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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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던전 #5
던전에서의 하룻밤이 지났다.
말톤의 텐트는 소형이라 세 명이 함께 자기에는 비좁았지만, 최소한 한 명은 불침번 때문에 밖에 나와 있어야 하니 딱히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처음엔 시차 탓에 잠이 오지 않았으나 눈을 감고 한 시간쯤 뒤척이자 간신히 잠들 수 있었다.
“자, 그럼 오늘도 열심히 가보도록 하죠!”
라디가 배낭을 짊어진 채 부츠 끝으로 모닥불에 흙을 덮으며 외쳤다. 마지막 순번이라 그런지 아직 잠이 덜 깬 나와 말톤에 비해 훨씬 쌩쌩한 모습이다.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 말톤, 이거 등에 메는 것 좀 도와주라.”
“제가 대신 도와드릴게요.”
녀석이 낑낑대며 내 배낭 위에 곱게 접은 텐트를 올려주었다. 우리가 가진 짐 중 가장 무게를 많이 차지하는 텐트만큼은 하루씩 번갈아 가며 들기로 했다.
“그럼... 오늘의 목표는...”
“던전의 2층을 향해 나아가는 거로 합세. 아마 오늘 안에 도착하는 건 무리겠지만,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다음 층에 당도할 수 있을 거네.”
“오늘은 도란님이 텐트를 메셨으니 말톤님이 전위에 나서는 게 좋겠어요. 배낭이 무거우면 여차할 때 반응이 더뎌지니까요. 저는 후열에서 보조하는 데 집중하도록 할게요.”
“그래, 그럼 출발하자.”
이젠 비어버린 공터를 뒤로하고 다시금 던전 깊숙한 곳을 향해 나아갔다.
무성한 덤불을 헤치고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녹음이 점점 더 짙어져왔다.
허리를 숙여 나뭇가지 아래를 통과하며 입을 열었다.
“...꼬맹아, 혹시 이 근방에서 주의해야 할 마물이라도 있냐? 그린 모스가 출몰하는 지역은 얼추 지나온 것 같은데...”
“음... 저희가 가는 길에는 없어요. 1층에서 조심해야 할 몬스터는 기껏해야 포이즌 앤트 정도인데 일부러 우회해서 가고 있거든요.”
“아, 네가 저번에 말했던 독을 내뿜는 얘들?”
“네, 맞아요.”
“...그런데 웬일로 침착하다? 평소 같았으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달복달하다가 사냥하러 가자고 했을 텐데.”
“또, 똥 마려운 강아지... 누, 누가 그랬다는 거예요?!! .....포이즌 앤트의 독은 금방 변질해서 보관하기 힘들거든요...”
“그래서였냐.”
“게다가 놈들의 서식지 주변에는 독초들이 잔뜩 돋아나 있는데, 저라면 몰라도 두 분은... 아, 정지.”
풀썩!
후방을 경계하며 걷던 라디가 돌연 멈춰서며 배낭을 내려놓았다. 녀석은 쇠뇌를 앞으로 내밀고 저 멀리 덤불을 날카롭게 주시했다.
“...몬스터야?”
“.....”
꼬맹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은밀하게 검집에서 칼을 뽑아내었고,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말톤도 배낭을 내려놓고 응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하기를 잠시
“...저쪽에서 포기하고 물러난 것 같아요.”
라디가 숨을 몰아내쉬며 배낭을 주워들었다.
“...다행이네.”
천천히 검을 갈무리했다.
어차피 별 도움이 안 될 몬스터면 안 싸우고 넘어가는 게 좋다.
자칫 육탄전을 벌이게 되면 옷이 더러워지는 건 물론이고 칼날에 눌어붙은 피와 기름기도 닦아내야 한다. 매일매일 검을 손질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는 아는 사람만 알 터, 총기수입을 해 본 군필자라면 내 말에 공감할 수 있겠지.
다행히도 모든 몬스터가 호전적인 건 아닌지라 경계를 착실히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수의 전투를 회피할 수 있다.
부지런히 걸어 이동을 재개하던 차, 무심코 툭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꼬맹아, 무슨 마물이었는지 알겠어? 달아난 걸 보니 그린 모스 유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네, 아마 토끼형 마물이었을 거예요. 제 생각엔 혼 래빗의 일종이나 그 비슷한 게 아닐까 싶은데...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났거든요.”
냄새?
“....그래, 앞으로도 뭐 있으면 알려줘.”
“네!”
라디가 해맑게 웃으며 배낭을 고쳐맸다.
이후, 우리는 울창한 잡목림 속을 계속 나아갔다.
몇 번인가 큼지막한 나방 몬스터와 그 아종이 나타났지만, 라디가 먼저 나서서 경고한 탓에 별다른 피해 없이 진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덤불을 헤치고 양지로 나왔을 즈음, 거대한 강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젠장... 이건 어제 봤던 냇가 수준이 아닌데...? 정말로 이 길이 맞아?”
“네... 지도에 따르면 여길 꼭 건너가야 한다고 나오는데... 곤란하네요.”
“어디 우회할 만한 덴...”
“없는 것... 같아요.”
“...어쩐다.”
십여 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강폭에서는 썩은 나무토막이나 진흙 등 잡다한 부유물이 물살에 떠밀려오고 있었다. 멧돼지가 헤엄치고 나온 웅덩이처럼 혼탁한 색상에 더불어 강물 곳곳에 하얀 물거품이 이는 걸로 보아 제법 깊은 모양. 적어도 내 허리 정도는 오지 않을까?
이걸 건너면 쫄딱 젖을 텐데.
“천장으로 갈 수도 없겠지...?”
“...무리에요.”
이곳은 야외가 아니라 던전 안. 적당한 장비만 있다면 천장을 타고 건너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너무 까마득하게 높은 데다가 우리에게 그런 도구가 있을 리 없다.
지도를 확인해 봤으나 매한가지, 이 강을 우회하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아무래도 건너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물살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다간 여기서 얼마나 발이 묶일 지 몰라.”
“으음... 저도 그 말에 동의하긴 하는데... 저거 보이세요?”
“오... 젠장.”
라디가 손짓한 방향에서는 내 손바닥만 한 은빛 물고기들이 팔딱팔딱 뛰어오르고 있었다.
“도란님도 저게 뭔지 아세요?”
“당연하지, 피라냐 떼잖아.”
숲에서 생존할 때 숱하게 봐 왔던 녀석들. 피 한 방울만 흘려도 수백 마리가 떼거리로 몰려드는 놈들이다. 또한 내 숙적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한 번은 사냥한 사슴의 피를 빼고자 잠시 시냇물에 담가 둔 적이 있었는데, 땔감을 주우러 잠시 눈을 뗀 사이 녀석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뼈만 남기고 모조리 먹어치워 버렸다.
가죽이고 내장이고 할 것 없이 안쪽으로 파고들어 물어뜯는 모습이 썩 혐오스러웠지만 그중 제일 역겨웠던 건, 피 냄새가 퍼지자 자기네들끼리도 헐뜯으며 난리가 났다는 점이다.
뻘겋게 변해버린 냇가에서 한동안 피비린내가 진동한 탓에 얼마나 곤혹스러웠는지 모른다.
한 놈 붙잡아서 먹어보니 맛대가리도 무슨 수산시장 길바닥에 일주일 방치된 생선마냥 비려서 어지간한 비위가 아니고서는 입에 대기도 힘들 정도였고.
발치의 돌멩이를 걷어차며 읊조렸다.
“...다른 모험가들은 여길 대체 어떻게 건너간 거지?”
“흠... 듣자 하니 처음엔 피라냐도 얼마 없었다고 하더군.”
“...그럼 설마 사람들 때문에 늘어난 거예요?”
“아마 그럴 걸세. 모험가들이 잡은 몬스터 사체를 강에 투기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하게 불어난 거겠지.”
“고작 며칠 만에 이렇게 늘어나다니...”
“뭐, 인간들이 지나고 나면 자연이 파괴되는 것쯤이야 흔한 일이지 않은가?”
“....말톤.”
“뭐, 나도 파괴하는 쪽이지만 말이지 흐흐...”
느닷없이 녀석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 종아리를 가볍게 걷어차며 읊조렸다.
“걱정해서 손해봤네. 갑자기 분위기 좀 잡지 마 인마.”
“우리 사이에 걱정은 무슨, 거기 내 텐트에서 밧줄이나 좀 꺼내 보게나. 어쨌든 이 강을 건너야 할 테니.”
“그래. ...꼬맹아, 혹시 좋은 방법 없냐? 젖는 건 어쩔 수 없고 일단 쟤네부터 어떻게 좀 쫓아야 할 거 같은데.”
배낭에서 밧줄을 꺼내며 물었다. 뗏목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릴뿐더러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한다. 더욱이 이 정도 물살이라면 띄우기가 무섭게 하류로 떠밀려 갈 테지.
라디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짚으며 말했다.
“음... 제가 가진 독을 쓴다고 해도 어차피 강물 때문에 금방 흩어질 거에요. 그나마 쓸만한 게 있다면...”
“타린 약초는 어때? 어제 물고기 잡을 때도 썼던 거. 살짝 짓이겨서 바지춤에 매달아두면 피라냐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할 것 같은데.”
“네, 그게 좋겠어요.”
“좋아, 야 말톤. 나 꼬맹이랑 같이 약초 좀 찾고 올 테니까 배낭 좀 봐줘.”
“알겠네, 잘 지키고 있을 테니 얼른 다녀오게나.”
“그래, 그럼...”
녀석에게 짐을 맡기고 강가를 벗어나려던 찰나
“아... 저 도란님?”
“응? 왜 꼬맹아? 아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타린 약초 여기 있어요.”
라디가 파우치에서 초록빛 풀떼기를 한 움큼 꺼내들었다.
“어, 어떻게...?”
당황하며 묻자 녀석이 겸연쩍게 뺨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냥 혹시 몰라서 아까 도란님이 텐트 걷고 계실 때 조금 꺾어놨...”
“아이고! 장한 우리 새끼!!”
“....!!!”
충동적으로 외치며 다가갔다.
나도 모르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자 팔을 뻗은 순간ㅡ
짜악!!!
꼬맹이가 날카롭게 내 손을 쳐냈다.
한발 늦은 얼얼함이 신경을 타고 올라온다.
주춤거리며 쳐다봤지만 녀석 또한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아, 아아....”
저질렀다.
라디의 짙푸른 눈동자에 당혹과 공포가 스쳐지나갔다.
“꼬맹....”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녀석이 눈꺼풀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안타깝고, 또 애처로운 모습.
“.....”
내가 아무 말 없이 팔을 뻗자, 그 손길이 두려우기라도 한 양 녀석이 몸을 움츠렸다.
두 팔이 뻣뻣하게 굳고, 가냘픈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아랑곳않고 녀석의 떨리는 두 손을 맞잡아 주었다.
“괜찮아 인마.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나도 화 안 났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울지 마라.”
“아, 안 울었어요.”
“거짓말, 눈가가 촉촉한데?”
“안 울었어요!”
“그래 꼬맹아, 안 울었다. 이제 괜찮아?”
“......”
라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등을 토닥이며 읊조렸다.
“그래 그럼 슬슬 준비하자. 강을 건너고 나면 옷도 말려야 하니까 그때 좀 쉬고. 고맙다 꼬맹아, 네가 약초를 꺾어와 준 덕분에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겠네.”
“.....”
녀석이 말없이 풀잎을 건넸다.
웃는 얼굴로 받아든 다음 잎사귀를 짓이기고 바지에 매달아 고정했다. 이걸로 피라냐 떼의 접근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겠지.
라디의 로브에는 내가 직접 매달아주었다.
“자, 그럼 혹시 모르니 다들 이 밧줄을 허리에 감게나. 여차하면 떠밀려 갈 때 붙잡아줘야 할테니.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가 도란?”
“....이제 알겠다 인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빨리 이거나 받게.”
녀석은 왠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나저나... 꼬맹아, 짐 나한테 넘겨라.”
“...괜찮아요. 제가 들 수...”
“아니 아무리 봐도 신체적으로 무리잖아.”
나나 말톤이야 허리 높이 정도밖에 안 온다지만 녀석에겐 가슴이 푹 잠길 정도의 수위다. 그러면 배낭 안의 내용물도 쫄딱 젖고 말겠지.
“괜찮아요, 머리 위에 이고 건너면...”
“꼬맹아.”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었다.
“우리 동료지?”
“.....”
“이럴 땐 의지해도 돼.”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씨익 웃자 꼬맹이가 고개를 내리깔아 시선을 피했다.
녀석의 등 뒤에서 배낭을 벗겨내 정면으로 메자 말톤이 손을 뻗어왔다.
“나한테도 절반 주게. 혼자서 다 드는 건 무리일 테니.”
“괜찮아 이 정도야. 잠깐인데 뭘.”
“그런가? 알겠네. 그럼 내가 선두에 설 테니 자네가 가장 뒤에서 쫓아오도록 하게.”
“그래.”
말톤이 제일 앞에서 건너고 그 뒤에 라디와 내가 뒤따르기로 했다. 꼬맹이의 몸집이 제일 작으니 여차할 때 앞뒤에서 잡아줘야 하니까.
이후 서로의 몸을 밧줄로 연결하고 강으로 뛰어들자 세찬 물살이 몸을 밀어냈다.
“자칫 미끄러졌다간 그대로 휩쓸리겠네... 꼬맹아, 피라냐들 상태는 어때?”
“...아직은 잠잠해요.”
“그래?”
“네.... 일단 피 냄새만 안 풍기면 어지간해서는 먼저 달려들지는 않을 거예요...”
“알겠어, 혹시라도 이상 있으면 말하고.”
“......”
다행히 피라냐들은 강 상류쪽에 위치한 탓인지 아직까지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만약 감지한다고 한들 타린 약초의 독성 탓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할 테고.
탁한 수면 아래를 유심히 눈여겨보며 전진하다 보니 물살이 세지는 구간이 나왔다.
선두에서 건너던 말톤이 경고했다.
“조심하게, 중간중간 깊은 곳이 있는 모양이야.”
“괘, 괜찮... 꺄악...!”
“...위험하잖냐.”
꼬맹이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길래 얼른 허리를 붙잡아 지탱해주었다.
“고, 고마워요...”
“고맙긴. 자, 얼마 안 남았다.”
부드럽게 녀석의 등을 떠밀어주었다. 이제 강을 다 건너기까지는 몇 걸음 안 남았다.
꾸준하게 나아가 급류도 벗어났을 즈음, 앞서 걷던 말톤이 뭍에 발을 디디고 올라서는 게 보였다.
그제야 참았던 숨을 몰아내쉬며 안도했다.
“휴우... 이제 거의 다 왔네...”
“그러게요... 아까까지만 해도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여기서 나가면 좀 쉬자. 옷도 말려야 하고 간단하게 허기도 채울...”
“앗!! 도란님 저기!!!”
찰나, 라디가 강 상류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재빨리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서 커다란 통나무가 쇄도해오고 있었다.
콰르르륵!!!
“제길!!! 꼬맹아 빨리 가!!”
“네, 네! 하, 하지만 도란님이...!”
“난 괜찮으니까 빨리!!”
“아, 안 돼요...!!”
“젠장!!!!”
“읏...?!!”
라디의 허리를 붙잡고 들어올렸다. 물살 탓에 쉽지 않았으나 지금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다.
전력으로 녀석을 내던지자 말톤이 허공에서 붙잡았다.
“내가 잡았네!!!”
“윽...! 도란님!!”
“젠장!!”
통나무가 코앞까지 쇄도했다.
간신히 몸을 비틀어 직격하는 일은 면했지만
“도란님!! 손가락이!!!”
“어... 옘병.”
미쳐 전부 피하지는 못하고 손끝에 상처가 나고 말았다.
삐걱거리는 고개를 틀자ㅡ
파닥파닥!!!
푸드덕푸드덕!!
푸다다다다닥!!!!!
은빛 해일이 사선의 모든 장애물을 집어삼키며 육박해왔다.
“씨바아아아알!!!!”
배낭이 젖는 것도 개의치 않고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
저 숫자면 약초고 뭐고 순식간에 스켈레톤이 되어버릴 거다...!!
다만ㅡ
“씹탱!!! 왤케 빨라!!!!”
내가 전진하는 속도보다 놈들이 거리를 좁히는 게 더 빨랐다.
어느새 코앞까지 당도한 피라냐 떼거리를 목도하며 절규하던 찰나, 라디가 다급하게 외쳤다.
“도란님 줄!!! 밧줄 잡으세요!!!!”
“바, 밧줄?!! 히이이익!!!!”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밧줄을 움켜쥐자 팽팽한 장력이 느껴졌다.
“저, 절대로 놓지마!!!”
“빨리 올라오기나 하세요!!!”
“씨발!!! 벌써 여기까지...!! 꼬맹아 좀만 더!!!”
“으윽...!”
라디가 작은 몸으로 낑낑대며 필사적으로 밧줄을 잡아끌었다.
피라냐들이 내 탐스러운 엉덩이를 물어뜯기 직전...!
“으랴아아압!!!”
첨벙!!!
말톤이 어마무시한 힘으로 잡아당겨 준 덕분에 간신히 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강변에 엎어진 채 거친 숨을 토해냈다.
“허억... 허억... 뒤지는 줄 알았네...”
“괘, 괜찮아요 도란님? 어디 다친 데 없어요...?”
라디가 걱정스러운 눈동자로 들여다봤다.
“괜찮아, 이 정도쯤은... 조금만 늦었으면 몰랐겠지만...”
“그, 그래도... 저, 정말로 어디 다치신 거 아니죠?”
녀석이 당황하며 내 몸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는 사이 웃음이 새어나왔다.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
나는 짐짓 태연한 미소를 자아내고는
“괜찮아 인마 내가...”
“아... 여기 피라냐가...”
“앗 따거?!!”
엉덩이에서 딸려나오는 피라냐를 보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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