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살검가 로이넨-36화 (36/258)

제36화. 몽환의 괴수 (1)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새로운 순서.

이번 무대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사막이었다. 살아 있는 건 무엇이든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열기와 건조함에 숨이 절로 막힐 지경이다.

“아무도 없는 건가?”

아직 누구의 두려움인지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주변을 둘러봐도 몽환괴수라고 할 만한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건 누구의 두려움이지?”

“윽, 목말라.”

“어쩌면 몽환괴수가 아니라… 여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뜻은 아닐까요?”

블라네가 몸을 숙여 한 손으로 모래를 쥐어보았다. 공중에 모래를 흩뿌려 보았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없었다. 모래는 푸석한 느낌을 가중시키듯 그대로 바닥에 내리깔렸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루빈이 멀리 내다봤다. 루빈보다 늦었지만 쿤 역시 뭔가가 자신들을 에워싼 형태로 접근해 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지평선 위. 조그만 점들이 지평선을 빽빽하게 채워 버렸다.

어느 방향을 돌아봐도 그것들이 보였다. 사방을 에워싼 채로 서서히 접근해 오고 있었다.

“꼼짝없이 포위됐네요.”

“천 명은 되겠어.”

블라네와 하밀이 한마디씩 했다. 거기에 쿤도 덧붙였다.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뭐든 죽여 버리면 그만이지.”

포위하여 접근해 오던 미지의 세력은 일정한 범위 안으로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일순간 사방으로 거대한 먼지가 일어났다.

그리고.

등 뒤의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저 멀리 있던 적들이 참가자들 곁으로 다가와 정체를 드러냈다.

“어라? 저거 설마…….”

몽환괴수의 정체를 보고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바로 하밀이었다.

“하, 하하!”

하밀은 상체를 구부려 가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하밀 곁에 서 있는 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쿤! 이런 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닥쳐라.”

“이런 걸 보고 바로 흑역사라고 하는 거야! 흑, 역, 사.”

“시발, 닥치라고 했지!”

정말로 쿤에게는 흑역사로 남을 일이었다. 적개심 가득한 천 명의 몽환괴수.

몸은 여덟 살쯤 되는 어린아이의 것, 하지만 문제는 그 머리통에 있었다.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건 새하얀 타조알이었다.

게다가 전부 하나같이 똑같은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낯익은 얼굴의 가면이었다.

“아무래도 내 얼굴이군.”

루빈이 덤덤하게 말했다. 덤덤한 그 태도가 쿤을 더 치욕스럽게 했다.

“몸체가 작은 걸 보니 지금의 나는 아닌 것 같고. 아마 여덟 살 때였겠지?”

“하…….”

너무나 굴욕적인 상황에 쿤은 한숨을 내쉬며 루빈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쿤의 내면에 자리 잡은 두려움. 그건 루빈과 처음 대면했던 여덟 살 때의 기억이었다. 처음으로 로이넨 저택을 방문했던 그날. 가주들이 대화하는 사이, 쿤과 루빈은 저택 곳곳을 돌아다녔다.

가신들의 경계가 가장 헐거운 시녀들의 숙소 뒤편, 거기에 있던 좁은 구덩이에서 루빈에게 본색을 드러냈던 쿤이었다.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걸 곧바로 깨달았다. 루빈에게 완전히 제압당했을 뿐만 아니라, 구덩이에 처박힌 채 루빈의 암연에 숨통이 틀어막혔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처음 느꼈다.

“쿤, 괜찮니?”

하밀이 짓궂게 물었다.

블라네는 지금은 입을 다무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에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앙다문 입술 너머로 역시나 웃음기가 엿보였다.

“죄다 몸체가 똑같고, 느껴지는 분위기도 일률적이군. 복사본들이라고 해야 하나.”

거만한 쿤의 자존감을 한껏 뭉그러뜨릴 수도 있는 루빈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저 허수아비들. 그래 봤자 여덟 살 때야. 그때보다 나는 수십 배 강해졌다고!”

그 말에 루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쿤의 말이 맞았다. 여덟 살 때와 지금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쿤의 말처럼 그사이에 이뤄낸 성장이라면, 아무리 천 명이라도 무서울 건 없었다.

“쿤.”

“왜!”

“일단 이것들부터 해치우고, 따로 승부를 가려보는 게 어때?”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던 천 명의 가면 쓴 루빈이 한 걸음 다가왔다. 순식간에 압박감이 늘어났다.

“네가 저 타조알 새끼들한테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냐?”

쿤이 단검을 빼 들면서 물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 해치우고 나서 누가 더 많이 죽였는지 확인해 보면 되겠네.”

“건방지긴. 이렇게 된 거, 내가 저 로이넨 타조알 새끼들 다 터트려 버린다!”

쿤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연달아 소리쳤다.

“대가리 다 빠개 버려 주지!”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쿤이었다. 쿤은 달려들면서 가장 앞쪽에 나와 있던 가면 루빈의 머리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그러자 가면 쓴 타조알이 파바바박 소리와 함께 노란 액체를 튀기며 부서졌다.

지켜보던 루빈도 단검을 뽑아 들었다. 지금까지 겪었던 강적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예상대로 저것들 수준은 위험한 정도까진 아닌 것 같아. 숫자가 좀 많긴 하지만, 다들 살아남을 수 있겠지?”

블라네와 하밀은 이미 무기를 빼 든 상태. 둘은 남쪽 방향을 택했다. 여차하면 서로를 도울 수 있도록 대열을 유지한 채로, 가면 루빈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럼 내 몫은 여기인가.’

루빈은 느긋하게 걸어 나갔다. 두 번째 환을 개방해 암연을 맘껏 발현했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고, 적들의 움직임이 더 선명하게 잡혔다.

파바박!

파바바바박!

루빈은 곧장 눈앞의 가면 루빈의 머리에 칼을 꽂아 넣었다. 그런 다음 공중으로 도약하며 옆에 두 놈의 머리통에 무릎을 내리꽂았다.

‘회귀 전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쳐부수고 있지만, 회귀 전이었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것이다.

파바박!

퍽!

프드득!

곳곳에서 타조알의 노란 액체가 시원스럽게 터져 나왔다. 다양한 파열음이 마치 경쾌한 음악처럼 울려 퍼졌다.

‘모두를 위한 확실한 훈련이겠는데.’

쿤 본인은 눈이 시뻘게질 정도로 굴욕적이겠지만, 천 명이라는 숫자는 모두를 한 단계 성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루빈은 황제와의 전쟁에서 살인귀처럼 제국군을 휩쓸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가면 루빈들의 머리를 터뜨려 나갔다.

‘쿤이 기억하는 나의 여덟 살이 이 정도로 약하다니.’

트라우마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한참 성장한 지금도 쿤은 그 시절의 루빈을 두려워한 것이다.

‘그때 혼쭐내 주길 잘했어.’

그 덕분에 이렇게 쉽게 시험을 통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루빈은 암살검가의 검식을 펼치는 동시에, 틈틈이 브리온 검법을 가미시켰다.

브리온 검법 11식까지 완벽하게 익힌 그 움직임은 마치 마법사가 시전하는 대량살상 마법처럼, 수십 명의 가면 루빈을 일제히 죽여 나가고 있었다.

루빈에게 미치지는 못하지만 다른 참가자들도 제각기 활약했다.

하밀과 쿤은 타조알 머리통이 쏟아낸 노란 액체로 온몸을 물들이며 육체적 한계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블라네 역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하밀과 보조를 맞추었다.

‘뭐지, 이 느낌?’

그렇게 한참 동안 가면 루빈의 머리통을 꿰뚫던 루빈은 순간적으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브리온 검법을 펼쳤을 때.

쥐고 있던 검에서 독자적인 기운이 맴돌았다. 루빈의 암연과 무관한 순수한 검의 독자적인 기운이.

동시에 심장 부근이 뻐근해졌다. 이윽고 심장에 무거운 돌덩이를 달아 놓은 것 같은 압도적인 중량감.

굉장히 무겁다. 그러면서도 아주 뜨겁고 맹렬한 느낌이다. 팔팔하게 살아 숨 쉬는 듯한.

어쩌면 이건…….

‘이게 오러라는 건가?’

이 새로운 느낌이 신비로워, 루빈은 적을 깨부수는 움직임을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당장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루빈은 내면에서 제 움직임을 지그시 지켜보고 있는 하네케를 불렀다.

‘하네케, 보고 있어요?’

-그래. 자네 예상이 맞네. 생각보다 빠르구만. 12식을 익히기도 전에 오러를 개화하다니.

드물지만, 그런 경우가 있었다. 검식과 오러의 상관관계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규정. 기준은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법이다.

하네케는 흡족해하고 있었다. 제자의 빠른 성장을 보는 것만큼이나 흐뭇한 일은 없다고, 얼굴로 말하는 듯했다.

루빈은 잠시 육체 내부의 흐름을 짚어보았다.

텅 비어있던 세 번째 환에, 새로운 힘이 담겨 있었다. 바로 오러였다.

‘확실히 다르다…….’

새로이 얻은 오러의 환.

심장을 중심으로, 두 암연의 환과 어우러지며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오러의 환은 암연에 비해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아마 오러의 특징인 ‘힘의 응집성’ 때문이겠지.

-지금은 만끽할 때가 아닐세. 일단 이 전쟁터 같은 상황에서 최대한 열심히 움직여 보게나. 오러에 대한 설명은 다음으로 미뤄두지.

말이야 전쟁터라고 표현했지만, 하네케는 지금 루빈이 보여주는 살인귀 같은 움직임을 좀 더 관찰하고 싶은 것 같았다.

‘오러의 발현, 지금 이 느낌을 기억해 둬야겠군.’

순간 수십 명의 가면 루빈이 이쪽을 에워쌌다. 하지만 그거야말로 일부러 유도했던 구도.

루빈은 미세한 오러를 품은 검을 꽉 쥐고, 한쪽 무릎 꿇은 상태로 원을 그렸다.

파파파파밧!

둘러싸고 있던 가면 루빈들의 허벅지가 벌어지며 노란 피가 쏟아졌다. 그러더니 중심을 잃은 채로 허우적대며 쓰러졌다.

어느새 시쳇더미로 쌓여가는 가면 루빈들. 루빈은 그 위로 올라서서 다른 참가자들을 살폈다.

‘아직까지 다들 수월하게 해내고 있네.’

하밀과 블라네는 호흡이 잘 맞는지, 서로의 몸을 이용한 다양한 공격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암연을 개화한 두 사람 모두 ‘그림자 운율’을 이용한 재빠른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쿤은 저돌적인 성격 그대로 가면 루빈을 깨부수고 있었다. 얼마나 저돌적인지, 성격이란 게 없는 가면 루빈들도 쿤의 그 무자비한 공격성에 잔뜩 움츠러드는 것 같았다.

쿤의 암연 운신은 ‘그림자 운율’에서 나아간 ‘그림자 포효’였다. 부드러움은 줄어들지만, 파괴력은 높아지는 방식.

루빈이 쿤에게 소리쳤다.

“쿤! 난 얼마 안 남았어!”

루빈은 자신이 맡은 구역의 적들을 거의 다 해치운 뒤였다. 시쳇더미로 올라오는 놈들을 가볍게 처치하며 남은 숫자도 빠르게 줄여 나갔다.

그렇게 놈들을 400명쯤 해치웠을까.

파바바바박!

마지막 남은 한 놈의 대가리에 단검을 박아 넣자 노란 액체가 터져 나오는 걸 끝으로, 루빈이 맡은 구역의 전투가 마무리됐다.

루빈은 가면 루빈의 시체에 단검을 쓱쓱 닦은 다음 쿤에게 다가갔다.

“죽어라! 죽어! 이 새끼야! 너도 죽어! 너도!”

쿤은 지친 기색 없이 할당된 놈들을 모두 깨부수고 있었다. 쿤이 해치운 숫자는 300명쯤 되었고, 하밀과 블라네도 연합하여 그만큼의 숫자를 해치우는 중이었다.

“이 씨발! 타조알 새끼들!”

마지막 괴수를 무릎 꿇린 다음, 그대로 직각으로 세운 단검을 정수리에 박아 넣는 쿤. 감정을 실은 일격이라 그런지 온 땅이 진동하는 듯했다.

“후우…….”

쿤이 몸을 들썩이며 심호흡을 했다. 그런 다음, 맞은편에 서 있는 루빈을 노려봤다. 가면이 아닌, 진짜 루빈을.

“2년을 기다렸다! 이 로이넨 종자 새끼야!”

“쿤, 이젠 본가에 대한 모욕이 아주 노골적이구나.”

“네가 가주라도 되냐?”

“언젠간 되겠지. 넌 죽었다 깨어나도 본가의 가주는 절대로 될 수 없겠지만.”

“흥. 가주가 되어봤자 약해 빠진 개새끼일 텐데.”

루빈은 단검을 고쳐 잡았다.

이번 대결을 가볍게 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건 2년을 기다려 왔다는 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회귀 전에 너한테 당했던 멸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루빈은 일부러 그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번 싸움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어차피 몽환세계 속 싸움이었기에, 실제적인 피해는 없다. 쿤에게 지면 탈락하겠지만, 도저히 질 자신도 없었고. 오히려 서로를 위한 좋은 훈련이 될 것이다.

‘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황제에게 맞설 모든 암살검가를 위해서.

‘넌 억울하겠지만, 난 두 개의 암연이 있지.’

루빈은 전생에서 가져온 첫 번째 환을 서서히 개방했다. 심장이 천천히 진동하면서, 암연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의 성장으로도 아직 완벽하게 통제가 불가능한 전생의 암연이었다. 30년의 깊이가 서려 있는, 5성 경지의 암연. 모든 면에서 질이 달랐다.

빠른 속도로 시야가 증폭했다.

몸의 느낌도 완전히 달라졌다.

두근두근두근.

심장 박동이 빠르게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온몸의 감각이 날카롭게 일어나고 있었다.

“뒈져라! 이 새끼야!”

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온몸에 모든 암연을 담은 전력돌진이었다. 견고한 성벽도 무너뜨릴 힘이 실려 있다는 건,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루빈에게는 느릿해 보일 뿐.

‘첫 번째 암연을 완벽히 통제하는 건 아직까지도 무리다. 5할도 활용하질 못 하겠어. 서둘러 끝내야겠어.’

가슴팍이 뻐근해지는 느낌이 몰려왔다. 루빈은 마음을 다잡고 쿤에게 맞서 내달렸다.

그때, 다른 한쪽에서 몽환괴수를 처치하던 하밀과 블라네는 엄청난 암연의 양을 느꼈다. 가주들에게서나 느껴졌던 상당한 수준의 암연을.

“이럴 수가!”

하지만 그런 감상도 짤막하게 끝났을 뿐이다.

찰나의 마주침. 순간적인 부딪침.

단지 그것뿐이었다. 쿤이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공격을 모두 피해낸 루빈은 그대로 역공을 펼쳤다.

거센 바람. 폭풍.

짧고 굵게, 그리고 빠르게 휩쓸고 지나가는 검의 궤적이 쿤을 덮쳤다.

“……!”

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공격에 단 한 번의 방어만 성공했을 뿐, 이후 온몸에 루빈의 검을 허용하고 말았다.

꿰뚫리고, 베이고, 잘려 나가는 살갗.

쿤을 지나쳐 온 뒤, 루빈은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검을 내려다봤다. 검에 서린 미세한 오러에 손이 떨렸다.

“이게 브리온 검법 11식이다, 쿤.”

브리온 검법을 익혔다는 건 오직 루빈과 하네케만의 비밀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쿤은 생명이 끊어진 뒤였으니까.

쏟아지는 고통에 입조차 다물지 못한 채, 육신만이 남은 쿤의 몸뚱이가 털썩 쓰러졌다.

휙.

블라네와 하밀 앞쪽에는 아직 많은 수의 몽환괴수가 남아 있었지만, 두려움의 주인인 쿤이 탈락했기 때문에 자동으로 이번 순서가 종료됐다.

남은 세 사람은 다시 검은 연못으로 돌아왔다.

마지막은 루빈의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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