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살검가 로이넨-116화 (116/258)

제116화. 마법약제조학 수업 (1)

“그래, 루든이 마셨으면 나도 마신다.”

마법약병을 모두 비워내는 루빈을 보며, 오스카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병을 높이 들어 올려 마법약을 졸졸졸, 입안으로 떨어트렸다.

그다음은 클로이였다. 그녀는 마치 궁정의 발코니에서 포도주를 홀짝이는 듯 기품 있게 마법약을 마셨다.

클로이가 마셨으니, 그다음은 당연하게도 달리아 델린이었다.

결국 달리아 조가 촉발제가 되었다. 망설이던 다른 조들도 용기를 내어 마법약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다들 마신 건가?”

가이젠 교수가 담담한 표정으로 둘러봤다.

“맛을 음미해 볼 생각은 하지 마라. 어차피 맛이란 게 없으니까.”

“…….”

생도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이제부터 벌어질 일을 대비했다. 마법약을 먹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뭘 기다리는지 알겠지만, 일단 집중하고 여기에나 주목하도록!”

가이젠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방금 마신 마법약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을 생략하고는, 곧바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후의 수업은 지극히 일반적이었다. 칠판 위에는 ‘마법약제조학서 최신판’의 발췌본이 교수의 마법에 의해 모두에게 비치고 있었다.

한동안은 이론 교육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아주 간단하게 정의해 본다면, 마법약이란 ‘마법에 의한 약물’이다. 마법의 유무. 이게 일반적인 제약(製藥)과 마법제약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

“…….”

수업이 너무 잔잔했던 터라, 졸음에 빠진 생도들이 생겨났다. 그럴 때마다 가이젠은 모멸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조는 학생을 손가락으로 집어내면서.

“한심하기 짝이 없군. 벽에 붙어 서 있도록.”

벽 앞에 선 생도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수업을 재개하겠다. 자,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떠올려 봐라.”

마법의 유무. 그게 일반적인 제약과 마법제약의 차이라고 했었지.

“그럼, 화염마법에 의해 약품을 녹여서 만들면 그건 마법약일까? 아니면 염동마법으로 쇠뭉치를 내리쳐 재료들을 짓눌리게 한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약이 마법약일까?”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은 아니었다. 교수는 곧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제작 과정에 마법이 시전됐다고 해서, 그것이 꼭 마법약은 아니라는 뜻이다.

휘익.

교수가 팔을 휘두르자, 칠판 위로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었다. 엉겅퀴도 있고, 진달래꽃도 있고, 카포닐리아도 있다.

이 식물들은 본래의 종과 다른 차이가 있었다. 바로 잎의 테두리가 연푸른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점이었다.

“이건 마핵초(魔核草)라 부르는 것들이다. 마나석이 매장된 곳이라면, 그 주변의 풀들이 모두 마핵초의 성질을 띠게 되어 있지.”

그는 설명을 쭉 이어나갔다. 칠판에 떠올라 있는 발췌본에는 빛으로 된 밑줄이 저절로 그어졌다.

“명칭에 핵(核)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마핵초는 모든 마법약에 있어 필수 불가결의 재료다. 이게 없으면 마법약은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이지. 이를테면 트롤의 뼛가루나 고블린 피에 절인 개미의 다리 같은 것들? 이것들은 그저 부재료들일 뿐이다.”

“마적석과 비슷한 건가요?”

어떤 생도가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했다. 개념만 보자면 설계 마법에 필요한 마적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 마적석과 비슷하지. 특정 마법을 특정 조건에 의해 발현되게끔 하는 매개체가 바로 마적석이니까. 다만… 마핵초는 그런 마적석의 역할을 인간의 몸속에서 펼치는 거지.”

휘익.

가이젠이 다시 한번 팔을 휘둘렀다. 이번엔 칠판에 있던 마핵초 그림이 세 조각으로 나누어졌다.

“식물은 뿌리, 줄기, 잎이라는 세 부위로 나눌 수 있지. 이건 마핵초도 다르지 않다.”

마핵초도 식물의 일부니까, 그거야 당연했다.

다만 마핵초의 세 부위에는 또 다른 역할이 주어졌다. 식물이 아닌, 마법약의 핵으로서의 역할.

“뿌리의 역할을 알고 있는 생도?”

두 사람만 손을 번쩍 들었다. 클로이와 달리아. 그중 가이젠은 클로이를 지목했다.

“뿌리가 담당하는 건 마법의 종류입니다.”

“맞다. 그러면 지금까지 마법약으로 표출시킬 수 있는 마법의 종류는 몇이나 될까?”

“현시점으로 191개입니다.”

클로이의 당당한 대답에 가이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가이젠이 띄워놓은 발췌본의 수치와 달랐기 때문이다. 거기엔 189개로 나와 있었다.

“여기 나온 것처럼, 최신판에 기록된 수치는 189개인데? 클로이 생도, 191개라 대답한 이유는 뭐지?”

“며칠 전 마법부가 두 개의 휘식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했거든요.”

“그 정보의 출처는?”

“저희 가문입니다.”

가이젠의 눈썹이 또 꿈틀거린다. 위더스푼이 출처라면, 더 이상 반론의 여지는 없었다. 마법약제조학을 전공으로 하는 교수보다 앞서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가문이었으니.

“위더스푼에서 넘어온 정보이니, 틀림없겠군.”

교수의 순순한 인정에 생도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우리 학급에 같이 있는 저 여자아이가 제국귀족이라는 것. 쾌활하고 친근해서 가끔 잊게 되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촤라라락.

가이젠의 손짓이 또 이어졌다. 이어 교실 공중에 펼쳐진 것은 189개의 마법 휘식. 삼휘의 마법학교였기에 휘식들은 모두 삼휘로 표기되어 있었다.

“비록 최근 추가된 두 휘식이 빠지긴 했지만, 이것들은 모두 마법약을 통해 인간 신체에 표출시킬 수 있는 마법 휘식이다.”

복잡하고 정교한 휘식도 있었지만, 신입생도들조차 알아보는 휘식도 수두룩했다. 정신착란, 실어, 망각, 미각 제거 등등.

“그럼, 또 질문을 하지. 마법의 종류가 입력되는 게 뿌리라면, 줄기에는 무엇이 입력될까?”

“마법의 강도입니다!”

손을 번쩍 듦과 동시에 울리는 한마디. 이번에는 달리아였다.

앞선 정답의 기회를 클로이한테 뺏긴 달리아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답이다. 마법의 강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지?”

“마나의 깊이입니다.”

“맞아. 달리아 델린 생도, 마나의 깊이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도 한 가지 말해볼 수 있겠나? 적당한 걸 말한다면 상점을 주지.”

“사라진 대마법사 글레이튼의 일화입니다. 그가 투흔족 족장에게 걸었던 실명(失明)이 있습니다. 투흔족 족장은 대마법사와의 내기에서 져서 그가 만든 마법약을 마셨고, 당시 나이 스무 살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시력을 잃었습니다.”

달리아는 일부러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사례를 들었다. 글레이튼의 대마법사적인 면모를 나타내는 일화는 엄청나게 많지만, 유목민족 투흔 족과 관련된 일화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이었다.

가이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하군. 상점 10점을 주겠다.”

“감사합니다.”

“마법약의 효과는 일시적이다. 짧으면 몇 초, 길어봤자 고작 몇 주일에 불과하지. 하지만 달리아 생도가 말한 글레이튼의 사례는 사실상 영구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그가 지닌 마나의 깊이가 엄청나다는 걸 의미하지.”

마핵초의 뿌리와 줄기가 나왔으니, 이제는 잎의 차례일 터. 생도들 모두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방식을 달리하는 가이젠 교수였다. 그는 대답의 기회를 주는 대신, 직접 생도 한 명을 지목했다.

“루든 포이넨 생도.”

“네, 교수님.”

루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뿌리는 마법의 종류, 줄기는 마법의 강도라면, 잎의 역할은 무엇일까?”

“마법의 발현 시점입니다.”

“…정답이다.”

루든의 태연한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이젠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설명을 이었다.

“마법약은 특정 시점에 맞춰 발현되도록 조작이 가능하다. 마핵초 잎의 크기에 따라 발현 시점을 더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지.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나 마나의 깊이다.”

마나가 깊은 마법사라면 작은 잎의 마핵초로도 시점을 분 단위까지 조절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라, 루든 생도.”

가이젠 교수는 생도들 틈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 다음, 교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톰슨 조교, 그걸 가져와. 퀴닝 조교는 내 옆에 서 있고.”

두 조교가 지시에 따랐다. 이윽고 톰슨이 무언가를 들고 생도들을 지나쳐 교수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가져온 건 꽤 커다란 모래시계였다.

스스스스.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은은히 울렸다.

일반적인 모래시계는 아니었다. 일곱 가지 색깔의 모래가 가지런히 중첩되어 있었다.

가장 밑층에 있는 건 갈색 모래. 애초에는 비중이 가장 컸던 것 같지만, 지금은 갈색 모래의 대부분이 병목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생도들이 마법약을 먹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건 바로 마핵초의 잎 때문이다. 내가 마법약을 만들 때 발현 시점을 약 20분 뒤로 해두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혹 모래시계의 갈색 모래가 20분을 나타낸다는 뜻인가? 생도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자, 그럼 한번 지켜볼까?”

여유롭게 팔짱을 끼는 교수의 한마디. 그 순간, 갈색 모래가 전부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쿵!

커다란 소리가 울린 것도 그때였다. 학생들 모두 그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졸음 때문에 벽에 붙어 서 있던 생도 하나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가이젠 교수가 나직하게 말했다.

“퀴닝 조교, 준비됐지? 바로 치유해 줘.”

* * *

애초에, 가이젠이 만든 마법약 안에는 일곱 개의 마법이 중첩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법 각각에는 시간 차를 두고 발현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첫 번째 마법이 발현되는 시점은, 가이젠 교수의 말처럼 마법약을 마신 시점으로부터 20분 뒤.

표출되는 마법은 하반신 마비였다.

쿵!

벽에 붙어 서 있던 생도 중 하나가 몸의 중심을 잃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이건 시작이었을 뿐이다. 앉아 있는 생도들 중에서도 하반신에 이상을 느낀 생도들이 나타났다.

“바, 발이 이상해! 감각이 없어.”

“계속 쭈그려 앉아 있어서 그런 거 아냐?”

“아냐! 내가 그 차이도 모르겠어?”

증상이 나타난 생도들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러면 퀴닝 조교가 다가와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즉각적인 마법약 해독. 그게 퀴닝 조교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하반신 마비를 겪은 생도는 자기 책상 앞으로 가라. 그리고 각 조장은 조원들이 어떤 마법 단계에 마법약이 발현되는지를 체크해라. 조장이 떨어져 나가면 그 옆에 있는 생도가 기록하고.”

마법약에 중첩되어 있는 일곱 개의 마법은, 일찍 발현되는 마법일수록 마나의 밀도가 낮게 설정되어 있었다.

‘이렇게 하면 마법약 저항력을 알아볼 수 있지.’

마법약 체험하기. 그것이 이번 수업의 목적이지만, 가이젠은 그것만을 노리지 않았다.

마법약 저항력. 애초에 체험만이 목적이었다면 한 종류의 마법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이젠에겐 모든 생도들의 저항력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페르 로렌치니를 찾아낼 수 있으니까.’

가이젠은 생도들을 살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 아이들 숫자를 확인했다. 하반신 마비를 체험한 C반 생도는 벌써 전체 인원의 5분의 1이 되었다.

스스스스.

어느덧 두 번째 가루마저 거의 다 떨어지고 있었다.

“다음 표출은 피부의 변색이다.”

가루가 다 떨어졌을 때, 생도들의 얼굴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마법이 발현된 생도의 두 뺨에 연푸른빛이 감돌았다.

“퀴닝 조교, 돌아다니면서 확인하고 치유해 줘.”

“네, 교수님.”

피이이잉.

“치유 마법을 받은 생도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아라.”

“하…. 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도들은 아쉬워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마법약의 발현이 늦을수록 지니고 있는 마나가 출중하다는 의미란 걸 모르는 생도는 없었다.

이제 마법약 체험은 경연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교실 뒤편에 남아 있는 생도들을 향한 눈길에 부러움이 담길 수밖에.

‘남은 생도의 3분의 1 정도가 떨어져 나갔군.’

이건 가이젠이 예상했던 수치다.

애초에 일곱 단계로 중첩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것을, 가이젠 또한 알고 있었다. 어차피 마지막까지 버텨낼 생도는 없을 테니까.

‘클로이든 달리아든… 아무리 늦어도 여섯 번째 단계에서는 발현되겠지.’

가이젠은 잠자코 지켜봤다.

스스스스.

어느덧 세 번째 모래층까지 모두 떨어지고.

“이번엔 환상통이다.”

가이젠이 말하자마자 여기저기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새끼손가락 옆으로 또 하나의 손가락이 있는 기분. 그런데 이 새로운 손가락이 바늘로 무참히 찔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끄흐윽, 조교님! 여기요.”

“악! 저부터 와주십시오. 조교님!”

지켜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단계에서는 열 명의 생도가 빠졌다.

“아직도 남아 있는 애들은 뭐야, 도대체.”

“아니… 그것보다 더 신기한 건 달리아네 조야. 왜 쟤네는 전원이 살아 있는 거지?”

“설마, 마법약을 안 마신 거 아냐?”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금방 증명됐다. 네 번째 단계에서 달리아 조의 생도 두 명에게 마법이 발현됐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혼절’이다.”

하필 루빈의 양옆에 앉아 있던 두 생도가 나란히 기절하고 말았다. 남자 생도 하나, 여자 생도 하나. 달리아와 클로이가 각각 영입한 생도들이었다.

“…….”

루빈은 자신 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두 생도를 붙잡았다. 그리고 퀴닝 조교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잘 버티고 있네요.”

퀴닝 조교가 커다란 안경을 올려 쓰며 루빈을 향해 말했다. 그녀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곧바로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피이이이.

“루든, 나 기절했었어?”

“응.”

“진짜? 언제 기절한 거지?”

생도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리아 조에서는 고작 두 명이었지만, 다른 조에서는 우후죽순으로 마법약이 발현됐다.

심지어 네 명이 남아 있던 조에서는, 조장 포함하여 전원이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쓰러질 정도.

그렇게 남은 생도는 모두 열두 명이었다. 그중 달리아 조에만 일곱 명이 남았다. 나머지는 각 조장들이었다.

‘클로이랑 달리아가 선택한 생도들이 다들 괜찮은 수준인가 보네. 그건 그렇고… 오스카가 너무 오래 버티면 안 되는데.’

루빈은 이쪽을 향한 가이젠의 시선을 느꼈다. 흥미로움이 가득한 시선이다. 아마 페르 로렌치니가 누구인지, 후보를 추려가는 중이겠지.

클로이나 달리아는 의심 대상에서 제외한 가이젠이었으니, 오스카가 눈에 띄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직 들켜선 안 돼.’

칙명부와 페르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칙명부가 왜 페르를 죽이려고 하는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페르는 왜 암살검가 토벌군의 선봉장이 될 수 있었는지.

그 전까지는 오스카가 페르라는 사실이 밝혀져선 안 된다. 지금 당장엔 가이젠의 시야에서 오스카를 떨어트려 놓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마나로만 보면 그 재능이 엄청난 오스카였다. 예상컨대 클로이와 필적하거나 거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런 오스카였으니 마법약 5단계 정도는 통과할 게 분명하다.

‘이제 5단계, 이쯤에서 슬슬 움직여야겠군.’’

그뿐만 아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했다.

‘가이젠이 내가 페르라고 의심하도록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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