

“적어도 20페니는 쳐 줘!!”

“싫으면 관두게. 우리야 손해 볼 게 없으니.”

“제길...”

한 모험가가 거칠게 돌부리를 걷어찼다. 하나같이 불만에 찬 표정이었으나 선택권은 없다. 아무리 건장한 사내들이라 할지라도 채 마르지도 않은 가죽을 등에 이고 행군하는 건 무리일 테니까. 만일 그랬다간 야영할 때 피로 범벅이 된 침구류를 볼 수 있을 테고.

상인들도 그걸 아니깐 저 헐값에 사들인다는 거겠지.

“...있는 놈들이 더 하네.”

“거기 투구 쓴 모험가, 팔 거요 말 거요?”

“..팔겠습니다. 총 두 마리인데 열심히 싸웠으니 부디 높은 가격에 매입해줬으면...”

“흠... 이 녀석은 목이 떨어져나갔구먼? 털의 윤기도 덜하고... 다른 한 놈은 완전 피떡이 되어버려서 씻어내려면 고생 좀 하겠어. ...4페니에 매입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8페니..”

“무슨 소리인가? 도합이 4페니일세, 자 받게나.”

­짤랑.

상인이 냅다 구리 동전을 건네고는 더 이상의 볼일은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곧바로 항의하려고 했으나 등 뒤에 줄을 서 있던 모험가들이 보채는 탓에 하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쉬불 수전노 새끼들.”

*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숲의 초입 부근에서 멈춰섰다.

상인이 마차에서 내려오더니 짐칸에 덮어놓은 방수천을 걷으며 외쳤다.

“자, 오늘은 이만 여기서 행군을 중단하고 야영할 준비들 합시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오늘 하루 고생했어.”

“너도 고생 많았다 인마.”

“이대로만 가면 금방 도착하겠는데? 상당히 순조로워.”

모험가들이 담소를 나누며 삼삼오오 둘러앉았다. 행군 도중, 드문드문 들짐승의 습격을 받긴 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이 자들은 전부 던전에 들어가는 걸 염두에 두고 이번 임무에 지원한 터라 어느 정도 제 실력에 자신이 있는 놈들이었으니까.

그들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장소에 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야, 말톤. 나는 잠깐 숲에 다녀올 테니까 야영 준비 좀 하고 있어.”

“이 시간에 말인가? 곧 해가 질 거라네. ...설마 그걸 준비하려는 겐가?”

“그래, 그러니깐 나 대신 텐트 좀 쳐놔.”

“알겠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잘 다녀오게.”

말톤이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며 손을 흔들었다.

이어 주섬주섬 짐가방을 뒤지기 시작하는 녀석을 내버려 두고 잡목림 안쪽으로 들어섰다.

­저벅저벅.

­바스락...

“....”

발치에 쌓인 잔가지와 나뭇잎이 스산한 소리를 자아냈다.

어둑해지기 시작한 산림은 그만의 분위기가 있다.

북쪽 산맥을 타고 온 소슬바람이 잎사귀를 요동치자 으스스한 귀곡성이 들려왔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빽빽하게 자라난 활엽수가 저녁놀을 가렸고, 습기를 머금은 바닥은 낡은 가죽 샌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조금만 있으면 완전히 어두워질 터, 그 전에 돌아가야 한다.

“아마 여기 어딘가 있을 텐데...”

딱히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숲 안으로 들어온 건 아니다. 내가 여기 온 건 다름이 아니라 요리에 쓸 향초를 구하기 위해서니까. 말톤과 함께 밤을 지새울 때면 주로 내가 식사를 담당했는데, 그때마다 녀석은 내 요리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며 극찬하곤 했다.

“...찾았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비쳐오는 희미한 노을빛에 의존해 주위를 둘러보던 중, 바위틈 아래로 난 약초 군생지를 발견했다. 저 허브 잎사귀를 짓이겨서 늑대 고기에 뿌리면 잡내도 줄이고 풍미도 한층 돋울 수 있겠지.

다 야생에서 살면서 배운 잡지식이다.

주섬주섬 이파리를 뜯어내 호주머니 안에 넣었다. 겸사겸사 땔감 대용으로 쓸 나뭇가지도 주워들며 왔던 길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숲을 거의 다 빠져나왔을 즈음­

“.....!!”

재빨리 나무 뒤로 숨었다.

저 멀리 수풀에서 풀잎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내밀자 덤불 너머 시꺼먼 음영이 보인다. 평소라면 나처럼 약초나 나물을 찾으러 들어온 모험가가 아닐까 생각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놈은 나처럼 발밑을 주시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정말로 약초를 캐는 게 목적이었다면 바닥을 살피고 다녔겠지. 하물며 이제는 너무 어두워진 탓에 횃불이라도 들고 있지 않은 한 이 숲에서 무언가를 찾아낸다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저자는 대체 뭐란 말인가.

“...무슨 꿍꿍이지.”

저 덩치는 그놈이 틀림없다.

카일.

정체불명의 D랭크 모험가.

아직 나를 발견하지는 못한 듯하다. 놈은 마치 누군가를 물색하기라도 하듯 조용히 나무둥치에 기댄 채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몰래 숨어서 놈이 뭘 하는지 지켜보려던 찰나­

“도란 씨, 여기서 뭐 하세요?”

“....!!!”

“까, 깜짝이야...! 왜 이렇게 놀라고 그러세요...? 수상한 짓을 하다 들킨 사람 마냥...”

“...내가 더 놀랐다 인마. 사람 간 떨어지게 하고 있네. 그러는 넌 여기서 뭐 하는데?”

지마가 숲 안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니, 해가 져버렸는데도 도란 씨가 안 돌아오시길래 걱정돼서 와 봤어요. 말톤 씨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시던데요?”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 돌아가자. 너 밥은 먹었냐?”

“밥이요? 아직 공복이긴 한데...”

“그래? 그러면 같이 먹자. 아까 해체하고 남은 늑대 고기가 잔뜩 있으니까.”

“와아...! 정말요?! 고마워요!!”

“.....”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잡목림을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 고개를 돌려 놈이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지만 그곳엔 시커먼 어둠만이 존재할 뿐.

숲에는 아무도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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