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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하렘 생존기-244화 (244/375)

〈 244화 〉 첫사랑 #3

* * *

[244] 첫사랑 #3

아리엘이 야릇한 탄식을 흘렸다.

그녀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지만, 예기치 못한 시점에 찾아온 도란의 손길은 쉬이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동시에 무언가가 바뀐 것을 눈치챘다.

종종 성욕을 드러내긴 했지만 시종일관 선한 웃음을 짓던 그의 분위기가 일변한 것을.

마치 리미트가 해제된 사람처럼.

더군다나 도란뿐만이 아니었다.

“...도란님.”

­쭈릅...

찐득한 소음이 귓전을 울렸다. 라디가 도란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더니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아리엘이 했던 입맞춤 따위 어린애 장난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전에 아리엘이 도란과 나누었던 입맞춤엔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움과 절제가 있었지만, 지금 라디가 선보인 건 성행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노골적인 행위였다.

키스가 이렇게 야할 수도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투명한 은빛 실이 쭈욱 늘어지고, 마지막 한 입까지 도란의 입술을 탐하고 그의 품에 안긴 라디가 실눈을 뜨며 속삭이듯 말했다.

“저는 이따가 빠지기로 했잖아요. 하지만 그때까지는 저도 낄 거예요. 도란님이 촉수에 당한 상처를 회복하느라 저도 며칠간 강제로 금욕했거든요.”

“그, 그런...”

“그러니 언니도 잘 봐두세요. 앞으로는 자주 겪게 될 테니까. 또 이렇게 기운을 빼두지 않으면 이따가 침대 위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잡아먹힐걸요?”

“.....”

확실히 방금 도란에게서 느껴지던 야성적인 기운이 내게 향한다면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

라디는 살며시 눈웃음짓더니 도란의 아랫입술을 은근슬쩍 깨물며 속삭였다.

“그렇죠 도란님?”

“...그러다가 네가 당하면 어쩌려고.”

“으흠? 바라던 바인걸요?”

“....이리 와.”

도란이 라디를 끌어당겼다.

실이 바늘구멍으로 이끌리듯 도란의 손이 라디의 탐스러운 가슴으로 향하자 그녀가 웃으며 하반신을 바짝 밀착했다.

라디의 가느다란 두 팔이 도란의 목에 둘러지고, 그대로 끌어당겨 키스했다.

서로의 육체를 갈구하며 진한 입맞춤을 나눈 뒤에는 천천히 어긋나 뺨을 문대고, 목을 내보이고, 그대로 미끄러져 목둘레를 애무하고, 건드리면 자국이 남을 듯 여린 살갗에 선분홍빛 상흔을 남기고.

수면 아래로 향한 도란의 손이 한 지점에서 체류하자 라디가 움찔하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더욱 상체를 밀어붙였다.

라디는 옅은 탄식을 흘리며 꼬리를 입에 물고는 살짝살짝 몸을 달싹거리며 도란의 하복부를 마찰했다.

마치 스스로 희롱해달라는 듯 졸라대는, 보호 본능을 자극함과 동시에 욕정에 불을 지피는 행위에 아리엘은 차마 직시하지 못하고 손가락 틈새로 두 남녀의 정사를 훔쳐보았다.

평소의 지적이고 단정한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는 색기로 똘똘 뭉친 라디의 갭에 아리엘은 동성인 자신조차 뺨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러고 보니..

문뜩 과거의 한 장면이 아리엘의 머릿속을 스쳤다.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복도를 거닐던 중 살짝 열린 도란의 침실 문 사이로 목격했던 광경.

홀린 듯이 올라타 허리를 흔드는 도란과 그 아래에 누워 너무도 야릇하고, 당장에라도 녹아내릴 듯 끈적한 표정을 지은 라디.

그때의 관능적인 표정이 지금 눈앞의 라디에게 겹쳐 보이자 더 이상 붉어질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아리엘의 뺨이 한층 더 달아올랐다.

아니, 어쩌면 라디는...

‘얘 서큐버스 아니야?!’

사낭 쥐란 이렇게나 야릇한 종족이었던가!

아리엘이 경악하며 보그르르 수면 밑으로 기어들어갔지만 그녀는 몰랐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라디는 도란에게 허접뷰지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한데 문뜩 아리엘이 고개를 드니 도란에게 안긴 채로 난처하게 웃는 라디와 눈이 마주쳤다.

“으음... 너무 열중해버린 모양이네요... 미안해요 언니. 오늘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아, 아냐...! 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하지만 몸은 준비 만땅인 것 같은데요?”

라디가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수면 아래를 턱짓했다.

정확히는 제 다리 사이를 지그시 압박하던 아리엘의 손바닥을.

‘드, 들켰어...?!’

아리엘이 화들짝 놀라 손을 떼며 말했다.

“읏, 읏...! 이건...! 이건...”

묘하게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어서 대고 있던 것일 뿐, 이상한 의도는 아니었는데.

열심히 손사래를 치며 방금의 행위를 부정하자 라디와 도란은 서로를 마주보고 피식 웃더니 자세를 풀고 다가와 아리엘의 양옆으로 붙었다.

도란이 온화한 눈길로 아리엘을 응시하며 뺨을 어루만졌다.

“아리엘...”

“도, 도란...”

“같이 하자.”

“아니 난 양보... 꺄읏...?!”

도란이 아리엘을 번쩍 들어 허벅지 위에 앉히더니 귓불을 살며시 깨물었다.

그러자 뜨거운 날숨이 아리엘의 귓전에 와닿았다.

더불어 나뭇가지에 스치는 바람처럼 청량한 그의 웃음소리, 허리를 단단하게 휘어감은 팔뚝, 상냥하게 머리칼을 넘겨주는 손길까지도 전부 머릿속을 하얗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 그녀를 덮쳤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가슴이 보이는 자세가 된다.

아리엘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팔뚝을 들어 가슴께를 가렸지만 살갗이 눌리자 놀라고 말았다.

끄트머리에서 단단하게 솟은 융기가 느껴졌기에.

본디 여성도 흥분하면 유두가 솟아오르고, 맥박이 빨라지고, 남성의 물건을 받아들이기 위해 질에서 분비물을 내보내지만 성 경험도 없는 아리엘이 그걸 알 턱이 없다.

스스로의 몸에 대해서조차 무지한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백지는 아니다.

‘흐읏...?!’

연인다운 달콤한 키스를 나누던 도중, 도란이 손이 잘록한 허리를 타고 내려가 부드럽게 엉덩이를 움켜쥐자 아리엘은 힉 하고 감았던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보다 더 본격적인 스킨쉽에 긴장하는 반면 동시에 깊은 내면으로부터 더욱 만져줬으면 하는 욕구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한창 꽃다운 나이대의 그녀다.

당연히 성적 호기심도 있고, 치유소 휴게실에서 동료들이 야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고개를 푹 숙이고 김을 뿜어내면서도 귀를 쫑긋 세워 엿듣곤 했다.

꿀이 뚝뚝 떨어지듯 달콤한 밀회의 경험담을 듣고 이상해진 기분을 도란이 머물렀던 병상 모서리에 문지르며 해소했던 적도 있다.

그것이 유아 자위의 일종이라는 것은 몰랐지만.

‘읏...!’

아리엘의 호흡이 빨라졌다. 그의 뜨거운 손길을 느끼면 느낄수록 꿈틀거리며 싹트기 시작한 욕구가 가슴을 잠식했다.

이대로 조금 더 괴롭혀줬으면 좋겠고, 아차 실수인 척 그의 손이 소중한 곳까지 들어갔으면 좋겠고, 언제나처럼 짓궂은 미소를 피워올리며 날 안아줬으면 했다.

하지만 이대로 받기만 하는 건 싫다. 나도 도란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

? 신전 사제이자 모험가 동료가 아닌, 어엿한 한 명의 여자로서.

“도란...”

“...왜 아리엘?”

“....”

아리엘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욕조 밖으로 나가자. 나도 널 기쁘게 해주고 싶어.”

*

몸에 수건을 두른 아리엘이 욕조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손을 맞잡은 채로 뒤따라 나온 도란을 애틋하게 올려다보더니 널찍한 욕조 귀퉁이로 유도하며 말했다.

“...여기 앉아 도란.”

“....그럼 네가 불편하지 않아?”

“괜찮아... 무릎 꿇고 앉으면 되니까...”

아리엘은 여분 수건을 접어서 바닥에 깔더니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도란을 응시했다.

이어서 조금 더 앞으로 다가와 도란의 허리를 두른 수건으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이대로 매듭을 풀면 아리엘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던 남성기를 직접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뜨고, 꼴깍 침을 삼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각오를 다잡은 순간­

“언니도 참... 뭘 그렇게 망설여요.”

라디가 갑작스레 수건을 빼냈다.

그러자 마천루처럼 우뚝 솟은 대물이 자태를 드러냈다.

‘히끅?!’

순간, 아리엘은 딸꾹질을 하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곧 슬그머니 실눈을 뜨고는 시야 언저리로 눈앞의 광경을 확인했다.

실제로 본 남성의 물건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삽입이라는 본 행위에 충실하게끔 쇠 막대처럼 일자로 뻗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는 달리, 곡률이 있고,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생명감이 넘친다.

살며시 정면을 되돌아본 아리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다시 봐도 의학 교본에서 간단한 삽화로 봤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또 살짝 징그럽다.

울긋불긋한 핏줄과 시계추처럼 꺼떡꺼떡거리는 모양새는 언뜻 몸 밖으로 튀어나온 내부 기관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몸에는 없는 신체 부위가 강렬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으니 꼭 별개의 생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그보다...

‘왜, 왜 이렇게 크, 큰 건데...?!’

아까도 비누칠하면서 보긴 봤는데 그땐 워낙 어둡기도 했고 바지도 두꺼워서 확실하게 가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탓에 옷이 뭉쳤겠느니 생각했는데...

“...그래서 어때요? 계속 궁금해했잖아요.”

“그.. 그... 왜, 왜 이렇게 큰 거야...? 저번에 얼음 호수에서 봤을 땐 안 이랬는데...”

“얼음 호수?”

“으, 응... 도란이 란이를 구하고 쓰러졌을 때... 젖은 옷을 벗겨냈었잖아. 사실 그때 실루엣을 살짝 봤는데 그때는 이것보다 훨씬 작았는데...”

오히려 약간 귀엽다는 감상이 들 정도로.

도란이 겸연쩍게 목을 긁으며 말했다.

“그땐 추워서 쪼그라든 상태잖아. 발기도 안 했고.”

“추, 추우면 쪼그라들어?”

그, 그게 말이 돼...?!

어쩌면 탈착식으로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리엘이 물건에서 거리를 두고 살며시 손바닥을 대보았다. 아무리 벌려보아도 손안에 다 안 들어오는 크기.

이어 제 하복부에 손바닥을 가져가 비교해보았으나 너무 크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으...’

무리무리!

불가능할 게 틀림없다!

아리엘이 저도 모르게 어깨를 살짝 주춤했다. 도란의 하물을 향해 뻗었던 두 손은 불안하게 수건 끝자락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라디한테 모든 걸 맡기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그건 여자로서, 또 한 명의 애인으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용기를 내야 한다!

“그, 그럼 이제 어떻게 해 라디야?”

“손바닥을 옆면에 대서 온도를 확인하고, 맥박을 느끼고, 상냥하게 감싸 쥔 뒤로는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거예요.”

“이, 이렇게...?”

아리엘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더니 살포시 도란의 하물에 손을 얹었다.

‘으아..’

뜨겁다.

마치 열탕 소독을 마친 지 얼마 안 된 의료 기구처럼.

이 열감은 온욕의 효과일까 아니면 욕정의 발로일까.

­스윽...

아리엘은 신중하게 도란의 물건을 탐구했다. 도자기처럼 묵직한 촉감을 확인하고, 남몰래 숨을 들이쉬어 냄새를 맡아도 보고, 라디가 말한 대로 맥박을 느껴도 보고.. 이게 내 안으로 들어오면 어떨까 조금 야한 상상도 해 보고...

“아리엘.”

“....”

“아리엘.”

“으응...! 부, 불렀어?! 왜, 왜?”

“아니... 그렇게 가까이서 뚫어져라 쳐다보면 나도 조금 부끄러운데...”

“아, 알았어!”

아리엘이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드높은 장대 윗부분을 움켜쥐고 위아래로 왕복했다. 흉포한 남근의 위용에 주눅이 든 채로도 신중하고 섬세하게.

“...아프지 않아?”

“응. ...기분 좋아.”

“....”

그, 그렇구나...

계속 보다 보니 움찔움찔하는 게 조금 귀여울지도...

아리엘이 성기 윗부분을 손끝으로 건드리자 물건이 크게 움찔했다. 그녀는 사나운 기세에 살짝 놀라면서도 어여쁘게 눈매를 휘었다. 조금 자신감을 얻어 속도를 올리기도 하면서.

문뜩 숨소리가 변한 것을 자각해 도란의 얼굴을 살피자 그는 생전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수컷의 본능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듯한 그런...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도 잡아먹지 못하는 늑대가 저런 표정이 아니었을까?

‘아...’

제대로 느껴주고 있구나...

아리엘은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자각했다.

동시에 아래쪽에서 비부가 욱신거리는 감각과 함께 미끈한 뭔가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도.

아리엘을 유심히 관찰하던 라디가 다소곳하게 속삭였다.

“...언니, 손으로 하는 것 외에도 좋은 게 있는데..”

“뭐, 뭔데?”

“핥는 거예요.”

“핥는다니...! 사탕처럼?!”

아, 아니 그런 행위가 존재한다는 건 치유소 동료한테 들어봤지만...

아까도 그런 오해를 살 뻔했고...

“네, 제가 시범을 보여드릴 테니 잘 보세요.”

라디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아리엘의 옆에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는 서슴없이 도란을 향해 상체를 기울이고는 행위에 앞서 귀두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이어 지속된 아리엘의 애무로 흘러내린 쿠퍼액을 장대 밑부터 혓바닥으로 핥으며 올라오더니 가볍게 빨아들이고, 끝의 둥그스름한 첨단을 입에 넣고, 귀두 아래를 자극하기도 하며 도란의 반응을 보는 게 너무나 즐겁다는 듯이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옆에서 선배?의 시범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아리엘은...

‘저, 저 작은 입에 저게 들어가...?!’

어쩜 이리 야하단 말인가!

보통 입을 크게 벌리고 있으면 이상해 보일 법도 한데 워낙 타고난 예쁨 탓에 전혀 미색이 망가지지 않는 모습이다.

하물며 보조개처럼 옴폭 들어간 뺨, 애틋하게 치뜬 눈동자, 살짝 젖어 번들거리는 벚꽃색 입술은...

한 떨기 야생화처럼 가려하면서도 수컷의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자태에 아리엘이 침음하자 라디는 시야 언저리로 그녀를 돌아보더니...

“쪽! 후으... 어때요, 보셨죠? 이제 언니도 해보세요. 처음이니 너무 무리하실 필요는 없고요.”

“으.. 으으...”

아리엘은 도란의 양물을 올려다보았다. 라디의 침과 쿠퍼액이 뒤섞여 번들거리는 타워팰리스를.

사납게 맥박치며 상단부에서 꿈실꿈실 흘러나오는 투명한 액체는 언뜻 독사의 맹독처럼 머금으면 안 될 것만 같아 보였지만...

‘라, 라디도 했으니 괜찮겠지.’

아리엘은 은백색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더니 라디를 따라서 액체가 나오는 부분에 살짝 혀를 가져다 대 보았다.

­할짝!

“...읏!”

‘짜?!’

엄청 맛있다는 듯이 핥길래 당연히 꿀처럼 달콤할 줄 알았는데...

짜고, 쓰고, 조금 비리다.

생각지도 못한 맛에 살짝 당황했지만...

‘싫지 않아...’

사랑하는 애인의 몸에서 나온 거니까.

그리고 조금 더 혀 위에서 굴려 보니 희미하게나마 단맛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이 실은 라디가 정액의 맛 개선을 위해 도란에게 꾸준히 과일과 채소를 먹인 성과라는 것은 몰랐지만.

아리엘이 생소한 음식을 맛보는 고양이처럼 살짝살짝 음경을 자극하자 라디가 옆에서 친절하게 조언해주었다.

“네 그렇게 이빨이 닿지 않게... 좀 더 상체를 들고.. 고루 분포한다는 느낌으로.”

“이, 이렇게...?”

­움찔!

말캉한 혀가 귀두 바로 아래, 움푹 파인 부분을 자극하자 장대가 울컥 솟았다. 그의 양물을 입에 머금자 비릿한 밤꽃 향이 비강으로 스며들었지만, 냄새는 저번 얼음 호수에서의 치마 사건 땜에 익숙하다.

이걸 대비 없이 아래로 받아들이면 임신하는 걸까.

아리엘은 몸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오싹한 전율이 육체를 관통하고, 자궁에 뭔가가 채워져야 하는 욕구가 치미는 걸 자각했다.

아리엘이 한 손을 자신의 음부로 뻗었다. 의식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을 뿐.

라디는 그런 아리엘을 온화한 눈길로 바라보더니 자세를 고쳐앉고 가까이 밀착하며 말했다.

“그럼 저희 한번 같이 도란님을 보내 볼까요?”

“같이...?”

“네, 제가 오른쪽을 맡을 테니 언니는 왼쪽을 맡으세요. 협공해서 가버리게 하는 거예요!”

“...으, 응.”

어색해하는 아리엘과 그런 그녀를 배려하며 움직이는 라디. 아리엘이 기둥을 간질이면 라디는 상냥하게 알주머니를 애무하고, 귀두를 머금으면 혀끝을 뾰족하게 모아 회음부를 자극하고, 애정을 가득 담아 물건을 핥아주다가 서로를 의식하며 공간을 내어주고.

“크윽...!”

도란이 목구멍으로부터 새어나오는 신음을 틀어막았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쾌락이 하반신으로부터 시작해 전신을 휘감았기에.

축축하고 말캉말캉한 극상의 촉감이 분신을 자극하며 오는 쾌감도 있거니와, 길에서 마주쳤다면 감히 말을 걸 엄두도 못 낼 미소녀 두 명을 꿇어앉혀놓고 봉사하게 시킨다는 점에서 오는 정복감, 내 물건을 소중하게 응시하는 두 쌍의 푸른 눈동자, 위아래로 왕복하는 고운 얼굴...

더불어 매끈한 두 소녀의 허벅지 밑으로 주륵 흘러내리는 야한 꿀물이 시야에 들어오고, 혀와 혀가 맞닿자 어줍게 웃어보이기도 하며 애무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싼다!”

“뭐...?! 자, 잠깐...!”

아리엘이 순간 당황하며 우왕좌왕했지만, 반면 라디는 웃으며 얼굴 앞에 두 손바닥을 들고 후일에 대비했다.

아무리 그래도 첫 사정부터 질펀하게 안면에 싸지르는 건 꺼려졌기에 도란은 재빨리 허리를 틀고자 했지만, 한계까지 참아온 사정감과 정신적 충족감은 그의 자제력을 웃돌았고­

­뷰르르릇─!!

“꺄앗?!”

그대로 아리엘의 얼굴에 발싸하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페인트통을 뒤집어쓴 생쥐 꼴이 된 아리엘은 자리에 얼어붙어 연신 정액이 얼굴에 쏟아지는데도 피할 생각을 못 했다.

천사의 깃털처럼 우아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수많은 베라스틴의 남성을 못내 잠 못 이루게 했던 고아한 얼굴을 자신의 아기씨로 물들여가는 광경을 보며 도란은 강렬한 배덕감이 치밀었다.

그녀를 내 색으로 더 물들이고 싶다.

도란이 폭력적인 충동을 필사적으로 억누르자 라디는 뺨 문양에 대롱대롱 들러붙은 정액 방울을 손가락으로 훑어 냠 하고 머금더니, 수건으로 아리엘의 얼굴에 묻은 백탁액을 닦아주었다.

“우와 야해라... 언제 봐도 굉장한 사정량이네요. 책에서 본 바로는 원래 이렇게까지는 안 나온다고 하던데. ...괜찮아요 언니?”

“....”

아리엘은 가슴 앞에서 어중간하게 움켜쥔 손을 거둘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총성을 들은 새처럼 굳어있을 뿐이다.

정액이 뚝뚝 늘어지는 도란의 양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게 남자의 사정...’

처음 봤다.

노도의 기세로 뿜어져 나온 하얀 액체. 고장 난 심장처럼 벌떡거리는 살덩어리. 살짝 강하게 내 어깨를 파고든 손가락과 너무나도 야한 그이의 표정.

머릿속을 탁류처럼 메우는 그의 존재감.

방금 전까지 열심히 핥아댔던 건 진짜 아기씨가 아니었던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농도, 점성, 냄새. ....맛까지.

­....!

욱씬! 하복부에서 아플 정도의 욕망이 느껴졌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사건의 연속으로 머릿속이 어지럽다.

하지만 내가 도란을 즐겁게 해주었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자신감. 해냈다는 성취감. 여성으로서의 자부심. 애인으로서의 뿌듯함.

또 자신에겐 없을 줄만 알았던, 몸속 깊은 곳에 내재된 암컷의 본능.

그가 날 배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대로 날 욕실 바닥에 덮쳐 수건을 빼앗고, 두 팔을 붙잡아 고정하고, 거듭된 애원에도 아랑곳않고 엉망진창으로 만든 뒤에는 방금 전 쏟아냈던 씨물을 내 아기집에도 가득 채워줬으면...

찰나, 피어오른 피학적인 충동에 아리엘이 차마 도란을 직시하지 못하고 푹 고개를 숙이자 라디는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짓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디가 욕실 입구로 가 잠시 벗어두었던 옷을 뒤지고 돌아와 말했다.

“...언니.”

“....”

“아리엘 언니!”

“어, 어...! 왜 라디야?”

“잠깐 눈 좀 감아보실래요?”

“으, 응... 그, 근데 갑자기 눈은 왜?”

“드릴 선물이 있어서요.”

“....”

아리엘은 의아한 눈길을 보내면서도 고분고분 눈을 감았다.

이에 라디는 살그머니 그녀 앞으로 다가가더니...

“흡?!”

“....!!”

아리엘과 입을 맞추었다.

예측불허한 상황에 아리엘과 도란 모두 얼어붙자 라디가 혀를 비집었다.

선정적인 물소리가 적막한 욕실에 울려퍼지고, 욕조에 고인 물방울이 똑 떨어져 파문을 자아냈다. 아리엘은 차마 떨쳐내지도 못하고 하늘색 눈동자를 팽글팽글 굴릴 뿐.

짧은 동성 간의 입맞춤 후 천천히 멀어지는 라디는 메롱하듯 어여쁜 선홍빛 혀를 내밀고 있었다.

아리엘이 다급하게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자 안에서 무언가 알맹이 같은 게...

“삼켜요.”

“이, 이게 뭐...?!”

“아까 언니 방 책상에 올려뒀다고 한 물건이요. 이따가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아...

그, 그렇다면 이건...

아리엘이 긴장하며 올려다보자 라디는 사뿐히 뒤돌더니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즐거운 밤 보내세요.”

욕실에서 퇴장했다.

­꼴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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