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문제적 암살자 (4)
그로칼에겐 진짜 티나를 구별해 낼 묘안이 있었다. 겉모습은 마음껏 바꿀 수 있어도 변치 않는 건 있는 법.
‘실력.’
몇 번만 검을 맞대면 상대의 진짜 실력을 알 수 있다. 실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누구부터 시작해 볼까.’
똑같이 생긴 두 사람. 둘 중 누가 루빈 도련님이고, 망할 티나 년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로칼의 검이 막 공격해 들어오려는 찰나.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그를 제지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루빈이었다. 아니, 어쩌면 티나일 수도 있고. 감이 오지 않았다. 아마 검을 맞대기 전까지는 정답을 알 수 없으리라.
그러니 일단 싸워봐야 한다. 실력이 출중한 쪽이 티나일 것이고, 형편없는 쪽이 루빈 도련님일 테니까. 쉬운 일이다.
‘일단 검을 맞대볼 수만 있다면……!’
“지금 뭘 하는 거냐 물었다. 척살조장.”
하지만 그를 가로막는 목소리엔 어떤 힘이 담겨 있었다. 절대 공격해선 안 될 것 같은 묵직한 힘, 로이넨 혈통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위압감이.
“지금 날 베려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도련님. 이 방법뿐입니다.”
척살조원은, 태어날 때부터 특수한 환경에서 자란다. 암살검가 로이넨의 그늘 아래서 평생을 수련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뼛속엔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본능이 심겨 있다.
‘암살검가 로이넨에 대한 절대적 복종.’
결국, 그로칼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머리론 공격해야 함을 알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로이넨 혈통의 위엄이 그의 본능을 건드린 것이다.
“…어느 분이 진짜 루빈 도련님인지 저흰 알지 못합니다. 전 임무를 따라야 합니다.”
“그 임무, 누가 내린 것이지?”
“본가의 가주님이십니다.”
“가주? 가주의 명령으로, 훗날 가주가 될지도 모를 날 베겠다?”
“베려는 것이 아니오라…….”
그로칼은 갈등했다. 표적 앞에서 주저한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도저히 아홉 살짜리 꼬마라고 느껴지지 않는 압도적 권위였다.
저 아이가 루빈 도련님인가? 아님, 연기인가?
과연 누가 진짜 루빈 도련님이란 말인가.
‘집중해야 한다.’
점차 이성이 돌아왔다. 결국, 이 중압감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그로칼은 본가의 척살조장이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표적을 제거해야 한다. 가주를 위해, 로이넨가를 위해. 설사 그것이 황제일지라도.
“죄송합니다, 루빈 도련님.”
결국, 그로칼이 검을 휘둘렀다.
그로칼의 첫 번째 선택은 입을 다물고 있는 쪽이었다. 공격은 세 번 만에 끝났다. 피를 뿜어내는 허벅지를 붙잡는 루빈.
“크윽.”
‘이쪽은 세 번.’
이번에는 위압감을 뿜어내던 루빈 차례였다. 곧장 검을 휘둘렀다.
챙!
받아치는 기세가 만만치가 않았다.
딱 1합을 겨뤘을 뿐인데 느낌 자체가 다르다.
‘이쪽이 티나구나!’
공격은 세 번이 넘게 이어졌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까지. 결코 이건 우연일 수 없다.
‘확실하다. 이 녀석이 티나야!’
그로칼의 기세에 살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로이넨가의 혈통이라도, 아홉 살 짜리 꼬마가 전력을 담은 척살조장의 검을 여섯 번이나 받아낼 순 없다.
“하압!”
그가 막 팔을 크게 들어 올려, 내리찍으려는데.
“……?!”
갑자기 루빈이 방어 자세를 풀어버렸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그로칼은 어정쩡한 자세로 공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건 대체 무슨 꿍꿍이인가!
표적이 입을 열었다.
“자신 있나?”
“뭐?”
“내가 루빈이 아닐 거라는 네놈의 확신. 자신 있느냐고.”
“허튼수작 부리지 마라!”
“이쪽은 세 번. 나는 여섯 번. 네 공격을 내가 더 많이 받아냈다고 해서, 티나일 거라고 생각한 건가?”
“……!”
“한심하군.”
그러더니 이젠 땅바닥에 검을 던지기까지.
챙그랑.
“그럼 어디 한번 해보지. 날 벨 수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겠다.”
“……!”
거기까지였다. 척살조장의 대범함은.
챙그랑.
그로칼은 덩달아 검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를 구분해 낼 자신이 없었다기보다는, 차기 가주를 벨 수도 있다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
“네 충성심은 잘 보았다, 그로칼 랭.”
허탈감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로칼에게, 루빈이 손을 내밀었다.
아홉 살 꼬마의 작은 손바닥. 거기에 담긴 로이넨 혈통의 위엄은 얼마나 큰 것일까. 도저히 가늠되지 않았다.
“그로칼. 우리 두 사람을 가주님 앞으로 데려가 줘. 그 뒤엔 내가 알아서 하겠다.”
눈앞의 꼬마가 티나인지 루빈인지는 이제 아무 상관 없었다. 그로칼은 문제적 암살자를 제거하는 척살조장이기 전에, 뼛속까지 설계된 로이넨가의 충신이었으니까.
그로칼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 * *
“…이상입니다.”
말을 마치고, 그로칼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땅에 박혀 있던 그의 시선이 슬쩍 위로 올라갔다.
보고를 받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세이렌.
그런 가주의 반응을 살피려던 그는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세이렌과 눈을 마주치고 흠칫 놀랐다.
“그랬단 말이지.”
그로칼은 자신을 압박하던 굉장한 기세의 암연이 순식간에 흩어지는 걸 느꼈다.
이 정도의 암연이라면, 도대체 어느 경지인 건가. 그가 마지막으로 알고 있는 세이렌의 경지는 7성이었지만, 어쩌면 그 너머에 도달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나의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불명예를 고백하면서까지, 네가 거짓말을 할 리 없겠지.”
“면목 없습니다.”
“이 정도로 하겠다. 과정이야 어떠했든 내 앞에 데려왔으니.”
세이렌은 턱을 괴며 말했다.
“그로칼, 이제 휴식에 임하거라.”
그러나 그로칼은 곧바로 나가지 않았다.
“가주님. 티나를 어떻게 하실지…….”
“루빈이 정말로 날 설득할 수 있을지, 그걸 두고 봐야지.”
그로칼은 더는 말을 붙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그로칼은 고개를 숙인 다음, 벗어두고 있던 복면을 다시 썼다.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는 세이렌의 다음 방문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루빈과 티나였다.
“그로칼.”
악의 없는 미소를 보여주는 루빈. 그로칼의 머릿속으로 루빈과 대치했던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가주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는 아들이라니.’
척살조를 가로막는 행위는 곧 세이렌의 명을 거역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것만으로 암살검가 로이넨에선 죽음의 이유가 된다.
하지만 루빈은 그리했다. 이게 무모한 건지 담대한 건지는, 세이렌이 결정할 것이다.
“도련님께서 저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도련님이 원하지 않으실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이야. 아직은 한참 모자란 검술이니까.”
“…….”
마지막까지 대범함을 보이는 루빈이었다. 그로칼은 이것이야말로 세이렌이 막내아들을 신뢰하는 이유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또 보지. 그로칼 랭.”
루빈은 멀어지는 척살조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로칼 랭. 분명 5성 이상의 경지다.’
짤막한 검투였지만, 척살조장과 자신의 차이를 체감하기엔 충분했다. 조금만 더 검을 맞부딪쳤다면 밑천이 드러났을 테지.
서둘러 더 강해져야 한다.
물론 지금 당장의 문제는 그게 아니었지만.
끼이익.
루빈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세이렌의 집무실은 저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컸다. 목소리가 울릴 정도로 넓었고, 천장도 높았다. 저택 중앙, 어스름홀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이네.’
문득 어머니와 최후의 항전을 벌였던 때가 떠올랐다. 바로 이곳에서 피를 흘리면서 죽는 순간까지 싸웠던, 회귀 전 그때가.
루빈은 고개를 들었다.
집무실 한가운데, 가주 세이렌 로이넨이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루빈은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탑 견학이 즐거웠다 말하기 위해 날 찾아온 건 아닐 테고. 할 말이 무어냐.”
깊고 진득한 저 눈빛. 암살검가의 주인이 맹수 같은 눈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루빈은 기죽지 않았다.
“티나 키루하, 환혈족 가신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가주님.”
“척살조장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다. 그 아이를 살리고 싶다고 했다지? 감히 말이야.”
그 순간.
루빈은 자신을 둘러싼 세이렌의 암연을 느꼈다. 거대한 뱀처럼 온몸을 휘감더니, 어느새 뼈를 부술 만큼의 힘으로 압박해 오고 있었다.
‘광폭한 바다처럼, 끝 모를 깊이.’
아기였을 때, ‘100일의 요람’을 통해 어머니의 압도적인 힘을 몸소 느꼈던 루빈이었다. 다시 한번 마주한 거대한 암연에 숨이 턱 막혔다.
“대답해라, 루빈.”
아무리 자식일지라도, 그녀에게 부드러움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
목숨을 위협받는 느낌에 루빈은 하마터면 숨겨두었던 첫 번째 암연을 내보일 뻔했다. 본능적인 방어의식 때문이었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세이렌의 서늘한 눈과 다시 마주했다.
“티나는 이렇게 죽이기에는 아까운 인재입니다.”
“암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해 뛰쳐나간 아이다. 충분히 죽을 이유가 되지.”
“하지만 티나의 능력은 죽지 않을 이유가 됩니다. 우리 가문을 위해 쓰일 수 있을 겁니다.”
루빈은 중압감을 이겨내며 한마디 한마디에 의지를 담아냈다.
암살검가에서 세이렌에게 자신의 의지를 내세우는 건 죽음을 자초할 수도 있는 일임을 모르지 않았다. 설령 그게 아들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꼭 설득해야 했다. 티나를 살려야만, 황제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
“환혈족의 변신 능력을 말하는 것이냐? 그래 봤자 한낱 잔기술일 뿐이지. 우리 로이넨에는, 표적을 죽이지 못하는 암살자는 필요 없다.”
그러나 루빈은 기억했다.
회귀 전, 티나의 죽음을 가장 후회하던 사람이 바로 어머니라는 걸. 지금도 티나를 죽이는 게 맞는지 의심할 게 분명했다.
그린 루빈은 그저, 명분만 만들어 주면 된다.
“티나의 변신 능력을 활용할 곳을 알고 있습니다.”
말을 멈춘 루빈의 눈길이 어딘가로 향했다.
천장의 한쪽 모서리였다. 거기엔 길고 굵직한 창이 하나 박혀 있었는데, 그늘이 드리운 그곳에 두 개의 붉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로이네크로우를 말하는 것이냐?”
세이렌의 로이네크로우가 그르르르 소리를 내더니, 세이렌 곁으로 날아왔다.
그르르.
이름을 부를 필요도 없었다. 주인과 까마귀는 암연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어머니의 로이네크로우. 이름이 로호였지.’
그런 생각과 함께 루빈은 말을 이어나갔다.
“길리필드 영감의 수목원에서 암살자들을 위해 로이네크로우를 기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계속해라.”
“그런데 요즘 그곳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수목원은 수많은 암살검가에게 매년 로이네크로우를 공급하는 곳. 암살자들을 도울 영리한 동물을 길러내는 일은 고되고 복잡한 만큼, 크고 작은 문제도 자주 발생했다.
그럴 때마다 로이넨가 가신들의 입을 타고 이야기가 흘러들곤 했으니, 오가다 루빈이 주워들었을 법도 했다.
그런 중요한 곳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1순위로 해결해야 함이 옳을 것이다. 세이렌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눈빛이 좀 더 날카로워졌다.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티나를 그리로 보내면 어떨까요?”
세이렌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무리 어머니라도 대체 무슨 속셈인가 싶겠지.
“루빈.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목원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요.”
제법 당돌하구나.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없었지만 세이렌은 그렇게 말하는 듯 보였다.
“그렇단 말이지. 만약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쩌겠느냐?”
“그땐, 티나를 가주님의 뜻대로 하셔도 토 달지 않겠습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하지. 수목원은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중요 문제다. 너로 인해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면, 너 또한 엄벌을 받게 될 것이다.”
까아악.
로이네크로우가 낮게 울부짖었다. 어머니의 말에 담긴 섬뜩함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하지만 루빈의 반응은 오히려 대담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주님.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단, 한 가지 요청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라.”
“티나와 저, 단둘만 보내주십시오.”
세이렌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지?”
“가신들이 있으면 거추장스러워 이목이 끌립니다. ‘빛과 반역의 탑’에 오갈 때 그랬거든요. 척살조를 마주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일리가 있었다. 루빈 혼자 움직였다면, 오히려 더 빠르고 안전했을지 모른다.
“마침 가는 길이 편하고 멀지 않기도 하니, 둘이서만 움직이고 싶습니다.”
세이렌은 침묵했다. 그것만으론 부족한지 뭔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루빈은 쐐기를 박듯 이어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티나를 완벽히 통제하는 법을 알아냈거든요.”
통제라. 티나는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환혈족 여자아이다. 저 망나니 같은 녀석을 대체 무슨 수로 통제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당장이라도 증명해 보이겠노라 하는 저 기세. 루빈의 속을 알지 못하지만, 이 작은 아이의 패기만큼은 똑똑히 알 것 같았다.
“…건방지구나.”
말은 그렇게 해도, 세이렌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희미했지만.
“허락해 주십시오, 가주님.”
고민하는 듯한 세이렌.
우선, 출가 전에 외부 출입을 삼가야 한다는 가칙에서는 자유롭다. 어찌 됐든 임무를 맡은 셈이니까.
안전 문제 또한 상관없었다. 루빈의 말대로 가는 길이 험하지도, 멀지도 않다. 수목원은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니 여정엔 위험이 없을 것이다.
티나 또한 남을 죽이지 못하는 환혈족의 성정을 타고났다. 도망칠지언정 루빈을 해하진 못할 것이다. 도망치더라도, 가신들을 몰래 붙여놓으면 될 터.
큰 문제는 이 둘이 전부다. 이외 위험 요소들은 배제했다. 하찮고 사소한 위험에 당할 아들이라면, 애초에 거두지 않는 편이 나으니.
‘흥미로워.’
오히려 두고 볼 흥밋거리 하나가 더 생긴 셈이었다. 과연 이 작은 아이가 골치를 썩이던 수목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좋다. 이만 나가봐라.”
“예, 가주님.”
“잠깐.”
방을 나서려던 루빈의 발걸음이 멈췄다.
“루빈. 수목원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 길리필드 영감을 알고 있는 거지? 네 주변에 그를 알려줄 사람도 없을 텐데.”
너무 당당한 루빈의 태도 탓에 세이렌조차 놓친 부분이었다.
‘아차.’
루빈의 작은 실수였다.
그가 길리필드 영감을 알고 있는 건 당연히 회귀 덕분. 하지만 곧이곧대로 설명할 순 없겠지.
“아, 지하 서고의 어느 책에서 보았습니다.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의심을 샀을 땐, 서고 핑계를 댄다. 그가 깨달은 몇 안 되는 진리 중 하나였다. 루빈은 아이답게 둘러댔고, 다행히 세이렌의 의심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흠, 평소에 서고에만 박혀 산다더니. 그래. 나가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