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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하렘 생존기-54화 (54/375)

〈 54화 〉 고대 유적 #4

* * *

[054] 고대 유적 #4

옘병.

그러면 그렇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내가 무슨...

전방을 바라보자 수십 구의 사체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수분이 메말라 비정상적으로 가벼워진 미라들은 하나같이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기라도 하는 듯 이상야릇한 모습이었다. 발을 질질 끌며 느릿느릿하게 다가오는 거동은 마치 해저 밑바닥을 전전하는 망자를 보는 느낌이다.

이곳은 바다가 아니라 미궁 한가운데지만.

“...봐, 결국 내 말이 맞잖아.”

“설마하니... 오는 길에 마주쳤던 시체들이 언데드화 한 건가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는데...”

“....죽어서도 안식에 들지 못하다니. 참담하군.”

“.....”

아니.

모르는 소리.

진짜 참담한 건 나다.

거사가 바로 코앞이었는데...!

하다못해 내 실수였다면 자책할 도리라도 있으나 이번 건 오롯이 저 새끼들 때문이다.

게다가 저거, 모가지가 덜렁거리는 놈이 몇 마리 보이는 게 어쩐지 낯이 익다.

감히 죽어서까지 날 방해하다니...! 그것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천만번 더 죽어 마땅하다.

판결 : 사형!

주먹을 꺾으며 앞으로 나섰다.

“도란, 자네는 뒤에서...”

“닥쳐.”

“도란...?”

“좆까.”

깡패처럼 목뼈를 풀며 발을 내디뎠다. 손가락 뼈마디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미궁 벽 너머에서 걸어 나온 미라들이 곧 모래 수렁이 있는 위치까지 도달했으나 워낙 몸무게가 가벼운 덕에 아무런 영향 없이 건너왔다.

“도, 도란 자네가 흥분한 건 알겠지만 여기서는 진정하고 차분히 해치우는 편이...”

“좆.”

번개처럼 뛰쳐나갔다.

나의 첫 목표는 제일 먼저 수렁을 건너온 놈. 그래, 너.

순식간에 다가가 사타구니를 짓밟았다. 속이 빈 짚인형을 걷어차는 감각. 놈은 즉각 하체가 허물어지며 그대로 주저앉았지만, 나는 그에 그치지 않고 대가리에 싸커킥을 후려갈겼다.

다음은 너.

곧바로 몸을 비틀었다. 흩날리는 모래알. 어스름한 야음 속, 휘황한 두 눈동자로 미세한 기척을 포착해냈다. 손아귀에 든 검을 휘둘러 하반신을 조각조각 찢어발긴다. 연격.

­후우우으으...

­후오오옹...

언데드들이 추가로 다가왔다. 성대가 메말랐는지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건조한 사풍이 헐렁거리는 갈빗대를 지날 때마다 귀곡성이 흘러나온다. 이내 놈들이 뼈가 훤히 드러난 팔을 휘둘러왔다.

­슈우우욱!!

“.....”

가볍다.

빈약하기 그지없는 공격. 단출할뿐더러 아무런 위력도 실리지 않은 일격이었지만, 나는 훌쩍 뒤로 뛰어넘어 회피했다. 언데드의 손톱과 이빨에는 간혹 치명적인 저주가 서려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으니.

이내 잠시 공격이 멎은 간극을 노려 순식간에 자세를 낮춘 다음 크게 휘둘렀다.

­서거걱!

전방위로 뻗어 나간 검광. 맑은 은빛 호선이 하체를 갈랐다. 졸지에 하반신을 잃은 미라들이 가느다란 두 팔에 의지해 기어온다. 나는 칼날을 역수로 쥐고 내리찍어 척추를 모조리 끊어내었다.

실시간으로 언데드를 참벌함에도 한 번 피어난 분노는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씨발!!!”

이 빌어먹을 미라 새끼들!

감히 내 끈적하고 농밀한 밤을 방해해?

민달팽이까진 아니더라도 산란기의 꼼장어처럼 뒤엉켜 찐득하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반짝이는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나왔다.

­콰앙!!

발밑의 지면이 폭사했다. 비산하는 파편. 입술을 꽉 깨물고 휘몰아치는 모래바람과 함께 배후로 향했다. 놈들이 반응하지도 못할 찰나에.

­퍼걱ㅡ!!

날카로운 칼날로 하반신을 꿰뚫는다. 그걸로 모자라 거칠게 뽑아내고 다시 꿰뚫었다. 이어 난폭하게 걷어차고 일련의 동작을 반복한다.

이건 나의 몫!

다시 한번 도약. 말톤이 선보였던 요령대로 벽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이어 놈들의 흐리멍덩한 안구와 마주친 순간, 크게 회전하며 내려찍는다. 놈은 수압 절단기에 맞닿은 피구공처럼 두 갈래로 찢겨나갔고, 고간 사이로 부서진 뼛조각을 흘러내렸다.

이건 내 거시기의 몫!

적진 한복판으로 파고들자 미라들이 날 에워쌌다. 사체 특유의 알싸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죽어서도 감지 못한 눈동자. 오래전에 생명의 온기를 잃어버린 그 시선을 뒤집어쓰자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기분이다.

만약 내가 개빡쳐있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말이지!

“씨발 다 뒈졌어!!! 이 육수용 멸치 같은 새끼들아!! 덤벼!!!”

이젠 아예 검집도 뽑아들고 바바리안에 빙의해 이도류로 적을 무참하게 학살해나갔다.

사타구니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것 같은 건.... 기분탓이다...!

“도, 도란님..! 저길 보세요!!”

무참히 언데드들에게 안식을 선사하던 도중, 라디가 한 방향을 가리키며 급박하게 외쳤다. 녀석의 손끝이 향한 곳에는 수십이 넘는 언데드가 수렁에서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마치 오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언데드!! 좆!! 씨팔!!”

나는 즉각 팔을 멈추고 달려나갔다. 이내 두더지 게임처럼 미친 듯이 발바닥을 내려찍어 머리통을 분쇄했다. 차이가 있다면, 단순 뿅망치 위력으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지만.

세상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종이 있다는 걸 알려주겠다!

“끼에에에엑!!!!”

“마, 말톤님...! 도란님 상태가 이상한데 저거 빨리 말려야...!”

“...냅두게, 한 시간쯤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테니..”

“죽어랏!!! 이 미련한 족속들아!!! 끼요오옷!!”

­후오오오옹...

“끼요오오옷!!!”

­후우우오옹...!

*

학살의 시간이 지나갔다.

어스름한 불빛이 기운 미궁 안, 언데드들의 오체를 분리한 뒤 일렬로 세워둔 머리통 앞에서 현란한 티베깅을 선보이고 있자니 누군가가 옆에서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응? 왜 꼬맹아?”

“아니 왜고 자시고... 대체 그 몸동작은 뭐에요... 춤...? 춤치고는 너무 경박한데...”

“아, 이거? 내 고향에서 전해 내려오는 유서 깊은 장례 의식이야. 너도 같이할래?”

“...절대로 사양할게요. 그보다 이건 대체...”

라디가 착잡한 시선으로 주변을 훑었다. 족히 마흔이 넘어갔던 미라들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사지가 찢겨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미 죽은 존재들이니 ‘생명력이 강하다’고 표현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과연 언데드답게 목이 잘린 채로도 쉴새 없이 팔다리를 꿈틀거린다.

라디가 지렁이처럼 꿈지럭꿈지럭 지면을 기어다니는 팔뚝을 짓밟으며 읊조렸다.

“...전부 소각해서 처리해야겠어요. 말톤님, 아직 불씨 남아 있죠?”

“그렇네, 내가 주검들을 거두어들일 테니 라디 자네는 구석에 불을 지펴 주게나.”

“네, 알겠어요.”

전투를 끝마치자 뒷수습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창고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지점에 사체들을 모으고 불씨를 던져넣자 새빨간 화염이 치솟았다. 수분이 없어서 그런지 마른 장작처럼 잘 탄다.

혹여나 바람을 타고 화재가 번질 걸 대비해 말톤이 감독을 서는 사이, 모포를 담요처럼 뒤집어쓰고 망연히 불길을 응시하자 어느새 작업을 마친 라디가 다가와 곁에 앉았다.

“좀 진정되셨어요?”

“아, 그래... 고마워.”

“천만에요.”

녀석이 건네준 꿀물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머리끝까지 달아올랐던 흥분이 가시자 한결 차분해진 기분이다.

한창 사색에 잠겨있자니 새빨간 후드 아래서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한밤중에 언데드가 나타날 줄이야... 앞으로도 계속 습격해올까요?”

“뭐... 아마 그러지 않을까? 분위기로 봐서는 야간만 되면 활동을 시작하는 모양인데...”

한숨을 내쉬었다.

언데드야 고위 개체들이 아닌 한 별거 아니라지만 시기가 너무 나쁘다. 만약 밤마다 놈들이 덮쳐온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

푹푹 찌는 듯한 더위에 정돈되지 않은 노면, 이따금씩 휘몰아치는 모래폭풍과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함정. 그에 더불어 충분한 수면마저 취하지 못한다면 얼마 못 가고 탈진할 게 뻔했으니까.

만약 여기서 길마저 헤맸더라면 몇 달이 지나도 이 미궁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언데드들의 동료가 되었겠지.

“어쩔 수 없나... 그래도 오늘 하루 사이에 많이 지나쳐왔으니 망정이지...”

걱정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잔 아래 찰랑이는 금빛 수면과 함께 상념을 털어 넘겼다.

이후, 차갑게 식은 돌벽에 기대어 라디와 나란히 앉아 있자니 좀전의 못다 한 일이 떠올랐다.

살며시 그 손등에 내 손바닥을 겹치자 녀석이 귀를 살짝 움찔하더니 이내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내 흑발을 쓰다듬어왔다.

“..미워요?”

“....뭐가.”

“언데드들이요. 마침 좋은 분위기였는데.”

“.....”

좋은 분위기라...

자존심 탓에 고개를 저었지만 투구도 쓰지 않은 지금, 녀석을 속일 수는 없었다.

“거짓말.”

“....”

“흥분해서 앞뒤 안 가리고 뛰쳐들었잖아요. 그렇게나 조심하라고 당부했는데... 물가에 내놓은 애도 아니고.”

“.....”

“...그렇게나 아쉬웠어요?”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피하자­

“바보...”

­풀썩.

라디가 내 머리를 상냥하게 잡아당겨 허벅지 위에 눕혔다.

“...아직 던전 안이잖아요. 우리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요. 저 어디 안 가니까. ...알았죠?”

“.....응.”

쑥스러워 시선을 피한 나를 라디가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바라봐왔다. 곰살궂게 뺨을 훑는 손길이 다정해 살짝 뒤척이자 간지럽다는 듯이 눈웃음짓는다.

과거에 내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미 한번 감정이 메말랐던 내가 이런 인연을 맺게 될 거라고.

이런 감정을 품게 될 거라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살며시 눈을 감고 몸을 맡겼다.

“......”

“.....”

“뭐.”

오 초도 안 되서 다시 눈을 뜨자 그곳엔 말톤이 황망하게 서 있었다.

막 고된 노역에서 해방된 노예처럼 잘생긴 얼굴 가득 숯검댕칠을 한 채.

“....누구는 고생하는데... 염장질이나 하고 말일세... 팔자도 좋군.”

“아, 끝나셨어요?”

“...라디 자네도 꽤 뻔뻔해졌군....”

“이제 와서 굳이 숨길 필요 있나 싶어서요.”

“......”

말톤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바위에 걸터앉았다.

“고생했다 말톤.”

“...엎드려 절 받기군. 선인장 과육 남은 것 좀 있나?”

“자.”

“고맙네.”

말톤이 선인장 수액으로 목을 적시더니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사체들을 소각하다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네.”

“이상한 점?”

“그럴세, 나도 우연히 알게 된 거지만... 심장을 뭉개니 미라들이 거동을 멈추더군.”

“심장...?”

자세를 고쳐앉으며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모든 생명체는 심장이 망가지면 죽는다. 간혹 트롤 중에서도 유독 재생력이 강한 개체가 염통에 칼을 맞고도 살아남았다는 기록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 대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즉사한다.

그것이 생명체라면.

당연하게도 언데드에겐 생명이 없다. 오죽하면 학자들도 생물이 아니라 이물로 분류하겠는가. 이미 한 번 죽었으니 심장이 뛰지 않고, 심장이 뛰지 않으니 찔려도 죽지 않는다. 애당초 스켈레톤처럼 장기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고.

그들은 따뜻한 핏줄기도, 인간다운 감정도, 펄떡이는 심장도 없다.

그들의 안식을 빼앗아 걷게 만든 저주가 풀리지 않는 한, 뼈마디가 가루가 될 때까지 움직이는 게 바로 언데드다.

한데 심장을 찔리면 죽는 언데드라니?

탐욕 없는 고블린만큼이나 어불성설이다. 바위굴 안에 간을 보관하고 다니는 토끼와도 같이 언어도단이다.

말톤이 천 조각으로 얼굴에 묻은 검댕을 닦아내며 말했다.

“나도 자세한 이유는 모르네,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것뿐이니.”

“.....”

“...심장이 없으면 행동을 멈추는 언데드라... 그럼 바로 그 심장에 주술이 걸려 있는 게 아닐까요? 망자들에게 동력을 공급하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뭐, 그럼 우리야 나쁠 거 없지. 앞으로는 심장만 노리면 된다는 소리 아냐? ....뭐야 그 띨빡한 새끼들은.”

“앞으로 대처하기는 훨씬 편할 테지. 하지만 내 말의 요지는 그게 아닐세 도란.”

“...그럼 뭔데?”

녀석이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언데드가 왜 생겨난다고 생각하나? 사후에 묻힌 땅이 막대한 음의 기운을 머금고 있거나 강한 사념이 구체화한 경우도 있겠지만, 십중팔구는 흑마법 때문이지. 죽음의 권능을 다룬다는 안디라 신의 추종자들이 배척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네.”

“.....”

생소한 개념이 다소 등장했으나, 일단 시선으로 뒷말을 재촉했다.

“...이렇게 대규모로 언데드가 창궐한 걸 보니 개인적인 원한은 아닐 테지. 어쩌면 이 미궁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그들을 망자로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닐 거로 생각하네. 자연 발생한 언데드 중에 심장이 약점인 개체가 있었다는 얘기는 내 들어본 적 없으니.”

‘고대 유적은 워낙 불규칙해 기존의 상식으로는 재단할 수 없지만’ 말톤이 얼굴을 닦던 천 조각을 갈무리하며 툴툴거렸다.

“...그러면 흑마법 때문이라는 거야?”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리고 마법에는 응당 술자가 있기 마련이에요. 그 인물을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라디가 이어받자 말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리치... 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쩌면 강한 네크로맨서가 거주할지도 모르는 일이네. 마법사들의 수명은 워낙 종잡을 수가 없으니 말일세. 아마 심장을 매개체로 언데드를 제조한 게 아닐까 싶네만... 뭐 그냥 주의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네. 미궁의 심부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강한 언데드가 출몰할지도 모르는 노릇이니.”

“....진짜 뭐 하나 쉬운 게 없네. 언제는 안 그랬냐만... 야, 넌 뭐 아는 거 없냐?”

­......

내 그림자로 숨어들었을지도 모르는 괴물에게 물었으나, 애꿎은 실루엣에 대고 말해봤자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라디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내일부턴 밤이 되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겠어요. 불침번도 두 명이 함께 서고 돌아가며 쪽잠을 자는 식으로 하고요.”

“그래, 그럼 오늘은 이만 자자. 내일 피곤하겠다. 이 인근 언데드는 다 처리한 모양이고.”

“네, 그렇게 해요.”

차갑게 식은 몸을 일으켜 잠자리로 향했다. 전투의 긴장이 가신지라 몸이 찌뿌둥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 미역이라도 감고 싶었으나 여기서 그런 생각을 품는 건 사치겠지.

라디가 내 체취를 맡고 꺼리진 않을까 걱정함과 동시에 다시 함께 누울 생각에 내심 설레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자니...

­텁.

“....놔라.”

“.....”

“왜, 아직도 용건이 안 끝났어? 또 방해할 생각이면...”

“방해고 자시고 저길 보게.”

말톤이 엄지손가락으로 등 뒤를 손짓했다.

그곳에는 다 떨어진 모래시계가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자네가 불침번을 설 차례라네.”

“......”

시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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