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스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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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스승 #2
“저기서 한 번 쉬었다 가자...!”
“네...!”
미약한 설풍을 헤치며 설원을 가로지르기도 한참, 커다란 바위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옹기종기 배낭을 깔고 앉아 바람을 피하자 호흡에 한결 여유가 깃들었다.
라디와 수통을 나눠 마시며 입을 열었다.
“...꼬맹아.”
“네, 말씀하세요.”
“원래 던전이란 데가 이렇게 넓어...?”
몇 날 며칠을 나아가도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야라도 좀 트였다면 모를까, 하늘을 뒤덮은 뿌연 취설 탓에 천장도 벽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슬슬 끄트머리에 도달할 법도 한데...
라디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아니요... 이런 규모가 어디 흔하겠어요. 애초에 저희가 속해있는 비스마르크 왕국령엔 던전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
“네,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중소규모 수준이에요. 안에 서식하는 마물도 그리 강하지 않고요. 물론 몇몇 예외도 있긴 한데 적어도 이 인근에는 없는 걸로 알아요. 왕국 외각 쪽으로 나간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다행이고...”
앞으로도 모험가로 살아가면서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이런 역경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질릴 뻔했다. 고생도 한두 번 해야지...
여기서 나가면 한동안은 좀 쉬어야겠다. 라디랑 같이 살 집도 알아보고 이곳저곳 관광도 하러 다녀야지. 한 번쯤 이 세계의 바다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지평선 너머를 응시하며 앞날을 생각하고 있자니 녀석이 푸른 눈동자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도란님은 베라스틴에서만 모험가 생활을 해 보셨다고 했죠?”
“뭐... 그렇지.”
“그럼 왕도도 가본 적 없으세요?”
“왕도? 못 가봤는데 그건 왜?”
의아하게 묻자, 라디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왕도에 가면 신기한 문물이 잔뜩 있거든요! 질 좋은 무구를 취급하는 대장간도 많고요. 도란님은 앞으로도 계속 모험가 활동을 하실 텐데, 장비를 다시 맞추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장비라...”
레더아머는 진작에 망가졌다. 이전에 쓰던 장검도 부러진 지 오래. 대신 사기적인 성능의 단도가 있지만, 이 무기에는 결정적인 결함이 하나 존재한다.
리치.
사정거리가 너무 짧다. 오랫동안 장검의 간극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단점. 이 정도 도신으로는 덩치가 큰 마물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어렵다.
일전에 스노우 타이거를 상대했을 때처럼 괴현상을 일으킨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늘상 발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목이 많은 곳에서 쓰기는 조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투구도 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당장은 라디의 로브를 빌려입거나 하는 방법으로 머리를 감출 수 있겠지만, 던전을 벗어난 후에는 투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대로 사람들 앞에 나설 수는 없으니까.
“...그래, 나중에 시간이 되면 같이 가보자. 기왕 둘러보는 거 옷도 몇 벌 새로 사고 말톤한테 줄 선물도 한두 개 고르면 좋겠네.”
“네! 잘 생각했어요!! 왕도 주변에는 예쁜 경관도 많다고 하니 같이 구경하고 싶어요!”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한가 보다.
“그래,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그나저나 이제 슬슬...”
컹!!! 컹컹!!!
“뭐야, 뭔데 그래?”
늑대가 코를 벌름거리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자리를 박차며 내 소매를 잡아끌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반응에 의문을 품으며 바위 뒤편으로 돌아가자...
“저건...”
“장관이네요...”
끝없는 설원의 지평선 너머로 새빨간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불그스름한 광휘가 다소곳이 내려앉자 하얀 언덕에 봉숭아물이 들었다. 흩날리는 눈송이는 오묘한 금빛으로 반짝인다. 크리스마스 전나무의 조명처럼 따스한 빛깔이 라디의 뺨 위를 어여쁘게 수놓았고, 짙은 청색 홍채와 어우러져 형형한 광채를 눈동자에 담았다.
“...예쁘다.”
“네, 정말이지... 몹시도 아름다운 경관이에요...”
“.....”
너 말이야. 너.
라디의 허리를 살짝 끌어당기며 웃었다.
“이 광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게 우리밖에 없다니... 어쩌면 인간 중 최초일지도 모르겠네. A랭크 파티도 오래 머문 건 아닌 것 같으니까.”
“그러게요...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로맨틱하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풍경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자. 오래오래 살고 봐야지. ....근데 저건 대체 무슨 현상일까? 던전에 해가 질 리도 없는데...”
“음... 아마 지표면으로 드러난 용암 때문일 거예요. 날이 어두워지면서 빛깔이 두드러졌나 봐요. 좀 전부터 미약하게 유황 냄새도 풍기고 있고...”
“유황 냄새...? 난 아무 냄새도 못 맡았는데...”
“제 코가 훨씬 민감하니까요. 늑돌아, 너도 맡았지?”
컹!!
늑대가 앞발로 코를 문대며 대답했다. 녀석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
“...좋은 소식이네. 목적지가 얼마 안 남았어. 화산 지대 근처에선 식량과 자원을 구하는 것도 수월할 테고. 문제는...”
“아무래도 저길 건너야겠죠...?”
협곡.
설풍이 한차례 지상을 훑고 지나가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쭉한 낭떠러지가 드러났다. 폭이 15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벼랑의 밑바닥은 새까만 심연이 도사렸고, 그 중심엔 아슬아슬한 얼음 다리가 걸려있다.
평소라면 우회해서 안전한 길을 찾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 속 편한 상황은 아니다. 좌우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협곡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사이 간격도 점점 더 깊어졌다. 설령 돌아간다고 한들 뾰족한 수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여기가 화산 지대를 구분하는 일종의 경계선인 모양인데...”
조심스럽게 나아가 발끝으로 얼음 다리를 디디자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갈라진 흔적도 없고, 두께도 일정하다.
“....좋아, 건너자.”
“네...?! 지금 제정신이세요!?!”
“왜, 무서워?”
“아, 아니..! 무서운 걸 떠나서 이렇게 위험해 보이는 다리를 건넌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위험하긴... 딱 봐도 튼실해 보이는구먼. 코끼리가 지나가도 멀쩡하겠다.”
“그, 그래도 이건...”
아무래도 높이가 높이다 보니 불안한 마음도 들지만, 미끄러지지만 않게 주의한다면 큰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을 거다.
“하, 하지만... 다, 다른 길을 찾아보는 건 어때요...?”
“너도 알잖아... 여기서 우회하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몰라.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 마물과 마주칠 확률도 늘어나고. 게다가 건너가서 당장 식량을 구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최대한 서둘러야지.”
“으...”
라디가 고개를 떨궜다. 녀석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내키지 않을 뿐이지...
“...그렇게 무서워?”
“그, 그건...!”
라디가 황급히 올려다봤다. 허나 눈이 마주치자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이내 말없이 붉은 후드를 끄덕였다.
“...이리 와. 이 정도로도 무서워하면서 그 높은 절벽에선 어떻게 뛰어내렸는지 몰라.”
“....”
내 품에 꼭 안긴 라디가 귀여워 피식 실소하자 녀석이 볼을 잔뜩 부풀렸다. 자신의 겁먹은 모습을 보고 웃는 내가 못마땅한 걸까.
“괜찮아, 내가 먼저 건널 테니까. 잘 따라올 수 있지?”
“...네.”
“늑대야, 너도 문제없어?”
컹!!
썰매를 풀어줘야 하나 잠시 고민한 게 무색하게도 녀석은 곧장 뛰쳐나가 얼음 다리 건너편에서 해맑게 짖어댔다.
컹!!! 컹!!!!
“그래! 조금만 기다려!”
“잠깐만요 도란님!!”
막 발을 떼려는 찰나, 라디가 내 허리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의아한 눈빛으로 내려다봐도 녀석은 우물쭈물하며 내 가슴팍에 머리를 묻을 뿐.
“...왜?”
“아니... 그...”
녀석은 딱히 할 말이 없는지, 한참 동안 갈팡질팡하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다 건너가고 나면... 귀 쓰다듬어 주세요...”
“...그래.”
라디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어주었다. 녀석의 어리광에 미소로 화답한 뒤, 절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내 작게 심호흡하며 조심스레 발을 내디딘다.
뽀득...
눈으로 뒤덮여 크게 미끄럽지는 않다. 붕괴할 조짐 또한 보이지 않는다. 수백 년간 수분이 응결되어 형성된 천연 다리는 은은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크응!! 컹!!
“그래그래.”
무탈하게 반대편 벼랑에 도착하자 늑대가 반갑게 맞이해왔다. 살갑게 주둥이를 들이미는 녀석을 세차게 끌어안아 주자 기다란 꼬리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컹!!
“그래, 인마. 밥 먹을 시간은 귀신같이 알아채선... 조금만 기다려. 라디가 건너오고 나면..."
고개를 돌려 녀석을 부르려는 찰나
“도란!!!!!”
어마어마한 충격이 날 덮쳤다.
*
육중한 질량에 들이받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영문도 모른 채 눈밭 위를 굴렀다.
무언가에 부딪혀 고개를 들자
설랑(雪?).
수십 마리의 잿빛 늑대가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크르르르...!
살기 어린 눈빛. 맹수 특유의 서늘한 동공이 내 전신을 탐했다. 흉악한 아래턱에서 흘러내린 침 한 줄기가 가슴팍을 적셨다.
“크윽...!”
서둘러 오른손을 들어올렸지만, 차마 반응하기도 전에 한 늑대가 내 손에서 단도를 채갔다. 코볼트 단검이 있는 어깨로 손을 뻗자 놈들이 날 꼼짝 못 하게 찍어눌렀다. 차가운 눈송이의 감촉이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당했다.
놈들은 영리하게도 내가 라디가 떨어지는 순간을 노렸다. 다리를 건너오자마자 움푹 파인 눈구덩이 아래서 일제히 뛰쳐나와 기습했다. 냄새로 알아차리지 못하게 맞바람을 맞으며.
“젠장!!!”
안일한 판단에 자책하며 몸부림쳤다. 내가 당하면 라디가 위험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필사적으로 사지를 잡아끌어 보지만, 황소만 한 늑대들의 구속을 뿌리치기란 불가능했다. 절망적인 상황.
그때였다
시꺼먼 형체가 날 놈들의 마수로부터 구원한 건.
크르르르..! 컹!!!
별안간 눈더미가 파열하며 몸이 가벼워졌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혹한 것도 잠시, 황급히 땅을 짚고 일어서자 눈밭에 뒤엉켜 구르는 익숙한 늑대가 보였다.
크르르르...!
녀석이 내 주위를 맴돌며 이빨을 드러내자 다른 늑대들이 주춤했다. 유독 검은 털가죽을 지닌 녀석의 개입으로 분위기가 일변했다. 잠시간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고, 곧 놈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걸어나왔다.
.....
압도.
단박에 깨달을 수 있었다. 저놈이야말로 이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걸. 은빛 털가죽은 백금을 녹여 두른 듯 윤택했고, 고고한 네 눈동자에는 품위 어린 지성이 휘황했다.
마나를 감지할 수 없는 나조차도 눈앞의 이 늑대가 범상치 않음을 알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으니
‘미친...’
서서히 다가오는 그 존재를 보며 아연실색했다. 놈은 수북하게 쌓인 눈더미를 걸어오면서도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았다. 코앞에서 마주 보고 있음에도 좀처럼 기척을 감지할 수 없었다. 잔잔한 호수에 녹아드는 눈송이처럼.
스노우 타이거에 맞먹을, 아니, 아득할 정도로 그 이상의 강적.
끼잉...
검은 늑대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녀석도 전혀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꼬리를 내리고 배를 까보였다. 소위 복종의 자세라고 불리는 동작. 은빛 늑대가 서서히 녀석에게 다가간다.
“....!!”
그 광경을 보자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바짝 들었다. 녀석이 다치는 꼴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힘을 자각하며 대응하려는 찰나
크응..! 컹!!
“....늑대야?”
두 녀석은 서로 이빨을 드러내는 일 없이 정답게 뺨을 맞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와 동시에 방금까지 팽배했던 긴장감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꺄, 꺄악...!”
“꼬맹아!!!”
돌연 등 뒤에서 들려온 다급한 비명에 몸을 틀자, 잿빛 늑대 두어 마리가 라디의 로브를 입에 물고 다리를 건너오는 중이었다. 새끼 고양이를 옮기듯 조심스럽게.
“히, 히익...! 내려줘!!! 아, 아니 머, 멈추지는 말고!!!”
크응...
컹...
묘한 분위기를 보니 알 것 같다.
“네 동료들이었구나...”
컹!!
지난 며칠간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녀석이 다가와 살갑게 뺨을 비볐다. 주변 늑대들도 나와 녀석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확인했는지 이빨을 감추었다.
“...그렇게 된 거였나.”
이제야 좀 위화감이 풀렸다. 일전에 침엽수림에서 목격했던 눈동자부터 동굴 입구에 난 발자국까지. 전부 이놈들의 소행이었겠지.
아마 뿔뿔이 흩어져서 늑돌이를 찾던 중, 한 마리가 우리 일행을 발견하고 계속 추적해온 게 아닐까? 나와 라디가 녀석에게 위해를 가할 여지가 있는 이상 지켜볼 필요가 있었을 거다. 마지막엔 동료들을 전부 불러 모아 우릴 제압할 계획을 세웠을 테고.
털썩.
“꺅...!”
검은 털가죽을 어루만지고 있자니 놈들이 라디를 내 옆에 내려놓았다.
“괜찮아, 이제 눈 떠도 돼.”
“...저, 정말요...? 윽!?”
녀석은 감았던 두 눈을 조심스레 뜨더니 질겁하며 물러났다. 사방을 빙 둘러싼 시선에 당황한 모양.
“도, 도란님..?”
“어.”
“저, 저흰 어떻게 될까요...?”
“...글쎄.”
나도 알 방도가 없다. 당장 물어뜯어 죽이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놈들은 몬스터, 그것도 타 종족에게 적대적이고 포악하기로 유명한 종이니까.
우리를 살려 줄 거란 보장은 없다.
지금까지 새끼 늑대와 동행해 온 건 맞지만, 따져보면 그 원인은 전부 내게 있다. 내가 녀석을 크레바스에서 떨어뜨렸고, 무수한 위험에 노출시켰다. 지금도 녀석의 등가죽엔 스노우 타이거에 물린 상처가 남아있을뿐더러, 그간 많이 굶주리며 야위었다.
내게 앙심을 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
눈 덮인 벼랑 위에 긴장이 맴돈다.
스윽...
컹!! 컹!! 컹컹!!!
아니나 다를까 내게 적의를 품은 듯한 무리가 한 발자국 다가오자 늑돌이가 앞으로 뛰쳐나가 짖어댔다. 그간 무수한 역경을 딛으며 종족 간의 장벽을 뛰어넘었다지만, 그건 녀석의 동료들에겐 해당하지 않는 내용.
나와 녀석이 함께한 시간은 인간과 마물들이 적대해 온 역사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다.
녀석이 필사적으로 울부짖지만, 늑대들의 눈동자에 서린 적개심은 꺼지지 않았다. 우리를 둘러싼 포위망이 점점 좁아지고, 라디는 떨리는 손끝으로 볼트를 장전한다.
나는 우두머리 늑대와 시선을 마주했다.
“.....”
.....
우리가 이곳에서 죽더라도 기필코 곱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굳은 각오를 담아 노려보았다. 칼자루를 움켜쥐며 종아리에 힘을 실었고, 전신에서 살기를 뿜어내었다. 한 마리라도 길동무로 데려가기 위해.
도신에서 미세한 시동음이 흘러나온 순간
.....
“....앗!!”
별안간 라디가 숨을 들이쉬며 물러났다. 찰나, 늑대 우두머리가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기에.
방금 뇌리에 박힌 광경을 되새기도 전, 녀석이 거체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늑대들은 그런 대장의 모습을 보고 일제히 울부짖었다.
아우우우우우우우!!!!!!!
아우우우!!!!!
컹!!! 크응!!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우두머리가 물러나자 늑대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려 떠나가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자욱했던 긴장감이 사라지자 붉은 황혼의 그림자가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그들을 비추었다.
“살려... 주는 건가요...?”
“그런가 본데...”
안도하려는 찰나
......
끄덕.
은빛 늑대가 안달복달하는 늑돌이에게 살며시 턱짓하자 녀석이 신이 나서 짖어대기 시작했다.
컹!! 컹! 컹!!!! 컹!!!
“...지금 늑돌이가 뭐라고 하는 거예요...? 어쩐지 조금 기뻐 보이는데...”
“....”
나는 잠시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우리더러 따라오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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