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살검가 로이넨-128화 (128/258)

제128화. 구출 작전 (1)

거점창고의 반출목록은 철저하게 암호화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이 암호는 대륙에 존재하는 암호기법과는 궤를 달리했으며, 암살검가에서도 오직 거점창고 관리인들만이 공유하는 것이었다.

암호 해독은 꽤 까다로웠다.

문서를 비치는 음영 조절은 물론, 암연을 적절한 세기로 운용해야 했다.

또, 암연으로 의도적으로 자신의 시력을 일정 부분까지 낮추어야만 목록 중에 암시되는 부분이 서서히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셋 중 누가 될지는 몰라도, 차기 거점창고 관리인이 될 그리어스 가문의 삼형제조차 아직까지 이 암호기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그런데.

쓱쓱. 암호화된 반출목록을 해독하여 한쪽에 옮겨 적는 루빈.

“…허, 이거 놀랍군요. 거점창고의 암호를 알고 있으신 겁니까?”

“패턴을 찾았을 뿐이야.”

물론 패턴이 존재하긴 한다. 다만 그건 단순 똑똑하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체 어떻게 아신 거지?’

일전에 흑색구역에서 킬리언에게 배웠던 걸까? 그나마 가능성 있는 가정을 해볼 뿐, 네이프는 계속 피어오르는 의문을 빠르게 접었다.

궁금하다고 해서 본가의 자제를 추궁할 수는 없었으니까.

‘잊은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생각나네.’

사실, 이 모든 건 회귀 전의 경험 덕분이었다.

전생에 루빈은 킬리언 이후 흑색구역 거점창고의 관리인이었고, 그때 관리인들만이 공유하는 암호를 터득했다.

물론 거점창고마다 적용된 암호 패턴이 달랐지만, 대략적인 큰 틀을 알고 있었기에 풀어낼 수 있었다.

“도련님이 원하시는 바는 찾으셨습니까?”

꼼꼼하게 반출목록을 확인하는 루빈에게, 네이프가 물어왔다. 루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찾았어.”

“어디죠?”

“트레스덴.”

트레스덴은 베야네그로 근방의 작은 도시였다. 하지만 대륙에서는 도시 자체보다는 악명 높은 ‘협곡 감옥’이 있는 곳으로 더 유명했다.

“잠시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이프는 루빈에게서 반출목록을 받아들고, 이제까지 트레스덴의 암살자들이 무엇을 반출해 갔는지 확인했다.

“흐음…….”

곧바로 짚이는 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암살자들 배치 주기가 상당히 짧았다. 거의 6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가신으로 교체되는 식이었다.

암살자의 배치는 암살검가가 아닌, 칙명부의 고유 권한이었다. 칙명부는 제국을 존속할 수 있도록 첩보·선동 등 다양하게 암살자들을 이용해왔다.

“배치 주기가 지나치게 짧군요.”

“하나 더 있지. 마도구가 트레스덴으로만 반출되고 있다는 거.”

“아, 마도구.”

루빈의 말대로였다.

암살자들은 마나가 없기에 마도구를 사용할 수 없다. 취득한 마도구는 그저 거점창고 수입원의 일종일 뿐. 적당히 도시 이곳저곳으로 돌리다가, 금화나 다른 무구로 교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트레스덴에 반출된 목록을 보면, 가끔 마도구가 섞여 있었다. 특별할 게 없는 마도구이긴 해도 반복적인 반출이 이상했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여러 번, 주기적으로?

이건 칙명부가 암살검가 몰래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트레스덴 쪽 가신이 계속 바뀌면서 제가 흐름을 놓친 것 같습니다.”

해당 지명이 아닌, 암살자명으로 기억해 두는 게 거점창고 관리인의 방식이었다.

칙명부가 짧은 주기로 암살자의 배치를 바꿔버리면서 ‘트레스덴’이라는 공통점이 흐릿해진 것이었다.

“칙명부가 의도적으로 제 눈을 속이고 있었군요. 도련님, 트레스덴에 대체 누가 있는 겁니까?”

“마법사. 내가 빼내야 할 사람이야.”

“그럼 그 마법사 때문에 마도구를?”

네이프는 입술을 모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요. 칙명부 놈들이 저희한테 받아낸 마도구들은 전부 별것 아닙니다. 비싸지도 않고, 구하기도 쉽죠. 카포티니에서 수년간 생활하셨으니 도련님께서도 잘 아시겠지요.”

“알아. 칙명부는 그만한 마도구들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굳이 거점창고가 아니더라도 말이야.”

그런데 왜 하필 암살검가의 거점창고에서 반출한 걸까.

“그럼 대체 왜……?”

“증거를 만드는 거지. 나중에 써먹을 가짜 증거.”

“가짜 증거요?”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암살검가한테 뒤집어씌우려고 말이야.”

칙명부의 제거 대상인 페르가 죽든.

루빈이 알고 있는 미래대로 엔조가 죽든.

현시점에선 둘다 똑같다.

‘칙명부는 암살검가가 엔조를 잡아두고 있었다는, 가짜 극본이 필요한 거야.’

페르든 엔조든, 복수심에 눈이 먼 생존자를 암살검가 토벌전의 선봉장으로 쓰기 위해서 말이다.

네이프 그리어스는 당연히 이런 부분까지 알지 못했지만,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현재 그에게 가장 알맞은 덕목은, 호기심이 아니라 충성심이었으니.

“도련님, 그럼 트레스덴에서 어떻게 마법사를 찾으실 생각이십…….”

네이프는 말을 다 끝맺지 못했다. 문득, 며칠 전 루빈의 로이넨서가 ‘협곡 감옥’의 지도를 요청한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애초에 트레스덴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가? 반출목록을 보자고 한 건, 제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일 뿐이고?’

네이프는 저도 모르게 감탄성을 내뱉을 뻔한 걸 겨우 참았다. 루빈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 ‘협곡 감옥’ 지도를 요청하신 거였군요.

“확인이 필요했거든. 반출목록을 보니까 이젠 확신이 들어.”

“설마, ‘협곡 감옥’에 직접 들어가시려는 겁니까?”

루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엔조 로렌치니가 거기에 있다면, 그곳으로 가는 것이 당연했다.

다만 문제는, ‘협곡 감옥’에 들어가는 것도, 엔조와 함께 그곳을 탈출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

말 그대로 협곡에 구축된 감옥이었고, 무엇보다 1급으로 분류되는 곳이었다.

1급부터는 제국군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그 어떤 감옥보다도 보안 수준이 높았다. 그만큼 대륙 서부권에서 내로라하는 범죄자들이 우글거렸다.

‘필리몬드의 흑색구역은 들어가기라도 쉬웠지, 여기는 들어가는 것부터가 문제야.’

일부러 범죄자가 되어 거짓으로 수감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어지간한 중죄가 아니라면 고작 ‘협곡 감옥’은커녕 고작 3급 감옥에 수감될 확률이 컸다.

“그래서 네 결단이 필요해.”

루빈의 단호한 눈빛이 네이프를 향했다.

“네가 보낸 감옥 내부 지도를 확인해 봤어. 지도상으로는 틈입하고 빠져나올 만한 통로가 보이지 않더군.”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비밀통로를 알려달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리어스가라면, 분명 비밀통로를 알고 있을 거란 루빈의 계산이었다.

다만 엔조 구출에 성공하면, 제국은 대대적으로 시설을 재조사하게 될 터.

운이 좋으면 비밀통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극히 적었다.

결국 루빈을 지원함으로써 그리어스 가문은, 자신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구축해 놓은 비밀통로를 잃게 될 것이었다.

루빈이 말하는 ‘결단’은, 그걸 감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

네이프는 침묵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알겠습니다.”

‘협곡 감옥’에 구축한 비밀통로가 하나뿐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루빈의 요청을 거부할 정도로 아까운 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래야만 하니까. 거부해 봤자 루빈 도련님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네이프에게 최악은 고작 감옥의 비밀통로를 잃는 게 아니었다. 바로 루빈이 목숨을 잃는 사태였다.

루빈이 끝까지 ‘협곡 감옥’에 들어가려 한다면, 네이프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어떡해서든 이 도련님이 살아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세이렌의 분노를 사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킬리언의 말처럼, 암살검가의 희망이 될 존재니까.

“고마워. 내가 붙잡히더라도 그리어스 가문엔 피해 가지 않도록 하지.”

“그리 신경 써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리어스 가주는 어쩐지 루빈이 이 작전을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네이프는 루빈과 쿠제에게 비밀통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 * *

그리어스 가주와의 이야기를 끝내고, 곧바로 트레스덴으로 이동한 루빈과 쿠제.

침입은 날이 저물 무렵 시작할 계획이었다.

네이프는 트레스덴의 길목에서 기다리다 보면, 그리어스가의 가신이 나타날 거라 했다.

작열하는 햇빛이 사라질 때까지, 루빈과 쿠제는 숲속 그늘에 몸을 숨겼다.

“…도련님.”

경계하기 위해 넓게 펼친 암연. 그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쿠제가 나지막이 루빈을 불렀다.

“협곡 감옥에 정말 엔조가 있을까요?”

“사실 확률은 반반이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

“도련님은 그보다 더 확신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루빈은 어깨를 으쓱였다. 왜 이렇게 확신에 차 보이는지, 궁금하겠지.

사실 루빈이 한 추론만으로는, 엔조 로렌치니의 소재가 ‘협곡 감옥’일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도구 반출의 흐름이나 칙명부의 수상한 행적조차 엔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루빈에겐 쿠제에게 밝힐 수 없는 또 하나의 확증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회귀자라는 점.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2년쯤 지나, 협곡 감옥에서 사건이 하나 벌어진다.’

루빈의 기억에 의하면, 그것은 칙명부가 자기들 세력 일부를 도려내는 작업이었다. 이를테면 칙명부의 내부 정리랄까.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었다. 칙명부 수장 룰포는 이따금 필요에 따라 자신들의 수하들을 물갈이하곤 했으니.

다만, 이전까지는 룰포의 직속들이라 할 수 있는 무인들이 그 일을 도맡았다. 칙명부의 비전검술을 익힌, 소위 고위급들이라 할 만한 자들이 직접 손에 피를 묻혔다.

그런데 이때는 좀 특이했다. 칙명부는 이때의 숙청에 암살검가를 동원했다. 루빈이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때 암살검가 가신들의 역할은 협곡 감옥으로 침투하는 것. 침투하여 그곳의 죄수들 중 일부를 암살하는 것이었다.

‘엔조는 분명 그 사건에 휘말려 죽었을 거다.’

이는, 페르와 엔조가 ‘각성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맞춰진 퍼즐이었다

루빈이 알고 있는 대로라면 아직 2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긴 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루빈이 카포티니로 오고 페르의 인생에 개입하게 되면서, 칙명부가 페르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시점에도 변화가 생겼을지 모른다.

그러니 미리 움직여야 했다.

“그나저나, 쿠제.”

루빈은 화제를 바꾸었다. 쿠제의 불안을 덜어줄 겸, 로이넨서가 좋아할 만한 화제를 꺼내는 것이다.

“지금 연구 중인 암술에 대해서 얘기해 줘. 며칠 전에 말했던 그거.”

쿠제를 수다쟁이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연구 의지를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쿠제는 말을 멈출 줄 몰랐으니.

게다가 최근 쿠제가 떠올린 그 암술은, 루빈에게도 꽤 유용한 것이었다.

마침 티나도 없겠다, 쿠제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번 암술은 은신입니다.”

“은신?”

“현재 암살검가의 대표 은신술은 기척을 사라지게 하면서 음영 속에 섞여들거나, 암연으로 적의 시각을 움켜쥐어 일시적으로 시야에 혼란을 주는 것이었죠.”

“그런데?”

“저는 지물(地物) 속으로 감추는 암술을 개발할 겁니다.”

루빈은 쿠제가 지물 ‘뒤’가 아닌 ‘속’이라고 말했다는 걸 놓치지 않았다.

“바위나 벽 속으로? 그게 가능한가?”

“암연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방출된 암연은 지물을 감지하고 재질을 파악하는 게 전부이니까요. 그래서 마법이 필요합니다.”

쿠제는 세간에 드러나 있는 마법들에 대해서도 꽤 조사를 해두었던 모양이다.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 있다고 판단한 건 ‘공간 확장’이었다.

“아냐, ‘공간 확장’으로는 불가능해. 그건 말 그대로 단순 ‘공간 내부를 확장’하는 거거든. 그러니까, 방이나 동굴, 집처럼 공간 안에서만 가능한 거지.”

그때였다. 루빈의 머릿속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 것은.

“…잠깐. ‘성질 변화’. 그거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

이는 쿠제조차 떠올리지 못한 새로운 단서였다. 뭔가를 깨달은 쿠제도, 자신이 지닌 마법적인 지식을 최대한 쥐어짰다.

“순간적으로 벽의 재질을 다른 뭔가로 바꾼다는 말씀이신가요?”

“맞아. 우리가 구상하는 거랑은 다른 방식이긴 한데. 마법사들은 물체의 성질을 바꿀 수도 있거든. 우리 경우엔, 외부는 그대로 벽이지만 내부의 일정 공간은 물이 되는 거지.”

“물의 성질이 가장 안전하겠군요. 모든 물체에는 물의 성질이 함유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만약 그게 가능하더라도, 물속에 잠기는 것과 같을 겁니다.”

“잠수하는 것과 똑같을 거야.”

루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암살자에게 잠수는 제약이 되지 않는다. 암연을 이용한 호흡이라면, 물속에서 10분은 거뜬히 버텨낼 수 있었다.

지물과 하나가 되는 암연.

그리고 지물의 상태를 변환시키는 마법.

이론적으로는 얼핏 가능해 보이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마나, 그게 문제야.”

루빈의 마나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오러와 마나가 하나의 환 안에 공존하기에, 나중에라도 충분해질 수 없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마적석.”

“네, 그것만 있으면, 거기에 마법을 내장해 놓고 언제든 펼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최소 2급 마적석은 되어야겠지요. 이 정도 마법이라면 그마저도 금방 닳아버리고 말겠지만요.”

“2급 마적석이라도 하나로는 어림도 없을 거 같은데. 1급 마적석이 필요할 거야.”

1급 마적석이라니.

쿠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급 마적석을 아예 후보에도 두지 않은 이유는, 그게 그만큼 구하기 힘들어서만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 구하더라도, 그건 아무나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태생의 조건.’

1급 마적석은, 오직 황족의 피를 가진 자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빈도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도련님, 1급 마적석은 황족만이…….”

그때였다. 두 사람의 암연 위로 그들이 기다리던 가신이 감지됐다. 쿠제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이제야 오는군.”

저 멀리서부터 짐수레를 끄는 소가 다가오고 있었다. 수레에 뭐가 담긴 건지, 가까워질수록 악취가 극심해졌다.

“시체 운반이었군요.”

덜커덩거리던 수레가 루빈 앞에서 멈추었다. 쿠제 말처럼 수레 짐칸에는 시체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시체는 베야네그로 곳곳에서 모인 것.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할 만큼 돈이 없거나 신분이 낮은 자들이었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시체를 죄다 얼려두었는데, 트레스덴까지 오면서 대부분 녹아버린 것이다. 악취도 그 때문이었고.

루빈을 향해 예를 갖추려는 가신에게, 루빈은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이제 시체 될 사람한테 인사는 무슨.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알려줘.”

“…시체들을 한데 묶어놨습니다. 안에 약간의 조치도 해놨고요. 두 분이 시체들 틈에 들어가 있으면 한꺼번에 소각장으로 떨어트릴 겁니다. 높이가 꽤 되지만, 안전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다음에는 그리어스 가주가 알려준 대로 이동하면 되겠군.”

“그렇습니다. 그럼 준비되셨습니까, 도련님?”

루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가신이 수레 뒤쪽으로 갔다. 층층이 쌓인 시체 중 일부를 들어 올리니 정말로 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생겼다.

악취가 쏟아지는 그 틈으로, 루빈과 쿠제는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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