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살검가 로이넨-160화 (160/258)

제160화. 셀록 (4)

동굴 밖으로 나온 루빈은 곧바로 오스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동굴 여기저기 흩어진 생도들 중에서 오스카를 찾기 위해 암연을 다룰 필요는 없었다.

오스카를 감지하는 셀록이 길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주머니 속 구슬은 옷 밖으로 볼록 튀어나와 방향을 지시했고, 루빈은 그를 따라 곧장 걸어갔다.

-루빈.

‘네, 하네케.’

-이제야 대화할 여유가 생긴 것 같군. 솔직히 나도 자네만큼 놀라서 말이지.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네.

하네케로선 그저 멸종한 그리폰을 보는 것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선택받은 자들’, ‘반신(半神)의 지성체’였다니. 그가 살아오면서 지녔던 지식의 범위를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자네 가문을 돕는 그 거미 있잖나. ‘2차 선택’ 때, 시험을 주관했던 그놈 말일세.

‘몽환거미 말이죠?’

-그래, 맞아. 그럼 그놈도 ‘반신의 지성체’ 중 하나인 건가?

루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요. 셀록의 말대로면 ‘반신의 지성체’도 여러 층위로 나뉜다고 했으니, 그중 한 층위에 속해 있겠죠. 셀록과는 또 다른.’

-그럼 셀록보다 층위가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겠군.

‘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언젠간 전부 알게 될 겁니다. 제가 알아낼 거거든요.’

-좋아. 찬성하네. 나도 점점 이 세계의 비밀이 궁금해지던 참이거든. 어쨌든, 자네가 만나고 싶어 하는 로이네크로우의 원류 말인데. 누굴지 짐작 가는 게 있나? 그 몽환거미는 아닐 테고.

루빈도 그렇게 생각했다. 반신의 지성체이긴 하나, 몽환거미는 생존을 위해 암살검가에 기생하는 놈일 뿐이다.

셀록에게선 불멸하는 존재만이 품을 수 있는 초연함이 느껴졌지만, 생존에 집착하는 몽환거미는 그렇지 않았다. 셀록과의 격의 차이가 온전히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몽환거미의 가치가 아예 없다고 볼 순 없었다. 놈이 반신의 지성체임은 불변하는 사실이었으니까.

‘이참에 몽환거미를 한번 찾아가 봐도 좋겠네요. 얻어낼 정보가 꽤 있을 거예요.’

-동감이네. 우리 목표 달성이 훨씬 더 앞당겨질 것 같은 예감인데.

새삼스럽지만, 하네케의 ‘우리’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았다. 함께 지낸 지 어느덧 수년. 비록 지금은 영혼의 상태이지만, 그는 전무후무의 전설적인 제국 대장군이었다.

하네케를 성장시킬 방법 또한 이 세계 어딘가에 존재하리란 직감이 들었다. 이 또한 머지않아 밝혀내리라.

-내 예감으론, 텔마흐의 목을 베기 전까지 꽤 많은 반신의 지성체를 만날 것만 같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모두가 아군이 되진 않을 거라는 것, 알고 있겠지?

물론이다. 전생에 셀록과 싸웠던 것처럼, 반신의 지성체와 다시 싸워야 할 수도 있었다. 죽일 수 있는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텔마흐는 얼마나 알까요?’

문득 떠오르는 의문.

고룡의 신체를 제 무기와 갑주로 썼던 놈이다. 온 대륙을 자기 발아래에 두었으니, 얼마나 많은 비밀을 알고 있을지.

어쩌면… 놈은 이미 몇몇 반신의 지성체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하네케의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때마침 루빈이 찾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길을 안내하던 셀록도 어느새 잠잠해진 상태.

“어, 루든!”

오스카가 복면을 슬쩍 벗겨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뒤로 넘긴 로브의 후드엔 뭔가를 엄청나게 채워놓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죄다 마핵초였다.

호언했던 것처럼 닥치는 대로 마핵초를 채집해온 건지, 후드가 빵빵해지다 못해 곧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배낭을 멘 사람처럼, 걸을 때마다 몸의 중심이 뒤로 쏠린다.

“내가 말했지, 너랑은 비교도 안 되는 마핵초 찾아낼 거라고! 루든, 넌 얼마나 땄냐? 아, 그리고 너 로브 꼴이 그게 뭐야? 아주 걸레짝이구만! 잠깐 못 본 사이에 광부 체험이라도 다녀온 거냐? 아, 그리고, 너 클로이 시녀가 해준 요리 먹어 봤지? 이 몸도 오늘 먹어봤단 말이지. 아, 그리고…….”

이러다 ‘아, 그리고’가 무한정 늘어날 것만 같아서 얼른 말을 잘랐다.

“오스카, 가이젠 교수님 못 봤어?”

“가이젠? 그 사람을 왜 나한테서 찾아? 네가 계속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었어?”

“음, 어쩌다 보니까 길이 엇갈렸거든.”

그때, 저쪽에서부터 걸어오는 달리아가 보였다. 보아하니 오스카의 수다를 못 견뎌 멀리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달리아, 채집 많이 했어?”

“별로.”

앞선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는지, 달리아가 루빈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가이젠 교수님, 아까 입구 쪽으로 가던데? 아마 한 시간은 됐을걸.”

“어, 루든! 오랜만이네. 너 로브가… 무슨 일 있었어?”

뒤따라 다가온 사람은, 걱정부터 하는 클로이.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근데…….”

뭔가가 이상했다. 셀레스네가 보이지 않았다. 클로이 옆에서 절대 벗어날 리 없는데.

“클로이. 셀레스네가 안 보이네?”

“아, 셀레스네…. 지금 잠깐 어디 갔어.”

“널 놔두고?”

“응.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클로이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루빈으로선 그렇지가 않았다. 셀레스네가 클로이를 놔두고 단독으로 움직였다는 것. 그거야말로 심상치 않은 문제가 일어났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콰콰콰콰쾅!

엄청난 굉음이 동굴 안에 울렸다. 일순간, 지진이 난 것처럼 동굴이 흔들리며 천장에선 돌들 일부분이 떨어져 내렸다.

“헉! 뭐야, 이게 갑자기! 또 장교육성위인 거냐!”

루빈은 암연을 최대한 넓게 펼쳤다. 충돌이 전해진 건 동굴의 입구 부근. 거기에서부터 인영이 셋 감지됐다.

‘젠장, 로젠탈러. 곱게 나갈 것이지.’

거리가 멀어 인영 셋이 누구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루빈은 그중 하나가 로젠탈러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가이젠과 셀레스네일 확률이 높았다.

‘로젠탈러는 동굴에 먼저 와 있어서 셀레스네의 존재를 예상하지 못했겠지. 자기 아가씨에게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사소한 거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시녀라고.’

어쩌면 셀레스네가 로젠탈러를 발견해서 쫓은 걸 수도 있다. 아니, 루빈은 틀림없이 그럴 거라 생각했다.

방금 전의 이 충돌. 결코 가벼운 전투가 아니다. 5성 무인이 전력을 다한 거고, 이곳에서 그만한 전투 상대는 셀레스네 아니면 베니테즈 뿐.

개굴-개굴-

“헐, 어두워진다…. 형광개구리들이 다 밖으로 나가는데?”

위협을 느낀 형광개구리들이 일제히 동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동굴 곳곳에 퍼져 있으면서 불을 밝혀주었던 형광개구리가 사라지자, 동굴은 단숨에 깜깜해졌다.

암연을 지닌 루빈으로선 어둠에 지장이 없지만, 마법생도들은 달랐다. 마법을 쓰지 않는 이상 그들은 그저 어린애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금은 모두 흩어진 상태. 교수들이 상황을 통제한다 해도, 한자리에 모이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터.

‘마법사들은 못 느끼겠지만, 방금 그 충격으로 동굴이 위험해졌어.’

언뜻 보기엔 동굴은 다시 안정된 상태.

그러나 암연으로 섬세해진 루빈의 감각은 너무도 분명한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곧 무너질 수 있으니, 얼른 밖으로 나가라는 본능의 울림.

툭툭.

“…….”

아니나 다를까, 로브 주머니 속에 있는 셀록도 루빈을 툭툭 치며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 우물쭈물하면 당장 튀어나와 페르만이라도 피신시키겠다는 것 같았다.

“클로이.”

루빈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달리아 조원들만 데리고 나가도 그만이지만, 학교에 참사가 발생하는 건 그에게도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음?”

“마법을 써서, 지금 퍼져 있는 생도들을 모두 밖으로 빼내는 게 좋겠어.”

“동굴 상태는 괜찮은 거 같은데?”

“아냐. 정말로 위험해.”

“루든 말이 맞을 수도 있어. 무인의 감각, 뭐 그런 거지?”

루빈을 도와준 건 달리아였다. 장교육성위의 차출시험 과정 덕분에 무인의 재질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네가 마법을 써줘, 클로이.”

“루든, 마법을 쓰라니? 왜 그러는데?”

오스카가의 물음에 루빈은 단호히 답했다.

“그야 야외 수업 규칙과 상관없이 마법을 써도 되는 건 클로이뿐이니까. 클로이라면 아무도 뭐라 못 할 거야. 교수님들도 아직 심각성을 인지 못 하고 있으니까.”

그 말에, 클로이는 미소로 화답했다. 결정을 내린 그녀 얼굴 옆으로, 내면화된 휘식이 나타났다.

피이이이잉.

처음에 나타난 건 얼굴 크기만 한 빛 덩어리. 이내, 그것은 작은 조각처럼 하나하나 뜯겨 나오더니, 수십 마리의 참새 모습이 되어 동굴 안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파닥. 파다다닥.

“가서, 친구들을 모두 동굴 밖으로 안내해. 동굴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내 목소리를 전해주고.”

그 지시에 빛의 새들이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됐지, 루든.”

“그럼 나는 동굴 입구로 가볼게. 거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아.”

“셀레스네도 거기 있을 거야.”

“그럴지도. 너희들도 곧바로 따라 나와. 클로이. 그 빛덩어리, 나한테 조금만 줄 수 있어? 내가 직접 조금씩 뜯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클로이가 또다시 빛덩어리를 만들어, 그걸 루빈 손에 얹어 주었다.

“너희들은 내가 남긴 표식을 따라오면 될 거야. 난 입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야, 루든. 그냥 우리랑 같이 가면 되잖아.”

그럴 수는 없었다.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셀레스네와 로젠탈러의 싸움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안 돼. 너희도 최대한 빨리 뛰어야 할 거야. 입구에서 싸움이 더 심해지면 동굴도 금방 불안정해질 테니까.”

“싸움이라고? 입구에서?”

오스카는 루빈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어둠을 가르는 루빈의 질주가 시작됐기에.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속도에, 거기에 있던 세 사람은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다.

사아아아.

루빈은 질주하며 동굴 속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클로이가 준 빛덩어리를 조금씩 뜯어냈다.

그의 암연은 지형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데다, 기억력도 완전했다. 덕분에 질주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루빈은 전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로젠탈러와 셀레스네였다.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 주변에 숨을 헐떡이는 가이젠도 있다.

“끄흐으윽.”

가이젠이 울먹이듯 신음하는 이유는 허리 쪽에 입은 검상 때문. 피를 쏟아내고 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아마 제때 셀레스네가 끼어든 거겠지.

‘이 정도로 멍청이는 아닐 줄 알았는데.’

루빈은 빠르게 전투 현장을 살폈다. 둘의 전투가 어떤 양상으로 벌어진 건가 가늠했다.

로젠탈러가 화를 참지 못해 가이젠을 습격했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셀레스네가 때마침 그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였다.

로젠탈러는 셀레스네의 계획에 없던 개입과 예상치 못한 경지에 놀랐을 거고, 그건 셀레스네로서도 마찬가지였을 터. 상대가 평범한 이도 아니고, 무려 5성의 무인이었으니까.

“셀레스네.”

루빈이 다가가자, 셀레스네가 돌아본다. 그녀 어깨는 피로 물들어 있다.

“…루든 도련님이군요.”

루빈은 얼굴을 가린 천을 잠깐 들쳤다. 그러곤 순간적으로 로젠탈러와 시선을 교환했다. 다행히 밝혀진 건 아직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크흐흐윽.”

이제 가이젠은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로젠탈러에게서 습격당한 것만으로도 제정신이 아닐 텐데, 갑자기 말짱히 돌아온 루빈을 보니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물러나시죠, 도련님. 위험한 상대입니다.”

“너도 꽤 다친 것 같은데.”

“…멀쩡합니다. 위험하니 물러서세요. 저자, 최소 5성의 무인입니다.”

“5성……?”

루빈은 거짓으로 놀란 척했다.

“비키세요. 곧 다시 돌진해 올 겁니다.”

셀레스네는 루빈을 슬쩍 밀쳐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원휘 휘식이 빠르게 그려졌다.

피이이잉.

피이이잉.

그녀 등 뒤로 거대한 ‘불의 낫’ 세 개가 떠올랐고, 다친 왼쪽 팔엔 강인한 돌로 이뤄진 갑주가 만들어졌다.

흙계열의 방어마법 ‘기암갑’과 화염계열의 공격마법 ‘화염곡’. 모두 고차원의 마법이었다.

위더스푼의 시녀다웠다. 유려하면서도 강인한 마나. 그녀의 마나 경지는 5성이었는데, 이건 어지간한 마법학 교수들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찮다. 작열하는 5성 경지의 오러가 ‘롭슨의 비검’ 전체를 감싸며, 공간의 기압을 올리고 있었다.

‘일단 오늘은 살려 보내주마, 로젠탈러.’

루빈은 이렇게 생각했다. 셀레스네가 없는 자리에서,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상대이기에. 오늘만은 목숨을 보전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셀레스네와 협동하면 로젠탈러야 쉽게 이길 수 있겠지만, 그건 루빈이 원하는 깔끔한 상황이 아니다.

셀레스네에게 부득이하게 자신의 경지를 드러내야 하는 데다가, 비검을 손에 넣는 것에도 차질이 생기고 만다. 로젠탈러의 죽음엔 목격자가 없어야 했다.

“셀레스네.”

잠시 멈춘 전투가 다시 시작되기 직전. 루빈이 셀레스네를 불렀다.

“지금 동굴 내부 상황이 심상치 않아. 너랑 저 무인의 싸움 때문에 동굴이 곧 붕괴될 거라고. 싸움이 계속되면 안에 있는 클로이는 더 위험해질 거야.”

클로이의 위험을 거론하자, 셀레스네 눈빛이 달라진다. 그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게 보이는 듯했다. 5성의 무인을 해치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그건 클로이를 지키기 위한 일.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 클로이가 동굴에 갇히고 마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개굴개굴-

개굴개굴-

그때, 루빈이 앞질러왔던 형광개구리들이 하나둘씩 그들을 지나쳐 동굴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작은 생물체들일수록 생존에 대한 감각이 예민한 법이지. 곧 붕괴가 닥쳐올 것임을 암시했다.

그때.

콰콰쾅!

로젠탈러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형광개구리들을 검격으로 모두 터뜨려버렸다. 그 충격에 또다시 동굴이 흔들렸다.

“…어쩔 수 없군요 저자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가씨부터 챙겨야겠어요.”

셀레스네가 마음을 바꿨다. 공격마법을 거두고, 곧바로 동굴 안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에라이, 퉤!”

멀어지는 셀레스네의 뒷모습에, 로젠탈러가 복면을 잠깐 들치곤 바닥에 침을 뱉었다. 루빈이 퇴로를 만들어줬음을 알아챈 것이다.

그 역시 셀레스네와의 전투로 인해 몸 이곳저곳에 부상을 입은 상태. 고마움보다는 짜증이 담긴 시선으로 루빈을 슬쩍 바라보더니, 이내 동굴을 빠져나갔다.

‘후, 일단은 됐군.’

루빈은 로젠탈러를 추격하는 척하기에 앞서, 잠시 가이젠에게 다가갔다.

“흐으윽! 루든 생도.”

‘검은 잎’이 새겨놓은 공포. 그리고 5성의 무인으로부터 살아 돌아왔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까지. 가이젠은 루빈의 숨소리에조차 쥐새끼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교수님, 치명상은 아닌 것 같군요. 죽지 않으실 겁니다.”

아마 며칠 안에 넌 죽게 되겠지만. 루빈은 이런 말까진 덧붙이지 않은 채, 곧바로 일어섰다.

“놈은 제가 추격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루빈은 멀어진 로젠탈러를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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