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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하렘 생존기-134화 (134/375)

〈 134화 〉 여흥 #2

* * *

[134] 여흥 #2

트라함이 거친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왔다.

그의 가죽 작업복에는 혈흔이 낭자했고, 다갈색 머리칼은 구슬땀에 젖어 축 눌어붙어 있었다.

“트, 트라함 씨...! 괜찮으세요?! 피가... 도란님!!”

“그래!!”

탁자 위에 놓인 코볼트 단검을 움켜쥐고 천막 밖으로 달려나갔다. 라디가 트라함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감각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경계했다.

녀석을 이런 꼴로 만든 누군가가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 대낮부터 사람을 헤치고 다니는 자가 있을 줄이야.

단검을 역수로 움켜쥐고 공터 주위를 경계하던 중, 트라함이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입을 열었다.

“다행이다... 난 또... 너희들이 피해를 입은 줄만... 알고..”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

“도란님!”

라디가 내 쪽을 돌아보며 외쳤다.

“트라함 씨는 무사해요!!”

“그게 무슨... 피가 저렇게나 나는데...!”

“아.. 이거...”

그는 피가 흥건한 가죽 앞치마를 보며 씁쓸하게 눈썹을 늘어뜨리더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작업하다가 바로 달려와서 그래. 어쨌든 둘 다 무사하니 됐어.”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네가 그렇게 허둥댈 정도로.”

“.....”

트라함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사람이 죽었어.”

“네...?”

“설마... 이 암시장에서 말이야..?”

살인 사건.

본디 이 세계에서 사람 한둘쯤 죽어 나가는 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나름 발전된 위생 관념과 마법의 보급 덕에 지구의 중세만큼은 아니지만 영유아 사망률도 높은 편이고, 무엇보다 이곳은 던전이 아니던가.

타자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선 모험가 또한 최악의 적수로 돌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더라면 트라함이 이렇게 허둥대지도 않을 테지.

“그래,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야. 총 다섯이 죽고 두 명이 혼수상태인데 아무런 접점도 없고 단서도 없어. 심지어 외상을 입은 흔적도 없고. 너희는 나흘 내내 감감무소식이었잖아. 나도 일하던 도중에 전해 듣고 혹시나 해서...”

“아 그건...”

“....”

뻘쭘하게 라디와 마주 보았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일단 입을 떼려던 찰나, 라디가 손가락으로 가위표를 만들고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안심하라는 듯이 슬쩍 그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뭐... 그냥 운동 좀 했어. 일주일간 기절해 있다 보니까 몸이 찌뿌둥하더라고.”

“나흘 동안이나? 이런 곳에서 딱히 할 만한 운동도 없을 텐데... 그저께는 비가 내리기도 했...”

트라함이 하늘을 올려다보다 문뜩 공터에 건조 중인 스노우 타이거 모피를 발견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나와 라디를 돌아보고 다시 한번 호피를 쳐다보더니 뭔가 깨달았는지 난처하게 관자놀이를 긁으며 발길을 돌렸다.

“....미안. 방해했나 보네. 둘 다 무사한 것도 확인했으니 난 이제 돌아가 볼...”

“자, 잠깐! 그런 게 아니니까요 트라함 씨!! 일단 저희 말을 좀 들어보세요!”

“그, 그래...! 딱히 야한 짓은 아무.... 푸컥?!!”

라디가 슬리퍼로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통렬한 고통에 신음하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마, 맞다...! 야 트라함! 너 옷에 그 피는 어떻게 된 거야...?! 너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사람을 해체중이라던가...”

“.....”

트라함은 발길을 멈추고 나와 라디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하더니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직접 볼래?”

*

“오오오...! 나오고 있어요 도란님!!”

“그러게...! 저렇게 커다란 녀석이 어떻게...”

“쉿... 다들 목소리 조금만 낮춰.”

“죄, 죄송해요...”

“....”

숨소리도 죽여가며 허름한 널빤지 틈새에 눈을 대고 그 너머의 광경을 지켜보았다. 던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송나무로 제작된 어두컴컴한 축사 안에는 거대한 도마뱀이 엎드려 있었고, 가쁜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며 간헐적으로 몸을 들썩거렸다.

­크으으응...

도마뱀이 힘을 쥐어짜자 지푸라기가 우겨졌다. 곧이어 막 우화를 끝낸 나비의 날갯짓처럼 미약한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트라함이 곧바로 축사 문을 열고 들어가 담요를 덮어주었다.

잠시 뒤,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채 걸어 나오는 그의 손에는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 도마뱀 두 마리가 안겨 있었다.

그가 보기 드물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때? 옐로우 리자드의 출산을 직접 목격한 소감은.”

“으... 호, 혹시 만져봐도 돼요?”

“조금이라면.”

“하으으...”

라디가 손을 뻗어 조심스레 새끼 도마뱀을 매만졌다.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그녀의 꼬리가 좌우로 요동치는 게 로브 너머로도 보일 정도.

아직 비늘이 돋아나지도 않은 쌍둥이 도마뱀이 삐익 삐익 아기자기한 울음을 내뱉을 때마다 라디의 입어서도 기묘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옐로우 리자드는 알을 은닉하기 어려운 암반 지대에서 서식하는 습성 때문에 파충류인데도 불구하고 새끼를 낳는 태생 동물이야.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길을 들이면 인간하고 공생할 수 있어. 신기하지?”

“그래... 설마 이런 곳에서 몬스터의 출산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자, 그럼 슬슬 거기까지만. 이제 안정을 취해야 해.”

트라함이 옐로우 리자드 새끼를 품에 안은 채 막사 방향으로 사라졌다. 그는 잠시 후 건초를 가득 들고 나타나 축사의 지푸라기를 교체하고 빈 그릇에 곡식과 물을 채워주었다.

녀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를 틈타 라디에게 물었다.

“...라디야, 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도란님.”

“왜 붉은 매 길드가 몬스터를 기르고 있는 거야...?”

“...그것도 모르면서 계속 지켜보고 계셨나요..”

라디는 황망한 표정으로 쳐다보다 쿡쿡 실소하더니 좌우로 늘어선 축사들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 도마뱀들은 짐을 끌기 위해 사육하고 있는 녀석들이에요. 옐로우 리자드는 성격이 온순해서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거로 유명하니까요. 말보다 발은 느리지만 힘이 세고, 험난한 지형도 비교적 수월하게 주파할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던전 안에서 마차를 한 번도 못 봤네... 그럼 왜 다들 저 도마뱀을 안 쓰는 거야? 얘기만 들으면 말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데.”

“대신 그만큼 추위에 약하고 밥을 많이 먹거든요. 엄청난 대식가라 하루에 들어가는 식비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한 마리당 가격도 엄청 비싸고요. 붉은 매 길드 정도의 재력이 아니면 대량으로 사육하는 건 힘들 거예요.”

“그렇구나...”

어쩐지 제법 멋들어지게 생긴 게 딱 봐도 부티가 좔좔 흐르는가 싶더니...

“트라함 덕분에 이런 귀한 경험도 해보네... 도마뱀이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 것도 신기하고.”

“그러게요... 저도 말로만 들었지 출산 장면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에요. 생각보다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새끼도 귀엽고...”

라디가 축사 안쪽을 들여다보며 읊조렸다. 출산을 마친 어미 도마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 오묘한 색채를 띠었다.

녀석의 입술 사이로 아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응?”

“네, 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아기 갖고 싶어?”

“네, 네에..?! 그게 무슨.... 으...”

라디는 로브 자락을 매만지며 한참을 우물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며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그... 저번에도 말했듯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나면...”

“....”

아 진짜 미치겠네.

눈앞의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라디는 저항하지 않고 내게 체중을 실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이대로 진한 애정 행각을 벌이고 싶었지만, 이곳이 붉은 매 길드의 주둔지 한가운데란 걸 자각하며 천천히 손을 놓았다.

살짝 아쉬워하는 녀석에게 속삭였다.

“이따가 일 마치면 빨리 숙소로 돌아가자. 트라함이 부탁할 게 있다는 모양이니까.”

“...네.”

라디와 손을 맞잡고 도마뱀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옷을 말끔하게 갈아입은 트라함이 다가와 쪽지를 내밀었다.

“...정말 괜찮겠어? 일단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긴 했지만...”

“괜찮아.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너는 지금이 제일 바쁠 거 아냐. 이럴 때 친구한테 의지해야지. 너도 우리 예전에 많이 도와줬잖아.”

“..그럼 부탁할게. ...고마워.”

“천만에, 어디 보자...”

트라함에게서 건네받은 양피지를 들여다보자 빼곡하게 적힌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중 취소선이 그어있지 않은 항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는 것들만 구해오면 되는 거지? 안장 걸이랑 건초망... 랜턴 보충용 기름은 시장에서 사면 될 테고...”

“그래, 원래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보다시피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다른 인원은 이번에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느라 차출된 상태고. ...물건을 구매하느라 쓴 대금은 길드에 청구하면 될 거야. 나머지는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알아?”

“그래, 아델 씨가 준 약도가 있거든.”

품에서 곱게 말린 양피지를 꺼내 흔들자 트라함이 눈을 크게 떴다.

이내 그가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가... 아델 님도 네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고맙다 도란.”

“그래.”

그가 내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더니 막사 쪽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대규모 길드의 말단이니 여러모로 바쁘겠지.

라디가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바로 가실 거예요 도란님?”

“응, 최대한 빨리 구해주는 편이 녀석한테도 좋을 테니까.”

“그러게요... 안 그래도 바쁜데 사건까지 터져서 힘들겠어요. 지금쯤 수뇌부는 꽤나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 않을까요? 이런저런 업무에 시장의 치안까지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니...”

“뭐... 그래도 어련히 잘하겠지. 너도 아델 씨 봤잖아? 그렇게 명석한 사람이 있는데 범인도 금방 잡히지 않을까?”

“그건 그렇죠...”

라디가 안쓰러운 시선으로 트라함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나는 녀석의 손을 잡아주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너도 같이 갈래? 몸은 좀 어때?”

“아.. 그...”

라디가 하복부를 매만지며 머뭇거리더니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아픈 건 좀 가셨는데... 뭐라고 해야하지.. 이물감이 계속 남아있어서...”

“....”

“...무리하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럼 그냥 쉬고 있어. 금방 다녀올 테니까.”

“네... 그럼 대신 저녁을 준비해놓고 있을 테니 빨리 돌아오셔야 해요?”

“그래, 그러면 어차피 가는 방향이니까 숙소까지 데려다줄게. 안 그래도 흉흉한데.”

“네!”

라디가 까치발을 들어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

발걸음을 돌려 동쪽으로 향했다.

트라함이 부탁한 물품은 총 다섯 종류. 대부분은 암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그중 한 약초를 구하기 위해선 이곳 3계층에 있는 자생지를 찾아야 한다.

나는 숙소에서 챙겨온 꿀빵으로 간단히 허기를 때우며 걸었다.

시장이 들어선 중심부에서 벗어나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급격하게 인적이 뜸해졌다. 능선 아래로 발을 내딛기 전 무심코 돌아본 정경에는 펄럭거리는 노점의 가림막이 빼곡하게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꼭 어디 산골 마을이라도 보는 것 같네...”

이게 던전 깊숙한 곳의 풍경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나는 암시장의 경계를 알리는 홍색 깃발에게서 시선을 떼고 발을 옮겼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들판을 지나 활엽수가 돋아난 산림에 접어들자 청량한 취음에 머리끝까지 시원해졌다. 숲의 푸른 녹음은 언제나 내 마음을 위로하곤 했다.

사실 내게도 말톤처럼 엘프의 피가 흐르는 건 아닐까.

‘옛날에는 거의 매일같이 숲에 들렀는데...’

모험가가 되고 난 직후에는 하루가 멀다고 숲을 오갔다. 의뢰받은 약초를 채집하거나 그마저 여의치 않을 땐 끼니를 때울 풀때기를 찾아야 했으니. 오죽했으면 성문 문지기가 내 투구만 보고도 통과시켜줬을 정도일까.

그랬던 내가 이렇게나 성장했다.

“...빨리 끝마치고 돌아가야지. 라디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발밑을 예의주시하며 숲속을 거닐었다. 울창한 산림은 촘촘히 하늘을 메운 나뭇가지 탓에 몹시도 어두웠고, 발목께까지 쌓인 이끼와 이파리 덕에 천연 융단을 밟는 기분이었다.

“어디 보자... 끈끈이난초는 양지에서만 자라는 풀이니까.. 약도에 따르면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식생이 듬성듬성 자라난 장소를 찾아다녔다. 트라함이 부탁한 약초는 밝은 곳에서만 자라나는 풀인 바, 더군다나 성장하는데 많은 양분이 필요하므로 한적한 개활지에 피어있을 확률이 높다.

덤불을 헤치며 숲속을 누빈 지 약 삼십 분 정도가 흘렀을 무렵, 드디어 자그마한 빈터와 마주쳤다.

상공으로부터 쏟아지는 햇볕을 받아 싱그럽게 빛나는 풀잎 사이에는 선명한 보라색을 띤 끈끈이 난초가 잔뜩 자라나 있었다. 다만­

‘저건...?’

모닥불.

공터 중심에 불이 피워져 있었다.

평소였더라면 누군가가 야영했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아무리 강한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는 3계층이라고는 해도 이곳은 던전 한복판일뿐더러 조금만 걸으면 암시장이 나온다. 마물에게 습격당할 위험도 무릅쓰고 굳이 이런 외딴 숲속에서 체류할 사람이라면, 심각한 대인기피증을 앓는 괴짜거나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범죄자일 확률이 높겠지.

트라함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

­스릉...

코볼트 단검을 뽑아 역수로 움켜쥐었다. 혹시라도 추후에 나와 라디가 피해를 입을 지도 모르는 일, 여기에 머물렀던 누군가가 이번 살인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상 단서를 건져내야 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신중하게 공터에 발을 들이자 정체불명의 비릿하고 쓴 악취가 진동했다. 그 역한 냄새에 본능적으로 코를 틀어막고 신원을 특정할 만한 물품이 떨어져 있지는 않나 살피던 중, 모닥불 위에서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냄비?”

놋쇠 특유의 누런 광채. 어디서도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싸구려 냄비가 불 위에 얹어져 있었다. 그 안에는 마녀의 가마솥을 연상시키는 보랏빛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윽한 악취와 함께 불길한 기운이 폴폴 피어올랐다.

냄비 외에는 아무런 소지품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 주인이 돌아오는 순간을 급습하고자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어쩐지 냄비가 좀 낯이 익은데..”

기시감.

어쩐지 기억 저편으로부터 마수를 뻗어오는 원인 모를 불길함에 잠시 발길을 주저했다. 분명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였다.

­사박.

별안간 풀잎을 밟는 인기척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당신.”

루비처럼 새빨간 눈동자와 마주쳤다.

내 목에 겨누어진 활과 함께.

“...아.”

좆됐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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