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불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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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불야 #4
아름다운 밤이다.
검은 물결이 드리운 창공에는 파르스름한 광채가 잔잔하게 흔들렸다. 별과 달처럼 하늘을 수놓은 이끼의 파랑은 고요하게 던전을 뒤덮었다. 과묵한 어스름 속에서도 시냇물이 피어올리는 물거품 소리는 선연하게 공터를 배회했고, 올망똘망한 청설모는 이따금씩 오솔길 사이로 고개를 내비쳤다 달아나곤 했다.
천막 사이로 새어들어 온 은은한 조명이 새하얀 나신을 비추었다.
투명한 땀에 젖어 나를 응시하는 라디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 여리여리한 육체에 손을 대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푸른 광휘가 정류하는 눈동자는 깊은 해안을 보는 듯했고, 바다 특유의 청량함과 광활한 색채로 나를 푹 빠져들게 했다.
그런 그녀가 내 아래 다소곳하게 누워 흑발을 어루만졌다.
“도란...”
“라디야...”
“사랑해요.”
“사랑해.”
나는 라디의 뺨을 쓸어주었다. 야성적인 매력이 맴도는 적색 문양을 매만지며 사랑을 속삭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거리를 좁혀 애틋한 키스를 나누고 난 뒤에는 서로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별들이 숨어든 구름처럼 은은한 회색 머리칼의 감촉을 즐기며 라디의 호흡이 안정된 걸 확인했을 무렵, 나지막이 입술을 뗐다.
“...이제 시작할게 라디야.”
“네, 와주세요 도란님.”
라디가 슬그머니 다리를 벌려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살짝 긴장했는지 그 몸에는 딱딱한 경직이 실려있다. 내가 상냥하게 귀를 주물러주자 녀석은 수줍게 웃어 보였지만, 여전히 그 미소에는 이전에 없던 뻣뻣함이 담겨있었다.
앞으로 잠시 후면 거사를 치를 테니 긴장될 만도 하다.
끈끈한 애액이 흘러나오는 구멍, 나는 그 소중한 입구에 귀두를 맞췄다.
“...조금 아플 수도 있어.”
“괜찮아요. 오래전부터 각오했으니까요.”
“한번 지나고 나면 되돌릴 수 없어.”
“바라던 바에요. 절 완전히 도란님의 여자로 만들어주세요.”
“그래...”
나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한 뒤 천천히 하반신에 힘을 주었다.
라디의 외음부는 흥건한 애액 탓에 상당히 윤활했지만, 그녀가 손으로 직접 내 물건을 유도해준 덕에 미끄러지지 않고 한 번에 삽입할 수 있었다.
단단하게 발기한 내 남성기가 천천히 그녀의 질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찔꺽... 쯔릅...
“흐읏..”
라디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엉거주춤하게 뻗은 팔에 다분한 힘이 실렸다. 내 시선을 의식하며 애써 미소를 자아냈지만, 딱딱하게 굳은 입꼬리와 관자놀이에서 흘러나오는 식은땀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마치 찰흙을 가르는 듯 몹시도 빽빽한 질 입구를 힘겹게 전진하던 중, 손가락 마디 하나 지점에서 미미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대로 힘을 주기에 앞서 잠시 라디와 시선을 맞추었다.
이 저항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나와 그녀 모두 잘 알았다. 한 발자국, 여기서 단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간다면 라디는 그간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꽃 한 송이를 내게 양도하는 것이다.
정조 관념에 엄격한 이 세계에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큰 결심을 한 건지도.
그런 그녀에게 확신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해.”
“진심으로 널 좋아해. 앞으로도 너와 평생을 함께할게. 내 모든 걸 걸고 맹세해.”
“사랑해 라디야.”
“....”
내 견실한 각오를 들은 라디는 선연한 고통 속에서도 부드럽게 눈꼬리를 휘어 명백한 호선을 그리더니
“나도 사랑해 도란.”
“너와 만난 건 일생일대의 천운이었어. 너를 만나고 비로소 내 귀와 꼬리를 사랑할 수 있게 됐어. 널 정말로 좋아해 도란. 내 사랑, 반려, 나의 영웅...”
사랑해요.
자칫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눈부신 웃음을 피워내었다.
그 아찔한 광경을 목도하면, 내가 얼마나 그녀에게 빠져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런 라디에게 짧은 입맞춤으로 답한 뒤 천천히 허리에 힘을 주어
그녀의 소중한 음막을 관통했다.
고개를 젖히고 이를 악물며 통증에 괴로워하는 라디를 재빨리 끌어안아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심호흡해 라디야. 다 괜찮으니까...”
“하악... 흑... 도.. 도란...”
“그래, 나 여기 있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려고 노력해봐. 내 호흡에 집중해.”
“도란 나 아파...”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녀를 꼬옥 껴안았다. 최대한 피부를 밀착해 든든하게 지지했다. 전투로 단련되어 다부진 두 팔로 바들바들 떨리는 등을 다독여주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라디를 품에 안고 있자니 큰 죄라도 지은 듯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다.
그녀를 배려해 물러서려는 찰나, 희미한 신음이 귓바퀴에 와닿았다.
“....마.”
“...뭐라고?”
“빼지... 흐윽.. 마... 나, 난 괘.. 괜찮으니까... 조금만.. 이대로...”
“...알겠어.”
“흐으윽...! 하읏... 윽..”
라디의 뺨을 타고 한 줄기 반짝이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그 물방울을 닦아주었다.
그녀는 지금, 오롯이 나를 향한 연심만으로 통증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을지 나로서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그 아픔을 나누어 받고 싶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뼈저린 무력감과 슬픔, 죄책감이 충돌했다.
대신 나는 라디를 한사코 끌어안고 많이 키스해주었다.
차가운 밤공기에 몸이 식고 천막 외부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별빛이 확연하게 기울었을 무렵, 그녀의 몸에 실린 긴장도 조금씩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추위와 고통에 새하얗게 질린 피부를 체온으로 따뜻하게 녹여주며 말했다.
“조금 괜찮아졌어?”
“....”
라디는 아직 통증이 전부 가시지 않았는지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였지만, 이전보다 확연히 진정된 톤으로 대답했다.
“아으.. 네... 아직 많이 아프긴 한데.. 윽... 아예 못 참을 정도까지는 아니에... 요. 지금까지 의뢰 도중 부상을 입으면서 이보다 더한 고통도 자주 겪어봤으니까요..”
“...기분은 좀 어때? 이제... 한 단계 더 어른의 계단을 올랐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너무 아파서 다른 생각을 할 엄두가 안 났어요. ...도란님은요?”
“...사실 나도 그래.”
나도 라디와의 관계가 첫 경험이니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많지만, 그녀가 너무 아파하는 까닭에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필사적으로 라디를 어르고 달래기도 벅찼으니.
자연스럽게 서로 입을 맞추고 두 심장의 박동이 완전하게 합을 이뤘을 즈음, 라디가 입술을 떼며 물었다.
“...얼마나 넣었어요?”
“끄트머리만 넣었어. 볼래?”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자 하반신 쪽, 그녀와 이어진 접합부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있어야 할 내 물건의 일부가 라디의 몸속으로 자취를 감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오묘하다.
이걸로 비로소 우리는 정사(??)를 나눈 관계라 할 수 있는 사이가 됐구나...
라디가 뺨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으... 직접 보니 뭔가 엄청 야하네... 근데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넣었는데 이렇게나 아픈 거였어요...? 아니, 그렇게 굵직한 게 들어왔으니 당연한 건가...”
“...잘 참아줘서 고마워. 힘들었지?”
“네... 하지만 고통이 있을 거라는 건 각오했으니까요. 그래도 피가 생각보다 덜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엄청 많이 쏟아질 줄 알고 걱정했는데... 근데 그보다...”
라디가 돌연 인상을 팍 쓰더니 옆을 응시했다.
이내 호피 구석에 놓아두었던 진통 크림을 낚아채 냅다 천막 구석으로 내던지며 땡깡을 부렸다.
“아니, 이거 완전 사기꾼 아니야?! 진통은커녕 아프기만 한데!!”
“하하...”
연인은 닮는다더니, 말투도 나를 닮아 가는 걸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그렇게나 아팠어?”
“네. 솔직히 엄청나게요. 그런데 열상은 종종 겪어봐서 그런지 의외로 막이 찢어질 땐 그럭저럭 참을 만했는데,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말뚝이 강제로 골반을 벌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익숙지 않은 부위의 통증이라 더 그런 것도 있고... 쐐기가 몸을 두 쪽으로 가르는 느낌?”
“미안해... 내가 너무... 네가 내 체격에 무리하게 맞추려다 보니..”
“천만에요. 저도 다 좋아서 한 거니 사과하지 마세요. 그리고 남성기의 크기가 커다란 건 상당히 자부심을 가질 일이라고 들었어요.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분명 제가 고마워하게 될걸요?”
“고마워...”
어쩜 말도 이렇게 곱게 할까.
보드라운 나신을 한껏 끌어안으며 울컥 치미는 감정을 억누르자 그녀가 내 귀에 대고 말했다.
“...도란님, 그러면 이제 슬슬 움직여 보실래요? 일단은 입구에서만 살살...”
“....괜찮겠어?”
“네, 도란님의 물건에도 조금씩 몸이 적응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갑자기 너무 과격하게는 하지 않아 주셨으면 하는데...”
“물론이지.”
나는 상냥하게 라디를 보듬어주며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팔뚝에서 힘을 빼고 살짝 귀두를 후퇴하자 이음매에서 스륵.. 새빨간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아무르 씨한테 감사해야겠네.’
라디는 불평했지만, 크림이 없었더라면 지금보다도 훨씬 고통스러웠을 거라 확신했다. 진통 효과는 둘째 치더라도 중간에서 윤활제 역할을 해주었으니.
이미 충분한 전희로 상당히 풀어둔 상황이었음에도 이 정도 빽빽함이면 대체...
나는 주변에 널브러진 상의로 그녀의 회음부에 묻은 처녀혈와 애액을 대충 수습해준 뒤 잡기 좋게 튀어나온 골반을 움켜쥐었다.
“그럼... 셋 세고 움직일게?”
“네.. 전 준비됐어요.”
“그래.... 셋... 둘... 하나..”
찔꺽...
“흐읏...!”
허리에 힘을 실어 서서히 장대를 밀어넣자 찐득한 물소리가 새어나왔다. 라디의 질 내부는 여전히 빽빽했지만, 이전만큼의 긴장은 느껴지지 않았고 점점 부드럽게 안쪽으로 내 물건을 받아들였다.
나는 물방울이 바위를 녹이듯 느릿하게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며 차츰차츰 내부에 닿는 면적을 늘려나갔다.
쯔읍... 찔꺽... 쮸륵...
“하윽...! 흑...”
라디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순도 높은 고통으로만 점철되어 있던 이전과는 달리, 나는 그녀의 교성에 미약한 열기가 섞여 있다는 걸 눈치챘다.
라디의 유두를 부드럽게 애무하며 속삭였다.
“...지금은 좀 어때 라디야? 여전히 아파...?”
“으흑... 네.. 아파요...”
라디는 고개를 젖히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망울로 내 시선을 똑바로 응시하고는
스윽...
내 오금에 슬그머니 발목을 얽으며 속삭였다.
“그래도... 멈추지 마세요. 계속해줘요.. 오늘 밤, 저를 완전히 품에 안아주세요.”
“...그래 알았어. 사랑해 라디야.”
“저두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끌어안고 다정하게 키스해 주었다. 신음을 참기는 어려웠는지 라디는 곧바로 입술을 떼고 아파했지만, 내 목덜미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고 힘겹게나마 견뎌냈다.
녀석이 슬금슬금 위로 도망가기에 나는 그 어깨를 붙들고 끌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 다 들어왔어요...? 흑...”
“...아직 삼분지 일 남았어.”
“으흑... 아파 도란...”
“조금만 참아 라디야. 이제 곧이야.”
분투를 거듭하고 거듭하자 라디의 이마에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혀들었다.
그렇게 왕복 운동을 되풀이하며 조금씩 전진해 내 분신이 거의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을 무렵
콩!
“아흑...! 하앗..! 하으...”
귀두 끝에서 동글동글하고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라디가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악... 아흣... 배 안에... 크고 굵은 게... 흑...!”
“그래, 방금 걸로 끝까지 들어갔어. 느껴져?”
“네...! 흐윽...”
“괜찮아 라디야. 아까처럼 크게 심호흡해. 할 수 있지?”
“응 응... 차, 참아 볼게.. 읏...! 하윽...”
“...장하다 우리 라디.”
라디의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나는 이대로 거칠게 허리를 흔들고 싶다는 남자의 본능에 저항하는 한편, 그녀가 고통을 더 수월하게 견딜 수 있도록 열심히 귀와 꼬리를 애무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불안정한 호흡에 점차 다시 여유가 깃들기 시작했을 즈음,
천막 천을 젖히고 흘려들어온 찬바람에 무심코 허리를 살짝 젖힌 순간
“하으으으읏?! 으긋... 흐아앙...♥”
라디의 입에서 몹시 야릇한 교성이 새어나왔다.
그녀 역시 방금 감각은 전혀 예상 밖이었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혹시... 지금 느꼈어?”
“....”
라디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날 올려다봤다.
그 눈빛에 서린 당혹, 불안, 열의를 목도하자 나는 어렴풋하게 미소지으며 속삭였다.
“...움직일게.”
“자, 잠까.. 도... 흐읏...?! 하앙...♡”
찌덕... 찔꺽... 쯔릅...
음란한 물소리가 새어나왔다.
약간의 간극만을 남겨놓은 채 그녀의 몸 안으로 파고든 페니스를 목도하자 성욕이 들끓었다. 라디의 질 내부는 녹아내릴 듯 뜨거웠고, 잔뜩 굶주린 생명체처럼 내 물건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큭...! 라디야 너무 조여...!!”
“하으으읏...! 도, 도란...”
그녀를 끌어안고 피스톤질을 하고 있자니 서서히 동작에 가속이 걸렸다. 파과의 통증도 어느 정도 가시자 고통이 쾌감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는지, 라디의 비음에서 짙은 쾌락의 잔향이 묻어나왔다.
한 손으로는 꼬리의 밑동 부근을 살살 어루만지며 유순한 가슴을 입에 머금자 질벽 내부가 요란하게 꿈틀거리며 물건을 쥐어짰다.
‘미친...’
어떻게 이런 게 존재할 수가 있지...?
조금 속된 표현일 순 있으나 마치 정액을 짜내기 위해 설계된 기관을 보는 것만 같다. 오밀조밀하고 기분 좋은 주름이 뜨겁게 장대를 휘감아왔고, 극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기 있는 육벽이 쫀쫀하게 얽혀드니 돌아버릴 지경이다.
젖과 꿀이 가득 찬 고깃자루 안을 헤집는 감각.
유동감 있는 살주름이 귀두를 감싼 채 마구 긁고 조이며 자극하니 오싹한 황홀감이 전신을 엄습해왔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그 순구한 모습이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태도와 맞물려 더없는 시너지를 일으켰다.
“라디야 느껴져...?”
“하읏...! 하앙... 흐아앙...”
“끝까지 닿고 있어.”
라디의 보지 안쪽, 깊숙한 곳까지 물건을 찔러넣자 동글동글한 감촉이 귀두에 맞닿았다. 자궁구, 정확히는 자궁경부라 불리는 부위. 손가락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던 장소를 남근으로 쿡쿡 두드릴 때마다 라디의 아랫배가 불룩 솟아오르며 달뜬 신음이 터져나왔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고개를 돌린 그녀의 혀를 어루만지며 시선을 마주하자, 완전히 녹아내려 암컷의 얼굴을 한 라디가 보였다.
나는 꾹꾹 자궁키스를 반복하며 그녀의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얼굴 보여줘 라디야... 너 지금 진짜 예뻐. 사랑스러워서 미쳐버릴 것 같아.. 진짜 이대로 열흘 동안 밥도 안 먹고 범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으흑... 도란... 이, 이거... 히끅..! 너무 기분 조아서... 무서어어... 하으윽...!”
“괜찮아. 조만간 갈 것 같아?”
“하앙...! 으, 응..! 도, 도란도 같이 가쟈... 내 안쪽... 제일 깊은 곳에... 흐읏... 이곳에...”
“그래, 알겠어.”
제 하복부를 짚은 라디가 갈애 넘치는 시선으로 애타게 재촉해왔다.
나는 그에 화답해 속도를 올렸다. 점점 행위가 격해질수록 유연한 꼬리가 내 허리를 휘감으려 들었다. 맞잡은 손깍지에는 힘이 실려 서로를 단단히 지탱해주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간절하게 끌어안은 우리.
곧 하복부에서 근육이 땅길 정도의 사정감이 차오르고,
신뢰 깊은 흑안과 물기 어린 푸른 눈동자가 똑바로 마주하며 본능에서 비롯된 신호를 주고받을 때면
나는 그녀의 제일 깊은 곳에 사정했다.
울컥! 울컥!! 울컥!!
새하얀 정액이 노도의 기세로 뿜어나왔다. 불규칙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질벽이 사정을 돋구었다. 탄력 있는 그녀의 종아리가 옴짝달싹 못 하도록 내 허리를 부둥켜안았고, 쫀득한 살주름이 내 몸에 남은 정액을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빨아들일 기세로 요동쳤다.
전신이 소름으로 도배가 될, 전례 없는 희열.
해일처럼 몰아치는 쾌락의 격류에 라디를 끌어안고 버티자 잠시 후, 그 어느 때보다 끈적하고 길었던 발출도 끝이 났다.
천천히 허리를 빼자 코르크 마개를 따는 듯 귀여운 소리와 함께 흥건하게 젖어 번들거리는 페니스가 딸려나왔다.
그와 찐득한 실로 연결되어 예쁜 발색을 띤 라디의 소음순은 잠시 후 살짝 벌어진 구멍으로 뻐끔뻐끔 새하얀 정액을 연신 토해내었고, 과일처럼 달달한 향기로 녹진녹진 공기를 물들였다.
수컷으로서의 성취감과 정복욕을 충족시키는 광경. 그 모습이 너무나 야릇하고 사랑스러워 나는 온 힘을 다해 라디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눈가에 방울방울 맺힌 투명한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등을 토닥여주고 있자니, 잠시 뒤 절정의 여운이 조금 가신 그녀가 숨을 헐떡거리며 입을 열었다.
“하아... 흐으... 도란님...”
“그래.”
“...사랑해요.”
라디가 내 뺨에 입을 맞췄다. 잠시 닿았다가 땔 뿐인 가벼운 뽀뽀였지만, 자칫하면 데일 듯 나를 향한 뜨거운 연심이 묻어나왔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와 애절한 키스를 나누었다.
한동안 서로 몸을 맞대고 다정하게 후희를 나누다 보니 터질 것만 같이 가쁘게 오르내리던 라디의 호흡도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가 비틀비틀 상체를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으으... 아직도 제 안에 도란님의 물건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엄청 커다랗고 굵어서...”
“그래...? 어땠는데.”
“음... 장어가 뱃속을 마구 헤엄치는 느낌..?”
라디는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복부를 내려다보며 신음했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것처럼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문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손가락을 뻗어
주륵... 찌덕..
그녀의 아담한 구멍에서 흘러내리는 정액을 도로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내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자 라디가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깝잖아요. 모처럼 도란님이 제게 주신 건데..”
“라디야...”
강하게 그녀의 뒤통수를 끌어안자 라디가 자연스레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
“이걸로 도란님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던 거네요... 기뻐요..”
“괴롭진 않았어? 엄청 아팠을 텐데...”
“음... 솔직히 지금도 많이 아프지만... 그보다 도란님과 나눈 정서적 교감이 너무 좋았어요. 무엇보다 이 안쪽에 차오르는 느낌 덕에 엄청 따스해요. 보세요.”
라디가 내 손을 잡아다가 아랫배에 가져다 댔다.
“느껴져요? 제 아기집 안에 도란님의 아기씨가 가득 찬 게... 이 정도면 바로 임신해도 안 이상하겠는걸요?”
행복한 웃음. 그녀의 입동굴이 벌어지며 이 좁은 천막에 대양을 불러왔다.
지금은 비록 꽃을 먹었지만 먼 훗날, 어쩌면 몇 년 머지않은 미래에 나와 라디의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모습일까. 귀와 꼬리가 달려 있을까, 아니면 나처럼 차가운 외모를 지녔을까. 머리색은 날 닮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하루하루 나날이 성장하는 자식을 바라보며 이렇게 손을 맞잡고 나이를 먹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너와 내가 자아내는 애연한 공기에 잠시 그런 미래를 그려봤다.
“...무슨 생각 해요?”
“그냥... 시답잖은 생각.”
“왜요.. 말해봐요.”
라디가 내 흑발을 쓸어내렸다.
나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미소지었다.
“...우리 사이에 애가 태어난다면 누굴 닮을까? 나는 너처럼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으면 좋겠는데.”
“음... 저는 반대로 도란님처럼 개구쟁이였으면 좋겠어요. 도란님이 마당에서 검을 쥐고 대련할 때면, 저는 함께 먹을 저녁을 준비하고 나무 그늘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하는 거죠. 외동이면 외로울 테니 아들 하나 딸 둘은 어때요?”
“셋이나? 많이 힘들지 않겠어?”
“이것도 많이 줄인 건데요? 다른 가정에는 자녀를 열 명도 넘게 둔 부부도 흔하니까요. 근데 도란님은 아마... 아, 아무튼.. 만약 원하신다면 저도 얼마든지 낳아드릴 수 있어요! 도란님과 저의 아이라면 분명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테니까요.”
“정말? 그럼 내가 자식을 스무 명이나 두고 싶어하면 어떡할 거야?”
“당연히 낳아드려야죠. 도란님이라면 절 끝까지 책임져주실 거니까요. 그렇죠?”
“물론이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대답하는 그녀가 기특해 꼭 끌어안아 주었다.
행복하게 미소지으면서도 슬그머니 꼬리까지 동원해가며 날 부둥켜안는 라디는 얼마나 귀엽던지, 막 행위를 마친 뒤가 아니었더라면 이대로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범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내 하복부에 일어난 변화를 눈치채고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리며 뺨을 꼬집었다.
“이 늑대. 대체 얼마나 건강한 거예요. 아까 그렇게나 절 위아래로 잡아먹으셨으면서도 전혀 기세가 줄지 않다니... 제가 그리도 좋아요?”
“응.. 진짜 너무 매력적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몸도 엄청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서 이대로 아침까지 끌어안고 싶어...”
“흐응... 그래요?”
라디는 내 발언이 마음에 들었는지 볼에서 손가락을 놓더니, 내 목덜미를 끌어안은 자세로 살며시 꼬리를 움직여 남근을 휘감았다.
이어 요염한 어조로 속삭여온다.
“정확히 절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조금 더 하고 싶어. 조금 더 이 밤을 같이...”
“솔직하게 말해줘.”
“.....”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너랑 섹스하고 싶어 씨발. 옴짝달싹 못하게 밧줄로 묶고 입에 자지 물려서 두 발 뺀 다음에 애태워서 실금하게 만들고, 실신할 때까지 엉덩이 때리면서 뒤치기하다가 기절한 상태로 존나 따먹고 싶다고.”
“.....”
내 대답을 들은 라디는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굉장하네.”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괜히 말했나 싶어 후회하던 중 라디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급히 붙잡고 사과하려던 찰나, 녀석은 근처 탁자에 올려두었던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뭐해?”
“아니 그야... 방금 전에 뒤로 성교하고 싶다고 그러셨잖아요?”
라디는 왜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밧줄이 없으니 묶는 건 무리겠지만 대신 이 정도라면 저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천천히 내게 등을 돌리며 탁자 위에 엎드리고는, 보호 욕구를 자극하는 시선으로 꼬리를 살랑거리며
“음 그러면... 흠흠... 큼.. 도란 오빠! 오빠의 우람한 자지로 라디의 쫀득쫀득 아기 보지 잔뜩 절정 할 때까지 마구 범해주세요! 만족할 때까지 따먹은 뒤에는 잘했다고 라디의 자궁 제일 안쪽에 도란 오빠 아기씨 잔뜩 주유해주셔야 해요?”
“.....”
굉장하네.
나는 그제서야 입꼬리를 올리며 라디 뒤에 섰다.
그녀의 엉덩이골에 잔뜩 발기된 페니스를 문지르며,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밤은 기니까.”
“아뇨.
꼭 밤이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그렇네.”
나는 한 방 먹었다는 걸 자각하며 웃고는 라디의 꼬리채를 붙잡고 소중한 입구에 귀두를 맞추었다.
우리의 초야는 낮과 밤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야말로 뜨거운 불야(不?)의 나날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