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살검가 로이넨-177화 (177/258)

제177화. 징벌 (3)

“난 간다, 다음에 볼 땐 제대로 은혜를 갚아주마.”

오스카는 셀록의 등에 올라탔다. 셀록이 커다란 날개를 펼치더니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제 능력으로 셀록을 얻은 것도 아니면서 오스카의 표정은 득의만만했다.

그나저나 끝까지 은혜 타령이다. 전생과 곁들여 생각해보니 이쪽 아니면 저쪽, 복수 아니면 은혜라는 극단의 캐릭터인 것 같았다.

휘우웅- 휘우웅-

힘찬 날갯짓과 함께 오스카가 멀어져 간다.

이제 루빈도 움직여야 할 때. 그런데 티나는 꾸물대며 자꾸만 뭔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잠깐만. 으…! 역시 안 되네…….”

티나의 몸이 순간적으로 빛으로 뒤덮히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로이네크로우에서 다른 생물체로 변신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셀록이라고 했지? 저 푸르뎅뎅한 그리폰. 쟤 모습으로 변신해보려 했는데, 안 되네. 엄청 특별한 존재인가 봐.”

환혈족도 ‘반신의 지성체’로는 변할 수 없는 모양이다. 하긴, 소멸이라는 개념 따윈 없이, 그저 동면을 반복하며 영생을 누리는 존재이니.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저걸로 변하면 꽤 멋질 것 같았는데. 아쉽네.”

“우리도 가자.”

루빈은 입맛을 다시는 티나를 재촉했다.

그 말에 따라, 티나가 날개를 움직여 고공으로 올라갔다. 하늘에서 커다랗게 한 바퀴 비행하더니, 지상의 루빈을 향해 빠르게 강하했다.

사아아아아.

루빈은 티나의 궤적을 가늠하면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티나가 자신의 옆쪽으로 왔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높이 도약했다. 티나가 그의 밑으로 나타났다.

착지와 함께 탑승.

“몸은 좀 나았냐?”

“그럭저럭.”

단 하루였지만 몸 상태는 좋아졌다. 쿠제가 만들어둔 약과 회복을 앞당기는 암연 덕분이었다.

사투 이후 암연이 더 견고해졌다는 느낌도 받았다. 물론, 아직까진 두 암연 각각 5성과 4성. 그러나 6성이 멀지 않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6성이 되면 암연의 특성이 개화되겠지.’

전생에는 밟아보지 못한 경지, 6성.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킬리언이 알려준 바에 따르면 암연이 6성에 도달하게 되면, 고유한 특성이 개화된다고 했다. 킬리언의 경우, 6성이 되면서 다른 암살자에겐 감지되지 않는 ‘무결한 암연’을 얻었다.

그렇다면 날 기다리고 있는 건 뭘까.

‘6성의 저주’라는 필연적인 고통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까, 데이몬도 6성이었지.’

생각이 직속가신 쪽으로 옮겨갔다.

6성에 대해 알지 못했을 땐 그저 가신 중에서 중책을 맡은 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데이몬 역시 6성의 특성을 갖고 있을 거고, 마찬가지로 동반되는 저주도 견디고 있을 것이다.

‘만약 여정에 틈이 난다면.’

짧게나마 그에게 대련을 요청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자와의 대련이란, 흔치 않은 기회임에 틀림없으니까.

‘그나저나, 왜 데이몬까지 온 거지?’

원칙상 직속가신은 저택을 떠나 있어선 안 됐다. 루빈을 부르기 위해 직속가신을 보냈다는 것부터 단순한 엄호 이상의 의미가 담겼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어머니는 그걸 의도하신 걸지도 몰라.’

전혀 가능성이 없는 추측은 아니다.

텔마흐의 징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번 장례식. 특히, 그가 암살검가의 ‘여덟 대가문’을 함께 소집했다는 사실이 사태의 심각성을 높이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흑영가(黑影家)를 신경 쓰려는 건가.’

여덟 대가문을 지칭하는 명칭, ‘흑영가’. 이에 대한 황제의 견제가 벌써부터 시작된 것일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지고 있었다.

* * *

흑영가.

당대 암살검가의 주축을 이루는 가문.

칙명부가 ‘여덟 대가문’이라 칭했지만, 그건 편의상의 호칭이었다. 암살검가의 유구한 역사에는 그들만의 명칭이 있었다.

가주를 지칭할 땐 ‘흑영(黑影)’이라 했고, 흑영이 이끄는 가문을 칭할 땐 ‘흑영가(黑影家)’라 했다.

-수많은 방계 중 가장 강력한 가주 8인이라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루빈은 마차의 창밖으로 눈을 던지며 하네케에게 대답했다. 준마 여섯 필이 끄는 호화 마차는 파무크 대로를 매끄럽게 내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암살검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 알면 알수록 새로운 것들 천지로다.

하네케에게 ‘흑영가’는 꽤나 신선한 개념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유모 퓌레가 흑영가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가르쳐주지 않은 점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영에 오른 여덟 명의 이름을 매번 외워두는 건 시간 낭비니까요.’

-시간 낭비? 아… 생각해보니 그렇겠군. 모든 가주들을 통틀어 여덟 안에 드는 강자여야 한다면, 불변하는 자리가 아닐 테지.

그랬다. 방계 가주들은 자기들끼리 흑영에 올라서기 위해서 도전하고 실패를 맛본다. 대개 5년에 한 번씩 흑영 8인 중 한두 명의 변동이 생겼다.

참고로, 그리어스가의 네이프는 여기에 들지 못했다. 네이프는 방대한 가계도에서 본가에 근접한, 그래서 뿌리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흑영의 기준인 ‘절대적인 무위’에는 충족하지 못했다.

-그럼 자네는 지금의 흑영이 어떤 자들인지 모르겠군.

‘네,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지금으로부터 15년 뒤입니다.’

-15년 뒤? 그러면 혹, 자네와 시험을 같이 치렀던 아이 중에 미래의 흑영이 있던가?

‘네. 두 명이 흑영에 올랐죠.’

그러자 하네케는 ‘2차 선택’ 때의 기억을 되짚는 것 같았다. 누굴까 진심으로 궁금해하면서.

-쿤이로군? 그 막무가내 놈. 그리고 다른 한 아이는 블라네가 아닐까 싶은데.

정확했다.

쿤 크로키슨.

블라네 크리거.

크로키슨 가문은 애초부터 대대로 흑영이 아니었던 적이 드물 정도로 실력자들을 꾸준히 배출했다.

현시점 흑영 8인에도 크로키슨 가주가 있었고, 그의 죽음 이후 가주에 오른 쿤 또한 흑영의 자리를 이었다.

-흠… 대대로 흑영가를 이뤄왔단 말이지. 그러니 본가의 지위를 짓밟으려 넘보는 거겠지.

그리고 블라네.

전생과 달리, 화상으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 빠져 있던 아이.

‘사실 제가 ‘2차 선택’에서 그 아이를 끌어올린 이유도 그 때문이죠. 서른 무렵에 6성. 그리고 원거리 암살의 정점에 올랐던 자라는 걸 기억하니까.’

전생에선, 블라네의 무위를 인정한 그 아비가 가주를 일찍 넘겨주면서 흑영의 기회가 열렸다. 오직 가주여야만 흑영이 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크리거 가주가 된 블라네는, 기존 흑영 중 하나를 꺾으며 그 자리에 올라섰었다.

‘물론, 이번에는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그렇지. 이번에는 그 아이도 있었지. 첫 임무 중에 죽을 운명인데 자네가 살려줬다는 아이.

하밀 쿠니틀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생에선, 칙명부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탓에 독공에 의해 죽게 되는 아이.

이번에는 같은 이유로 죽지 않도록 조치를 해두었으니, 하밀은 틀림없이 쿠니틀리가의 가주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훗날 흑영의 자리를 두고 블라네와 경쟁할 확률이 높았다.

‘중요한 건 미래의 흑영이 아닙니다. 지금의 흑영이 문제인 거죠. 텔마흐가 그들을 소집했다는 건, 본가로서는 달가운 상황이 아니니까요.’

본가와 흑영가.

굳이 크로키슨 가문이라는 예를 들 필요 없이, 흑영가의 지위는 역사적으로 본가와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다.

역사적으로, 본가의 가주가 흑영 8인보다 무위가 약했던 시절은 꽤 잦았다.

흑영 대부분은 6성이었고, 간혹 7성 경지에 오르는 이도 나타났다. 반면 로이넨가의 가주는 단지 순혈이라는 이유로 유지되는 자리였다.

역대 로이넨가의 가주 중에는 심지어 6성조차 아니었던 자도 있었으니.

-아… 그저 나를 죽인 세이렌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겠군.

‘가신들이 없었다면, 본가의 지위는 언제든 위험했을 수 있었을 겁니다.’

암살검가 전체를 지탱하는 기둥이 흑영이라면, 본가를 유지하는 힘은 가신들이라 할 수 있었다.

데이몬이나 킬리언처럼, 6성에 올랐던 가신들은 암살검가 역사에 결코 드물지 않다.

그들은 어지간한 방계 가주보다 강했고, 흑영에 버금갔다. 그런 그들이 충성하는 대상은 본가 가주뿐. 본가 가주가 약하든 강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하네케 말처럼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만요.’

세이렌이라는 유일무이한 가주가 군림하고 있는 현재. 유구한 역사를 통틀어 로이넨의 이름이 가장 빛나는 때라 할 수 있었다.

세이렌의 존재감은 킬리언, 데이몬 같은 뛰어난 가신들조차 그늘 저 깊숙이 밀어 넣을 정도였으니.

-어쩌면 그 점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텔마흐가 장례식을 명분 삼아 징벌하려는 이유 말일세.

루빈은 내심 동의했다.

단순하지만, 이야말로 가장 명료한 이유.

-그렇지 않겠나? 생각해보게. 자네는 다시 태어나 더 강해졌다 하지만, 세이렌 또한 성장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나.

정확했다. 전생이나 현생이나 어머니는 강했다. 전인미답의 경지에 올라선 건 동일했다.

다만 다른 점은, 성장 속도였다. 루빈의 회귀가 어떤 영향을 끼친 건지는 몰라도, 8성에 오르는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회귀 전에는 킬리언이 암레트를 죽였다고 했었지. 하지만 이번엔 세이렌이 제거했어.

순간, 루빈은 백색탑 정상에서 목격했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암레트 심장과 연결된 폭탄을 제거하는 그녀의 날카로운 검격.

모든 암연을 시각에 몰아넣어 지켜봤는데도 눈으로는 결코 따라갈 수 없었던, 그 경이로웠던 검의 경지를.

그 이후로도 세이렌은 황제로부터 여러 임무를 부여받았을 게 틀림없다.

하네케나 암레트처럼 7성 경지를 지닌 인간을 제거하는 일이 아닐지라도, 그녀의 격에 맞는 까다롭고 위태로운 임무들이 주어졌을 터.

‘텔마흐는 다방면으로 어머니를 관찰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텔마흐가 제 시야에서 아직도 루빈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갔다.

애초부터 루빈의 유례없는 성장을 눈치채기 힘든 환경이었던 것이다. 세이렌이라는 거대한 빛이 루빈을 가리고 있었으니까.

‘나로 인해 텔마흐는 페르를 선봉장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때마침 적당한 명분이 생겼고, 그걸 앞세워 암살검가를 제어하려고 하는 거지.’

대체 무슨 속셈일까.

무슨 계획을 세운 거지?

내가 텔마흐라면 어떻게 할까?’

‘이번 장례식은 암살검가를 멸절시키려는 텔마흐의 포석이다. 포석이기에, 처음부터 모든 걸 드러낼 수는 없을 터.’

아직 텔마흐에게 암살검가, 그리고 세이렌은 이용 가치가 충분하다. 당장 세이렌의 검을 제한한다면, 손해 보는 건 텔마흐라는 건 자명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아닌, 15년을 내다보는 징벌을 내리지 않을까.

* * *

루빈 일행을 태운 마차는 파무크 대로를 쉬지 않고 내달렸다. 도중에 마차 끄는 말을 교대하는 것 빼고는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밤에도 이동할 수 있었다. 파무크 대로의 일정 구간은 밤에는 통행이 제한되지만, 그마저도 루빈 일행에겐 허용됐던 것이다.

그만큼 칙명부의 조처가 확실했다는 뜻이었다. 다르게 보자면, 하루빨리 장례식을 치르고 황제의 뜻을 드러내겠다는 의지였지만.

“…….”

한밤중.

루빈은 마차 안을 둘러봤다.

척살조 3인은 나란히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물론 눈만 감았을 뿐 그들의 암연은 경계형으로 널찍이 펼쳐져 있었다.

그 옆에서 쿠제는 골몰하는 표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암술을 구상하는 중인 것 같았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데이몬. 루빈은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데이몬의 형형한 눈빛이 도드라졌다.

“데이몬.”

“말씀하시죠.”

“저택까지 얼마나 남았지?”

“이렇게 쉬지 않고 간다면 열흘 이내로 도착할 겁니다.”

“그래? 궁금한 게 있는데.”

분부만 내리라는 듯, 데이몬이 두 눈을 끔뻑였다.

“그 열흘 동안 내 경지를 끌어올리는 데 며칠이나 투자해줄 수 있지?”

루빈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 말에, 그로칼이 감은 눈을 떴다. 그로칼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해맑았다.

반면 데이몬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가 대화를 이어나갔다.

“도련님, 지금 훈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쿠제가 내 로이넨서이긴 하지만, 쿠제의 전문 분야는 검술 쪽이 아니라서.”

그때 마차가 크게 덜컹거렸다. 그러나 내부의 암살자들 중 자세가 흐트러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너와의 대련이야. 그리고 넌 내가 로제탈러와 싸우는 것도 지켜봤잖아. 내가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루빈이 덧붙이자, 무표정하던 데이몬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나한테는 6성의 체감이 필요해. 흑영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더 견고해졌으면 좋겠어.”

“하루가 걸렸군요.”

“음? 하루라니?”

“파무크 대로에 오른 지 딱 하루만입니다.”

그로칼에 이어, 샤르코와 비르코도 눈을 떴다. 모두 기다렸던 말을 들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암술 구상에 빠져 있느라 뒤늦게 대화를 들은 쿠제뿐이었다.

이제야 상황을 이해한 루빈은 피식 웃었다.

“역시 가주님은 단순한 호위 때문에 너흴 보낸 게 아니었구나.”

“그렇습니다. 호위가 주목적이었다면 저희는 막내 도련님이 아닌 도리언 도련님에게 갔어야 했죠. 첫째 도련님의 경지가 막내 도련님보다 낮으니 말이죠.”

데이몬에 이어 그로칼이 입을 열었다.

“데이몬 님은 사흘을 예상했고, 저는 나흘을 예상했습니다. 파무크 대로에 오르는 걸 기점으로 해서 말이죠.”

“내가 데이몬에게 검술 수련을 부탁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하는 거군.”

“그렇습니다. 참고로, 가주님께선 이틀을 예상했고요. 결국 셋 다 틀렸지만요.”

고작 하루 만에 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누구도 아닌 6성의 거인에게 검술 대련을 신청하다니.

어쨌거나 분위기를 보아하니 데이몬은 요청을 받아주려는 것 같았다.

“다행히 도련님께서 빨리 요청해주신 만큼, 대련의 횟수도 늘어날 것 같군요.”

“하지만 마차를 세울 순 없다는 게 문제인데.”

“게다가 마부와 그 조수는 칙명부 사람이죠. 둘 다 틈틈이 도련님을 살필 겁니다.”

틈틈이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건 루빈 역시 알고 있었다. 마부는 무인은 아니었지만, 칙명부로부터 따로 지시를 받은 건 확실해 보였다.

여정 중에 훈련해야 한다면, 저놈들의 눈까지 속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다행히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소 파편적인 훈련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도련님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일단 데이몬은 자신의 단검을 꺼내어 그 상태를 확인했다. 그다음에는 달리는 마차의 문을 활짝 열었다.

밤중이라 해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달리는 중이었다. 푸드드드듯! 푸드드듯! 강한 바람이 마차 안으로 마구 들이닥쳤다.

마부들은 아직 뒤쪽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칙명부에서 제공해준 마차는 그만큼 컸다.

“흠…….”

데이몬은 마차의 상부를 잡고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의 머리칼이 바람에 마구 헝클어졌다.

“도련님, 일단 티나를 부르시지요. 저희가 몰래 수련을 하려면 티나가 필요합니다.”

“티나? 아, 뭘 하려는지 알 것 같네.”

지금 티나는 다른 로이네크로우들과 밤하늘을 비행하고 있었다. 변신이 필요하다고 전하면, 더는 지루한 날갯짓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반길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의도를 눈치챈 티나가 방향을 틀어 이쪽으로 접근해오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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