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고대 유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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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 고대 유적 #5
밀월에 실패한 밤이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났다.
비록 꼬리를 만진다는 당초의 목적은 좌절됐지만 분명 또 기회가 있겠지.
라디에게서 언질 비스무리한 것도 받은 데다가 귀를 만지게 해준 덕에 그럭저럭 만족하기로 했다.
나중에 던전을 나가면 아예 날 잡고 이것저것 해봐야지. 흐흐...
“어휴... 표정 또 풀어지셨어요.”
“...그러냐.”
“도란 뭐 특이한 건 없는가?”
“아직은 없어.”
예상대로 어둠이 걷히자 언데드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불침번을 서는 도중 몇 번인가 놈들이 습격해왔지만, 그 수가 적어 어렵지 않게 해치울 수 있었다.
애초에 심장을 꿰뚫리면 죽는 언데드라니... 언데드의 강점은 아무리 베어도 도로 재생해 덤벼드는 데에 있거늘.
애석한 눈길로 통로에 가득한 사체들을 훑었다.
낮이 되어 놈들이 운신을 멈춘 사이 다리를 절단해 기동력을 떨어뜨리고 있자니 라디가 저 앞을 손짓했다.
“도란님, 저기 또 건물이 있어요.”
“건물? 어디 보자... 그러네. 저번에 봤던 창고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설마 이번에도 술을 구할 수 있으려나?”
“아쉽게도 이번엔 음식물 냄새가 느껴지지 않아요. ...뭘까요?”
“한번 가보면 알겠지. ...말톤!”
“알겠네.”
묵직한 배낭을 떨쳐내고 전방으로 걸어나갔다.
미궁을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점점 인공 구조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옛적에 무너진 폐허에 불과했지만, 이처럼 간혹 원형을 유지한 것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좋은 징조.
동시에 함정의 수도 증가했지만, 이는 미궁의 최심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니.
이젠 능숙하게 구덩이 트랩을 우회해 건축물에 다가서자 반파된 문짝 내부로 허름한 정경이 들여다보였다.
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라디가 쇠뇌를 내리며 읊조렸다.
“음... 여기도 저장고로 쓰던 공간 같은데요?”
“그렇군, 한데 이곳은 식료품이 아니라 농기구를 보관하던 장소인 모양이네.”
“농기구라...”
천천히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모진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천장, 그 아래 잔뜩 쌓인 모래. 한때는 견고했겠지만 이제는 다 삭아버린 낡은 선반과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한구석에 가득히 쌓여있는 잡다한 잡동사니들로 미루어 과거에 어떠한 용도로 쓰였을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이건... 괭이인가...? 완전히 녹슬었군. 이 상태로는 밭은커녕 두부를 가르는 게 고작일 걸세.”
“아무리 고대 유적에서 출토된 물건이라 해도 이런 건 못 팔겠지?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반 위에 놓인 호미를 집으려 했지만, 손가락 끝이 맞닿기가 무섭게 받침대가 부서져내렸다.
손을 휘저어 폴폴 피어오른 모래구름을 떨쳐내자니 라디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도란님, 말톤님. 여기 뭐가 있어요.”
“잠깐... 이거...”
“...그렇군.”
먼지와 모래가 들러붙어 커튼처럼 드리워진 거미줄을 걷어내자 창고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그림이 보였다. 벽화는 비록 오랜 시간이 흘러 군데군데 색이 바래 있었지만, 우리를 놀랍게 하기에 충분했다.
“처음으로...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을 만한 걸 찾았네.”
“이건... 논일까요? 들판? 잘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한 해 수확을 끝내고 풍년제를 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 같은데...”
“짚단으로 동물의 형상을 만들었군. 토테미즘인가? 아니면 무언가의 상징일수도... 워낙 흐릿해 식별할 수가 없군.”
“아니 근데 던전 한가운데서 농사라니... 이 그림에 나온 지형이 근처에 있었던가? 여기 살던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곳에 정착했던 게 아니었어?”
“그러게요... 이 유적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걸까요...?”
미궁을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의구심만 늘어간다.
몇백 년이 흘렀음에도 정교하게 작동되는 함정들. 흠집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굳건하고 거대한 장벽. 정체불명의 언데드. 의문의 목소리.
이미 우리의 추측이 가능한 범주를 벗어났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식료품 창고 항아리 중에 보리로 만든 빵이랑 유제품도 있었잖아. 그럼 농경지는 물론이고 소나 양을 키울 목초지도 있었다는 소린데...”
“이전에는 더욱 번창한 문명이었을지도 모르겠군.”
“근데 그렇게 대단한 문명이 왜 비옥한 토지도 버리고 굳이 이런 던전 안에다 미궁을 만들었을까요? 이렇게나 척박한 곳에...”
“글세...”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뿐이다.
분명 더 큰 비밀이 이 유적에 숨겨져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왠지 모를 오싹함에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돌연 라디의 귀가 움찔했다.
“어...? 도란님 잠깐 멈춰 봐요!”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방금 마룻바닥 소리가 조금 다른 것 같았는데... 이쪽으로 한번 와보세요.”
“.....”
“....다시 뒤로요.”
“....”
.....
“어? 방금...!”
“그래 나도 느꼈다.”
모래가 잔뜩 덮인 양탄자 아래로 공음(?音)이 들려왔다. 이 아래 빈 공간이 있다는 뜻. 곧바로 천을 뒤엎자 낡아빠진 나무 바닥이 드러난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여기 뭔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
콰지직!!
“도란님!!!!”
시야가 깎여나갔다.
재빨리 라디가 뻗은 손을 붙잡고자 했으나,
“씨바아알!!!”
발치를 지탱하던 널빤지가 꺼지며 어두컴컴한 굴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조류처럼 길게 늘어지는 흐름. 필사적으로 손아귀를 움켜쥐었으나 잡히는 건 없었고, 곧이어 등 뒤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커허헉...!”
허리를 굽히고 신음했다. 폐 속의 공기를 모조리 강탈당한 느낌. 그간 수많은 경험 덕에 반사적으로 낙법을 취하지 않았더라면 등뼈가 아작났을 게 분명했다.
소리가 멀게 느껴진다.
“대체 어떤....”
“도란님..!!”
“도란...!”
“....난 괜찮아!!”
간신히 허리를 부여잡으며 대답하자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다.
“도란님...! 로프를 내려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니, 그보다 랜턴 좀 보내줄 수 있겠어?!”
“랜턴...! 랜턴은 갑자기 왜...!”
“...잠깐이면 되니까!”
돌아가기 전, 확인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이 공간은... 뭐지...?”
칠흑 같은 어둠 속, 숨겨진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
짙게 내리깔린 회명 너머로 서늘한 냉기가 끼쳐왔다.
아슴푸레 피어오르는 입김은 불길함을 가중했다.
살갗을 거슬렸던 열기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런 한기라니,
벌레가 피부를 기어다니는 듯, 목덜미를 끈적하게 타고 늘어지는 공기만 아니었더라면 꽤 쾌적하다 느꼈을지도 모르겠는데.
“도란님...! 무슨 일이에요...!!”
“여기 뭔가가 있어!! 확인해 보고 올라갈 테니까 조명 하나만 내려줘!!”
“....”
잠시 후,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라디가 로프를 타고 내려왔다.
“그냥 횃불만 내려주면 됐는데...”
“그게 무슨 소리에요... 어디 다친 덴 없어요?”
라디가 걱정스레 내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졌다.
“걱정 마, 이 정돈... 끄떡없으니까! 그보다 말톤은?”
“로프하고 짐을 지킬 사람이 필요해서 남기로 했어요. 유적 안이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만약 돌아왔을 때 밧줄이 사라져 있으면 오도 가도 못 하고요.”
“그래? 그럼 빨리 확인하고 돌아오자. 걱정하기 전에.”
“네... 그나저나 여긴 무슨 공간일까요? 창고 밑에 이런 비밀 통로가 있었을 줄이야...”
“지금부터 확인해 봐야지. 길이 하나니까 저쪽으로 가보자.”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라디가 든 랜턴에 의존해 주변을 유심히 살폈지만 네모반듯한 벽돌로 이루어진 직사각형 통로에서는 아무런 특이점도 찾을 수 없었다.
굳이 꼽자면 일반적인 통행로에 비해 높이가 낮고 폭이 넓다는 점 정도?
수월하게 전진하는 라디와 달리 상체를 굽힌 채 열심히 뒤따르고 있자니 불현듯 앞서 들려오던 발걸음이 멎었다.
“....왜?”
“음... 여기 바닥에 무언가 끌린 듯한 자국이 있어요. 아마 바퀴 같은데...”
“바퀴? 그럼 물자를 운반하는데 쓰던 통로인가?”
“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장소에 비해 바닥이 유독 매끄럽게 다듬어진 걸 보니... 수레 같은 걸 끌기에 적합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 도란님?”
“....응? 왜?”
“아니 방금 표정이...”
“아냐 그냥... 공기가 탁해서.”
거짓말이다.
이 통로에 접어들고 나서부터 귓가에 들러붙던 속삭임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으니까.
마치 뇌 속에 직접 활자를 새겨넣는 듯한 그런ㅡ
불쾌하다.
머릿속에 이명이 들이차는 듯한 불쾌함을 감내하며 나아갔다.
랜턴의 화광이 드리울 때마다 축축한 통로가 금빛으로 번뜩였다.
찌는 듯한 열기가 뿜어나오던 지상과는 반대로 오싹한 한기가 내리깔린 터널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과 타다 남은 횃불의 그을음이 산재해 몹시도 을씨년스러웠다.
당장에라도 언데드가 뛰쳐나올 듯한 정경.
“숨겨진 비밀 통로... 횃불 자국... 누군가가 정기적으로 이 통로를 이용했다는 말인데... 도대체 이 미궁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아마 조금 뒤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저길 봐.”
“아...”
싸늘한 한기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올 무렵, 긴 통로에도 드디어 끝이 보였다. 그 마지막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지금까지 지나쳐왔던 터널과 동일한 규격의 입구들과 커다란 문의 존재였다.
유적 입구에서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돌파했던 기믹과 비슷한 광경.
“...저희가 발견했던 창고 말고도 여러 루트로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나 봐요. 그리고 이 문은... 이번에도 빛을 이용해서 여는 걸까요?”
라디가 석재 출입문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글쎄... 한번 내용을 해석해 보자. 여기에도 분명 어딘가 단서가 숨어있을 거야. 잠시만...”
돌문을 밀어봤지만, 꿈쩍도 안 했다. 하는 수 없이 라디를 뒤로 물리고 옷소매로 문에 가득한 오물을 닦아내자 날카로운 도구로 조각된 부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눈에 담자마자 절로 헛숨을 들이켤 수밖에 없었다.
“이건...”
광기(??).
그저 광기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스스로 제 배를 갈라 창자를 끄집어내는 사람들, 그걸 높이 들어 올리며 광소하는 이들. 날카로운 도구로 안구를 적출하는 청년들과, 아직 눈도 채 뜨지 못한 자식을 불태우며 회한하는 아낙네들.
대체 무얼 봤기에. 무엇 때문에.
태양이 검게 물들어 빛을 잃고 사그라들었고, 곡식들은 메말랐다.
돌계단을 타고 흐른 피가 강을 더럽히고, 사람들은 목을 축였다.
만연한 인육과 짓뭉개진 살점에서 흘러내린 구정물에 아이들이 몸을 뉘었다.
비통한 울부짖음이 웃음소리에 섞여 급류처럼 늘어진다.
이토록 비참한 일이.
줄곧 살가죽을 파고들던 냉기가, 첨단을 이루어 폐부를 찔렀다.
“도란님...”
라디가 떨리는 손길로 내 손을 붙잡았다. 언제나 당돌했던 녀석조차도 움츠리게 할 만큼 무시무시한 저주가, 원한이 이 부조에 담겨있었다.
“.....”
“....”
나는 맞잡은 오른손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라디가 날 의지할 수 있도록.
싸늘한 옛 과거의 잔재만이 남아버린 이곳에서 생명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리하여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강하고, 확고하게.
손을 움켜쥐었다.
“....고마워요.”
“...천만에. ...이제 들어갈 방법을 찾자. 너무 늦으면 말톤이 걱정할 테니까.”
“네, 도란님.”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정신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이 그림에 나온 사람들... 눈동자의 방향이 모두 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어요...”
부조를 깊게 들여다보자,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선.
그들은 시선은 모두 한 장소를 향하고 있었다.
“천사...? 뭔가가 하늘에 떠 있는데?”
“세 쌍의 날개... 신의 대리인을 증명하는 상징이에요. 그런데 천사가 왜 이런 그림에...”
“글쎄다... 구도로 봐서는 아무래도 저 천사가 이 사태의 원흉인 것 같은데... 아니면 단순 은유인가? 어쩌면 여기에 문을 열 단서가 있을지도...”
그것뿐만이 아니다.
제단.
그림에는 크고 작은 제단들이 총 13개 존재했다.
각 단상에는 저마다 산 제물이 올라가 있었고, 제각기 다른 천사들이 그 위를 맴돌았다.
하나같이 끔찍한 인면구를 얼굴에 뒤집어쓴 천사들이.
“불쾌하네... 제단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전부 천사를 강조하고 있어.”
“그럼 저번처럼 빛을 비춰 보는 건...”
라디가 요리조리 랜턴을 기울였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내 발치에 늘어진 그림자도 미동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지.
“...아무래도 이번엔 다른 기믹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데... 꼬맹아, 혹시 지금까지 지나왔던 통로 중에... 아.”
“네? 왜요 도란님?”
“...잠깐만 그대로 있어.”
“읏...!”
손바닥으로 라디의 등 뒤 벽을 짚었다. 순간적으로 녀석과 밀착하자 달곰한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지난 며칠간 제대로 씻지도 못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체취가 나는지. 하지만 여유 부릴 시간이 없었기에 곧바로 내가 방금 목격했던 걸 확인했다.
“역시나...”
“뭐, 뭐가요...?!”
“이거 봐. 벽돌에 이상한 문양이 그려져 있어.”
그 말대로, 라디의 등 뒤편에 위치한 전벽에 희미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언뜻 보아서는 자그마한 얼룩처럼 보이지만 명백한 그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특별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실로, 지구에서도 십자군 시대 건축물에는 각 벽돌마다 해당 석재를 가공한 석공의 고유 문양이 남아 있으니까.
문제는 그 모양이다.
“날개를 형상화한 상형문자야. 아마 천사를 뜻하는 것 같은데 혹시 이걸 건드리면...”
딸칵!
“...그렇지.”
그다지 큰 힘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손끝에 닿은 벽돌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도중에 어렴풋이 걸리는 듯한 느낌이 났으니 모종의 트리거를 작동한 것이리라.
“아직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나네... 그럼 부조에 그려진 제단하고 천사의 수가 열셋이었으니까 그만큼 천사 문양을 찾아서 누르면 될 것 같아. 혹시 모르니 다른 벽돌은 건드리지 말... 꼬맹아?”
“......”
대답이 없어 의아하게 돌아보자 라디가 보였다.
흐릿한 조명에도 티가 날 정도로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짧은 순간, 녀석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나 고찰한 결과
“...변태.”
“.....”
“방금까진 벌벌 떨었으면서 어떻게 그 잠깐 사이...”
“시끄러워요.”
라디가 후드를 잡아당겨 표정을 가리더니 휙 지나쳤다.
그래봤자 귀가 쫑긋거리는 게 다 티 나지만.
“....정말이네요. 진짜로 천사 문양이 새겨진 벽돌이 있어요. 이걸 누르면 되나요?”
“그래,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고.”
“.....”
“왜, 뭐 있어?”
“아뇨 그냥... 다른 문양을 발견해서요. 이 애 미궁 입구에서 봤던 그림자랑 똑같이 생겼네요.”
쪼그리고 앉은 라디의 앞에는 고양이 무늬가 작게 튀어나와 있었다.
“...뭐, 그러고 보니 아까 말톤이 토테미즘인가 그런 얘길 꺼냈지. 어쩌면 이들이 숭배했던 게...”
“아, 천사 문양 하나 더 찾았다.”
딸칵. 라디가 벽돌을 누르자 미세한 작동음이 들려왔다. 이어 통로 구석구석을 비춰가며 나머지 천사 문양을 누를 때마다 점점 소리가 커져간다.
그리고 마지막 천사 문양을 앞두고 나와 라디는 잠시 멈춰섰다.
“그럼.. 누른다...?”
“잠깐만요, 같이 해요.”
“그래, 그럼...”
녀석과 함께 벽돌에 손을 얹고 힘을 싣자
딸칵!
쿠구구구구구궁ㅡ!
““......””
도저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석문이 활짝 젖혀지며 숨겨진 내부 공간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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