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하렘 생존기-178화 (178/375)

〈 178화 〉 이교도 광장 #2

* * *

[177] 이교도 광장 #2

신중하게 통로를 나아가던 도중, 라디가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은밀하게 속삭였다.

“도란님, 내리막길이 끝났어요.”

“...그래, 혹시 이상한 냄새는 안 나지?”

“네,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희미하게 잔향이 남아있는 걸 보니...”

“...알겠어.”

천 덮인 마석등이 자아내는 어슴푸레한 불빛 너머, 반듯했던 회랑이 뚝 끊기자 사뭇 다른 풍경이 망막에 비쳐들었다.

지금껏 지나쳐왔던 복도는 균일한 석재로 이루어져 인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지금 우리가 거니는 장소는 울퉁불퉁한 암반이 그대로 드러나 복잡한 개미굴을 연상시킨다.

최소한의 조명에 의존하며 걷다 보니 서서히 이교도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벼려진 지 얼마 안 된 쓰레기야. 노점에서 포장지로 나눠주는 바나 잎사귀 같은데...”

“횃불이 아직 따뜻한 걸 보니 사용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저건... 사람 뼈일까...? 오래된 건 아니야... 핏자국이 남아있어...”

“....”

자연스레 통로 구석으로 붙었다. 상대의 전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이상 섣부르게 행동해선 안 된다.

구불구불 좁혀드는 것처럼 요동치는 바위굴, 코끝을 맴도는 정체 모를 찝찝한 냄새, 조명 없이는 한 치도 보이지 않는 암흑과 뼛속에 스며드는 한기까지.

언제 어느 모퉁이 너머에서 적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점까지 포함해 탐색을 하기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나아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게 큼지막한 커브길을 지나던 도중, 라디가 우리를 다급하게 잡아끌었다.

“....!!”

“..그래서 내가 뒷다리를 낚아챘는데 말이야... 놈이 꼼작도 못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바닥에 패대기쳤지!! 질펀한 내장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주...”

“웃기고 있네! 네가 어떻게 혼자서 자이언트 맨티스를 잡았다는 거야?! 스켈레톤 한 마리도 못 잡아서 빌빌대는 놈이. 그런 허풍은 창관에서 네 애인한테나 들려주라고.”

“아니, 정말이라니까? 나도 옛날엔 한가락 했어! 내가 크라켄 얘기 했던가? 한번은 내가 뱃사람들이랑 같이 동쪽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갔을 때였는데... 폭풍우에 떠밀려서 죽음의 해역까지 당도한 거야...! 그런데 갑자기 선창 아래서 문어 다리가 불쑥 튀어나오는 거 있지?! 그래서 바로 달려가서 함포를 조준...”

“지랄!! 넌 수영은커녕 바닷가 근처도 간 적 없잖아! 오징어랑 주꾸미도 구분 못 하는 놈이 무슨... 네 말이 전부 허풍이라는 데 오늘 근무 건다!”

“아니, 진짜 속고만 살았냐... 그리고 오징어랑 주꾸미는 다를 것도 없잖아! 둘 다 흐물흐물하고, 징그럽고, 발가락 많고! 게다가 너처럼 대머리잖아!”

“난 대머리가 아니라 그냥 숱이 적은 거라고 몇 번을 말해!!!”

“....”

티격태격대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뒤, 슬금슬금 응달에서 기어나와 참았던 숨을 토해내자 팽팽한 적막이 밀려들었다.

라디와 아리엘을 부축해 일으켜주며 입을 열었다.

“...순찰 중인 이교도인가 봐. 우리가 먼저 알아채서 다행이야...”

“으... 체취가 지독해요... 꼭 시궁창 바닥에 문댄 스컹크 고기를 코에 쑤셔넣는 기분이었어요...”

“지하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제대로 씻지도 않았을 테니까... 이제 정말로 놈들의 본거지에 거의 근접한 모양인데...”

“그러게... 정말로 꺼림칙한 가면을 쓰고 있구나...”

곧 종착지가 머지않았음을 직감했다.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석굴을 깊숙이 전전하다 보니 횃불을 들고 배회하는 이교도와 자주 맞닥뜨렸지만, 라디가 앞서 감지하고 경고해준 덕에 무탈히 지나갈 수 있었다.

허리를 굽혀 비좁은 지형을 통과하며 입을 열었다.

“근데... 아리엘, 넌 이교도를 얼마나 많이 상대해봤어? 말하는 걸 들어 보면 몇 번 만나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응...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원정에 나섰다가 한두 번 마주친 적이 있어. 물론 전투에 나서는 건 성기사 역할이라 내가 직접 해치울 일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네가 만나본 이교도는 어떤 놈들이었는데?”

“유쾌한 이야기는 아닌데 괜찮겠어?”

“너야말로 괜찮아...?”

“응, 난 괜찮아. 그러니까... 내가 처음으로 원정에 나선 게 아마 열두 살 때였나? 자립해서 베라스틴으로 온 지 얼마 안 되던 때였어.”

조심스레 묻자 아리엘은 통로를 더듬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한창 이곳에 적응하고 있는데 한 마을에서 수상한 무리가 있다는 밀고가 들어온 거야. 즉각 이단심문관이 출동했는데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돌아오지 않았어. 신전에서는 곧바로 토벌대를 파견했고, 나도 그때 견습으로 같이 가게 됐지.”

“잠깐만... 열두 살이면 너무 어린 거 아냐...?”

“응? 아... 전선에서 뛰기에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쪽에서 열두 살이면 충분히 결혼도 할 수 있는 나이인걸? 내 또래의 친구 중에는 벌써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애들도 있어.”

“....”

하기야... 이 세계의 성년은 열다섯이지만 결혼은 그 이전부터 가능하다. 백성의 생업 중 농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일손이 중요하기도 하고, 애먼 곳에서 몬스터에게 객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대를 있기 위해서라도 조혼이 일반적이었을 테지.

“...그럼 넌 왜 일찍 결혼하지 않은 거야? 아가사 신전의 사제쯤 되면 남자가 줄을 설 텐데... 게다가 넌 돈도 많잖아.”

외모랑 신분은 말할 것도 없고.

무심코 내뱉은 질문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리엘이 발길을 멈추더니 빤히 노려보았다.

“저... 아리엘? 왜 갑자기...”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미, 미안...! 일단 내가 잘못...”

“너 내가 왜 삐졌는지도 모르지? ....그 지구란 곳에서 태어난 사람은 다 이런 걸까?”

“아뇨 언니, 이건 그냥 도란님이 눈치가 없는 거예요. 어쩔 땐 영리한 것 같으면서도 정작 이런 데서는 영 눈치가 꽝이라니까요.”

“그러게... 라디 너도 꽤 고생했겠네...”

두 녀석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더니 도끼눈으로 올려다봤다. 하늘색 홍채와 푸른 홍채, 두 쌍의 벽안이 나란하게 응시해오자 등골이 저릿한 전류가 흘렀다.

압도당하는 듯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서자 아리엘이 앞서나가며 말을 이었다.

“혼담은 전부 거절했어. 아직은 그런 데 얽매이고 싶지 않았거든. 결혼하면 치유소 업무에도 지장이 생기잖아? 애초에 난 마나를 다룰 수 있으니까 수명도 길어서 굳이 일찍 혼인할 필요가 없지.”

“....”

마나라...

새하얀 손가락 사이를 뱅글뱅글 맴도는 빛 알갱이를 쳐다보고 있자니 그녀가 손바닥을 덮어 불을 껐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그래, 성기사를 도와 토벌대에 합류했었어. 그때는 나도 어렸으니까 마냥 신났었지. 정의를 실현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 근데... 생각하던 것과는 조금 다르더라고...”

“...아리엘.”

“심문관이 실종된 촌락에 도착했을 땐 이미 입구에 수급이 걸린 뒤였어. 건물은 불에 타버려 무너지고 길 옆에는 잔인하게 토막 난 사체들이, 우물가에는 잔뜩 불어난 익사체가 끊이질 않았어. 심지어 묵직한 두레를 끌어올렸더니 아기를 품에 안은 여자아이가 딸려 올라오더라...”

“....”

라디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아리엘은 녀석에게 희미한 미소로 화답하고는 묵묵하게 말을 이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성기사들이었어. 생존자를 수색하다가 지하실에 갇혀있던 마을 주민들을 발견했는데... 그중에 이교도와 내통한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아리엘, 그만하면 됐어. 미안해.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

살짝 떨리는 몸을 끌어당겨 감싸주었다. 산책을 나온 리트리버처럼 언제나 활기가 넘쳤던 그녀지만, 지금은 이 어깨가 너무나도 연약하게 느껴졌다.

아리엘은 애써 밝은 미소를 꾸며내며ㅡ

“...그래서 나는 같은 교인이라도 함부로 믿지 않아. 사람은 언제나 실수를 저지르니까. 선한 신을 모신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선할 거라는 보장은 없어.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인연이란 정말 소중한 거야.”

내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러냐.”

나는 그 은발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

감시병의 눈을 피해 통로를 나아가던 도중, 앞서 걷던 라디가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잠깐만요.”

“...적이야?”

“네, 진한 악취가 느껴져요.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저거 보여요?”

“저건... 빛? 이런 지하에...?”

“횃불은 아닌 것 같은데...”

어둠에 적응되어 확장된 동공으로 커다란 구멍에서 새어나온 빛줄기가 굴곡진 노면에 기이한 무늬를 새기는 걸 목격했다.

필시 저 벽 너머에 공간이 있다는 뜻인데...

문제는 그곳까지 가는 길을 두 이교도가 경계하고 있었다는 점.

“어떡하지... 일단 한 번 확인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경계가 너무 삼엄해. ...돌이라도 던져 볼까?”

“돌? 돌을 던져서 뭐하게요? 머리를 맞춰서 기절시킬 거면 차라리 제 석궁을 쓰는 편이...”

“아니 그 왜 주변에 돌을 던져서 주의를 뺏는 거 있잖아. 소리가 나면 그쪽을 확인하러 갈 테니까.”

“으음... 어째선지 경계심만 돋울 것 같은데... 도란님이 자신 있으시면 한 번 해보실래요?”

“그래, 너희 둘은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배낭을 벗어두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조용히 발치에서 돌멩이를 주워들고 내던지자 통로 구석에서 자그마한 소음이 일었다.

보초 중 한 명이 즉각 반응했다.

“어...? 야, 너 지금 들었냐?”

“...뭐 말인데.”

“아니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그냥 바람이겠지. 계속 경계나 해. 어차피 교대할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흐음...”

“....”

이걸로는 모자랐나.

한 번 더 돌멩이를 주워 내던졌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큰 놈으로. 손가락 두 마디 크기 정도 되는 자갈로 바위를 맞추자 둔탁한 소음이 지하에 울려퍼졌다.

이번 건 둘 다 확실히 들었을 텐데...

“야, 이번엔 진짜야! 내가 가서 확인해보고 올 테니까...”

“잠깐!”

“...왜, 왜?”

“뭔가 낌새가 이상하지 않아? 마치 우리를 꾀어내려는 것처럼... 양쪽으로 갈라져서 수색하자. 네가 소리가 들린 곳을 둘러봐. 나는 반대 통로를 뒤져보고 올 테니까.”

“알았어...! 뭔가 발견하면 바로 소리 지르는 거다...? 여기서 외치면 다른 근무자한테도 들릴 테니까!”

­저벅.. 저벅...

“....”

‘제길...!’

아니 평소엔 허술하기 짝이 없으면서 왜 이럴 때만 철저한 건데...!!

발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덩달아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친다. 놈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들키는 즉시 소란이 일어날 테고, 기사들이 몰려올 거다.

이런 비좁은 장소에서 포위당했다간 아무리 나라도 무사히 도망칠 수 없다.

하물며 지금은 홑몸도 아니지 않은가.

사형선고의 카운트 다운처럼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발소리에 투구를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타개책을 떠올리던 찰나­

­피시식...!

“뭐, 뭐야...! 횃불이 꺼졌어!! 야, 너 거기 있냐?!”

“윽... 일단 진정해! 제길... 어두워서 아무것도...”

“기, 기름이 동난 건가...? 아까부터 불길이 조금 사그라들긴 했는데... 기다려 봐 여기 어딘가에 예비 횃대가 있을 거야!”

“진정하고 차분히 해. 혹시 모르니까 귀는 열어두고.”

“....”

갑작스레 암전된 시야에 당황하던 차, 손목을 잡아끄는 익숙한 손길이 느껴졌다.

그에 저항하지 않고 손길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 보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지나왔을 무렵, 라디가 빛이 흘러들어오는 구멍 앞에 멈춰서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거 봐요... 경계심만 부추길 거라고 했죠?”

“아니... 딴 데선 잘만 되던데... 근데 방금 횃불은 어떻게 끈 거야? 우연...?”

“볼트에 맹독 주머니를 매달아서 심지를 저격한 거예요. 액상형 독액은 이런 식으로도 응용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횃대가 축축한 걸 보고 이상을 눈치챌 테니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그래, 알겠어.”

라디에게서 건네받은 배낭을 지면에 내려놓았다. 살짝 까치발을 들어 밝은 광채가 남실거리는 구멍 너머를 엿보자...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네...”

광장.

큼지막한 개구 반대편으로 광범위한 공동이 내려다보였다. 월드컵 경기장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광장에는 괴상한 가면을 쓴 이교도와 기사가 무리를 지어 돌아다녔고, 단체 막사와 취사장 등 지하에서 장시간 체류를 목적으로 한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는 물체가 있었으니...

“제단...”

광장 중심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제단의 존재였다.

마치 고대 아즈텍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섬뜩한 외형에 마른침이 넘어갔다. 저 불길한 구조물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원흉. 베라스틴에 벌어진 이변의 근원이라는 걸 나는 직감했다.

“...제길.”

“...도란님 괜찮아요? 왜 식은땀을 흘리시고... 대체 뭐가 있길래 그래요?”

“찾았어.”

“찾았다뇨?”

“...직접 봐봐.”

라디의 허리를 붙잡고 들어올렸다. 구멍 너머를 목도하자 녀석은 섬짓 숨을 들이쉬더니 돌연 차가운 어조로 내뱉었다.

“...기사네요.”

“라디야 알지...? 우리의 목적은...”

“어차피 전부 죽일 거잖아요. 어떻게 처리하는 게 제일 깔끔할까요? 식수에 독을 탈까요? 아니면 화약을 터트려서 매몰시킬까요?”

“...조금 진정해 인마. 성급해선 될 일도 안 되니까.”

녀석을 보듬어 진정시켰다. 어찌나 미운지 쉽게 살의를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모양새였지만, 꼬리를 움켜쥐자 뺨을 붉히며 정신을 차렸다.

몸 곳곳을 어루만지며 달래주고 있자니 아리엘이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나도 볼래 도란! 올려줘!”

“그래 잠시만... 라디야 이제 괜찮아졌어?”

“...네.”

“그럼 여기 잠깐 앉아 있어. 아리엘, 지금부터 위로 들어올려줄 건데...”

잠깐.

어딜 잡아야 하지?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당황하던 찰나, 그녀가 생긋 웃으며 무방비하게 등을 보였다.

나는 이상야릇한 충동을 참으며 아리엘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를 올려주었다.

“...어때, 보여? 여기가 최심부인 모양인데...”

“응, 틀림없어. 저 제단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느껴져. 저걸로 악신을 강림시키려는 건가 본데... 언데드가 발생한 이유도 다 저것 때문일 거야.”

“...혹시 어떻게 해결할지도 알겠어?”

“으음... 의식을 중단하려면 여기 있는 핵심 인물을 처리하거나 근원이 되는 제단을 파괴해야만 하는데... 저걸 어떻게 부수지...?”

아리엘이 침음하며 입을 다물었다.

제단을 어떻게 허물어뜨리는지도 문제지만 그 과정도 만만찮다. 저렇게 삼엄한 병력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건 명약관화한 자살 행위니까.

그야말로 불길에 뛰쳐드는 나방과 다를 바가 없다.

라디와 아리엘이 입가를 가리며 고심했지만, 나는 그러한 두 녀석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나한테 생각이 있어.”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하게 추켜올리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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