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하렘 생존기-175화 (175/375)

〈 175화 〉 지하 납골당 #7

* * *

[175] 지하 납골당 #7

“...그럼 망 잘 보고 계셔야 해요? 막 중간에 염탐하러 오시면 혼낼 거예요?”

“그... 도란, 엿보면 안 돼... 알았지...?”

“....”

래서 스콜피온이 득시글거렸던 공동을 빠져나오고 꽤 시간이 흐른 시점.

안전한 장소에서 노숙할 준비를 마치자 라디와 아리엘은 지하수 샘에서 미역을 감고 오기로 했다. 전장에서 청결을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니까. 하물며 이런 지하에서 감기나 여타 질병이라도 걸렸다간 앞으로 있을 전투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간 여러 고비를 함께 넘긴 게 유효했는지 도란도란 사이좋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두 녀석을 보자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한데 라디는 그런 내 미소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문뜩 뒤돌아 날 쳐다보더니 쪼르르 달려와 야릇하게 속삭였다.

“보고 싶으시면... 나중에 얼마든지 구경시켜 드릴 테니까 지금은 좀 참으세요. 알겠죠? 원하는 자세로 다 해드릴 테니까...”

“내가 무슨 짐승도 아니고...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 자제력은 있거든?”

“침대 위에선 짐승으로 돌변하잖아요. ...그럼 얌전히 계셔야 해요 도란님?”

“으... 라디 대담해...”

“.....”

아무리 그래도 철없는 중학생 꼬마처럼 목욕 장면을 엿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엔 아리엘도 있지 않은가? 나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

...몇 번 비슷한 전과가 있긴 하지만.

두 골칫덩이를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홍옥이 내뿜는 따스한 열기를 쬐며 벽에 등을 기대자 참았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아무리 육체노동에 이골이 난 나라고 해도 몸 구석구석 안 쑤시는 곳이 없을 지경.

‘던전에서 나가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왜 똑같은 거 같지...?’

아니 내 인생에 언제는 뭐 쉬울 때가 있었냐만은...

한숨을 내쉬며 오랫동안 함께해 온 낡은 수통을 기울이자니 어디선가 딱딱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따각...! 따각...!!

“...또 너냐. 좀 조용히 좀 해봐.”

“따각 따각 따각!!!”

“그냥 부숴버릴까...”

­딱...?

“넌 당분간 틀니 압수다 인마.”

­덜컥...!

해골의 아래턱을 뽑아내 주머니에 넣자 놈이 충격에 빠진 듯 고개를 떨구었다. 하긴, 머리통밖에 남지 않은 녀석에게 인생의 낙이라곤 이빨을 맞부딪히는 것밖에 없을 테니까. 언데드니 감정을 느낄 리가 없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그래도 가만히 있긴 좀 그러니 정찰이라도 하고 올까.”

일단 겉보기에는 안전하지만 주변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지도만 보고 맹신하기엔 지금까지 낙관을 배신하는 경우를 자주 봐왔기도 하고.

“워낙 옛날 구역이라 도중에 보수 공사를 한 건지...”

검집을 들고 일어났다. 마석등은 라디와 아리엘이 가져간 바, 꿩 대신 닭 삼아 홍옥을 손에 쥐고 발길을 옮기자 마차 두 대는 왕복할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한 복도가 보였다.

푸르스름한 석재와 붉은 조명이 맞물려 현묘한 기운이 감도는 회랑.

지금까지 지나쳐왔던 토굴과는 달리 지하에서 마주할 법한 규모가 아니다. 통로 중간중간 아름드리나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거대한 기둥과 주춧돌은 마치 오래전에 인적이 끊긴 신전을 거니는 착각을 선사했다.

따끔거리는 상처와 독한 연고의 냄새를 참아가며 걷다 보니 기둥 군데군데 걸린 횃불대가 눈에 들어왔다.

전방을 주시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려는 찰나, 미묘한 공기의 변화를 감지했다.

‘아직 열기가 남아 있어...’

바짝 타서 검게 변해버린 횃대 중 일부에서 미약한 열감이 느껴졌다. 심지어 기둥에 묻은 그을음을 매만져 보니 새까만 검댕이 묻어나온다. 수백 년 전의 흔적이라기엔 지나치게 뚜렷한 모습.

누군가 이곳에 있었다.

돌연 목덜미에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감지한 불길함에 일단 물러나서 상황을 보려던 찰나, 낯선 기척이 전해져왔다.

재빨리 기둥 뒤에 몸을 숨기자­

“...젠장 고든 그 새끼... 인...”

“참아... 원래....”

“시발...! 내가 말단만 아니었....”

어렴풋한 두 남성의 목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갑주 특유의 금속성 마찰음과 돌바닥에 내려찍히는 창대의 소음. 그리고 그 사이로 선명하게 울려퍼지는 인간의 음성.

홍옥 위에 로브 자락을 덮어 조명을 차단하고 귀를 기울이자...

“...그 새끼가 그러는 게 어디 한두 번이야?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

“야, 넌 억울하지도 않냐? 힘든 건 죄다 우리한테 짬처리하면서 공은 지가 독차지하는데! 게다가 그놈은 우리 직속 상관도 아니잖아!! 걘 기사가 아니라 흑마법사라고!”

“뭐 어쩌겠냐 이 바닥이 원래 다 그런 걸. 억울하면 빨리 진급하든가 다른 지부로 떠나든가 해야지. 빌헴 마을은 꽤 괜찮아 보이지 않아?”

“그 깡촌으로는 가라고 해도 안 가. 거긴 사창가도 없잖아.”

“크흐흐... 그렇긴 하지. 베라스틴이 어디 물이 좀 좋아? 다들 장난 아니라니까.”

“히히... 그렇지... 저번엔 아가사 신전 치유소에서 한 은발 사제를 봤는데 말이야... 얼굴은 존나 예쁘고 청초하게 생겼는데 몸매가 아주... 크흐!!”

“....”

끈적끈적한 웃음. 지조 없는 천박한 미소가 석제 회랑에 맴돌았다. 정황상 영주 산하의 기사가 틀림없겠지. 과연 라디의 말마따나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 부류의 인종이다.

‘순찰 목적으로 나온 건가...?’

하지만 이쪽으로 계속 가면 라디와 아리엘이 목욕하고 있는 장소가 나온다.

우리의 존재를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해치워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사내가 마저 말을 이었다.

“...그래, 그나저나 그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던 곳은 어디야? 이쯤 걸어왔으면 나올 법도 한데...”

“뭐, 보나 마나 스켈레톤이겠지. 놈들이 사고 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겨우 이런 걸 가지고 일일이 확인하라고 시키는지 원...”

“그게 다 윗선에 생색내려고 그러는 거라니까. 지하에 두 달 넘게 틀어박혀 있어 봐. 하는 건 없는데 어떻게든 자기 밥그릇은 챙겨야 하니까 우리만 죽어라 굴리는 거지. 자기가 직접 왔으면 무섭다고 벌써 꽁무니 뺐을걸?”

“크흐흐... 그래, 우리도 대충 시간이나 때우다 가자. 안 그러면 또 그 두꺼비년하고 고든이 꼬치꼬치 캐물을 테니까.”

“어휴... 난 그 인간만 보면 소름이 끼쳐. 화장이 베라스틴 성벽보다도 두껍다니까? 향수도 무슨 고양이 오줌 같은 걸 쳐바르는지...”

“게다가 애완동물이랍시고 그런 흉악한 걸 데리고 다니니까...”

“....”

놈들이 내가 있는 기둥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다행히 대화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날 눈치챌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잠깐이면 괜찮지 않을까...?

기척을 감추고 응달 아래 숨죽여 슬그머니 기둥 너머를 엿보자...

“....”

가면.

일렁이는 횃불 사이로 창백한 가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붉은색으로 쭉 찢어진 입과 안구 구멍은 섬뜩하기 그지없었으며, 기괴하게 뒤틀린 탓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인간의 안면을 본뜬 모양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걸로 기사와 이교도가 협력한다는 명확한 물증이 생겼다.

이윽고 그 허여멀건한 가면 안쪽에서 흥미로운 주제가 흘러나온다.

“시발... 우린 얼마나 더 이 땅속에서 지내야만 하는 걸까? 햇빛을 본 지가 까마득한데 말야.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몸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시트엔 곰팡이가 가득하고...”

“의식이 끝나야 나가든가 하지. 그래도 좀만 참아. 이제 마지막 단계라잖아.”

“젠장, 정말로 악신이 강림하는 게 맞긴 한 거야? 도통 수상쩍단 말이지... 그 두꺼비년하고 기사단장이 같이 놀아 난 거...”

“쉿...! 말조심해!! 키론님을 흉본 게 알려지면 즉시 처형감이라고! 너 막내가 입 잘못 뻥끗했다가 그대로 솥에 끓여진 거 못 봤어...?”

“기억 못 할 리가 있나. 얼마 만에 먹은 고기였는데. 또 누구 한 명 안 나오려나. 크흐흐...”

“...조심해. 나니깐 다행인 줄 알아.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

그 뒤로 두 남자는 실없는 대화를 나누더니 하얀 흉소를 남기며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놈들이 완전히 떠나간 걸 확인한 후에야 천천히 그늘에서 걸어나왔다.

“악신의 강림이라...”

놈들의 목적은 알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은 아니다. 사교(?)가 추구하는 이상 따위는 뻔하니까. 내가 지금까지 마주쳤던 이교도가 많은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건전하지 못한 신을 숭배하는 만큼 어딘가 나사가 빠진 놈들밖에 없었다.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기사단장이 거론됐다는 점과 의식이 거의 끝마무리에 다다랐다는 대목.

“조금 서둘러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

야영지로 돌아오자 라디와 아리엘은 벌써 목욕을 마치고 젖은 머리칼을 말리고 있었다. 절세미녀 두 명이 미소지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자 찔레꽃이 만발한 화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샴푸 같은 걸 챙겨온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저토록 머릿결에서 윤기가 흐르고 향긋한 꽃 내음이 풍기는지...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았지만, 본의 아니게 둘 사이로 다가가 방금 겪었던 일을 말해주자 야영지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라디가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기사를 만났다고요?”

“그래. 토드 씨 말대로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더라. 이교도랑 협력하고 있는 게 확실해. 대화 내용만 들어도 그렇고.”

“우리가 잠깐 씻고 온 사이에... 도란이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네.. 혹시 다친 건 아니지?”

“걱정 마. 싸운 건 아니고 숨어서 엿듣기만 했어. 놈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이변이 생긴 걸 눈치챌 테니까.”

“...잘했어. 성급하지 않게 잘 대처했네 도란. 무턱대고 맞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잖아.”

아리엘이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내 투구를 쓸어내렸다. 마치 나이 어린 남동생을 대하는 듯 다정한 태도에 새하얗게 도드라진 목덜미가 더해지자 새삼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아리엘은 대하기가 까다롭다.

그녀가 손짓하는 대로 옆자리에 주저앉아 입을 열었다.

“그, 그건 그렇고... 아리엘, 악신은 주로 어떤 놈이야?”

“음... 그건 왜 도란?”

“왜냐니... 상대가 어떤 놈들인지는 알고 싸워야지. 정확한 신을 특정하지는 못해도 대충 주의할 점 정도는 있을 거 아냐. 예컨대 주로 사용하는 흑마법이라던가.”

“....”

그녀가 날 빤히 쳐다보더니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글쎄... 종교가 워낙 다양해서 뭐라 딱 골라 말하기는 힘들어. 사교도 종류가 한둘이 아니거든. 우리 교단에서 악신으로 규정한 존재를 조금 열거하자면... 대표적으로 안디라 신이 있겠네.”

“잠깐만요 언니, 그분이 악신이라고요? 거긴 그래도 정상적인 교회 아니었어요? 신의 권위로도 3위계 안에 드는 거물이고 딱히 문제를 일으켰다거나 하는 소문은 들어본 적 없는데...”

“으음... 그렇긴 하지만, 우리 신전과는 성격이 워낙 상극이니까. 그래도 딱히 제재를 가하거나 하진 않아. 악신으로 지정된 건 맞지만 이교로 선정된 건 아니고 애초에 거긴 신도가 거의 없으니까.”

“그렇다면 조금 납득이 가지만요... 저도 그쪽은 좀 꺼림칙해서...”

“잠깐 기다려봐, 그 안디라...가 누군데 그래? 난 처음 들어봤어.”

적당히 타이밍을 봐서 끼어들었다. 맥락으로 보아 좋은 신은 아닌 듯한데...

적어도 내가 베라스틴에 거주하며 지나쳤던 신전 중에 그런 종교명은 들어본 적이 없다.

허나 어째선지 라디는 대답 대신 나와 아리엘의 눈치를 살폈고, 아리엘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나직하게 설명했다.

“안디라 신은... 미지에 둘러싸인 신이야. 외견도, 나이도 알려지지 않았어.”

...지난번에 가입했던 크누트 길드 같은 건가.

“그럼 왜 그 신이 악신으로 규정된 건데?”

“그건 그분이 가진 힘 때문이야. 각 신마다 관장하는 영역이 다른 건 알고 있지? 각기 다른 권능을 가진 것도.”

­끄덕.

“...안디라 신이 관조하는 영역은 죽음이야. 당연히 그에 대응하는 능력과 어둠의 힘을 다룰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아, 그래서 너희 교회와는 상극이라고 한 거야? 아가사 신은 회복에 관련된 영역을 관장하니까.”

“맞아. 그리고 다른 신님들의 증언도 있으니 실존하는 건 분명하지만,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질 않으니 꺼림칙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더군다나 그분은 자기 신자들에게도 권능을 내려주지 않고 관조하는 분야도 분야다 보니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신도도 얼마 없어. 자칫하다간 원한을 사기 쉬우니까.”

“하기야...”

죽음의 신이 실존한다고 하면 이보다 원망스러운 대상이 없을 게 분명하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으니까. 그것이 필연적인 존재라고 하더라도.

지구로 따진다면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 같은 포지션인 걸까.

턱에 손을 괴며 납득하고 있자니 아리엘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도란은 어디서 온 거야?”

“뭐...?”

평소와 다름없는 어조로 내뱉어진 질문.

하지만 그 짧은 단어의 나열에 담긴 뜻을 곱씹자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리엘. 내가 어디서 왔냐니...?”

“이 세상에 안디라 신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 없잖아. 다름이 아니라 죽음을 관장하는 분인데. 지역마다 이름이 달라서 못 알아들을 수는 있어도...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

이 세계에서는 종교의 무게는 지대하다.

황급히 라디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저질렀다는 듯 이마를 짚고 있었다. 좀전에 아리엘의 눈치를 살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신중하게 다음 말을 골랐다.

“그건... 내가 외딴 산골 마을에서 오래 살아서 그래. 베라스틴에 온 지도 얼마 안 됐잖아? 옛날에도 말했듯이 나는 북쪽에 있는 산 속에서...”

“거짓말.”

아리엘이 내 말허리를 잘랐다.

모순을 쫓는 그녀의 눈동자엔 이제껏 처음 보는 날카로운 이채가 서려 있었다.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그야 도란이 안디라 신을 모를 리가 없거든. 절대로.”

“저... 아리엘 언니... 잠시만 저랑 대화를...”

“...미안해 라디야. 하지만 나도 이건 알아야겠어. 도란, 내 물음에 답해줘. 딱히 널 책망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어.”

“.....”

불길함.

지인의 부고를 전해 들을 때처럼 불길함이 엄습했다.

“...정말이야 아리엘. 그런 신이 있다는 건 오늘 처음 들었어. 워낙 먼... 곳에서 왔거든. 너야말로 왜 내가 그 신을 알고 있을 거라 확신한 건데...?”

나도 모르게 옷소매를 거칠게 매만지며 물었다.

아리엘은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올려 가리켰다.

내 허리춤에 매달린­

“그 단도. 그게 안디라 신의 성물이니까. 질문을 바꿔 물을게. 도란 너는...”

누구야?

희뿌연 연기. 피로 물든 대리석. 불타오르는 신전.

누군가의 비명이 들린 것 같기도 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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