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6화 〉 일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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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일상? #5
기진맥진한 채 벤치에 엎어졌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라디도 내 편이 아니라는 것.
지칠 줄도 모르고 옷을 고르는 세 여인을 보고 있자니 생기가 팍팍 깎여나가는 기분이다.
적어도 오늘 해지기 전에 돌아가기는 글렀다.
“소년, 기운 없어 보이네?”
“...아닙니다.”
“그럼 이거 둘 중에 뭐가 더 나은지 골라줘!”
“네, 뭐 그 정도야... 아니, 니아 님.”
“왜?”
“아니... 왜라뇨, 이건 그냥 속옷이잖아요.”
“응, 그래서 골라 달라고 한 건데? 소년 속옷 좋아하잖아. 두 개 다 번갈아 입고 나올 테니까 뭐가 더 나은지 말해줘.”
“그런 건 아리엘이나 라디한테...”
“소년.”
“.....”
그녀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뒤이어 내 로브 앞섶을 움켜쥐고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서늘한 눈동자로 날 쳐다봤다.
“저... 니아 님...?”
“야.”
“....”
“너 너무한 거 아냐? 아까 일도 조용히 넘어가줬는데 고작 이런 것도 못 해줘? 너 수인한테 꼬리가 어떤 건지 몰라?”
“.....”
그야 모를 리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안 돼요. 정상적인 옷을 들고 온다면 모를까... 그전까진 안 봐줄 거예요.”
“그래? 알았어 그럼 대신 이거 입고 올 테니까 평가 좀 해줘.”
“...네, 알겠어요.”
니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의복을 들어올렸다. 천 면적이 좁아 속옷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모양새였지만, 적어도 안이 내비치지는 않으니 아슬아슬하게 허용 범위 내겠지.
탈의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니아의 입가에 영악한 미소가 맺혀있는 걸 목격하자 한숨이 새어나왔지만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솔직히 좀 심했다는 자각은 있으니까.
벤치에 축 늘어져 있자니 아리엘이 다가와 슬쩍 뺨을 꼬집었다.
“자업자득이야 도란. 그러니까 들키지 말았어야지. 이전부터 너랑 라디 둘만 있다 보면 가끔 폭주할 때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잖아.”
“...할 말이 없네.”
“정말... 들킨 게 우리라서 다행인 줄 알아. 만약 신문사 길드에서 취재를 나온 사람이었다면...”
“입도 뻥긋 못하게 죽여놨겠지. 라디의 속옷 차림을 목격한 사람을 그냥 보낼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네.”
아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피로에 젖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럼 언제쯤 돌아갈 거야? 벌써 해질 때가 다 됐어. 더 늦어지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
“글쎄... 그렇다고는 해도 조금 더 걸릴 것 같아. 니아 언니도 아까 일로 오기가 붙은 모양이거든. 게다가 분위기로 봐서는 오늘 자고 갈 것 같던데? 아까 잠옷도 고르더라고.”
“자고 간다니? 우리 집에서?”
“응.”
“아니 왜 그 좋은 호텔 놔두고 왜...”
하루 숙박에 무려 금화 한 닢짜리 객실인데 아깝지 않나?
나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건 나중에 얘기한다고 치고... 란이 옷도 사야 할 텐데 어떡하지?”
“그러게... 티바르 님이 그런 소리를 했다면 분명 사실일 텐데... 어떤 옷을 골라야 할까?”
“음... 막 진화한 중급 정령이라고 하면 보통 다섯 살에서 일곱 살 정도 외견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에 맞춰서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 그러자. 근데 진화하고 나면 더 이상 수통에 넣고 다니는 건 힘들 수도 있겠네... 후드로 얼굴을 가려도 마력 감지 능력이 좋은 사람이면 바로 눈치챌 테고...”
“뭐 그건 나중에 걱정해야죠. 그보다 니아 님이 다 갈아입으신 것 같은데 안 가봐도 되겠어요?”
“아.”
고개를 돌리자 가림천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팔이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벤치에서 일어나 털레털레 다가가자 칸막이 안쪽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와.”
“네?”
“소년 너만 들어오라고.”
“.....”
불길하다.
천 너머를 강하게 손짓하며 라디와 아리엘을 돌아보았으나, 그녀들은 도와주기는커녕 멀리서 쳐다만 볼 뿐이다.
라디가 잿빛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비비 꼬며 읊조렸다.
“...저는 빠질게요.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라서요..”
아리엘이 우아하게 뺨을 짚으며 말했다.
“알아서 잘해 봐 도란. 나도 이번엔 안 도와줄 거야.”
“...혹시 화났어?”
“아니 전혀.”
“.....”
차마 더 물어보기가 겁나 입을 다물었다.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커튼을 붙잡았다.
“...그럼 들어갈게요 니아 님.”
“응!”
“....”
눈을 질끈 감고 안으로 발을 내딛자
“뭐, 뭐야?”
“응? 왜 놀라 소년?”
“아니 뭐... 제대로 입고 계시네요...? 어디 하나쯤은 비어있을 줄 알았는데...”
“뭐? 날 뭐로 보는 거야!”
“아야얏...! 아파요!!”
니아에게 붙잡힌 귀를 움켜쥐고 몸부림치자 그녀가 슬쩍 손을 놓더니 이리저리 돌아보며 물어왔다.
“...그래서 어때 소년? 괜찮은 거 같아?”
“네 뭐... 진짜 잘 어울리는데요? 근데 노출이 너무 많아서 평상시에 입고 다니기엔 좀...”
이와 비슷한 옷차림을 이전에도 봤었던 것 같은데... 아마 크롭티와 돌핀팬츠란 이름으로 지구에서 유행했던 것 같기도 하다.
상하의 기장이 너무 짧아서 멀리서 보면 속옷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
육체노동을 천시해 어떻게든 두꺼운 옷으로 몸을 덮으려 했던 지구의 중세와는 달리, 이곳엔 모험가라는 직업이 존재해 어느 정도 노출에 관대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몸매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 정말...
차마 직시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자 니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흡족하게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흐음... 그래! 정했어!! 나 이거 살래.”
“아니, 방금 한 말 듣긴 한 거예요? 밖에서 입고 다니기는 곤란하다니까요.”
“응, 괜찮아~! 소년 앞에서만 입을 거니까!”
“아니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이해를 그만두었다.
앳된 얼굴과 대비되어 이곳저곳 두드러진 몸매를 곁눈질하자니 뺨이 살살 달아올라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왜 저 혼자만 들어오라고 한 거예요? 옷도 제대로 챙겨입고 있으니 그냥 니아 님이 나오면 되잖아요.”
“아, 그거 말이지...”
니아가 살짝 뒤돌더니 등을 내밀며 말했다.
“이 옷 단추가 뒤에 있어서 혼자서 벗기 힘들거든. 좀 도와줄래?”
“아니, 그걸 왜 저한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봐요. 라디랑 아리엘을 불러올 테니...”
“아니, 소년 네가 해줘.”
“...싫다고 하면요?”
“음...?”
니아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에 위험한 기운이 넘실거렸기에 황급히 물러서며 외쳤다.
“소, 소리지를 거예요!!”
“그럼 나도 네가 내 꼬리 만졌다고 온 도시에 소문내고 다닐 거야.”
“.....”
“우리 붉은 매 길드원한테도.”
“....”
일찌감치 포기하고 손바닥을 내리자 니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냥 단추만 풀어주면 되니까 부탁할게!”
“아니 그러니까 왜 굳이 저한테....”
좀전만 해도 멀쩡히 혼자 입었으면서.
나는 땅을 쳐다보며 궁시렁거렸지만, 니아가 무방비하게 등을 돌리자 입을 다물었다.
황금을 녹여 두른 듯 아름다운 금발 사이로 고스란히 드러난 목선, 평소의 식탐에서는 도무지 연상할 수 없이 매혹적인 허리 라인, 탐스러운 골반과 살랑이는 호피 무늬 꼬리가 시야에 들어오자 절로 긴장되었기에.
나는 쭈뼛거리며 망설였지만, 니아가 시선으로 재촉하자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뒤로 밀착해서 양 견갑골 사이에 위치한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확실히 꽉 조여서 풀어내기 어렵긴 하네요. 아까는 대체 어떻게 입으셨어요?”
“그야 어떻게든 끼워맞췄지. 소년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아니, 제가 뭐라고... 마저 벗기게 어깨에 힘 좀 빼봐요. 어, 엉덩이는 뒤로 빼지 말고요...!”
“가, 간지러워...! 네가 달라붙으니까 그런 거잖아!”
“조, 좁아서 어쩔 수가 없다고요!”
탈의실이 비좁은 탓에 자꾸만 몸이 맞닿게 된다.
이상야릇한 충동을 억제하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단추를 풀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조금 가빠진 숨소리가 들려왔다.
찰나, 벌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맨살에 순간적으로 시선을 돌리자 니아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보더니 살짝 경직된 목소리로 고했다.
“그, 그... 꼬리 만질 거면 미리 말해!”
“아, 아니 제가 왜요...! 수인의 꼬리는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면서요!”
“그럼 그걸 알면서도 아까...!!”
“니아 님이 하도 흥분하니까 그랬죠! 도무지 진정할 기회가 안 보이니까! 그래서 결국 잘 됐잖아요?”
“그, 그럼...”
니아가 말을 흐리더니 뺨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이내 의미심장하게 내 쪽을 돌아보며
“한 번 제대로 만져볼래...?”
“네, 네? 뭐라고요?!”
“어, 어디까지나 살짝! 살짝이야! 다른 사람한테라면 몰라도 소년한테라면 조금은...”
“.....”
나는 숨을 들이켜며 물러났다.
수인이 꼬리를 내어준다는 의미.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기에.
말톤을 비롯한 주변인에게서 몇 번 들어보기도 했고, 라디를 통해 겪어보기도 한 덕에 그것이 단순 스킨쉽 이상의 행위라는 건 자각하고 있다.
평범한 남녀 관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것도.
내가 말없이 한 발자국 더 다가서자 니아가 꼴깍 침을 삼키며 긴장해다.
이어서 내가 천천히 팔을 뻗자 몸을 움츠리는가 싶더니
터업!
“....?”
머리에 손을 얹자 그녀가 의아하게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나는 니아가 방심한 사이 재빨리 나머지 단추를 모두 풀어내고 말했다.
“니아 님한테 그런 건 아직 일러요. 그럼 단추도 다 풀었으니 저는 먼저 나가 있을게요.”
“으.... 겁쟁이...”
“....그리고 사실 니아 님은 뭘 입어도 예뻐요.”
“으냣?!”
선선한 웃음을 지으며 뒤돌았다.
커튼을 젖히고 나오자 칸막이 뒤편에서 기묘한 신음이 들려왔고, 탈의실 밖에서 몰래 엿듣고 있던 라디와 아리엘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들은 화들짝 놀라며 딴청을 부렸지만, 이내 라디가 머쓱하게 뺨을 긁으며 물어왔다.
“그... 잘 해결하셨어요?”
“다 들었으니 알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그보다 너희랑 같이 갈 데가 있는데 잠시 따라올래?”
“갈 데? 여기서 멀어?”
“아니, 이 매장에 있어.”
“....?”
그녀들이 의아하게 서로를 마주보았다.
*
라디와 아리엘을 데리고 향한 곳은 다름이 아니라 장신구 판매대가 있던 장소였다.
두 녀석이 순진한 눈동자로 올려다보자 나는 겸연쩍게 읊조렸다.
“둘 다 원하는 게 있으면 골라봐.”
“어, 어...?”
“가, 갑자기요?”
“그래, 생각해 보니까 연인이 되고 나서 변변찮은 선물 하나 못 해줬던 거 같더라고. 그래서 기념할 만한 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처음엔 깜짝 선물로 놀래켜줄까도 생각했는데 혹시 마음에 안 들면 큰일이니까.”
“아, 아니 그.. 그런...”
“변변찮은 선물 하나 해준 게 없다니... 도란이 곁에 있어 주는 게 우리에겐 가장 큰 선물인걸...”
“그냥 내 자기만족이니까 신경 쓰지 마.”
낯간지럽게 웃자 두 녀석이 눈을 크게 뜨면서도 곤란하게 서로를 쳐다보며 팔뚝을 만지작거렸다.
이어서 그녀들이 귀금속 진열장을 쳐다봤지만 누구 하나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왜, 고르기 힘들어?”
“그, 그야 당연하죠...! 갑자기 이런 걸 보여줘도... 가격대가 차원이 다르잖아요! 저 보석 달린 브로치는 금화 두 닢이나 하는 물건인데... 금화 두 닢이면...”
“나도... 어릴 때부터 신전에서 사치를 멀리하라고 배워왔거든.. 치유소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이런 데 돈을 쓸 일이 없기도 했고... 장신구를 직접 사보는 건 처음이야.”
“그래? 의외네...”
하기야, 그러고 보니 아리엘이 귀금속으로 몸을 치장하거나 사치를 부리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재산만 놓고 봤을 때는 충분히 그럴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디야 당연히 뭐 말할 것도 없고.
둘 다 허영심이나 과시욕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니까.
나는 진열대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 살피며 말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더 좋은 거 사줄게. 저축도 좀 더 하고.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골라. 지금은 그냥 거쳐 가는 단계라 생각하고.”
“아니 그래도 어떻게 이런 걸...”
“뭣하면 점원한테 추천해달라고 부탁해보자. 어때요?”
“네, 넷...?!”
잔뜩 얼어붙어 있던 판매원이 새된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재빨리 목청을 가다듬고 진열대 한구석을 가리켰다.
“그, 그렇다면 이, 이 팔찌는 어떠신가요...?! 순은으로 만들어져 마력을 담기 쉽고 언데드에게도 효과적입니다!! 가격도 다른 장신구에 비해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중간에 큰 보석도 박혀 있으니...”
“그렇다는데, 어때?”
“.....”
라디는 짐짓 태연한 표정을 가장했지만, 나는 녀석의 눈동자가 순간 반짝이는 걸 놓치지 않았다.
팔찌는 제법 간결한 디자인이었으나 테두리에 고급스러운 무늬가 음각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라디의 눈동자를 닮은 푸른색 보석이 박혀있었다.
점원에게 부탁해 진열창에서 꺼내 달라고 요청하고 라디를 돌아보며 말했다.
“라디야 손 내밀어 봐.”
“네...? 하지만...”
“괜찮으니까.”
“.....”
라디가 마지못해 오른팔을 내밀자 나는 녀석의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었다. 신기하게 별다른 조정 없이도 꼭 들어맞았고, 처음부터 녀석을 위해 맞춤 제작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엄청 잘 어울려. 진짜 예쁘다 라디야. 어때, 마음에 들어?”
“네... 무척이나... 하지만 가격이...”
“어디 보자... 1골드 98실링이라... 이 정도면 괜찮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무척 아름다우세요!! 예뻐라... 능력 있는 애인을 둬서 좋으시겠어요.”
“.....”
라디가 내 시선을 피하는가 싶더니 팔찌를 매만지며 뺨을 붉히고 미소지었다.
나는 상냥하게 녀석의 머리칼을 쓸어주고는 아리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했어?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편하게 말해.”
“으음... 구, 굳이 고른다면... 저 목걸이는 어때...?”
“그래, 저거 좀 꺼내주세요.”
“넷...!”
점원이 건넨 목걸이를 받아들고 직접 아리엘의 목에 걸어주었다. 커다란 아쿠아마린 색 보석이 박힌 목걸이는 퍼즐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그녀에게 완벽하게 녹아들었고, 투명한 벽안과 어우러져 청량한 분위기를 더욱 돋워주었다.
나는 아리엘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응, 진짜 예뻐. 꼭 천사 같아... 어때 마음에 들어?”
“.....”
아리엘이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걸이의 가격은 1골드 98실링. 공교롭게도 라디의 팔찌와 정확히 같은 금액이다.
행복하게 미소짓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서슴없이 지갑을 열려던 찰나, 점원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어...! 이렇게 여자들을 꾀어 낸 다음...”
“....”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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