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 지하 납골당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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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지하 무덤 #4
전투를 하는 내내 품어왔던 의문.
언데드로 변한 고인이 어떻게 생전처럼 움직일 수 있을까?
두뇌도 없는 존재가 어떻게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지는 의문이지만, 뇌 없는 해파리조차 잠을 자고 마찬가지인 거머리도 들짐승의 피를 빨곤 하니까.
하물며 언데드는 피와 살, 근육 따위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놈들은 마력이나 사기, 사념 따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겨난 존재들이다.
리빙 데드(Living dead).
소위 언데드는 결여 의식의 발로와도 같다. 생전의 강력한 의지가 구체화하여 생겨난 사념과 육신이 합일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에게 결핍된 핏줄, 뜨겁게 맥동하는 심장, 따스한 피부의 온기 등을 갈망하고 종국에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을 헤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자아 따위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잔흔(??)’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문학가의 필기 습관에 따라 오래된 만년필의 펜촉이 닳고 수십 년간 한 자리에서 기도해온 수도승 무릎에 파인 나무 바닥처럼, 잔흔은 주변 사물과 신체에 낙인과도 같이 기억되어 무궁하게 전해진다.
누구보다 뇌를 혹사시켰던 아인슈타인의 회백질에 일반인보다 많은 주름이 발견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온 행적은 사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는 동등한 마력, 동일한 시기, 같은 장소에서 태어난 언데드임에도 서로 위계가 상이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류 운동선수였던 초인과 평범한 사무직 월급쟁이의 주검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두 번째 의문.
눈앞의 이 강력한 언데드들은 대체 어떤 연유로 이곳까지 흘러들어 온 걸까?
투콰아아아앙!!!!
얼음장처럼 싸늘한 복도를 가로질렀다. 단단한 돌바닥에 스칠 정도로 낮게 움직였다. 육중한 쇳덩어리가 투구 위를 스치고, 송골송골 배어 나온 땀방울이 빛줄기에 닿아 부서진다.
하단에서 솟구치는 곡도를 높게 뛰어올라 파훼했다.
카가가가각!!
덜컥! 덜컥덜컥...!
“....”
해골 전사들이 분개한 듯 병장기를 난폭하게 두드렸다. 차디찬 돌바닥에 내려 찍히는 무쇠 창대를 보자 이상야릇한 기분에 둘러싸였다. 본디 생명을 짓밟는 것에만 몰두해야 할 존재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감정적인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마치 자아라도 갖춘 것처럼 말이지.
“...삼 분 남았다.”
반석을 박차고 돌진. 적들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나는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검집의 중간 부분을 잡고 도약했고, 다른 손으로는 단도를 소환해 세이버 그립으로 파지했다. 위협적으로 날아드는 미늘창을 검집으로 방어하며 해골 전사의 손목에 단도를 내리긋는다.
까가가가강!!
달그락... 달그락..
놈들이 더욱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끓어넘치기 직전의 주전자라도 보듯 내가 움켜쥔 검집을 경계하며 전진해오는 스켈레톤 무리. 본능적으로 이 안에 담긴 신성력을 감지한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 말은 즉 아리엘이 위험하다는 소리와 같다.
내가 놈들을 헤집는 사이, 방패병을 비롯한 해골 네 마리가 측면으로 빠져나가 영창을 속삭이는 아리엘에게 치달았다. 육중한 대방패를 앞세우며 내달리는 전사들. 뼈밖에 남지 않은 발바닥으로 능숙하게 돌바닥을 디디며 질주한다.
위협적으로 번뜩이는 창날에 순간 가세해야 하나 싶었지만...
“...뼈만 남았는데도 냄새가 고약하네요. 가죽 갑옷 때문일까요?”
익숙한 음성. 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쇄도한 라디가 전사의 앞길을 막아섰다. 거칠게 소매를 잡아당겨 검보랏빛 액체로 반들거리는 볼트를 연사하는 그녀. 스켈레톤 무리는 한 몸처럼 민첩하게 방패 뒤로 숨어 피했지만, 그거야말로 바라던 바다.
딱! 라디가 새하얀 손가락을 퉁기며 좌중 속에 백린 성냥을 던져넣자 녹색 불길이 치솟았다.
“...습해서 그런지 생각만큼의 화력은 안 나오네요.”
라디는 뜨거운 열기에 허우적거리는 스켈레톤을 비소하며 행동을 개시했다. 느긋하게 종아리 옆에서 자그마한 다용도 나이프를 꺼내들더니 손아귀의 깡통을 찢고 그대로 툭 내던진다.
석제 블록 위를 구르며 크림색 연막을 뭉게뭉게 뿜어내는 철제 용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녀석이 내게 소리쳤다.
“도란님!! 연기에서 떨어지세요!”
“뭐...?”
그 뿌연 연무의 정체를 가늠하기도 전에 일어난 폭발이 해골 전사를 사방으로 패대기쳤다.
콰아아아앙!!!!!
“윽..!”
이명(??).
벽을 짚고 일어섰다. 떨리는 시야를 바로잡아 고개를 든다. 비에 맞은 수채화처럼 번져나가는 불빛과 충격에 깜박거리는 마석등의 광채에 진탕 술을 퍼먹은 기분이다.
‘폭발물은 법으로 금지된 거 아니었어...?!’
설마 이런 지하에서 난데없이 화마를 보게 될 줄이야.
검집을 움켜쥐었다. 덕분에 한숨 돌리긴 했다지만 언데드는 뼈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족속. 잠시 시간을 끄는 건 가능하나 완전히 박살을 내놓지 않는 한 경계심만 높일 뿐이다.
보라, 지금도 어느새 재생한 해골 한 마리가 석궁을 겨누고 있지 않은가.
기기기긱!
석궁병의 손가락 마디에 천천히 힘이 실렸다. 격발을 향해 착실히 나아가던 뼈마디가 임계점을 넘어서자 방아쇠를 움직였고, 팽팽한 시위를 해방하며 아기살을 전방으로 날려보냈다.
재빨리 달려가고자 했지만 해골 전사 두 마리가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애타는 심정으로 팔을 뻗는 찰나
“괜찮아요.”
부슬비가 내리고 난 뒤의 바다처럼 고요한 벽안이 날 안심시켰다. 라디는 그대로 몸을 뒤틀더니 민첩하게 사선에서 물러났다. 잔불을 가르며 나아간 화살은 라디의 로브 끝자락을 얕게 찢어놓는 데 그쳤고, 꼬리에 붉은 궤적을 남기며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공이가 세 번 울린다.
철컥! 철컥..! 철컥!
카가가가각...!!
뒤집힌 세상 속, 상하를 반전한 라디가 쇠뇌를 격발했다. 흠잡을 구석 없는 역저격. 은도금 된 대못이 해골 궁병의 관절을 틀어막자 놈은 그리스가 증발해버린 기계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언데드에게 극도로 치명적인 금속이라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반응성이 낮은 특성 덕에 은은 그녀의 맹독을 담아내기에 최적이었으니.
어깨에 내려앉는 재를 사뿐히 털어내며 적을 내려다보는 라디의 눈동자엔 차가운 살의가 맺혀있었다.
“나머지는 부탁해요.”
“...그래.”
일 분 남았다.
장검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숨을 골라 들뜬 마음을 다잡는다. 라디의 활약 덕에 전황이 제법 유리해졌다지만, 아직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남아있다.
나는 반보 내디딘 왼발에 체중을 실으며 일순간에 도약했다.
카가가각...!
“너 잘 걸렸다.”
대방패를 든 전사 앞에 당도했다.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팔다리를 이어붙이던 해골. 하지만 내가 바닥을 기어다니던 손목을 부츠로 짓밟자 우뚝 움직임을 멈췄다.
“왜, 분해?”
딱! 딱! 딱! 딱!
놈은 턱뼈를 맞부딪히며 방패를 휘두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각진 방패를 지면에 수평으로 들어올리더니 날카로운 끝자락을 휘둘러 온다. 나는 가볍게 물러나서 회피하고 칼집으로 머리통에 일격을 먹어주었다.
양손을 못 쓰니 공격에 예리함이 없다.
“이건 압수.”
바닥에 떨어진 방패를 주워들었다. 잔뜩 녹이 슨 스쿠툼 실드. 나무를 베이스로 얇은 철판을 덧댄 구조라 한 손으로도 충분히 지탱할 수 있다. 나는 방패로 사각에서 몰아치는 할버드를 빗겨내고, 각반을 쳐올려 곡도를 떨쳐냈다. 내 움직임이 봉쇄된 틈을 타 무딘 창날이 쇄도했지만 창대를 밟아 막아냈다.
“사십 초.”
아리엘에게서 뿜어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으로 발광하는 전장을 활보한다. 녹슨 병장구가 자아내는 기묘한 색채, 구시대적인 가죽 갑옷, 밝은 조명으로 반짝거리는 인골은 마치 역사 박물관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선사했다. 박물관의 하룻밤을 배경으로 한 영화처럼 말이다.
카드드득!!
세 놈이 동시에 합을 맞춰 날붙이를 뻗어왔으나 방패를 내세워 막아냈다. 할버드의 미늘창이 실드를 꿰뚫고 끌개날이 철판을 뜯어낸다. 하지만 나는 그에 저항하지 않고 되려 밀어붙여 놈의 턱뼈를 폼멜로 찍어눌렀다.
“삼십 초.”
해골들이 사방을 에워쌌다. 양날 도끼를 든 전사가 난폭하게 팔을 휘두른다. 나는 단도로 놈의 도낏자루를 절삭해 응수했고, 바닥을 굴러 포위망을 빠져나왔다. 이내 자작하게 타오르는 불길 사이에서 슬링을 주워들어 발걸음을 봉쇄한다.
“이십 초.”
등 뒤에서 뿜어나오던 광채가 극렬해졌다. 이제는 피부로도 느낄 수 있을 지경. 스켈레톤들이 나를 무시하고 허겁지겁 몸을 틀어 아리엘에게 향하자 크게 도약해 가로막았다. 무턱대고 저돌해오는 해골을 건틀릿으로 후려치며, 칼집 끄트머리로 갈빗대를 부쉈다. 너덜너덜해진 방패는 세차게 내던져 진로를 틀어막는다. 십 초.
“도란님!!!”
“그래...!”
현묘한 광채가 자아내는 규칙적인 문양이 석벽을 가로질렀다. 습윤한 공기로 가득했던 납골당에 찬란한 조명이 가득 차오른다. 나는 새하얀 빛으로 번뜩이는 투구의 눈구멍을 가리며 내달렸고, 필사적으로 로브에 매달리는 해골을 떨쳐냈다.
그 손길에서 절박함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잠깐, 넌 나랑 좀 같이 가자.”
까득..?
시종일관 날 성가시게 했던 할버드 전사. 놈의 머리통을 뽀각 떼어내고 마저 달렸다. 요란하게 아래턱을 달그락거리는 두개골을 옆구리에 끼고 라디와 아리엘이 있는 장소로 달리다 보니 대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무심코 돌아본 등 뒤에서는 분주히 재생하는 해골 전사와 전투의 소음을 듣고 몰려든 셀 수 없이 많은 스켈레톤 병사가 바짝 따라붙어 팔을 뻗고 있었다.
“씨바알ㅡ!! 존나 많아!!! 라디야!!”
“다 왔어요 도란님!!! 제 손을 잡아요!!”
최수의 순간
나는 라디에게 뛰어들었고,
그녀가 날 품에 껴안는 걸 기점으로 휘황한 광채가 터져나와 회랑에 작렬했다.
ㅡ콰과아아아아아아아앙!!!!!!!!!!!!!!!
까드드드드득!!
카가가가각..!
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
딸칵...
“크윽...!”
굉음(?音).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광휘가 세상을 뒤덮었다.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회랑을 뒤덮었던 빛이 말 그대로 ‘깨져나갔다’라는 것.
섬뜩한 진동이 전신을 훑고 지나간 다음 망연하게 고개를 들자 일변한 납골당의 풍경이 보였다.
“이, 이게 무슨...”
이 정도일 줄이야.
단단했던 석벽은 고온에 노출된 나머지 실패한 파이 반죽처럼 흐물흐물해져 있었고, 통로 전체에 박힌 신성한 빛조각은 오색찬란한 빛무리를 흩뿌렸다. 이에 공조해 후덥지근하게 달아오른 공기는 오존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맴돌아 코끝이 시큰거렸다.
만일 내가 이 파편 중 하나에 스치기라도 했다면 지금쯤 갈기갈기 조각나 있겠지.
무수한 프리즘 조각을 흩뿌려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자태와는 달리 흉포한 위력을 지닌 마법이다. 명약관화하게 ‘권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법한 기적.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완전히 소멸한 언데드 무리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노라니 이 사태의 요인이 가쁜 숨을 내쉬며 식은땀을 훔쳤다.
“휴, 휴우... 어떻게든 해결했네...!”
“...야, 야.”
“으응, 왜 도란...?”
“아니... 너 이런 것도 할 줄 알았어..?”
“응, 내가 발현할 수 있는 마법 중 가장 강력한 거야! 기력 소모도 엄청난 데다가 영창도 길어서 평소에는 못 쓰지만...”
“....”
말없이 라디와 시선을 마주했다. 꼬리 털이 삐죽삐죽 선 걸 보니 녀석도 제법 놀란 모양.
라디가 꿀꺽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도란님, 앞으로 마법사랑은 대적하지 말죠. 절대로.”
“.....”
끄덕.
소리소문없이 증발한 언데드에 유감을 표하며 옷에 묻은 재를 털어냈다. 전투를 끝마친 직후라지만 소란을 듣고 언데드가 추가로 몰려올지도 모르는 노릇. 너무 늦기 전에 짐을 수습하고 자리를 떠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아리엘, 너 힘들어 보이는데 걸을 수 있겠어?”
“으응... 조금만 쉬면 괜찮아 질 거야.”
“아니, 안색이 창백한데 누가 봐도 무리하고 있잖아... 힘들면 힘들다고 해도 돼.”
“그, 그럼... 잠시만, 아주 잠시만 어깨 좀 빌려도 될까...?”
“그 정도라면 뭐... 괜찮..겠지?”
행동하기에 앞서 살짝 라디를 살펴봤지만,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쇠뇌를 정비했다.
...괜찮다는 거 맞지?
조심스럽게 허리를 받쳐 부축해주었다. 신중하면서도 쭈뼛쭈뼛 체중을 싣는 아리엘의 모습이 보호 욕구를 자극했기에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가 새끼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복잡한 심경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 그나저나... 라디야, 아까 그건 어떻게 된 거야? 폭발물은 민간인이 취급 못 하는 거 아니었어?”
“네, 맞아요.”
“그럼 어떻게...”
라디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사제 폭탄이에요. 개인이 직접 제조한 것까지 전부 단속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니까요. 물론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그때는 큰 문제가 되겠지만... 도란님도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을 텐데요?”
“내가...?”
재빨리 기억을 뒤져보았다. 하지만 그동안 폭발물이라고 부를 만한 건 아무것도...
“저희가 처음 만난 날,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말이에요. 그때 서로 소지품을 검사하다가...”
“아... 설마 그거였어...?”
라디가 어떤 물건을 내게서 감추는 바람에 잠깐 소동이 일었지. 정작 던전에 입장하기 전, 배낭을 물품보관소에 맡겨서 직접 볼 일은 없었지만.
“그보다 저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도란님 발치에 그 둥그런 건 뭐예요?”
“아, 이거?”
유연하게 허리를 굽혀 바닥의 물체를 들어올리자 그녀들이 기겁하며 물러났다.
““그, 그건 스켈레톤 이잖아!!”요!!”
“.....”
어쩜 반응이 이리도 똑같은지.
아래턱을 덜컥! 덜컥!! 거리며 분개하는 할버드 전사의 머리통을 묘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자니 아리엘이 내 팔에서 슬쩍 멀어졌다.
“도, 도란... 그건 왜 가져왔어...?”
“흐흐... 실험해볼 게 하나 있어서. 아까 연계하는 걸로 봐서는 얘네도 서로를 인지할 수 있는 모양인데 이놈이 있으면 언데드가 다가올 때 경보기 대용으로 쓸 수 있을 거 아냐.”
“언데드를 경보기로... 그게 정말 가능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길한 예감밖에 안 드는데요..”
“글쎄 그건 두고 봐야지.”
천재적인 발명품은 원래 다 엉뚱한 데서 오는 법이다.
두 녀석이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올려다봤지만 나는 껄껄 웃으며 배낭을 짊어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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