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하렘 생존기-30화 (30/375)

〈 30화 〉 던전

* * *

[030] 던전 #6

“와, 진짜 추워 뒤지는 줄 알았네. 내가 다신 강물에 뛰어드나 봐라.”

“돌아올 때 다시 건너야 하지만요.”

“...그땐 좀 오래 걸리더라도 뗏목 타고 건너자. 피라냐 떼도 그렇고, 저걸 한 번 더 건너느니 차라리 고블린하고 겸상을 하고 말지.”

“고블린하고 겸상하신 적이 있으세요?”

“...그런 게 있어. 깊게 알려고 하지 마.”

“흐흐... 마지막에 자네가 비명을 지를 때는... 아주 볼만했네.”

“푸흡...!”

“웃지 마라 꼬맹아.”

얼음장처럼 차가운 강물을 빠져나온 뒤, 우리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휴식했다.

덕분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젖은 옷을 입고 다니면 상온에서도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발걸음이 둔해지고 체력이 빨리 소모되는 것은 물론이며, 이는 던전에서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몬스터뿐이라면 어찌어찌 교전을 피해갈 수 있겠지만, 이곳에는 놈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

만일 흑심을 품은 모험가들이나 도적이 함정을 파놓고 기다린다면 심히 곤란해지겠지. 마물보다 사람을 더 경계해야 한다는 게 상당히 아이러니하지만.

“...말톤, 얼마나 남았어?”

“앞으로 한 시간 정도만 더 걸으면 들판이 나온다고 적혀 있군. 오늘은 거기서 야영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찬성이에요. 좀전부터 몬스터와 조우하는 빈도수도 늘어난 기분이고... 더 늦기 전에 거처를 확보해두는 편이 좋겠어요.”

“그래, 그러자.”

아직 어두워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강을 건너고 나서부터 마물의 출몰이 급격하게 잦아졌다. 본격적으로 던전이 시작되려는 조짐.

묵직한 배낭을 고쳐매고 앞길을 재촉하고 있자니 라디가 내 옷소매를 툭툭 잡아당겼다.

의아하게 돌아보자 녀석이 쭈뼛거리며 물어왔다.

“아니 별건 아니고 그냥... 혹시 안 힘드세요?”

“나? 뭐가?”

“그... 배낭이요. 아까부터 계속 텐트까지 짊어지고 오시느라 힘드실 텐데... 원하신다면 조금 도와드릴 수 있어요.”

“뭐야, 너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냐?”

“네... 그럼 안 되나요?”

“뭐?”

당연히 빼액 소리치며 부정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의 답변이라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대답을 주저하고 있자니 말톤이 실실 웃으며 읊조렸다.

“흐흐... 어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않더니, 도란만 챙겨주는 겐가?”

“그야 말톤님은 힘 세잖아요. 도란님은 어쩐지 못 미더운 구석이 있어서...”

라디가 내 얼굴을 힐끔 쳐다보며 대답했다.

아니 그렇게 못 미덥나.

“...내가 그렇게 걱정되냐?”

“네.”

“요 꼬맹이가... 내가 너보다 힘세 인마.”

“싸우면 저한테 지잖아요.”

“......”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반박하고 싶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 곤란하다.

처음에는 몰랐으나 이제는 안다. 녀석이 가진 독에 대한 재능,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아무리 내 기초체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예고 없이 날아드는 독침에 적중하기라도 한다면 그 즉시 뻗어버릴 거다. 간신히 빗겨내더라도 후속 공격이 몰아칠 테고, 자칫 함정을 밟기라도 하면 그대로 덩치 큰 표적이 될 뿐이다.

물론 녀석도 만능은 아니지만은...

“독이라...”

나도 독극물을 주요 전투 수단으로 삼고자 시도해본 적이 있었지만, 일찌감치 포기했다.

당장 라디의 능력도 단단한 피부를 지닌 몬스터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장비한 기사들한테는 한계가 명확하니까.

더욱이 독극물을 다룬다는 건 양날의 검과도 같은 행위다.

독을 취급하다 본인이 중독되는 사례도 있고, 높은 마력을 보유한 강자한테는 약발이 안 듣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손가락에 난 미세한 상처를 방치한 채 칼날에 독을 도포하다 평생을 침대에서 보내게 된 하이랭커에 대한 얘기도 들어봤다.

그리고 대다수의 모험가가 독을 기피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사냥한 몬스터의 부산물을 못 써먹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독에 오염된 고기는 식용으로 쓸 수 없고 소재도 가치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당장 먹을 식량이 급급하던 나로서는 당연히 꺼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독은 쉽게 변질하는 만큼 관리하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이 꼬맹이는 그 단점을 무마시킬 수 있겠지.

중간중간 쉬어 갈 때 라디는 가방에서 독병을 꺼내 수시로 상태를 점검하곤 했다. 녀석은 병을 흔들어보거나 발광 이끼에 비춰 보는 것만으로도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수십 수백 가지가 넘는 맹독을 전부 외우고 있고, 어떻게 배합하고 사용해야 가장 큰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꿰뚫고 있다.

매사에 꼼꼼한 녀석이 독을 바르다가 실수를 할 리도 없고.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재능.

라디는 강하다.

“...걱정해준 건 고맙지만, 괜찮아. 만약 정말 힘들어지면 그때 부탁해도 될까?”

“네, 알겠어요!”

녀석이 해사하게 웃었다.

그 미소의 여운을 감상하며 오솔길을 나아가던 중, 앞서 걷던 말톤이 돌연 자리에 멈춰섰다.

뒤따라 정지하자 녀석이 내게 속삭여왔다.

“도란... 저길 좀 보게나.”

“...몬스터야?”

“아니, 멧돼지일세. 아직 새끼 같은데... 이따가 저녁으로 어떤가?”

“그거 좋지. 꼬맹아 저거 맞출 수 있겠어?”

이십여 미터쯤 떨어진 덤불 너머, 바스락거리는 갈색 음영을 가리키며 묻자 라디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무 멀어요. 멧돼지의 가죽은 질겨서 더 접근하지 않으면 유효타를 먹이기 힘들 거예요.”

“흠... 그래? 그러면 이쪽으로 유인해줄 수 있겠어? 가까이 다가오면 내가 잡을게.”

“네, 저랑 말톤님이 갔다 올게요. 그러면 그 전에...”

라디가 가방에서 철사를 꺼내더니 나무 밑동을 연결해 간단한 트랩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 두면 조금 더 수월할 거예요.”

“그래, 고맙다.”

손을 흔들어 꼬맹이를 떠나보낸 뒤, 검을 뽑아들었다.

기척을 최소한도로 줄이고 나무 뒤에 숨자 잠시 후, 라디와 말톤이 사라진 방향에서 급박한 멧돼지의 울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내가 숨어있는 초목 근처까지 치달았을 즈음­

“우랴아아아아앗!!!”

­꿰엑...?!! 꿰에에에엑!!!!!

괴성을 내지르며 뛰쳐나왔다.

내가 갑자기 덮쳐올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양. 맷돼지는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지만, 노림수대로 라디가 설치했던 철사에 정통으로 걸려 넘어졌다.

재빨리 위에 올라타자 녀석이 필사적으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뀌이이익!!!! 뀌이이이이이익!!!

“새끼가... 가만히 있어!!!”

발이 묶인 이상 놈은 아무것도 아니다.

멧돼지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몸을 뒤틀었지만, 앞다리에 철사가 얽힌 탓에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한쪽 다리로 몸통을 짓밟은 뒤 장검으로 멱을 꿰뚫자 녀석은 저항다운 저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투구에 튄 핏물을 닦아내고 있자니 수풀 너머에서 라디와 말톤이 다가왔다.

“깔끔하게 잡으셨네요.”

“물론이지, 다 네 덕이다.”

“천만에요. 제가 한 일이라고는 여기까지 유인해 온 게 전부인걸요? 그나저나 이걸 야영지까지 운반해야 할 텐데...”

“들것을 만들도록 하지. 내가 적당한 나뭇가지를 구해오겠네.”

“그럼 저는 끈으로 쓸만한 넝쿨을 찾아볼게요.”

배낭 대신 등에 들쳐업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피에 젖는 건 물론이고 진드기에게 새집을 마련해주는 꼴밖에 안 된다. 여기선 시간을 조금 들이더라도 들것에 실어 옮기는 게 안전하겠지.

잠시 후, 말톤이 찾아온 나무줄기에 멧돼지의 팔다리를 매달아 앞뒤로 짊어지고 이동을 재개했다. 물론 녀석의 멱을 따 운반하는 도중 피를 빼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걷자 울창한 잡목림이 끝나고 드디어 목표했던 평야가 나왔다.

라디가 배낭끈을 움켜쥐며 눈동자를 빛냈다.

“와아... 도란님 저기 좀 보세요!”

“...장관이네.”

바람이 낮게 스치자 황금빛 갈풀이 술렁거렸다. 추수 직전의 밀밭을 연상시키는 들판은 풍요로움이 넘쳐났고, 중간중간 모험가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왁자하게 웃음꽃을 피워댔다.

할머니의 시골집 앞 논밭도 가을이 되면 이처럼 노랗게 물들곤 했지.

발밑을 빼곡하게 매운 장초는 기껏해야 무릎 높이까지밖에 오지 않았지만, 그랬기에 안심했다. 사바나의 잡풀처럼 무성하게 자라난 초목 속에는 어떤 맹수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법이니.

“도착했군. 하루를 끝마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일세.”

“그러게...”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아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며 드넓은 평야를 거닐었다. 이곳이 던전 안이라는 건 이미 잊은 지 오래. 눈부시게 빛나던 발광 이끼도 어느덧 노을처럼 붉은 색조를 띄기 시작했으니 이제 조만간 완전히 어두워지겠지.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잡자 말톤이 지도를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나는 이곳에 텐트를 치고 있을 테니 자네는 멧돼지를 손질하고 오게나. 아마 저쪽으로 나아가면 작은 도랑이 하나 나올 걸세.”

“그래, 금방 다녀올게. 꼬맹아 같이 갈래?”

“네!”

멧돼지를 들것에서 분리하고 조금 걷자 유독 인파가 붐비는 지점이 나왔다. 들판 한구석에 흐르는 작은 도랑 근처에서는 수통에 물을 퍼담는 사람들과 무기를 손질하는 모험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멧돼지를 해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오... 상당히 능숙하시네요. 모험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했으면서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요?”

“옛날에 아버지한테 조금. 멧돼지를 사냥할 일이 잦기도 했고. ...어제 생선 손질할 때도 한번 보지 않았어?”

“그거랑 이건 다르죠. 물고기 내장 빼는 것쯤이야 누구나 다 하니까요.”

“그런가... 들짐승 해체는?”

“음... 당연히 안 해 본 건 아닌데, 도란님이 하시는 것만큼 능숙하게는 못 해요. 실수로 위장을 건드려서 여러 번 고기를 망쳤거든요.”

“그럼 이참에 나한테 배워 볼래?”

“네?”

“손 이리 줘봐.”

“.....”

녀석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붙잡아 단검을 쥐여주고는 녀석의 손등 위에 내 손바닥을 겹친 채로 멧돼지를 해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자, 이 선을 따라 가르면 갈빗대를 분리해 낼 수 있어. 그래, 그렇게... 그럼 여기가 바로 등심이고 이 부위는 안심, 그다음 여기를 잘라내면... 그래, 잘하네. 그다음은...”

“.....”

녀석의 칼질은 빈말로도 잘한다고는 못할 수준이었지만, 서투르게나마 내 손길을 열심히 따라왔다.

내 손바닥에 거의 다 덮일 정도로 작은 손.

맞닿은 피부를 통해 심장 박동이 전해져왔다. 따뜻하고. 조금 빠르다.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손을 겹친 채로 있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목덜미가 근질근질해질 즈음이 되자 손질도 마무리될 기미가 보였다.

“자, 그래. 이제 여기만 잘라내면... 끝! 어때, 생각보다 쉽지?”

손을 멈추고 무심결에 후드 아래를 들여다보자­

눈동자가 마주쳤다.

“....”

열기.

늘상 차갑기만 했던 라디의 눈동자에 묘한 열기가 맴돌고 있었다.

“꼬맹아...?”

부산스러웠던 물가에는 어느새 나와 라디의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곧 그 푸르른 시선에 황금빛 들판이 담기고

내가 담기고

투구 속 검은 눈동자가 담겼다.

그리고 점점 더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조금만 더...

­쨍그랑!!!!

“씨발깜짝이야!!!”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화들짝 놀라 옆을 돌아보자 바로 옆에서 검을 손질하던 한 모험가가 덥수룩한 수염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실수로 바위에 검을 떨어뜨린 모양.

“아니, 검 손질은 저기 가서 하지 왜 여기서...!”

“거, 미안하게 됐수다. 그럴 수도 있지, 댁이 뭐 전세 냈수?”

“...너 다음부터 조심해라. ...와, 겁나 놀랐네.. 꼬맹아 괜찮냐?”

“.....”

사납게 내뱉고 고개를 돌리자 녀석은 후드 끝자락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불그스름한 기운이 맴도는 하늘 탓인지 원단 사이로 엿보인 손가락도 벌겋게 물들었다.

...녀석이 내 얼굴을 보지 못해 다행이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하고 있지만, 혼란스러워 미칠 것만 같다. 순간 꼬맹이를 여자로 착각할 뻔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지.

하마터면 초등학생 때 버스 정류장에서 맨날 마주치던 예쁘장한 형을 누나로 착각하고 고백했을 때와 비견될 흑역사를 만들 뻔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 씨발!!! 내가 왜 그랬지?!!

물가에서 불어온 바람에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며 읊조렸다.

“...돌아가자. 더 늦으면 말톤이 걱정하겠다.”

“......”

라디는 여전히 후드를 푹 눌러쓴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왔나, 마침 딱 좋을 때.... 자네들 무슨 일 있었나?”

“아니 아무 일도.”

“.....”

해체하고 남은 멧돼지 사체를 땅에 묻고 돌아오자 말톤은 느긋하게 짐더미에 기댄 채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녀석이 상체를 일으키더니 미심쩍은 시선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아니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얼굴이지 않나... 게다가 라디 자네는...”

“아무 일도... 없었다...!”

비장한 목소리로 녀석의 말을 가로막았다.

“.....”

말톤은 얌전히 고개 숙인 라디와 굳게 입을 다문 나를 멀뚱히 쳐다보더니 곧 뭔가 깨닫기라도 했는지 눈을 크게 떴다.

이내 피식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흠흠... 그, 그래서 손질은 마쳤나?”

“...그래, 여기 있다.”

손질된 멧돼지 고기를 풀밭 위에 내려놓자 녀석이 손뼉을 마주치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단하군! 이거 오늘도 엄청 포식하겠구먼 그래!! 역시 도란 자네를 만나고 하루하루가 즐겁네, 안 그런가 라디?”

“.....”

녀석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거 원... 너무 기대대는군...! 그래서 도란, 이건 어떻게 요리할 겐가? 자네가 구워삶는 것 하나만큼은 정말 잘하지 않나? 어제만 해도 대어를 낚았을 정도니 말일세! 아니, 방금인가?”

“.....”

몇몇 단어에 묘한 악센트를 주는 모양새가 몹시 열 받는다. 아무래도 이상한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그런 거 아냐 새꺄. 그나저나 더 늦어지기 전에 요리를 하긴 해야 할 텐데... 아,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이번에는 라디와 안... 흡?!”

말톤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라디가 잽싸게 달려가 두 손으로 녀석의 입을 틀어막았다.

보나 마나 꼬맹이랑 같이 안 갈 거냐고 물으려던 것 같은데...

그럴 수 있겠냐?! 여기까지 오는 내내 어색해서 죽을 뻔했는데!!

“금방 다녀올게.”

나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도랑이 있던 방향으로 도망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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