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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하렘 생존기-232화 (232/375)

〈 232화 〉 불청객 #1

* * *

[232] 불청객 #1

고블린 무리를 소탕하고 나흘.

가도를 달리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목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셔츠를 적셨고, 선선한 바람에 후드 끝자락이 살랑였다.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치는 인파를 거슬러 조금 더 뛰자, 도심지 내부에서도 녹음이 우거진 장소가 나왔다.

머리칼을 간질이는 나무 그늘, 조화로운 산새의 지저귐, 막 무성해지기 시작한 잡목을 지나치니 이제는 익숙해진 담벼락과 정문이 보였다.

옹이구멍에서 꺼낸 열쇠로 자물쇠를 따고 들어서자 파릇파릇하게 돋아난 잔디가 복사뼈를 스친다.

“...오늘은 연못에 안 나와 있나 보네.”

정원을 눈대중으로 훑으며 돌길을 따라 걷자 고즈넉한 현관이 나왔다.

출입문 옆 문패에는 나와 아리엘, 라디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막 설거지를 마쳤는지 앞치마를 맨 아리엘이 화사하게 반겨주었다.

“수고했어 도란, 오늘 조깅은 끝낸 거야?”

“응, 오늘은 간단하게 마무리하고 왔어. 이따가 할 일도 있으니까.”

“잘했어! 외투는 내가 정리해둘 테니까 이리 줘. 욕실에 물 받아뒀으니까 찝찝하면 가서 씻고.”

“고마워.”

사뿐히 다가가 외투를 건네고 슬쩍 이마에 뽀뽀하자 아리엘이 꼿꼿하게 선 채로 얼굴을 붉혔다.

새내기 대학생처럼 풋풋한 그녀의 반응을 즐긴 뒤 욕실에서 간단하게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상쾌함이 몰려들었다.

복도를 지나 아리엘의 방을 슬쩍 엿보자, 한 뼘 정도 벌어진 문틈 사이로 침대 위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란이와 녀석을 부드럽게 끌어안은 아리엘이 보였다.

나는 가볍게 노크한 후 슬그머니 안쪽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둘이 여기서 뭐해?”

“아 왔어? 란이한테 단어를 가르치고 있었지, 봐 봐.”

­.....

란이는 퍼즐 조각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그중 한 낱말을 가리키며 아리엘을 올려다보았다.

­됴란...?

“응, 이건 구름이라고 해. 하늘에 떠다니는 하얀 거 있지?”

­됴란...

란이는 아리송하게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금 낱말 퍼즐에 집중했다.

하지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내 존재를 눈치채고는 밝게 화색하며 우다다 달려와 안겨들었다.

­됴란!!!

“그래 그래... 말 잘 듣고 얌전히 있었어?”

­끄덕끄덕!

란이가 내 가운 앞섶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응석을 부렸다.

아리엘은 나와 란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눈꼬리를 휘더니 상냥하게 종용했다.

“란이야, 아까 배운 단어 있잖아. 이럴 때 써서 기쁘게 해줘야지. 기억나?”

­.....

란이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되짚더니, 이내 해맑게 웃으며­

­오.. 빠...!

“.....”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자 아리엘이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정정했다.

“란이도 참... 오빠 말고 아빠라고 해야지. 다시 한번 해봐. 아...”

­도리도리!

란이는 완강하게 고개를 저어 거부하고는 내 목덜미까지 타고 올라와­

­오빠!!

“.....”

치밀어오르는 웃음을 참으며 격하게 머리를 쓸어주자 란이는 사랑스럽게 미소지으며 내 볼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정령의 뽀뽀 세례를 받고 있자니 아리엘이 옆자리를 두드렸다.

“이리 와서 편하게 앉아 도란.”

“그래, 상태 확인하게?”

“응, 꼼꼼히 검사해야지. 혹시 모르니까.”

침대 위로 다가가 가운을 젖히자 아리엘이 내 상체를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사근사근하게 속삭였다.

“음... 다행이네. 이 정도면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 혹시 이상한 데는 없지? 피부가 가렵다거나...”

“그래, 덕분에 말끔히 나았어. 고마워.”

“그야 당연한 일인걸..”

손을 겹치자 그녀가 따스한 눈길로 내 눈동자를 응시했다.

고블린 킹을 쓰러뜨리고 나흘, 그간 촉수에 닿은 후유증 탓에 편히 쉬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오늘부로 어엿이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아리엘을 쳐다보고 있자니 돌연 그녀가 양 뺨을 붉히며 시선을 회피했다.

“...왜.”

“그, 그야, 도란... 일단 옷 좀...”

“아...”

고개를 숙이자 골반 윗부분에 간신히 걸친 가운이 보였다.

천천히 등을 돌리고 추스르려던 찰나 불현듯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면... 아리엘 너도 벗을래?”

“으, 응...? 벗다니 그게 무슨 말...”

“마력공급! 다 나으면 해주기로 했잖아! 맨날 란이한테만 해주고!”

“뭐, 뭐어?!! 하, 하지만... 그건...!”

“왜, 싫어...?”

“그, 그런 건 아니지만...! 란이도 이제 가끔만 조른단 말야! 그, 그리고 도란은 마나를 흡수할 줄도 모르잖아! 그건 마력 공급이 아니라 그냥...”

“해줘! 나도 마력 공급 해줘!!”

“읏...! 아, 알았으니까 진정 좀....”

마트에서 부모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처럼 생떼를 부리자 아리엘이 당황하며 날 진정시켰다.

그녀가 힐끗 란이의 눈치를 살피고는 난처하게 속삭여왔다.

“도란...! 지금은 란이가 보고 있으니 다음번에...”

“싫어! 지금 할래! 며칠 전부터 이날만을 기다려왔단 말이야!”

“그, 그럼 오늘 밤에라도...”

“안 돼! 지금 할래! 마력 공급! 마력 공급!!”

“읏...”

아리엘은 얼굴을 홍당무처럼 물들이며 란이에게 퍼즐 조각을 쥐여주고는,

“라, 란이야. 잠깐 나가서 혼자 놀고 있을래? 언니랑 오빠는 잠시 둘이서 할 게 있어서...”

­됴란...?

“응, 아니면 연못에서 물장구라도 치고... 꺄읏?!”

그녀가 란이를 내보낼 시간을 주지 않고 어깨를 붙잡아 침대 위로 눕히자 새된 비명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검지를 살살 움직여 매끄러운 복부를 어루만지자 아리엘은 입가를 옷소매로 틀어막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란이야... 잠시만 혼자...”

­됴란!!

란이는 갑자기 고개를 끄덕이더니 쌩하니 문턱 너머로 사라졌다.

녀셕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아리엘이 내 쪽을 돌아보며 따지고 들었다.

“도란! 란이가 눈치챘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뭐 어때.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그, 그래도 교육에 안 좋단 말이야...!”

“란이는 아직 애라 잘 몰라. 그리고 남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꺅...!”

그녀를 번쩍 들고 침대 중심으로 가 눕혔다. 나는 그녀의 위로 올라타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내 종아리로 그녀의 허벅지를 고정하고는 골반 위에 골반을 걸쳤다.

아리엘은 안달복달하면서 내 가슴팍을 밀어냈지만 팔에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고, 그마저도 입술을 포개니 꿀 먹은 호박벌처럼 얌전해졌다.

그저 입술과 입술을 잠깐 대었다가 땔 뿐인 어린아이 키스였지만 그녀는 하얀 솜털 베개를 주워들어 얼굴을 가리고 신음했다.

“...그렇게 부끄러워?”

“.....”

­끄덕.

나는 웃으며 눈처럼 새하얀 머릿결을 상냥하게 쓸어주었다.

조금 더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

치밀어오르는 욕망을 참고, 베개를 붙잡은 팔뚝을 문지르며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얼굴 안 보여줄 거야?”

“.....”

“...그럼 이렇게 한다.”

슬쩍 옆구리를 찌르자 그녀가 놀라며 허리를 움찔했다.

나는 그대로 양 손목을 부드럽게 움켜쥐고는 더욱 침대에 몰아붙였다.

온유하게 눈빛을 교환하자 부단하게 갈팡질팡하는 물망초빛 눈동자, 백옥처럼 투명한 피부와 열기 섞인 호흡이 전해져왔다.

살며시 어루만져주며 뻣뻣한 몸의 긴장을 풀어내자 아리엘은 어색하게나마 눈을 감았다.

나는 그에 화답해 서서히 상체를 기울여 입술을 탐...

“....”

“.....”

인기척에 문뜩 고개를 돌리니 라디가 문턱에서 우리 둘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행동을 멈추자 아리엘도 라디의 존재를 눈치채고 황급히 상체를 일으키며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라디야 여기엔 사정이...!!”

“네? 그냥 돌아왔는데 아무도 안 보여서 뭐하나 와본 건데... 방해해서 미안해요.”

“바, 방해 안 했어!! 우린 그냥 단지...”

“키스하려던 거 아니었어요?”

“키, 키스... 는.. 맞는데...”

아리엘이 토마토처럼 얼굴을 붉히고 도중에 얼버무렸다.

라디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웃고는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뭐, 그래도 란이가 있는 데선 조금 자중하는 게 좋겠지만요.”

“란이? 연못에 놀러 간 거 아니었어?”

“여기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던데요?”

시선을 조금 내리니 라디의 무릎 부근 반짝거리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보고 있었나.

나는 겸연쩍게 뺨을 긁으며 아리엘의 위에서 내려왔다.

“나머지는 이따가 이어서 하자.”

“이따... 가..?”

“그래, 오늘 다 같이 목욕하기로 한 거 잊었어? 기껏 돌킨한테서 고급 입욕제도 얻어왔는데 한 번 써 봐야지.”

“아, 돌킨 씨 하니까 생각난 건데... 영주성 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소식도 없대요?”

“아, 그거...?”

살짝 입꼬리를 굳히며 대답했다.

“...그래, 내부에 심어둔 심복으로부터 연락이 오긴 했는데 아직까지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나 봐. 면회 요청도 꾸준히 넣어봤는데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모양이고.”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그러는 넌, 오늘도 소득 없었어?”

녀석의 손에 든 보석함을 눈짓하며 묻자 라디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에도 허탕이에요. 기껏 유능하다는 감별사를 찾아갔는데 전혀 갈피를 못 잡더라고요. 아무래도 이 보석을 감정하려면 왕도까지 가져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곤란하네...”

아수르의 신전에서 노획한 보석.

어떻게든 무사히 가져온 건 좋은데 처분할 방법이 없다. 저렇게 흉흉한 물건을 집에 놔두기도 꺼림칙하지만, 그렇다고 어딘가에 버리고 왔다가 제2의 고블린 부락이 나오면 큰일이니까.

일단은 정체를 파악할 때까지 란이의 손이 닿지 않는 장소에 보관할 수밖에.

저주를 해주하면 비싼 가격에 매각하는 것도 가능할 테지만 지금은 그저 계륵일 뿐이다.

흐트러진 가운 앞섶을 고치며 고민하고 있자니 라디가 문지방을 나서다 말고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 그리고 모험가 길드에서 소란이 벌어진 것 같던데 한번 확인해보세요. 이따가 들를 예정이라고 했죠?”

“응, 근데 웬 소란? 아카이아 길드에?”

“네,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지나가면서 살짝 봤는데 인파가 쫙 깔려있던데요?”

“그래? 그럼 기왕 말 나온 김에 후딱 갔다 올게. 어지간해선 점심 먹기 전에 돌아올 테니까 둘 다 쉬고 있어.”

“네, 그런데 정말로 괜찮겠어요...? 언니가 조금 아쉬워하는 눈친데.”

갑자기 이목이 쏠리자 아리엘이 황급히 손바닥을 저으며 부정했다.

“으, 응?! 아, 아니 난 아무렇지도 않아...!”

“...오후에는 시간 많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땐 그만둬 달라고 부탁해도 안 멈출 테니까.”

“그, 그만해 달라고 부탁해도...?”

“응. 오늘 안 재울 거야.”

“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아리엘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한 뒤 방에서 벗어났다.

느긋하게 드레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는 장검과 투구를 걸치고 현관에서 부츠를 동여매고 있자니 라디와 아리엘이 층계를 내려왔다.

라디가 두꺼운 방수천으로 된 보따리를 건넸다.

“...이건?”

“토벌 증거로 잘라두었던 고블린 귀에요. 깜빡하고 계셨죠?”

“아, 맞다. ...차갑네?”

“동결 마법이 걸린 항아리 안에 보관했거든요. 안 그랬으면 지금쯤 썩어서 악취가 진동했을걸요?”

“.....”

확실히 돈이 많으니 이런 면에서 편리하군.

“...고마워. 그럼 이제 가볼게. 용건만 마치고 돌아올 테니까 둘 다 기다리고 있어. ...란이 너도 언니들 말 잘 듣고.”

­됴란!!

“조심히 다녀와 도란. ...혹시 모르니까 같이 갈까?”

“에이 뭘, 고작 요 앞에 다녀오는 건데 별일 있겠어? 다녀올게.”

손을 흔들며 저택을 나섰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오솔길을 지나 가도로 접어들자 수많은 행인이 눈앞을 오갔다.

꽃집 앞의 자그마한 화단에서는 노란 유채꽃이 봉우리를 피워올렸고, 길거리에서는 경쾌한 음유시인의 음율이, 점포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는 봄을 알렸다.

“...이제 진짜 겨울도 끝이네.”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발길을 재촉해 동쪽 거리로 접어들자 긴 겨울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의뢰를 수행하러 쏘다니는 모험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데 조금 평소와 다르다.

‘왜 다들 저렇게 흥분했지...?’

삼삼오오 모여 어수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새가 꼭 대 상승장 소식을 접한 투자증권사의 회사원 같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두 사내가 나누는 대화를 몰래 엿듣자...

“...그게 정말이야? 이 도시에 진짜 ..­.가 왔다고?”

“속고만 살았냐! 내가 직접 봤다니깐?!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진짜더라고!!”

“와 대박이네... 그런 사람이 길드도 놔두고 왜 혼자... 무슨 일로 왔대?”

“나도 몰라. 아마 업무 때문에 온 거겠지.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어떤 남자를 찾고 있다던데.”

“남자? 대체 어떤 새끼길래...”

“그러니까 분명 이름이 도 뭐시기...”

“.....”

‘에이 뭐야...’

무슨 일인가 했더니 베라스틴에 유명인이 와 있는 모양이다. 어디 강한 모험가라도 방문한 거겠지. 일부 하이랭커 모험가는 이 세계에서 할리우드 배우와도 같은 인기를 구가하니까.

‘최대한 빨리 용건만 마치고 나와야지.’

괜히 흥분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었다가 이상한 일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까.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자 어느덧 아카이아 길드에 다다랐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모험가들 때문에 길드 내부로 들어가는 것조차 순탄치 않았다.

“나, 나도 들여보내 줘!!”

“아카이아 길드 사람 외에는 출입 불가입니다!!! 물러나세요!!!”

“잠깐 얼굴! 얼굴만 보고 바로 나올 테니까...!!”

“나도 구경할래!!”

“신규 모험가 등록하러 왔어요!!! 저도 들여보내 주세요!!!”

“오늘 하루는 우리 길드 사람이 아니면 절대 출입 불가다!! 신규 등록도 마찬가야! 어이, 거기 문 막아!!!”

“거의 다 들어갔는데...! 젠장!!”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는 군상들을 제치고 간신히 입구까지 도달하자 길드 출입문을 틀어막은 모험가 대엿 명이 보였다.

그중 유독 얼굴이 익은 한 사내가 날 똑바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거기 너!!! 아카이아 길드가 아니면 출입할 수 없...! 아니 당신은...?!”

“...넌?”

저번에 아리엘과 함께 방문했을 때 시비를 걸어와 흠씬 두들겨 팼던 엄 뭐시기 모험가가 아니던가.

그는 내가 두려울 법도 하지만 표정을 구기는 일 없이 반색하며 굽신거렸다.

“아이고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빨리 안쪽으로 들어가세요!!”

“신분증 검사는 필요 없어?”

“그런 건 됐고 도란 님 맞으시죠?!! 제발 빨리 들어가 주세요...!!”

“.....?”

뭐... 그래 준다면 나야 고맙지만...

‘불길한데...’

내 불길한 예감은 대체로 맞는 편이다.

스윙도어를 밀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그제야 간신히 틀어막혔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위화감을 감지했다.

길드 내부 역시 모험가들로 붐볐지만, 밖과는 상반되게도 이상하리만치 적막이 맴돌았기에.

심지어 테이블마다 빼곡히 만석인 걸로도 모자라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이 넘쳐날 지경인데도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얘네는 의뢰하러 안 가고 여기서 죽치고 뭐 하는 거야.’

나는 못마땅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홀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견고한 마물 가죽 부츠가 마룻바닥을 밟자 삐꺽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고ㅡ

““““........””””

건물 내 모든 눈동자가 내게 향했다.

흠칫 당황하며 장검을 뽑아들자 길드 안쪽에서 밝은 주홍빛 머리의 접수원이 걸어나왔다.

”카, 카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다들...!”

“...도란. 아니, 도란 씨..”

“.....?”

어쩐지 곤란해하는 듯한 카렌의 표정에 검을 내리고 의아하게 쳐다보자 그녀가 관자놀이를 긁으며 말했다.

“실은... 도란 씨를 찾아온 손님이 있어요..”

“나를...?”

“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그분은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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