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3화 〉 여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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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여정 #5
“아음... 지금이 몇 시지...?”
몽롱한 잠기운에 휩싸여 침대에서 일어났다.
비몽사몽하며 고개를 들자 창밖으로 어둑어둑하게 물든 밤하늘이 보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여관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 그간 쌓인 피로에 정신없이 지쳐 잠들고 깨어난 것이 지금.
어차피 던전에 들어가면 다시 시차 적응을 해야 할 테니 밤낮이 뒤바뀌어도 큰 상관은 없지만...
툭.
“또 이러고 잤네...”
꼭 방탕한 귀족이라도 된 것마냥 내 팔다리에 얽혀 있는 라디와 아리엘, 니아를 보자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나마 옷은 제대로 입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지만...
나는 내 오른 다리를 끌어안고 새근새근 숨을 내쉬는 니아를 살그머니 떼어놓고는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다.
아담한 객실을 지나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야외 공간으로 나오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흩날렸다.
특별히 밖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단 위에서 울타리 너머를 엿보자 반짝이는 야경이 내려다보인다.
“예쁘네...”
날이 저물자 던전 마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술잔을 들고 길거리로 나왔으며, 호화로운 여관 건물에는 화려한 조명이 내걸렸고, 대로에는 취기 어린 흥얼거림이 오갔다.
와중에 자신이 잡은 마물을 마차에 매달고 떵떵거리며 돌아다니는 모험가는 던전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일 터.
나는 식은 홍차를 홀짝거리고는 단에서 내려와 개미와 노래기를 소환했다.
크샥!
우옹...
“...왔냐? 왔으면 저기 빈 욕조에 물 좀 다시 받아놔. 이번엔 온수로. 저 빨간색 레버를 잡아당기면 돼.”
......
“뭐야, 반응이 왜 그래? 아까 고기 몇 점 던져줬잖아.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다시 밥값 해야지.”
....크샥.
개미가 마지못해 더듬이를 까딱거리고는 펌프로 향했다. 내 지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
전투할 때는 어떤 명령이든 군말 없이 따르면서도 잡일을 시키면 이따금씩 이렇게 토라지곤 한단 말이지...
“...조만간 실컷 싸울 수 있을 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 그땐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사냥하게 해줄 테니까.”
크샤샤샷!!
“그래, 그럼 나 대신 물 좀 받아주고 있어.”
녀석의 머리를 쓸어주고는 사우나로 향했다. 문을 열고 비좁은 방 안에 발을 들이자 미지근하게 식은 난로가 보였다.
다행히 잔불이 살아 있었기에 나는 부채질로 불길을 키우고 바가지에 떠 온 물을 맥반석 위에 뿌렸다.
조금 기다리니 사우나에 미약한 열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어렴풋하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흘러내린 수건을 다시 단단하게 허리에 둘러매고는 기다란 노송나무 벤치에 앉아 앞으로의 일정과 던전에서의 계획 등을 구상하자 차차 잠기운이 달아났다.
한데...
...끼익.
“소년... 혹시 여기 있어?”
“.....”
탈의실 쪽에서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등으로 똑똑 벽을 두드리자 잠시 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니아가 수건 차림으로 사우나에 입장했다.
“여기 있었구나... 갑자기 사라져서 걱정했잖아.”
“자리 비운 지 얼마나 됐다고...”
“소년이 없으면 내 심장 반쪽이 사라진 것 같거든.”
니아가 소박하게 웃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나와 나란히 앉더니 어깨를 맞대고 속삭였다.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그냥... 별 생각 안 했어요.”
“왜 그래, 나한테만 말해봐.”
“그냥... 곧 던전에 들어가잖아요. 그러니 여러 가지 고려해둬야죠. 식량 조달이나 유적에서의 방침, 불침번 같은 거요. 평소엔 개미를 시켜서 경계한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이목이 너무 많으면 곤란하니까요.”
“응? 그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어.”
“...그래요?”
“응! 귀를 바짝 열어두고 자면 작은 소리에도 반응해서 깨어날 수 있거든! ...요즘 소년이랑 같이 잠들고 나서부터는 푹 자서 도중에 깨어나는 일이 줄긴 했지만... 덕분에 매일매일이 개운하다? 헤헤...”
“.....”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주자 니아가 내 품에 안기더니 기분 좋게 갸르릉거렸다.
그녀가 내 가슴에 볼을 부비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던전에 들어가고 나서는 어떡할 건데?”
“음... 일단 시차에도 적응할 겸 1층은 가볍게 횡단하고... 문제는 2계층인데... 유적을 조사해야 하니까 그곳에서 며칠 더 체류할 거예요. ...니아 님은 먼저 암시장으로 가실래요? 복귀 기한이 지났잖아요.”
“아니, 난 소년하고 같이 있을 거야. ....혹시 소년은 나랑 함께하기가 싫은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제가 왜...”
“하지만... 그럼 왜 계속 날 떼어놓으려 해...? 오늘 여관에 체크인할 때도 먼저 던전으로 들어가지 않겠냐고 물어봤고...”
“.....”
나는 천천히 니아를 돌아보았다.
자세를 고쳐잡고, 그녀의 손을 맞잡은 뒤, 서글픈 기운이 아른거리는 금빛 눈동자를 마주 보며 고했다.
“니아 님.”
“.....”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
손아귀에 힘을 싣자 니아가 불안에 젖은 눈길로 날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끝내 시선을 피하고는 떨리는 손을 빼내어 수건을 움켜쥐었다.
연분홍색 입술에서 곧 사라질 첫눈처럼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싫어.”
“.....”
“소년한테 거절당하는 건 싫어... 차라리 진실을 미루더라도 곁에 남아 있을래.. 나 소년한테까지 외면당하면 더 이상 웃으며 살아갈 자신이 없단 말이야... 대신 곁에 남아있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테니까... 응...? 내 몸하고 마음하고 다 줄게... 제발...”
“....”
나는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벌벌 떠는 니아를 안쓰럽게 응시하고는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오늘따라 작게 느껴지는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속삭였다.
“니아 님은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돼요. 그럴 본의로 말씀드린 게 아닌데 괜히 니아 님을 오해하게 했네요.”
“하지만... 소년은 날 봐주지 않잖아. 아무리 유혹해도 꿋꿋하게 버티고... 날 돌아보기는커녕 오히려 밀어내고...”
“저... 그게 사실은...”
“...혹시 지금까지 함께한 것도 내가 슬퍼할까 봐 어울려줬던 거야?”
“그런 건 아니고... 그...”
“그럼 뭔데...?”
“.....”
이렇게 밝히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는 부끄러움에 속으로 몸서리치고는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실은 저도 ...하고 싶어요.”
“....?”
“...하고 싶다고요.”
“뭐라구?”
“.....”
아 씨 진짜...
“마구마구 따먹고 싶다고!! 강제로 자빠뜨리고 기둥에 묶어서 꼼짝 못 하게 한 다음 울면서 실신할 때까지 엉망진창으로 범하고...! 오늘도 무방비하게 굴어서 얼마나 곤란했는지 아세요?!! 애들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게...!”
“.....”
“바, 방금 말한 건 어디까지나 니아 님의 표현을 빌린 거지 성추행이나 그런 게 아니니까요! ...아, 알죠?”
“....”
니아는 말없이 한참이고 내 얼굴을 응시하더니 턱을 짚으며
“으음... 소년도 내 몸을 보고 제대로 욕정하고는 있었구나?”
“...당연하죠. 오히려 안 그런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걸요. 아니, 그리고 저번에 저택 뒤에서 제가 덮칠 뻔한 적도 있었잖아요. ...물론 저는 몸 때문에 니아 님을 좋아하는 게 아니지만요.”
“음... 그러면?”
“네?”
“내 어느 점이 좋은데?”
“.....”
여기서 침묵했다간 또 불안해할 텐데...
나는 하는 수 없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입을 열었다.
“...항상 쾌활하고, 사소한 일에도 눈부시게 웃고, 무슨 요리를 해줘도 맛있게 먹어주고...”
“응응, 그리고?”
“귀랑 꼬리가 무척이나 북슬북슬해서 마구 주무르고 싶고... 솔직히 얼굴도 엄청 예쁘고... 가슴..도 크고...”
“....”
“언제나 절 최우선으로 생각해준다는 점 정도이려나요...? 그 외에도 많지만 당장 나열하자면...”
“.....”
“니아 님...? 갑자기 말이 없어지셨는데 왜...”
“.....”
니아가 고개를 들더니 수줍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응, 멋진 대답을 들었으니 나도 보답해야겠네... 소년은 거기 계속 앉아 있어.”
“네, 네? 뭘 하시려고...”
“뭘 하긴... 알면서. 처음이라 어색할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해볼게! 아, 수건은 벗어서 옆에 놔두고.”
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정면으로 다가왔다.
이내 다소곳이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손바닥으로 입가를 가리고 입 근육을 풀었다.
자, 잠깐...! 이 자세는...!!
“머, 멈춰!! 다, 당신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뭐긴 뭐야, 알잖아. 내가 기분 좋게 빨...”
“그, 그런 상스러운 표현 좀 쓰지 말라고!!”
“왜?”
“왜라니... 그야...”
“지금은 란이나 실비도 없잖아. 당분간 이곳에 찾아올 사람도 없고. 우리 둘뿐인걸?”
“그, 그래도 이런 불건전한 행위는... 전 이럴 의도로 니아 님을 칭찬한 게 아니라...!”
“뭐래, 먼저 야한 눈으로 본 건 너잖아. 너 아까 다 같이 물놀이할 때 내 뒷모습 보고 세운 거 모를 줄 알았어?”
“아, 알고 있었어요?!”
“그야 당연하지. 여자들은 그런 데 민감하거든. 말은 안 했어도 전부 다 눈치챘을걸?”
“.....”
설마 들통났을 줄이야... 그것도 모두의 앞에서...
얼굴을 싸매며 좌절하자 니아가 살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얌전히 봉사나 받아. 내가 괜찮다는 데 뭐가 문제야. ...그리고 나도 많이 참고 있다?”
“...참고 있다니?”
“발정기라 했잖아. 그거 농담 아니야. 도란 너도 라디와 자봤으니 수인의 발정기가 어떤 건지는 대충 알 거 아니야. ...내 심장 소리 들어볼래?”
니아가 살짝 상체를 일으키더니 내 머리를 붙잡아 부드럽게 가슴으로 가져갔다.
자연히 기대는 자세가 되고, 포근한 살 내음과 촉촉한 살결이 뺨에 맞닿고, 타닥거리는 장작의 소음 사이로 들려오는...
두근.. 두근...
“...들려?”
“소년이 이렇게 만든 거야.”
“도망치듯 제국에서 빠져나오고, 떠돌이처럼 전국을 방랑하고, 길드에 속해 활동해온 지난 몇 년간 이렇게 가슴이 뛴 적이 없었어.”
“다 소년 때문에... 소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잡음투성이던 흑백 세상이 아름답게 물들어... 그래서 어떻게든 이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서... 행복을 나누고 싶어서.. 조금이나마 소년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 기다릴 수가 없어.”
“소년은 나랑 섹스하고 싶지 않아?”
“....”
나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는 부드럽게 니아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당연히 하고 싶죠. 저도 많이 참고 있어요. 다만 지금 당장 충동에 휩쓸려 니아 님과 관계를 맺었다간 나중에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자중하고 있는 거예요.”
“...곤란한 일이라니?”
“음...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니아 님은 붉은 매 길드 소속이잖아요?”
“그렇지.”
“네, 그러니까 지금 니아 님과 깊은 관계가 됐다간 아니스 님께서 역정을 낼지도 모르잖아요. 니아 님 성격에 앞으로도 저랑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테고, 길드의 주요 전력 중 한 명을 제가 홀라당 빼가는 셈인데.. 저는 니아 님과의 관계를 한순간의 여흥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후로도 제대로 책임... 아니, 제 말 듣고 있어요?”
나름 진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니아는 실실 웃으며 날 쳐다보았다.
살짝 불퉁하게 응시하자 그녀가 내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그냥... 귀여워서 웃었어.”
“...뭐가요.”
“그렇잖아. 길드야 잠시 활동을 중단하면 되는 거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사정을 설명하고 탈퇴해도 되는데 겨우 그걸로 열심히 고민하고 있으니...”
“하지만... 그렇게 쉽게 그만두셔도 되는 거예요? 분명 범죄 조직을 추격하고 있다고 저번에...”
“아, 그거?”
니아가 피식 웃고는 날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야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몇 년 안에 그놈들을 소탕하는 건 절대 무리거든~. 아마 이십 년에서 삼십 년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거기 두목이 엄청 영악하더라고.”
“그런 거예요...?”
“응, 그래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도 괜찮아. 그러다 정 위험하다 싶을 때 달려가서 도와줘도 되고. 우리 길드원 중에도 비아투스처럼 외부에 배우자를 둔 사람도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아실리라면 내 휴가를 승낙할 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견했을걸? 엄청 똑똑하니까.”
“그런가...”
“응! 그러니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 적어도 내 길드 문제로 소년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 그리고 아실리도 그렇게 모진 성격은 아니니까 너무 짠돌이처럼 굴지는 않을 거야!”
“.....”
“이제 좀 안심이 돼?”
“....”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살짝 떼어놓으며 말했다.
“...니아 님의 사정은 알았어요. 하지만 제가 당장 니아 님과 관계를 가지지 않는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어요.”
“응, 뭔데?”
“원래 이건 훨씬 더 나중에 말씀드리려 했는데... 제 출신에 대한 거거든요?”
“출신? 소년이 그렇게 망설일 정도로 중요한 거야?”
“네. 중요해요.”
니아가 이렇게까지 애원하는데 나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겠지.
머뭇거리며 뜸을 들이자 니아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입가에서 웃음기를 싹 거두더니 진지하게 내 눈동자를 응시하며 경청했다.
...차라리 가볍게 들어줬으면 부담이 덜했을 텐데..
나는 부드럽게 그녀와 손을 맞잡고 이야기했다.
내 고향에 관한 것. 지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것과 이 세계에 떨어지고 일 년간 숲속에서 방황하다 아리엘과 카렌을 만나 모험가가 된 것. 정말 힘든 순간에 라디를 만나 병든 마음을 치유받은 것.
그리고 내가 이 세계에 온 것이 처음이 아닐 가능성까지.
니아는 내가 말을 마칠 때까지 묵묵히 이야기 들어주었다.
벽면에 맺힌 물기가 흘러내리고, 붉게 상기된 살갗에 땀방울이 맺히고, 난로의 장작이 거의 다 타들어갔을 무렵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랬구나... 소년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런 내용일 줄은 몰랐네...”
“...알고 있었어요?”
“응, 내가 사람들의 속내에 민감한 편이잖아. 내 과거사에 대해서는 저번에 침대에서 들었지?”
“...네.”
“뭐... 그렇게 된 거야. 선뜻 말하기 어려웠을 텐데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그동안 고생 많았네... 힘들었지?”
“그야 처음에는 정말 죽고 싶었을 때도 많았지만요... 결국 라디와 아리엘과 만나고, 니아 님하고도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으니 지금은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요. ...그보다 니아 님은 제 출신을 듣고도 놀라지 않으시네요?”
눈썹을 올리며 쳐다보자 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야 너무 먼 이야기인걸? 딱히 와닿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소년이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해도 갑자기 딴 사람으로 바뀌는 건 아니니까. 도란은 언제나 도란이야!”
“...고마워요.”
뭐... 이럴 거라 생각은 했었다.
라디와 아리엘도 큰 반향 없이 받아들였는데 그보다 더 낙천적인 니아가 수용하지 못할 리...
“그래서, 이제 마음에 걸리는 건 전부 털어놓은 거야?”
“네?”
“그렇다면 더 이상 거리낄 건 없겠네?”
“네...? 자, 잠깐...!”
니아가 내게 뛰어들더니 바닥에 어깨를 짓눌렀다.
나는 황급히 장판을 더듬어 빠져나가려 했지만ㅡ
“포기해 소년. 나랑 단둘이 밀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렇게 될 것도 각오했어야지.”
“그, 그건 당신이 제멋대로 들어온 거잖아!! 이 변태 꼬맹...!”
“으흠... 그리고 아까 날 실신할 때까지 따먹고 싶다고 했던 거 말이야... 소년은 은근 과격한 걸 좋아하는구나? 처음부터 너무 하드한 건 좀 그렇지만 원한다면 해줄 수 있어! 대신 흉터가 남지 않게 살살...”
“아, 안 돼!! 난 여기서 빠져나갈─!!”
“포기하라니까~!”
간신히 문을 열고 빠져나가려는 찰나, 니아가 내 발목을 붙잡고 사우나 안으로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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