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살검가 로이넨-133화 (133/258)

제133화. 장교육성위 (2)

장교육성위 후발대가 캔시온에 도착하기 전.

수풀 속에서 대기하던 루빈은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를 하네케에게 말해주었다.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니.

10년 뒤, 장교육성위의 시험을 치르다가 모휘 마법학교에 닥치게 될 마나 재해. 그로 인한 수많은 사상자들.

‘물론 제가 회귀하면서 뒤죽박죽됐을 수도 있지만요.’

-아니,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필연이네. 마법사여단은 항상 폭탄을 들고 다닌다는 뜻이잖나.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뿐 반드시 일어날 재앙이야.

루빈이 보기에 하네케는 미래의 사태에 어떤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깊숙이 내려앉는 하네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따지고 보면, 그 폭발 사고는 나로부터 비롯됐다고도 할 수 있겠어…….

장교육성위와 차출시험.

이 모든 것의 뿌리가 하네케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장군을 지내면서, 언제나 하네케는 뛰어난 장교들을 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신분의 제약 없이 본연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는 시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대장군부 내, 장교육성위가 창설된 것이다. 오직 지휘관의 역량만을 가려내는 아홉 단계의 시험 말이다.

-물론 대장군부 안에서는 빛을 볼 수 없었네만…….

그의 말처럼, 하네케의 개혁은 성공할 수 없었다. 기득권 세력의 반대 때문이었다.

명망 있는 검술명가를 비롯한 기존의 무인 귀족들은, 하네케가 만든 선발 체계를 용납하지 않았다. 제국군 고위장교를 점유하는 건 오로지 귀족뿐이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아무리 제국 대장군이라 해도, 브리온 가문의 가주라 해도 혼자의 목소리만으로는 귀족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

결국 장교육성위는 힘을 잃고 해체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는데…….

그때, 마법사여단이 나섰다. 조직을 자신들에게 편입시켜 달라 요청한 것이다. 장교육성위의 취지와 목적은 분명 매력적이었으니.

-그때 나를 설득하려고 찾아온 자가 키건이었네. 지금의 카포티니 마법학교 교장 말이야.

‘흥미로운 얘기네요. 그래서 어떻게 됐죠?’

-별수 있나. 승낙했지. 난 제국에 충성하는 사람이지, 정치 놀음하는 사람은 아니거든. 적어도 그때는 말이야.

하네케다웠다.

대장군부와 마법사여단이 경쟁 관계임을 알면서도, 장교육성위를 넘기면 권력의 무게추가 기운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네케는 오직 제국의 부흥을 위해 그리 결정한 것이었다.

-어쨌든. 그 이후에 다른 자는 몰라도 키건과는 가깝게 지내게 되었네. 친우가 되었다 해야 하나.

‘그럼 장교육성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대충은 아시겠네요?’

-아니, 전혀. 키건은 공사 구분이 뚜렷한 자야. 우리 사이에 공적인 이야기는 조금도 없었네. 아까도 말했지만, 대장군부와 마법사여단이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거든.

‘흠.’

제국의 축을 담당하는 두 부서, ‘대장군부’와 ‘마법부’. 두 권력 집단의 내부 경쟁은 언제나 치열했다. 그리고 이는, 그 휘하 조직에도 자연스레 적용되었다.

쉽게 말해, 무인은 대장군부에, 마법사는 마법부에 편제된 셈. 하지만 ‘특수여단’이라 불리는 조직들은, 그 경계가 모호했다. 공식적으론 전부 대장군부에 속하지만, 예외인 여단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수여단으로 분류되는 ‘거혈족여단’이나 ‘수혈족여단’은 대장군부에 속한다.

하지만 ‘마법사여단’은 좀 달랐다. 이들은 편제상 대장군부 소속이었지만, 실질적으론 마법부 소속에 가까웠다.

그런 그들이, 친대장군부 성향의 장교육성위를 흡수한 것이다. 당연히 친마법부 성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하네케가 고안한 시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홉 단계로 이루어지는 시험 체계도 그대로 유지했고요.’

-그래,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들에겐 ‘시험마도구’가 있지. 자네가 부수겠다는 그것 말일세.

장교육성위를 흡수한 마법사여단은, 친마법부 성향의 위더스푼 가문과 협력하여 시험마도구를 만들었다.

둘의 차이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바로 그 시험마도구에 있었다.

하네케는 넓은 평야에 거대한 시험장을 축조하여 재능 있는 아이들의 능력을 확인하려 했다.

반면, 마법사여단은 시험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 제약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마도구 하나에 그 모든 걸 집약한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 시험마도구에 말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어찌저찌 시험마도구만 부술 수 있다면, 차출시험 자체를 폐기할 수도 있단 뜻이지.

‘맞아요. 정확합니다.’

-루빈.

‘네.’

-복수를 위해 그걸 부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로써 1급 마적석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내 납득하네. 근데 어떻게 그걸 해내겠다는 건지는 솔직히 의문일세.

물리적인 충격으로 시험마도구를 파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제아무리 황족의 피를 지닌 루빈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대체 무슨 수로 부수겠다는 건지. 하네케는 상상할 수 없었다.

이에 루빈은 가뿐하게 대답했다.

‘회귀 전 기억으로요.’

루빈은 회귀 전, 자신이 암살했던 어느 감찰부원의 보고서를 또렷이 기억했다. 거기에는 마나 폭발 사고의 원인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외부 충격으로는 파괴가 불가능하지만, 시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래서 굳이 시험에 참여하려는 거고요.’

다만, 그러려면 몇 가지 특정 조건이 필요했다.

‘우선 1,000분의 1로 폭발 수준을 낮추어야 합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으려면 말이죠.’

-그건 어떻게 할 셈이지?

‘시험마도구가 과부하 상태여선 안 됩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과부하시켰을 때 폭발력을 낮추려면요.’

-그게 단가?

‘아니요. 하나 더 있어요. 회귀 전 폭발 사고 당시의 책임자. 이번에도 그여야 합니다.’

그래야 보고서에 나와 있는 대로 사고를 똑같이 재현할 수 있었다.

-왜지? 꼭 같은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그자를 이용할 거거든요.’

루빈은 회귀 전, 감찰부원 보고서에 적힌 내용을 똑똑히 기억했다.

-책임자의 아집과 오만이 시험마도구를 폭탄으로 만들었다.

달리 말하면, 이번 계획이 성공하려면 ‘책임자의 아집과 오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

하지만 확신은 없다. 두 사람이 일치하려면 순전히 운이 따라야 했으니.

‘회귀 전과 지금은 10년의 시간 차가 있어요. 하네케, 장교육성위 위장의 임기가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흠. 대장군부의 어느 조직이든, 10년이면 장의 보직이 바뀔 만한 시간이네만…. 마법사여단은 내 정확히 모르겠군. 5년? 어쩌면 10년일지도.

네이프 그리어스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장교육성위의 위장은 올해 새로 임명됐다고 했다.

워낙 비밀리에 움직이는 조직이다 보니 더 자세한 정보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다.

‘후발대로 도착할 위장이 10년 뒤에 사고를 촉발한 그 사람과 동일인이라면…….’

시험마도구를 파괴할 수 있다.

그럼 루빈은 1급 마적석을 얻을 수 있을 거고, 하네케는 사고가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복수에는 한 발 더 가까워지겠지.

그때였다.

루빈이 넓게 펼친 암연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캔시온으로 향하는 길목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저기 왔구먼.

루빈은 수풀 깊숙이 몸을 숨겼다. 때마침 궁금증이 일은 하네케가 물어왔다.

-회귀 전에 그 책임자는 어찌 되었나? 당연히 엄벌을 받았겠지?

하네케는 그 처분으로 사형을 예상했다. 수많은 모휘 마법생도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의 책임자라면, 당연히 그래야 했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

‘아뇨. 아무 처벌도 안 받았습니다.’

타닥타닥.

저 멀리서 여러 발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처음 시야에 들어온 건, 거대한 짐짝을 나누어 든 채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하급장교들이었다.

그들이 짊어진 것은 결합되기 전의 시험마도구. 모두 다섯이었다. 전생에 보았던 보고서대로, 시험마도구는 작동 전에는 5등분 형태로 있는 것이다.

-어째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거지?

‘현재 나이로 그는 새파랗게 젊은 장교일 겁니다. 아마 스무 살쯤.’

-새파랗게 젊은이가, 어찌 장교육성위의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는 겐가?

‘그건 곧 알게 되겠죠. 어쨌든 그는 현재 마법사여단장의 심복입니다. 10년쯤 뒤에는 그가 받는 신뢰가 더 깊어질 거고요. 그리고-’

현재 마법사여단장 직책은 위더스푼가의 장남이 맡고 있었다. 바로 클로이의 큰오빠였다.

‘그 책임자 놈은 10년쯤 뒤에 위더스푼가의 일원이 될 겁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하네케가 헛헛하게 웃었다.

현재 위더스푼 가주의 딸은 클로이뿐이다. 이 말은, 10년 뒤에 이자가 그녀의 남편이 된다는 소리였다.

‘클로이가 그자를 정말로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대륙을 떠들썩하게 하는 소식이긴 했죠.’

-귀족의 혼사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법이지. 더구나 제국귀족이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걸세. 다만, 이상하군.

‘무엇이요?’

-위더스푼의 딸이면 당연히 황족과 연결될 줄 알았는데…. 어쩌면 마법사여단장이 힘을 실어주었을 수도 있겠군.

위더스푼가의 장남의 힘이라면, 아무리 클로이라 한들 결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루빈은 그럴싸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위더스푼이라는 든든한 처가 덕분에, 책임자는 모든 책임에서 벗어났습니다. 폭발 사고에 관한 어떠한 처분도 받지 않았어요.‘

처분을 받기는커녕 황제가 직접 그 뒤처리까지 해주었다. 바로 암살검가를 시켜 관련 사건의 진실을 파묻은 것이다.

이 또한 제국귀족의 힘이라고 해야 하나.

-루빈. 가장 후미에서 걸어오는 저 사내가 그자인가?

암연을 시각에 집중시키자, 일시적으로 시력이 증강했다.

하네케의 말대로, 젊은 장교가 걸어오고 있었다. 절도 있는 몸짓과 표정에서 엄격함이 배어 있었다. 동시에 그 특유의 오만함도.

‘맞습니다. 장교육성위 위장, 폰드리안 예프.’

숨기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저 오만함이, 결국 엄청난 마나 재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젊은 느낌이긴 해도, 보고서에 새겨져 있던 초상화와 생김새가 같았다. 회귀 전 책임자가 분명했다.

‘그럼 조건 하나는 달성한 셈이고, 이제 시험마도구 상태만 살피면 되겠네요.’

-만약 자네 말대로 파괴한다면, 어쩌면 저 폰드리안이라는 장교는 위더스푼가의 사위가 되지 못할 수도 있겠어.

하네케의 말대로였다. 10년 뒤라면 모를까, 현재 마법사여단장이 폰드리안에게 보내는 신뢰는 그리 깊지 않을 테니.

‘그럴 수도 있겠죠. 클로이에겐 미안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전 별 관심 없습니다. 황제에게 복수하는 것 그리고 1급 마적석. 필요한 건 이것뿐이니까요.’

* * *

장교육성위 시험관들이 캔시온으로 들어갔다. 기다리던 선발대가 재빨리 나와 상관을 향해 군례를 올렸다.

폰드리안 위장은 손을 휙 저어 군례를 받았다. 시험마도구를 짊어지고 있던 다섯 명의 장교가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걸 조심히 내려놓았다.

장교생도를 차출하는 조직답게, 이들 중에는 병사나 부사관이 없었다.

이들 모두 마법학교에 재학하던 중에 지금 그들이 준비하는 이 차출시험을 치렀고, 높은 성적을 거두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그 선례의 정점이랄 게 바로 현재 위장으로 있는 폰드리안이었다. 그는 수년 전 아메릭마나에서 차출되어 양성된 엘리트 장교였다.

게다가, 제국귀족이자 마법명가인 위더스푼가와의 연결점까지. 모두가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사내였다.

“부관, 보고부터 하지.”

“예, 위장님. 현재 지시하신 대로, 카포티니 귀족들에겐 시험에 대해 흘려두었습니다.

폰드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밀하게 준비되고 기습적으로 단행되는 시험이었지만, 일부 귀족들에게는 이 사실을 예고해 두기도 했다. 그는 ‘정치’가 무언지 정확히 이해하는 자였으니까.

“여기 마법학교와는?”

“오늘 저녁쯤 접촉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취합한 평판에 따르면, 이곳 교장 성정이 꽤 드세다고 합니다.”

“협조를 안 할 수도 있다는 건가?”

“시험관들의 운신이 제한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쪽엔 삼휘 마법사가 없다 보니…….”

“일단은 하겠다는 대로 놔둬. 사상 처음으로 삼휘 마법학교에서 치러지는 거니까 합당한 대우는 해줘야지.”

“그런데 위장님, 교장이 퇴역장교라 합니다. 그래서 여단본부에 군복무 기록을 요청해 봤는데…….”

“마법사여단 소속이었다는 거지? 이름이 뭔데?”

“키건입니다.”

“흠…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뭐 어쨌든 은퇴한 늙다리들이야 마법학교 가면 한둘쯤 만나게 되는 법이니까. 그래봤자 삼휘잖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직속부관은 뭔가 말을 붙이려다 말았다.

그는 위장보다 지긋한 군인이었다. 그러나 아메릭마나에서 차출되며 탄탄대로를 달리는 이 젊은 장교의 부관으로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폰드리안이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요직을 역임하고 있는 것도, 마법사여단장 콘래드 위더스푼이 가까이 두는 사람이라는 것도 사실이니까.

“위장님, 클로이 영애께는 언제 알리면 되겠습니까?”

“아, 그건 됐어. 새벽에 시험장을 구축하고 나서 내가 직접 찾아뵙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부관은 비워둔 축사에 미리 가서 대기하고, 주변 통제하도록.”

폰드리안은 장교들을 둘러본 뒤 소리쳤다.

“자! 15분간 휴식한다! 그후 마도구를 결합하여 시험 가동을 해보겠다!”

“예!”

* * *

마도구의 시험 가동을 위해 비워놓은 축사는 캔시온에서 가장 커다란 건물이었다.

“시험 장소가 될 곳이 아르페지오관? 거기에 이만한 공간이 있다는 건가?”

“예, 옛 전란 시기에 방공호로 쓰이던 공간이 있습니다. 여기보다 세 배가량 넓습니다.”

“적당하군.”

루빈은 모든 기척을 죽이며 장교육성위를 지켜보았다. 장교육성위는 캔시온 외부의 보안에 더 신경 쓰는 나머지, 시험 가동을 위한 축사에는 경비가 허술했다.

저 말에 따르면, 차출시험은 학생용 식당이 있는 아르페지오관에서 치러질 터.

“이제 결합해.”

폰드리안 위장의 지시에 따라, 다섯 장교가 담당하고 있는 마도구의 부분들을 들고 나왔다.

각자 꺼낸 건 작은 기둥이었다. 기둥들은 네 마디로 분절되어 있었는데, 분절 부위마다 스스로 간격을 유지하는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철컥, 철컥.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각 기둥은 분절 부위를 움직여 사각형을 만들었다. 그렇게 사각형이 다섯 개 만들어졌다.

“위장님. 여기 있습니다.”

“조심히 다뤄라. 조심히.”

직속부관이 결계마법이 새겨져 있는 상자를 가져왔다. 폰드리안 위장이 결계마법을 해제하여 안에서 꺼낸 건, 손가락만큼 작은 유리병.

‘저게… 황족의 피.’

1급 마적석에 내장된 마법을 가능하게 하는 황족의 피.

유리병을 눈앞으로 당겨 상태를 확인한 폰드리안은, 곧바로 각 사각형의 한쪽 꼭짓점에 황족의 피를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

휘이이이.

피를 인식한 1급 마적석이 작동을 시작했다. 사각형들은 저절로 떠오르더니 축사의 각 모서리를 향해 날아갔다.

흩어진 마도구에서는 빛이 방사되어 나왔고, 그 빛은 공간 안에 일정한 잔상을 만들었다.

휙휙 지나가는 잔상들 속에, 내일 치러질 시험장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정식 가동되는 내일은 지금 바라보는 저 공간들이 실재(實在)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루빈이 집중하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그는 현상마법을 펼치는 마도구의 상태에 집중했다.

‘아직 푸른빛이 섞여 있어.’

마도구가 쏟아내는 빛에는 미세한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회귀 전 보았던 감찰부원의 보고서에는, 시험마도구가 가동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푸른빛이 점차 사라진다고 쓰여 있었다.

푸른빛이 사라지는 만큼 마도구의 마나 압력이 강해지고, 폭발력 또한 커진다는 게 핵심이었다. 다시 말해, 저 푸른빛이 화약 역할을 하는 셈이었다.

‘푸른빛이 겉에서 맴돌 때 폭발했다면, 사상자가 하나도 없었을 거라고 했었지.’

다행히 지금은 푸른빛이 눈에 보이는 상황. 마도구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럼 폭발하더라도 위력은 미미할 것이다.

‘일단 두 조건 전부 충족됐고.’

이제부턴 예정대로 시험을 치르며 저 마도구를 부수고, 1급 마적석을 얻어내면 그만이었다.

이윽고 축사를 빠져나온 루빈. 그는 장교육성위의 경비를 간단히 뚫고, 곧바로 카포티니로 향했다.

차출시험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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