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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하렘 생존기-347화 (347/375)

〈 347화 〉 여왕의 안치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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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여왕의 안치실 #5

동력실에서의 볼일을 마치고 나온 시점.

“소년! 혹시 이거 보여?”

“또 무슨 짓을 하시려고... 어?”

갑판 위, 불현듯 니아가 상의를 벗고 두 팔을 벌린 채 내 앞에 섰다.

순간 또 무슨 성희롱을 하나 싶었지만...

“오오! 이게 바로 신체 강화에요?! 이게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거였구나...!!”

눈에 힘을 주니 니아의 몸에 옅게 분포한 마력이 보였다.

아수르 신의 축복을 받은 영향인지 난폭하면서도 사나운 적색과, 그녀의 시그니처 컬러인 금빛이 차분하게 섞여 붉은 황금색을 띠는 마력광.

홀린 듯이 응시하자 그녀가 내 손바닥을 붙잡아 제 하복부에 가져다댔다.

“있잖아,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게! 처음엔 여기, 이곳부터 시작해서...”

“.....”

니아의 단전으로부터 따스한 기운이 발발했다.

적황색 마나가 피어난다.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마력은 혈관을 타고 매끈한 복근, 신장, 설골을 거쳐 생생하게 상체로 퍼져나가더니 옅게 피부를 휘어감았다.

모세혈관을 빈틈없이 매우며 강인한 파장을 자아내는 붉은 기운을 집중해 들여다보자 니아가 살며시 내 손등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느껴져?”

“....네.”

“어때...?”

“뭔가... 생각했던 것하고 다르네요.”

훨씬 유기적이다.

부드러운 살결을 마력이 덮을 때마다 쇳덩이를 단조하듯 단단해지고, 마나가 순환하며 심장을 감싸고, 박동하는 심장은 뜨거운 혈류에 마력을 실어 전신으로 흘려보내고.

이에 생생하게 손끝으로 스며드는 온기, 비밀스러운 밀담을 속삭이듯 코앞까지 다가온 입술, 또 그에 맺힌 잔망스러운 웃음.

니아가 내 귓가에 뭔가를 암시하는 듯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자... 이제 하체를 강화해볼 테니까 마력이 지나가는 경로를 직접 손으로 짚으면서 느껴봐...”

“네...”

“다시 이곳 단전부터 시작해서... 골반 안쪽을 통과해 천천히 아래로... 그래, 이렇게 허벅지랑 종아리를 지나 발바닥의 단지굴근과 중골을 두르고...”

“두르고....”

“다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해. 종아리 뒤쪽부터 오금을 훑고.. 허벅지 안쪽도 확실하게 감싸고 골반 쪽으로 되돌아와. 그리고 서서히... 서서히....”

“.....”

내 손길을 유도하는 니아의 손가락이 소중한 부위로 향했다.

나는 그녀와 시선을 맞춘 뒤, 부드럽게 뒤통수를 끌어안고 키스하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내 손끝이 그녀의 얇은 속바지 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ㅡ

“.....”

“....”

“커, 커흠...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 아리엘?”

“...도란이 콧김을 뿜어대기 시작할 때부터. 딱히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지금이라도 자리를 피해 줄까?”

“아, 아니 괜찮아! 우리도 이제 슬슬 끝내려던 참이었거든...”

“그런 것 치고는 꽤 몰입해 있던데... 알았어. 그런 걸로 해줄게.”

“.....”

난처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니아에게 상의 단추를 채워 주었다.

동력실에서의 마력 누수 문제를 해결하고 올라온 것이 조금 전, 홍옥에 담긴 마력을 이용해 마석을 충전하는 동안 새로 얻은 능력을 확인하고 있자니 새삼 변화가 체감된다.

‘내가 정말로 마력을 각성하게 될 줄이야...’

아직 마법은 어림도 없고 그저 육안으로 마나를 식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발전하겠지.

손바닥을 쥐었다 펴며 내 몸을 살피고 있자니 문뜩 궁금증이 들었다.

“맞다, 아리엘 너도 신체강화 쓸 수 있잖아. 한번 보여줄 수 있어?”

“신체강화? 그야 할 수 있긴 하지만... 나는 니아 님에 비하면 엄청 초라해서 볼 게 없을 텐데?”

“괜찮으니까 한번 해봐.”

“응, 알았어. 잠깐만...”

아리엘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곧이어 희미한 종소리가 울리는 듯싶더니 바람에 흩날리는 드레스 자락처럼 새하얀 마력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인적 없는 숲에 소복이 쌓인 눈처럼 순수한 백색. 주인의 투명한 머리칼과 마음씨를 본뜬 듯 순결한 마나.

아리엘이 감았던 눈을 뜨고 한여름의 호수를 담은 듯 맑은 눈동자로 고했다.

“축하해 도란... 마력을 각성하는 날만을 정말 손꼽아 고대해왔잖아...”

“...고마워.”

따스한 마음새에 감동하며 아리엘의 품에 안겼다.

햇볕에 건조한 이불처럼 포근한 체취가 비강을 채웠다. 티클 하나 없이 천진한 마력에 긴장이 풀리는 동시에 니아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이 난다. 마법에 상당한 재능이 있는 아리엘도 니아처럼 군더더기 없고, 균일하게 마력을 분포하지는 못했으니.

단도의 힘을 마력 대용으로 육체를 강화하면 나도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까?

“...아리엘, 나 한 가지만 더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응... 뭐든 말해 도란.”

“나 이번엔 진지하게 마력 공급을 받아보고 싶어.”

“뭐어...? 하, 하지만 도란은 란이처럼 마력을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설령 흡수할 수 있다고 해도 금방 흩어져 버릴 테고...”

“...안 돼?”

“아, 안 되는 건 아닌데...”

아리엘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뺨을 붉히며 속삭였다.

“그... 밤에 하자... 나도 해주기만 하면 괴로우니까...”

“...알았어, 그럼 그때까지 기다릴...”

“나도 나도! 나도 마력 공급 잘해줄 수 이써!! 그... 흡입도 해줄 수 있고!”

“...알았어요. 그럼 조만간 니아 님한테도 신세를 져볼까요?”

“응! 열심히 할게!”

“.....”

귀여운 눈길로 니아를 응시하며 귀를 어루만져주었다.

살며시 눈을 감고 내 손길에 몸을 맡기는 그녀를 이전에 비해 한결 여유로워진 태도로 쓰다듬어주고 있자니 아리엘이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흐트러진 니아의 옷자락을 단정하게 고쳐주었다.

아리엘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근데... 이걸로 한 가지 알았네...”

“응? 뭐가?”

“도란 말이야. 움직이는 미로와 골렘, 봉인된 마물로 봐서는 과거에도 마법에 능숙한 측근이 있었다는 말인데, 그게 사실은 전부 도란이 했던 일로 밝혀진 거잖아.”

“그러고 보니...”

마석에 새겨져 있던 룬 문자로 보아 내가 마법에 소양이 있었다는 건 명백하다.

더군다나 수목원의 결계석, 강인한 고대 골렘과 지금까지 지나쳐왔던 다양한 유적의 기믹을 볼 때...

“과거의 나는 여러모로 미친놈이었나 보네...”

그 대단하다는 고대 마법의 정수 그 자체 아닌가?

아무래도 이전 세계의 지식을 적절하게 써먹은 모양. 아무래도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았을 테니까.

‘잠깐... 그렇다는 건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는 건가...?’

고대 이집트의 문화나 게르만족의 언어 같은 건 당시에 살지 않았던 한 정보 매체가 발달한 현대가 아니고서는 어지간해서 알기 어려울 테니까.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발걸음을 옮기자 니아가 내 옷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뭐야, 소년 어디 가? 그냥 여기 같이 있지...”

“동력실에 홍옥을 두고 왔잖아요. 가서 얼마나 마력이 찼는지 확인해야죠.”

“그럼 같이 갈까...?”

“아뇨, 후딱 다녀올 테니 여기서 해일이랑 메라 좀 돌봐주고 계세요. 이제 볼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으음... 알았어! 대신 빨리 돌아와!”

“네, 그럼 도중에 배에서 내리지 말고 꼭 여기 계셔야 해요? 갑자기 출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들과 포옹하고는 손을 흔들며 함교로 향했다.

한데...

­끼익...

“뭐야,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

문을 젖히자마자 선내에서 란이와 함께 기다리던 실비와 맞닥뜨렸다.

내 품에 뛰어 들어온 란이를 훌쩍 들어올려 무등을 태워주자 실비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마력에 각성하신 점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에이... 그래봐야 겨우 눈을 뜨기 시작한 정도인데 뭘.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

“그래도 곧 놀라운 속도로 추월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주인님이 마력에 각성하리라 이전부터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래? 말뿐이라도 고마워. ...그런데 대체 얼마나 큰 포상을 바라면 그렇게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전 어디까지나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읏...”

실비의 팔을 부드럽게 붙잡아 벽에 고정하고 입술을 맞추자 녀석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다.

그런데...

­됴란! 됴오란!!

“알았어, 란이한테도 해줄게. 부러웠구나?”

­쪽!

란이의 뺨에도 뽀뽀해주자 녀석은 뭔가 아쉬운 듯 뺨을 부풀리다가도 곧바로 헤실헤실 내게 도로 안겨들었다.

녀석의 엉덩이를 받친 채 선체 안쪽으로 향하자 실비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주인님은 정말... 여심을 다루는 데 너무 능숙하십니다...”

“나도 원래는 안 이랬어.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곳에서 자라왔고. ...실비는 이런 내가 불편해?”

“저는 언제나 분에 넘치는 주인님의 총애에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계를 안주인님들에게 들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지만...”

“조만간 정식으로 얘기해둘 테니 걱정하지 마. 그리고 사실은 처음에 널 집에 들일 때부터 다들 어느 정도 예상했어. 니아는 좀 늦게 알긴 했지만 그렇게 흘러가겠거니 하는 분위기였고.”

“그렇... 습니까?”

“그래, 우리가 과거에 대충 어떤 사이였는지는 모두가 아니까.”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전부 지나간 일이라지만 완전히 없었던 일로 치부하는 건 무리다.

실제로 나와 내 일행은 여왕에게 큰 도움을 받기도 했으니.

살며시 허리를 끌어당겨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실비가 뺨을 붉히며 말했다.

“저 근데... 한 가지 그 일과 관련해서 주인님께 말씀드려야 할게...”

“음... 아까부터 내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랑 연관이 있는 거야?”

“그, 그걸 어떻게...”

“그 정도야 알지. 나도 늘 실비를 보고 있는데.”

아마 계속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좌우로 난 선실 중 하나로 데리고 들어가 문을 닫고 눈짓하자 실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아까 항아리가 가득했던 공간을 기억하십니까...? 마물 석상이 가득한 회랑을 지나기 전에...”

“응, 카노푸스 단지 저장고 말이구나? 거기가 왜?”

“네... 거기서 아리엘 님이 미라를 정화할 때 겪었던 일인데...”

실비가 살짝 뜸을 들이며 말했다.

“...망자들이 성불하기 전, 그들로부터 이상한 말을 들었습니다.”

“...계속해봐.”

“예... 그러니까 분명 망자들이 아리엘 님을... 구화(??)의 천사라는 호칭으로 불렀습니다..”

“구화의 천사...? 잠깐, 지금 천사라고 했어?”

천사라면... 분명히 이 유적 사람들과 적대하던 존재였을 텐데.

심각하게 미간을 구기자 실비도 내 표정을 읽었는지 황급히 덧붙였다.

“그... 주인님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알지만 그런 게 아닙니다...! 오히려 망자들은 아리엘 님께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사악한 천사들 사이에서 자신들을 구제해준 유일한 분이라고... 불분명한 내용이지만 주인님께도 꼭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래...? 고마워. 선뜻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구화(??)면 재앙으로부터 구제하다 뭐 그런 뜻인가...?

어쩌면 아리엘의 전생은...

“...일단 빨리 마석을 확인하고 돌아가자. 너무 오래 걸리면 니아가 걱정할... 우와악!!”

­벌컥!!

“...둘이 여기서 뭐 해요?”

실비를 데리고 방을 나서려는 찰나, 갑작스레 문이 열리고 익숙한 사낭 쥐 수인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제자리에서 펄떡 뛰어오르자 라디가 마석등을 툭툭 두드려 불을 켜더니 반달눈을 뜨고 말했다.

“...이런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불도 안 켜고 둘이서 뭐 하고 있었어요. 뭔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던데.”

“그, 그...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고민 상담...?”

“...고민 상담을 이런 데서요?”

“으응! 실비가 갑자기 의논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그치 실비야?!”

“예...! 그, 그렇습니다...! 주인님께서 친절하게 응해주셔서...”

“으흠... 아무리 봐도 둘이 수상한데... 말도 더듬고...”

라디가 미심쩍은 눈길로 쳐다봐왔으나 곧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게 홍옥을 들이밀며 말했다.

“마력 충전 다 됐어요. 마석에서 들려오던 시끄러운 소음이 멎었거든요. 그 무지막지한 마석을 다 채우다니... 대체 이 보옥의 정체가 뭐예요?”

“뭐...? 그걸 다 채웠다고...? 난 딱 한 번 왕복할 만큼만 채우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아무튼 받으세요. 이제 곧 배가 떠오를 것 같으니 준비하시고요.”

“...알았어. 그럼 어서 갑판에 올라가서 애들한테도 알리자. 실비 너도 준비하고.”

“예.. 그럼 정말로...”

“그래.”

이제 드디어 여왕의 안식처로 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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