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살검가 로이넨-164화 (164/258)

제164화. 다가오는 최후 (4)

“여기 와서 한창 재밌었는데, 또 답답하게 됐네.”

창밖을 내다보며 쀼루퉁한 표정을 짓는 클로이. 제국귀족인 그녀를 지키기 위한 제국군 병력은 이전보다 두 배, 아니 세 배 가까이 증원된 상태였다.

병력의 규모만 보자면, 당장 카포티니로 진격해도 두세 시간 만에 도시를 함락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경비대장님.”

클로이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그녀 거처의 경비대를 책임지고 있는 제국군 장교가 서 있었다.

“이만한 병력이라면, 차라리 학교랑 도시에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좀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요.”

경비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가씨. 현재 제국군은 제국귀족을 지키는 것 외, 병력을 투입할 만한 필요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필요성이라는 거, 누가 정하는 건데요?”

묵묵부답. 무례하기보다는, 답변 권한이 없다는 뜻이었다. 클로이는 모두가 들리게끔 한숨을 팍 쉬었다.

“그럼 학교는 어떻게 경비하고 있는 거죠?”

“카포티니는 니스 왕국에 속한 도시입니다. 따라서 니스 왕국의 병사들이 도시의 경비를 강화했다 합니다. 또, 학교는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경비 태세를 갖췄고요.”

“어쨌든 군영도시에서는 저를 지키기 위한 병력 말고는 파견해 주지 않겠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릴리크는 제국을 완성한 이래, 각 왕국 영토에 ‘군영도시’들을 구축해 놓고 있었다.

군영도시란 곧, 각 왕국들을 통제하는 제국의 견제력이었다. 클로이 거처에 새롭게 증원된 제국군 또한, 가장 인접한 군영도시에서 나온 병력.

“군영도시에서 군이 파병되는 것에는 마땅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마땅한 목적이라면?”

“지금처럼 제국귀족을 비호하는 것 외, 반란세력을 축출하거나 왕국을 계도하는 것 등의 목적입니다.”

그야말로 출격 상황의 예시였다.

“…휴, 알겠어요. 도시는 차라리 왕국군이 경비하는 게 낫겠네요.”

이후,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응접실을 나서는 경비대장.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셀레스네가 클로이 쪽으로 다가왔다.

“답답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가씨. 저들한테는 여기 니스의 왕족보다 아가씨가 더 중요할 테니까요.”

“알아, 알겠다고. 교수님을 죽인 자는 여기에 얼씬도 못 하겠지. 물론 애초에 올 생각도 없었겠지만.”

“그건 알 수 없는 거예요, 아가씨.”

“이만한 경비가 뚫릴 수도 있다는 거야?”

그 뜻이 아니었다. 셀레스네가 보기에도 강화된 경비 체계는 완벽했다. 단지 병사들 숫자 늘리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니었으니까.

살인범의 경지가 5성 무인이란 걸 감안하여, 그에 맞설 만한 수준급의 군인들도 대기시켜 놓은 터였다.

“그 말이 아니에요. 5성 무인이라도 이 경비를 뚫어내고 아가씨를 노릴 수는 없겠죠.”

5성 무인뿐일까. 그보다 더한 경지라 해도, 이런 경비 체계를 뚫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 뭘 알 수 없다는 거야?”

“잠시만요.”

셀레스네는 주변을 돌아봤다. 방음막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대화가 외부로 새어나갈 리 없다는 걸 확인하곤, 다시 입을 열었다.

“살인범의 의도 말이에요.”

“그 무인이 나를 노릴 수도 있다는 거야?”

“어쩌면요.”

“그럼 왜 가이젠 교수님을 죽인 건데?”

셀레스네가 방음막을 다시금 확인했다. 클로이는 뺨을 긁적였다. 이 대화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페르 이야기를 하려는 거네.’

페르. 클로이가 카포티니에 온 진짜 이유. 위더스푼의 가주이자 아버지의 명은, 바로 페르를 지켜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왜 가이젠 교수 살해범이랑 연결되는 거지?

‘아! 설마?’

“교수님을 죽인 그자가 페르와 관련이 있다는 거야?”

페르라는 이름이 발음되자, 셀레스네의 날카로운 눈빛이 또다시 주변 곳곳으로 향했다.

고차원의 방음막은 완전하고, 저택을 둘러싼 경비 병력도 견고하다. 그럼에도 비밀의 무게가 가볍지 않았기에 조심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이젠 교수가 누구였나요? 저희가 찾은 페르의 흔적이었잖아요.”

“응, 그게 아니라면 존재하지도 않는 ‘가짜 책’을 만들어냈을 리 없었겠지.”

‘엔조 로렌치니와의 대담집’. 가이젠 교수가 나눠줬던 도서 목록에서 그 책을 확인하는 순간, 클로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루빈에 앞서 가이젠 교수를 찾아갔었다. 그러나 하필 가이젠이 자리를 비웠던 터라, 책에 관한 대화를 할 수는 없었다.

가짜 책. 이후에 셀레스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런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 갑자기 가이젠 교수가 죽은 거죠.”

셀레스네의 말이 이어졌다.

“동굴에서의 습격만으로는 의도를 알 수 없었는데, 그 직후 가이젠 교수가 집에서 살해됐으니 확실해졌어요. 그 무인은 가이젠을 죽여야만 했던 거예요.”

클로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해볼 수 있는 추론으로는 썩 그럴듯했다.

더구나, 가이젠을 죽인 자는 예사 살인범이 아니다. 무려 5성 무인이다. 그래서 셀레스네로선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이젠의 죽음에 페르가 연관되어 있다면, 페르를 찾는 중인 클로이 역시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페르를 찾아서 보호하는 것. 가주님께서 내주신 그 과업도 중요하죠. 하지만 제겐 아가씨의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치, 난 아니야. 난 덜 안전해도 되니까, 얼른 페르를 찾으면 좋겠다고. 흐으음… 왜 이렇게 어려운 거지?”

아버지가 내주신 막중한 과업.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페르라는 아이를 꼭꼭 숨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5성이라는 무인 말이야. 페르를 죽이려는 자일까, 보호하려는 자일까?”

“누가 됐든 위더스푼의 권속은 아니에요. 그게 중요한 거죠. 위더스푼가 사람이 아니라면, 로렌치니 부자(父子)를 노리는 부류라는 뜻이니.”

셀레스네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그렇다면 페르가 위험하다는 건 변하지 않아요. 오직 위더스푼가만이 그들 부자를 보호하려 하니까요.”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셀레스네는 몇 번이나 더 보안 상태를 확인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걱정할 만한 요소는 단 하나도 없었다.

상대가 5성 무인이라는 사실에 지나치게 예민해졌을 뿐이야. 그녀는 그렇게 되뇔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의 대화는 유출되고 있었다. 그것도 경비대장이 방을 나가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제국군의 경비 체계를 뚫어내며 별장으로 침입, 곧바로 클로이의 흔적을 찾아 응접실로 틈입한 사람이 있었다.

‘그림자 장막’ 속 루빈이었다.

루빈은 응접실 벽 속에 잠수한 상태로 꽤 오랫동안 은신해 있었지만, 아직 버틸 만했다.

‘벌써 1시간째인가.’

이왕 이렇게 된 거, 한계치까지 버텨볼 작정이었다. 여기서 알게 되는 사실들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위더스푼가도 페르 일에 관여하고 있었구나. 예상은 했던 거지만…. 그나저나, 클로이는 어떡해야 하지?’

루빈의 눈빛이 한결 짙어졌다.

클로이는 처음엔 경계 대상이 아니었다. 물론, 아메릭마나에서 온 교류학생이라는 명분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분명 다른 내막이 있으리라 확신했지만, 그게 페르였을 줄 몰랐을 뿐이다.

그러다 차츰 클로이가 루빈의 경계망 속을 들어왔다. 칙명부, 각성의 사슬, 엔조 로렌치니…….

이런 사실들이 연쇄적으로 밝혀지면서, 클로이의 등장도 자연스럽게 경계의 대상에 오른 것이다.

결정적이었던 건, 최근의 일들이었다.

엔조 로렌치니 이름으로 된 가짜 책. 그때, 루빈보다 앞서 책을 문의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클로이였다.

워낙 학구열이 높은 아이였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동굴에서, 로젠탈러와 대치하는 셀레스네를 보곤 확신하게 됐다.

‘셀레스네가 야외 수업 틈틈이 가이젠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느꼈으니까.’

셀레스네가 동굴 입구로 나서는 가이젠을 따라붙었기 때문에, 그가 로젠탈러에게 습격받는 순간 끼어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지금 이 사태를 위험으로 인식했다면, 클로이를 위해서라도 카포티니를 떠났을 거야. 그런데 그러지 않았지.’

5성 무인이 만들어낸 공포 분위기에 짓눌려, 어중간한 귀족가 자제들조차 전부 카포티니를 떠나는 판이었다. 그럼에도, 제국귀족인 클로이는 그러지 않았다.

제국군의 경비 체계가 더 견고해졌기 때문일까? 아니다. 클로이로선 카포티니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페르를 찾아야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루빈은 그림자 장막을 터득하자마자, 그 암술을 쓸 만한 곳으로 위더스푼가의 별장을 고른 것이었다.

클로이가 페르를 찾고 있음은, 이곳에 온 뒤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뭔가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었다.

저들 대화 속에 틈틈이 나오는 ‘보호’라는 말. 제국귀족 클로이를 보호한다는 말은 아니다. 바로, 페르를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처음엔 칙명부와 경쟁 관계라 할 수 있는 마법부 쪽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저들 말대로라면, 저들은 페르나 엔조의 각성을 원하는 축이 아니야. 아무도 죽지 않는 걸 원하고 있어.’

게다가 위더스푼 가주, 그러니까 현존하는 4대 대마법사 중 하나인 매큐언 위더스푼은, 엔조의 후원자 중 하나였다.

한때 엔조를 보호해 주고, 그에게 아들을 카포티니로 피신시키라는 충고까지 해준 게 위더스푼 가주였다니.

‘무슨 속셈이지?’

아닌 척하면서 각성을 노리는 기만 작전인가? 아니면, 클로이가 말하는 대로 순수하게 마법사 사회의 평화를 위해?

‘엔조는 히탄의 협곡 감옥으로 가기 전에, 누군가의 비호 속에 있었다고 했었지. 그에 관해 히탄이 계속 캐물었지만, 대답하진 않았다고 했고.’

루빈 역시 그 점에 대해서는 엔조를 추궁하지 않았다. 어차피 새로운 보호자는 루빈 본인이었고, 셀록이 깨어난 지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자 역시 매큐언 위더스푼이었다면?’

그렇다면, 위더스푼가는 페르와 엔조 문제에 생각보다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루빈이 페르를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존재가 되는 셈이다.

그때.

잠깐 멈추었던 두 사람의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 루빈은 펼쳐둔 암연에 집중했다.

“…그리고 오늘 아메릭마나에서 새로운 연락이 왔었어요, 아가씨.”

“아버지한테서?”

“네, 로렌치니 부자를 위한 후속 조치는 다 준비되어 있다고요.”

“후속 조치? 신분을 바꾸는 것 말고도?”

“네, 그들 부자를 위해 속도(屬島) 하나를 마련해 두었다고요.”

속도, 즉 ‘부속 섬’을 말한다.

창공의 섬이라 불리는 아메릭마나. 거대 마나석이 지상으로부터 아득한 높이에 떠 있고, 그 위에 인간들의 터전이 마련된 기이한 영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영지 주변으로 수많은 부속 섬들도 마찬가지로 떠다녔는데, 사람들은 그걸 ‘속도’라 칭했다.

속도는 본도에 비해 작을 뿐이지, 결코 사람이 살지 못할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꿈의 땅에 가까웠다.

‘내가 알기로, 속도에 입주하는 것 자체가 위더스푼가와 긴밀한 관계임을 증명하는 건데.’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속도의 주인이 된다는 것. 그건 제국귀족 위더스푼가의 권속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속도의 주인은 아메릭마나에 한해서 절대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고, 황족이 아닌 바에야 제국의 어떤 귀족도 마음대로 대할 수 없었다.

‘속도에 입주한다면, 거기에 신분까지 바꾼다면. 로렌치니 부자는 칙명부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겠지.’

뿐이랴. 삼휘와 원휘라는 차이가 있겠지만, 카포티니에서는 누려볼 수 없는 고차원의 교육도 받을 수 있을 터. 마법명가 위더스푼이 보유한 마법 지식을 합법적으로, 조금이나마 탐할 수 있는 것이다.

오스카가 지닌 잠재력이라면, 원휘의 교육과정에서도 틀림없이 빛을 발할 것이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안심할 순 없어.’

전부 추측일 뿐이다. 매큐언 위더스푼의 진짜 속뜻은 알 수 없다. 그에 대해 조사하거나, 직접 대면해 이야기를 나눠보기 전까진, 그의 속내를 파악할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은, 속단할 때가 아니었다.

‘엔조를 만나봐야겠군.’

엔조에게서 확인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었다. 만약 그도 위더스푼 가주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면, 위더스푼을 잠정적 아군으로 여겨도 좋을 것이다.

‘그럼, 페르를 믿고 맡겨도 되겠지. 회귀 전보다 더 강해지는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 * *

그날 저녁.

엔조는 랩소디관의 비밀장소를 돌아다니다가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늘이 일그러지면서 인영이 나타난 것이다.

분명 조금 전까지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림자 장막! 오늘 실험한 신기술을 터득한 루빈이 문득 떠올랐다.

“루든?”

그러자, 루빈이 검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여기에서 나갔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아니, 왠지 모르게 서늘하기까지 했다. 마치 루빈을 처음 마주했던 ‘협곡 감옥’에서의 그날 같았다.

“문제라도 있나? 아니면, 페르한테?”

“확인할 게 있어서 왔어요.”

“확인할 것?”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저씨나 페르가 입는 피해는 없으니. 다만,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루빈은 마법사 로브가 아닌 검정색 로브를 둘러쓴 상태였다. 결의가 담긴 눈빛이었고, 엔조로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만한 냉혹함이 깃들어 있었다.

자신의 대답에 따라 루빈이 어떤 큰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야 할 겁니다. 대답에 따라 클로이 위더스푼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

루빈 입에서 위더스푼이 거론되자, 엔조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걸 본 루빈이 짐짓 떠보았다.

“그 반응, 위더스푼가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네요.”

“다행이구나.”

“다행이요?”

루빈은 엔조를 향해 또 한 발짝 다가갔다. 위협이 담긴 행동은 아니었지만, 엔조는 충분히 위협을 느낄 만했다.

극악의 괴수를 바로 눈앞에서 마주한 것처럼, 의지와는 다르게 몸이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다행이다마다. 나는 네가 이미 행동한 줄 알았으니까.”

클로이를 죽일 수도 있다는 그 말.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말이다.

세기의 마법천재이자 제국군의 비호 속에 있는 그 아이의 목숨을 마치 제 손에 올려두고 말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엔조만큼은 전혀 비현실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루빈의 냉혹함, 뛰어난 능력, 그리고 이 아이 뒤에 버티고 있는 장엄한 칠흑과도 같은 정체불명의 가문…….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엔조가 걱정하는 것은 클로이 위더스푼이었다.

“확인한 다음에, 곧장 행동할 겁니다. 그러니 대답해 주시죠. 제가 그들을 적으로 간주해도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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