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불야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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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불야 #2
라디가 검지로 제 볼을 잡아당겨 입안을 보여주었다.
불그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목구멍 안쪽은 예열된 오븐처럼 따끈따끈해 보였고, 물기를 머금어 촉촉하게 반들거렸다.
그녀가 손가락을 떼며 교태스러운 목소리로 음언을 속삭였다.
“어때요? 이 안에 넣으면 정말로 기분 좋을 것 같지 않아요?”
“도란님을 위해 따뜻하게 뎁혀두었어요.”
“그럼 잘 먹을게요...?”
라디가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뜨끈한 숨결이 불어닥치자 물건이 크게 움찔했다. 곧 아기자기한 입동굴이 벌어지며 내 귀두 끝부분을 머금는다.
“하읍...”
‘크윽...!’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눅진한 구내가 다소곳하게 해면체를 감싸자 극상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저 단순히 귀두를 물었을 뿐인데도 어마어마한 쾌감이 답습해온다. 처음 맛보는 라디의 입안은 과연 그녀가 말했던 대로 뜨겁게 달궈져 있었고, 아담한 사이즈의 구강과 커다란 내 물건이 남김없이 맞물려 녹아내릴 것만 같은 쾌락을 선사했다.
이를 다물어 새어나오는 신음을 틀어막자 말캉한 혀가 단지 안에 담긴 꿀을 탐닉하듯 천천히 움직여왔다.
그녀는 요도 끄트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분비물을 혓바닥으로 훔치고는, 둥그스름한 기둥에 설근을 최대한 넓게 펴 밀착시키고 서서히 내려가며 번들거리는 자국을 남겼다.
츄릅... 츅... 쯔읍...
“큭...”
라디는 뿌리 부근에 도달하자 물건에 새침하게 입을 맞춘 후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쪽! 후으... 기분 좋아요?”
“너... 너.. 이런 건 또 언제 배웠어...?”
“언제긴요. 도란님이 기절해 계실 때 손으로 미리 연습해두었죠. 오늘만 해도 같이 시장을 거닐면서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세요? 일주일 동안 도란님의 잠든 얼굴을 감상하면서... 자위하고 싶은 마음도 꾹 참고.. 참아왔는데.”
제길... 어쩐지 오늘따라 애교가 많다더니 그런 거였냐.
완전히 스위치가 돌아간 모습. 끈끈한 애정이 번들거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등골이 서늘했다. 정욕을 탐하는 포식자의 눈빛이 이러했던가.
새삼 쥐는 초식성이 아니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럼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 그대로 앉아 계세요.”
“...대, 대체 뭘..”
“뭐 하긴요... 다 알면서. 일부러 짓궂게 구시는 거예요?”
라디가 내 물건을 톡 건드렸다. 투명한 침과 윤활액으로 뒤덮인 모양새는 마치 한 마리의 대형 민달팽이를 보는 듯하다.
라디는 침대 모서리에 내 등을 젖히고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더니, 새침한 눈동자로 응시해오며 속삭였다.
“...언제든지 제 입속에 싸셔도 괜찮지만 가기 전에 적어도 언질 한 번쯤은 해주셔요? 원하신다면 어디든 잡아도 돼요. 그럼... 하븝....”
그녀가 아 아 귀엽게 소리내어 입 근육을 풀더니 내 남근을 앙 집어삼켰다. 이번에는 조금 더 깊게. 이빨이 닿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며 천천히 왕복 운동을 시작하자 구강 내 점막이 얽혀들며 섬뜩할 정도의 쾌락을 선사했다.
소위 오랄이라 불리는 행위.
라디가 입에서 공기를 빼고 찐득하게 애무를 이어가자 선정적인 물소리가 귓전을 메웠다.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내 물건을 문 선분홍빛 입술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과거에 길거리에서 마주쳤더라면 주제를 실감하고 말도 못 붙였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가, 오롯이 나를 기쁘게 하고자 무릎을 꿇고 극진히 봉사한다는 것에서 이를 데 없는 정복욕이 몰아쳤다.
‘큭...!’
나도 모르는 사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희미한 탄성이 새어나왔다.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올라간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붙잡았고, 라디는 그런 내 반응을 의식하며 점점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한창 몰두하던 도중, 그녀가 살며시 고개를 떼자 뜨거운 온기가 멀어져갔다.
아쉬운 눈길로 쳐다본 것도 잠시, 라디는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기더니 알송달송한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녀가 목울대를 가다듬고 기둥의 뿌리를 붙잡아 다시금 입에 머금었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그에 그치지 않고 목구멍 안쪽으로 천천히 내 물건을 받아들였다.
“쮸읍... 츄르릅...!”
“으윽...! 자, 잠깐...?!”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이 몰아쳤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귀두 주위를 애무하는 선에서 그쳤으나, 지금 라디는 온몸을 써가며 내 쾌락을 돋우고자 하고 있었다. 커다란 분신이 협소한 목구멍을 긁을 때마다 오싹한 소름이 돋았고, 전기가 오르는 듯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쮸읍... 쯥... 흐읏... 콜록..! 흡...
콜록콜록 기침하면서도 서서히 남근을 집어삼키는 라디의 입. 본능적으로 허리를 써가며 식도를 일직선으로 만들고 물건을 빨아들이는 모습에선 라디 또한 능수능란하게 늑대들을 타던, 몸을 다루는 데 익숙한 수인이라는 실감시켜주었다.
“윽...!”
쮸걱!
“....?!”
지극히 정성스러운 그녀의 애무를 받던 중, 전율이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쾌락에 무심코 허리를 튕기고야 말았다. 라디는 순간 목구멍 깊숙이 찔러진 이물질에 흠칫 놀랐지만, 필사적으로 헛구역질을 참아가며 더욱 더 깊게 삼키려 노력했다.
사랑해 마지않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나에 대한 연심이 전해져온다.
마치 나만의, 이 행위만을 위해 설계된 것처럼 꼭 들어맞는 구멍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노도와 같은 사정감이 하반신에서 치밀었다.
“크윽...! 라디야!! 나 이제 곧...”
“.....”
그녀는 내 호소에도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몰캉몰캉한 혀뿌리가 귀두의 돌출부를 연이어 스치니 돌아버릴 지경이다. 서둘러 물건을 빼내려 했지만 그녀는 묘한 눈웃음을 지으며 내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고,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뒤통수를 끌어당기며 목구멍 깊숙한 곳에 정액을 토해내었다.
울컥!! 울컥!! 울컥!
“읏...?! 흐읍...”
신경이 송두리째 빨려나가는 감각.
뇌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담벼락 위에 엎질러진 페인트처럼 새하얀 정액이 그녀의 식도를 덧칠할 기세로 뿜어나갔다. 순진무구하던 그녀를 나의 색으로 점차 물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발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 어느 때보다 농밀하고 찐득한 사정이 끝나고 허리를 떼자 반짝이는 다리가 그녀의 입술로부터 늘어졌다.
“푸하...! 우음... 음...”
라디는 그제야 가쁜 숨을 내쉬며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애정이 흘러넘치는 눈길로 머리를 쓰담아주려던 차,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입을 오물거리다 꿀꺽 목울대를 넘기더니─
“...베에.”
혀를 내밀어 입안에 남은 정액이 없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하... 하.. 먹헛어혀...”
“라디야...”
그 모습에 속에서 울컥 뜨거운 감정이 치밀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대로 입을 맞추려는 찰나 라디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난색을 표했다.
“...왜.”
“흐... 아, 아직... 입아헤.. 남아이서서 조금...”
“괜찮아.”
그게 뭔 대수란 말인가. 그녀가 나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듯이 그쯤이야 나도 아무렇지 않다.
길고 애틋한 키스가 이어지고, 보드라운 나신에 실렸던 긴장이 차츰 풀려갈 즈음, 입술을 떼자 백조의 깃털 같은 속눈썹 아래 짙푸른 눈동자가 뜨이며 라디가 아래턱을 매만졌다.
“으으... 턱이 빠질 것 같아요.. 조금 무리했더니...”
“그러게 왜 그랬어... 그렇게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됐는데...”
“그만큼 도란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으니까요. 이 정도는 제가 도란님께 받은 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만도 못해요.”
“그럴 리가...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어떻게 세상에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소녀가 실존할 수 있단 말인가.
입가에 흘러내리는 타액을 닦아주자 라디가 소담하게 웃었다.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아 순진무구한 미소는 난연해진 얼굴과 어울려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스멀스멀 다시금 피어오르는 욕정을 억누르며 생쥐의 수염을 연상시키는 적색 문양을 어루만지고 있자니, 그녀가 내 고간을 응시하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래도 좀 아쉽네요... 원래는 끝까지 삼켜드리고 싶었는데...”
“충분해. 살아서 겪어 본 것 중에 단연코 최고였어.”
“우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점점 더 능숙해져서 언젠가는 꼭 뿌리까지 받아드릴 수 있게 될 테니까...”
“...기대하고 있을게.”
“네! ....그럼 깨끗하게 청소도 해 드릴 테니 잠시 누워보실래요?”
라디가 밝게 웃으며 옆자리를 두드렸다. 조금 부끄러운 심정으로 그 옆에 드러눕자 그녀는 머리카락을 젖혀 가느다란 목선을 드러내더니, 상체를 숙여 내 물건에 키스하는 걸 시작으로 기둥에 남은 정액을 청소해나갔다.
츄릅... 후룹.. 츄으읍...!
“윽...!”
매끄러운 혀가 장대를 핥자 이미 되살아났던 분신이 다시금 껄떡거리며 위용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라디는 그런 내 남근을 바라보며 눈웃음짓더니 귀두 끝을 머금고 요도에 남은 정액을 쮸읍 빨아들였다.
“으헉...! 자, 잠깐...! 지금은 좀 민감...”
“흐읍... 읏... 쪽♡”
라디는 내 물건을 구석구석 남김없이 청소한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우음... 하아.. 엄청 진해여... 중독될 것 같흔 마시에여...”
“....자주 할래?”
“...체 절 얼마나 배부르게 하려는 거예요. 이러다간 밥을 안 먹어도 든든하겠어요. ...그래서 어땠어요? 제.. 입보지.”
“최고였어. 오 점 만점에 오백 점.”
“헤헤...”
라디를 강하게 끌어안고 등을 쓸어주었다. 평소보다 배는 솔직한 지금 그녀에게선 이루어 말하기 힘든 매력이 풍겼다. 마물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영향일까? 아니면 참아왔던 성욕이 터지면서 욕망에 충실해진 걸까.
어쩌면 단순히 술에 취한 걸지도.
발기된 물건에 부드러운 하복부가 닿자 무의식적으로 살결을 비비고 있자니 라디가 아래쪽을 내려다보곤 샐쭉 웃으며 내 볼을 잡아당겼다.
“변태... 방금 전까지 그렇게나 사정하셨으면서 벌써 이렇게나 기운 차리신 거예요? 제 목 안쪽을 엉망진창으로 범해놓고.”
“...네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어쩔 수 없었어. 우리 한 번 더 할래?”
“음... 또 입으로 해 드리는 것도 괜찮겠지만... 그 전에 잠시만요. 도란님께 드릴 선물이 있어요.”
“선물?”
이 타이밍에?
의아하게 쳐다보자 라디가 고개를 끄덕거리곤 무릎으로 모피 위를 기어 머리맡에 놔둔 보따리로 향했다.
천 주머니에서 빠져나오는 가녀린 손에는 나무 곽 두 개가 들려있었다.
“...이게 뭐야?”
“그대로 잘 보고 계세요.”
라디가 그중 한 용기에서 콩알만 한 환약 하나를 집어 혀 위에 올려놓더니 입을 오물거려 침을 모으고 꿀떡 집어삼켰다.
녀석이 입을 벌려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걸 내게 확인시켜주며 말을 이었다.
“...방금 제가 먹은 게 뭔지 아세요?”
“글쎄... 영양제? 는 아닐 테고... 회복약도 아닐...”
“피임약이에요.”
그녀가 단아하게 웃었다.
“이로써 마침내 도란님과 이어질 수 있어요. 여기는 저희 둘만의 보금자리니까요. 지상을 굽어살피는 달님도 모르고, 어스름 깔린 대지를 배회하는 마물에게 들킬 일도 없어요. 그러니...”
라디가 나머지 통을 내게 건넸다.
옆면에 진통제라는 글귀가 쓰인 나무 곽을 열자 그 안에는 하얀 크림이 가득 들어있었다.
라디가 다소 겸연쩍게 뺨을 긁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도란님의 물건을 전부 삽입했다간 너무 아플 것 같아서요... 편법이긴 하지만.. 이번에만이라도 이걸 쓰면 안 될까요?”
그녀가 치골 언저리에 자리한 매듭을 잡아당기자 검은 속옷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이윽고 조신하게 자리에 누워 다리를 벌려온다.
가느다란 두 팔로 여린 속살을 열어젖히며─
“가능하면 도란님이 직접 안쪽에다 발라 주셨으면 하는데...”
고양이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131.5] 불야 #3
라디가 다리를 벌리고 가녀린 손으로 비부를 열어젖혔다. 남에게 보여선 안 될 은밀한 부위를 훤히 내보인다는 점에서 상당한 수치심을 동반하는 행위였지만, 그렇기에 맹렬한 정욕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엄청 야하네...’
라디의 소중한 골짜기는 여섯 살 아이가 지나고 간 화실과 같은 상황이었다. 넘쳐흐른 애액과 땀이 뒤엉켜 난장판이라는 뜻이다.
체모 하나 없이 말끔한 라디의 균열은 내게 봉사하며 작은 절정을 몇 차례 맞이했는지 지금도 꿈실거리며 투명한 꿀물을 내뿜고 있었고, 어여쁜 선홍빛 질내와 그 아래 수줍게 움찔거리는 국화꽃 주름 또한 여실하게 들여다보였다.
달달한 복숭아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저 도란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조금 부끄러운데요..”
“아니야. 정말 이뻐..”
“그, 그런 문제가 아니... 흐읏♡”
검지 끝으로 골짜기를 살짝 쓸어올리자 생생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검을 잡느라 잔뜩 굳은살 박인 손가락으로 매끄러운 비부를 살살 어루만지자 나비처럼 벌어진 골반이 미세하게 들썩였다.
그러고 보니 라디는 당하는 데 면역이 없었지.
방어도가 0에 수렴하는 그녀의 하복부를 어루만지며 야릇하게 속삭였다.
“너 지금 엄청 야해... 이거 보여?”
끈저억...!
“엄청 젖었어.. 내 걸 입으로 물면서 이렇게 된 거야?”
눈앞에 대고 손가락을 타고 늘어지는 실낱을 보여주자 라디가 얼굴을 퐁 물들였다.
“으으... 그거야.. 저도 오래 참았다고요... 말했잖아요?”
“그래, 그럼 잠깐 연고를 바르기 전에...”
“흐냐앗...?!”
눅진눅진한 안쪽에 혀를 밀어넣자 그녀 고유의 달콤한 체취와 함께 점도 높은 과실즙이 얽혀왔다. 진한 제철 백도를 연상시키는 맛. 이성을 유혹하고 애태우게 만드는 암컷의 냄새.
“흐응... 읏.. 아으.. 도, 도란님...! 그, 그거 진짜 부끄러.. 운데.. 안 하시면...”
“왜, 너도 해줬잖아. 나도 똑같이 해줘야지.”
“그, 그건... 흐읏! 그건 맞지마안...”
라디가 새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더니 은근슬쩍 꼬리를 들어 내 눈을 가렸다. 그렇게나 부끄러운 걸까. 자기는 조금 전까지 더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으면서.
나는 녀석이 잔뜩 몸서리치는 모습을 양껏 감상한 뒤, 도담한 둔덕을 톡톡 두드리며 속삭였다.
“알았어, 연고 발라 줄 테니까 다리 좀 더 벌려줄래? 기왕이면 아까처럼 살짝 잡아당겨 줬으면 좋겠는데...”
“으으... 다시 또 짓궂어지셨어요...”
라디가 볼멘소리를 내뱉었지만, 그러면서도 수줍게 뺨을 붉히며 아이처럼 다리를 벌렸다. 이어서 살며시 살갗을 잡아당기자 뽀얀 피부와 대비되는 연한 속살이 시야에 들어온다.
백색 도화지에 물감을 쿡 찍어놓은 듯한 자태, 선명한 빨강과 분홍의 아름다운 조합이 심장을 떨리게 한다.
소리 없이 나무곽을 비틀고 검지와 중지에 크림을 듬뿍 덜어내 막 펴바르려던 찰나, 문뜩 의문이 들었다.
“라디야.”
“...네, 도란님.”
“근데 이거 크림 바르면 못 느끼는 거 아냐?”
보통 진통 크림이라고 하면 흔히들 치과에서 쓰는 마취 연고를 떠올릴 거다. 감각이 마비된 상태로는 문질러봤자 아무런 쾌감도 느끼지 못할 테고. 관계를 맺을 때 나 혼자만 기분 좋아서는 아무 의미 없다.
라디가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그... 괜찮아요. 아무르 씨 말로는 통증만 덜어주고 촉감은 그대로라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군용품 목적으로 개발된 걸 마취 효능을 줄이는 대신 부작용을 없앴다나 봐요.”
“오... 그거 꽤 유용한데? 근데 정말로 부작용 없는 거 맞아? 혹시 나 때문에 일부러 거짓말하는 거면...”
“걱정두... 정말이니까 괜찮아요. 게다가 제 안에 넣으... 면 도란님한테도 묻을 텐데 제가 그걸 감안하지 않았을 리 없잖아요?”
“...그래, 알았어. 대신 뭔가 이상하면 곧바로 이야기해야 한다? 안쪽까지 골고루 바를 테니까.”
“으... 네.. 살살 해주셔야 해요?”
라디가 애잔한 눈동자로 올려다봤다.
기대감과 떨림으로 그녀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게 느껴진다.
가볍게 키스해 화답한 뒤, 그녀의 비부에 손가락을 얹자
치덕...
“읏...!”
달콤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손을 움직이자 라디는 잠꼬대하는 새끼 고양이처럼 사지를 꿈틀거렸다. 나는 한 손으로 뽀얀 엉덩이를 받치고 외각부터 시작해 회음부를 상냥하게 어루만졌다. 점도 높은 크림이 연한 속살에 닿자 치덕이는 물소리가 울려퍼진다.
찰팍... 자박...
“하으... 응.. 흣..”
“....”
야하다.
신음소리만으로도 물건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를 정도.
꽃잎 주변에 손을 얹고 원을 그리듯이 천천히 돌리자 라디가 몸을 베베 꼬았다. 차츰 원을 좁혀가니 미세하게 엉덩이가 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꼬리를 주물러 자극을 더했고, 약품 도포란 명목으로 그녀의 생생한 반응을 즐겼다.
다른 남자에겐 일절 허락되지 않은 광경.
“라디야.”
“네, 네헷...? 흣...”
“허벅지 좀 더 벌려봐. 이대로는 못 바르잖아.”
“아으... 읏...”
라디가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오므려 국부를 가리고자 했다. 아직 쾌락에 익숙지 않을 테니 당연한 반응.
하는 수 없이 무릎을 붙잡고 부드럽게 힘을 주자 그녀의 골반이 유연하게 벌어졌다.
더 이상 다리를 좁히지 못하도록 라디 위에 몸을 겹치며 크림을 도포하는 한편, 나머지 한 손으로는 봉긋 솟아오른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얄팍한 속옷을 벗기고 그 무르익은 과육을 입에 물자 감미로운 교성이 터녀나왔다.
“자, 잠까... 꺄응...!”
쬬릅... 쪽...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릴 정도로 꽃다운 유두. 농익은 체리의 꼭지를 따듯 도도록하게 솟아오른 첨단을 세심히 애무했다. 천천히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질 입구를 어루만지자 작은 몸이 움찔거렸고, 앙증맞은 돌기를 톡 건드리니 허리를 들썩이며 까무러졌다.
어느새 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그녀의 이름을 연호했다.
“라디야.”
“흐읏...! 후응... 읏...”
“..라디야.”
“아으... 네...?! 부, 부르셨어요...?”
“그래, 이제 안쪽에도 발라줄까 하는데.”
“아, 네... 그, 그랬죠...! 제가 어떻게 하면...”
“아니, 그냥 알고만 있으라고. 넣는다?”
“읏...”
다시 한번 손가락에 크림을 잔뜩 묻혔다. 조금 짓궂은 미소와 함께 엉덩이를 토닥여 신호를 주었다. 이후 뻐끔거리는 질구로부터 흘러나오는 꿀물, 농후한 육즙이 꿈실거리는 그 구멍에 중지를 찔러 넣자
“흐냐아아아앗!!!”
라디의 허리가 활어처럼 튀어올랐다.
뜨거운 액체가 손바닥을 적셨다. 탐스러운 골반이 파르르 떨리고 한계까지 치솟은 발가락이 오그라든다. 불규칙적으로 경련하는 질 내부가 격렬하게 손가락을 옥죄였으며, 설탕물을 끼얹은 듯 달뜬 신음이 반고리관을 녹일 것처럼 터져나왔다.
농염한 라디의 절정을 눈앞에서 목도한 내 심경이 어떻냐면
“실화냐...”
이제 막 두 마디 삽입했는데..
손가락을 넣은 그대로 난처하게 웃었다. 라디가 원체 잘 느끼는 체질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바로 가버릴 줄이야.
마지막으로 한차례 허리를 크게 튕긴 후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며 늘어진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매만져주자, 잠시 뒤 라디의 입에서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
“...뭐라고?”
“가, 갑자기 너무 기분 좋아서...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잘했어. 기절하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야. 이번에도 그랬으면 또 잠든 상태로 즐겨야 할 뻔했잖아.”
“그, 그 일은 다시 꺼내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때는 워낙 육체적으로 피로한 상황이었고... 아, 아니 그보다 잠든 상태로 즐기다니 대체 제 몸으로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그땐 분명히 아무 일 없었다고...!”
“...알고 싶어?”
“그야 당연...! 하으으으응...♡”
불시에 보드라운 하복부로 손을 내려 새싹을 매만지자 라디는 간드러진 교성을 흘리며 내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나중에 말해줄게. 그보다 크림을 다시 발라야겠는데... 엉덩이 들어봐.”
“아으... 으..”
그녀의 회음부를 들여다봤다. 음란한 골짜기와 호피가 맞닿은 곳에는 백색 크림과 끈끈한 애액이 뒤엉켜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다시금 진통제를 듬뿍 떠 라디의 보지 구멍 안에 들이밀었다.
“꺄으응...! 도, 도란님...!! 응흣.. 지금은 조금 민감...”
“참아. 이번에도 가버리면 다시 또 발라야 해.”
“그, 그런... 아흥..!”
서서히 질 내부를 애무했다. 손가락을 살살 돌리자 라디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그저 애달픈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비비 꼬는 게 고작일 뿐. 이렇게나 야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연애는 안중에도 없이 모험가 업무에만 전념하며 살아온 게 신기할 지경이다.
육벽이 내 손가락을 탐욕스럽게 쥐어짰다. 빽빽한 저항감은 고작 손가락 하나 침입하는 것조차 쉬이 용납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렇게 꽉 조여드는데 이 구멍에 내 물건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분명 엄청 기분 좋겠지.
찌득... 쮸욱...
중지를 빼자 끈적이는 실이 늘어졌다. 녀석의 아랫입은 크림을 말끔하게 다 먹어 치운 걸로도 모자라서 더 달라고 아우성쳤다.
군침을 질질 흘리는 야릇한 하반신에 대고 말했다.
“이런... 우리 라디 배고팠구나? 좀만 기다려. 밥 먹여 줄 테니까.”
“으긋... 흣.. 그, 그건 또 무슨... 꺄흐으으응!!”
다시금 크림을 발라 밀어넣자 라디가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이내 쾌락으로 점철된 신음을 내뱉으며 내 목덜미를 끌어안는다. 나 또한 그녀를 껴안아 주자 귓가에 뜨끈한 숨결이 불어왔고, 가녀린 두 팔에 부서질 듯 힘이 실렸다.
“히약...! 흐으으... 하읏...!”
텁!
돌연 그녀가 내 쇄골 언저리를 덥석 깨물었다. 수인의 본능 같은 걸까?
나는 그런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안 되지.”
“흐냐야아아앗....!”
꼬리를 움켜쥐었다.
그 왜, 반려동물이 주인을 물면 미리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고 하지 않은가?
그걸로 라디는 또 가벼운 절정을 맞이했는지 골반을 부들부들 떨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듬뿍 크림 도포를 마치고 축 늘어진 라디의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지며 약효 스며들 때까지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충분히 풀어진 음부 아래로 하얀 덩어리와 끈적이는 꿀물이 흘러내린다.
진한 복숭아향이 풍기는 그녀의 아기자기한 구멍을 보고 있자니 묘한 장난기가 샘솟았다.
지금이라면 모르지 않을까?
검지 끝자락에 살짝 크림을 묻힌 뒤...
“히야아아아앗...! 무, 무슨...! 어딜 만지시는 거예요?!”
“...바로 눈치채네. 그냥 궁금해서 한 번 해봤어. 여기 되게 쫀득쫀득하다.”
꽃잎 아래 예쁜 핑크빛 주름을 콕 찌르자 그녀가 황급히 손으로 가리며 물러났다. 신선한 반응.
“거, 거긴 넣는 구멍이 아닌데에...”
“뭐, 가끔씩 이쪽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까. 그래서 어때?”
“으... 감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쾌감이라기보단 둥실거린다고 해야 하나...? 진통 크림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오밀조밀한 주름. 손가락을 대었다 떼기를 반복하자 투명한 꿀실이 쫀쫀하게 늘어졌다. 라디의 밑구멍은 흘러넘친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고, 아직은 조금 어색한지 손가락 끝이 닿을 때마다 입구를 움찔거렸다.
귀엽다.
“근데... 생각보다 태연하네? 당연히 한사코 거부할 줄 알았는데...”
“...도란님의 손길을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무척 부끄럽긴 하지만.. 그리고...”
라디가 슬그머니 양 뺨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혹시 몰라서 아까 냇가에 갔을 때... 깨끗하게 씻어놨거든요.. 그... 도란님이 언제나 만져도 괜찮도록...”
아 진짜.
미치겠네.
“안 되겠다. 더는 못 참아. 다리 벌려 이 음탕한 꼬맹아.”
“흣... 네...♥”
잔뜩 성이 난 분신을 치켜들며 읊조리자 라디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더는 돌이킬 수 없다. 녀석도 잘 알고 있겠지.
본격적인 행위에 돌입하기 전, 마음 깊은 눈동자로 서로를 응시하며 교감하자 그녀가 날 다정하게 껴안으며 달곰한 음색으로 속삭여왔다.
“...도란님, 그거 알아요? 제가 살았던 마을에는 한 가지 미신이 있는데...”
“...사낭 쥐 수인과 진심으로 이어진 인간은 꼭 대성하게 된대요. 그러니까...”
그녀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속삭였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제 구멍... 맛있게 드셔주실래요...?”
“서방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