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화. 조력자들 (1)
“늦어지는군.”
그랑버드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리 없는 흑영가주들. 어색한 침묵이 어스름홀을 채웠고, 결국 몇몇은 별채로 돌아간 터였다.
그렇게 어스름홀에 남아 있는 건 다섯.
릴, 아논, 데스릴, 카반. 상위 흑영은 모두 있었다. 하위 흑영에서는 말단으로 공인된 베닉이 유일했다.
“두 시간째야.”
아논이 침묵을 깨며 말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는데. 어차피 칙명부 수장이 결정권자인 것도 아니고.”
“그가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어쩌면 가주님을 설득하려는지도 모르지. 그만한 사안이니깐.”
대꾸하는 데스릴. 긴 머리를 치렁치렁 기른 그는 커다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제 무기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지옥연환’이라는 이명처럼, 그가 쓰는 무기는 양쪽 끝에 낫을 매단 쇠사슬이었다.
암살자로서는 거추장스러운 무구인 건 틀림없지만, 흑영이라는 걸 감안하면 특이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데스릴은 거슬리는 시선을 느꼈다.
“쳇, 다 늙어서 새로운 무기라도 욕심내는 건가.”
누군가를 특정하지는 않은 듯 보이는 날카로운 말. 그러자 베닉이 웃음을 흘렸다.
“다 늙어서라? 늙은 사람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 하는 말입니까, 데스릴? 아니, 나만이 아니지. 여기엔 또 다른 늙은이인 킬리언도 있으니까.”
어스름홀에는 다섯 흑영가주 말고도 킬리언이 있었다. 뒷짐을 진 채로 서 있는 모습이 마치 군인같다.
세이렌의 부재를 그의 존재감으로 메우려는 것인데, 두 시간 넘게 술을 못 마시니 죽을 맛이었다.
6성의 저주에 따라, 그 육체 내부에는 혹한이 점점 날뛰고 있었으니.
“제가 킬리언을 두고 그리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혼잣말이었을 뿐이죠. 오해하신 것 같군요.”
“허허, 그 말씀은 결국 날 두고 했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하긴, 릴덴스 가주한테는 나보다는 킬리언이 더 까다롭겠지요. 나야 뭐, 흑영의 말단에 불과하니.”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는 말들. 킬리언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고통을 참아내면서도, 한편으론 가주들 간 내분이 발발하는 건 아닌지 지켜봐야 했다.
흑영들 사이에도 역학관계는 엄연히 존재했다. 연대하는 가주가 있으면, 대척하는 가주도 있는 법.
특히, 상위 흑영이 베닉을 어찌 생각하는지는 킬리언 눈에도 훤히 보였다.
‘나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이런 수모를 견디느니 차라리 제 자식에게 가주를 넘겨주고 말지.’
흑영이 되면 얻을 수 있는 명예와 지위. 그걸 모르지 않는 킬리언이었지만, 그러면서도 흑영에 집착하는 베닉이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흑영 내에서도 노골적인 멸시를 받는 베닉이었다. 그렇다고 밖에서 대단한 위상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이를테면 오히려 좋은 먹잇감에 가까웠다. 흑영에 근접한 가주들은 늘 베닉을 1차 목표로 두었으니까.
‘오랫동안 보아왔지만, 보면 볼수록 모를 작자라니까.’
칠십 대의 킬리언, 구십 대의 베닉. 지금 이 자리에서 베닉의 젊은 시절을 직접 본 사람은 오직 킬리언뿐이다.
지금은 다 늙어버렸고, 얼굴엔 말짱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베닉이지만, 어린 시절 킬리언이 보았던 베닉의 모습은 미남형에 강건한 무인.
지금 모습과는 도무지 겹치지 않는 그의 한때가 떠오르자, 왠지 씁쓸하기까지 했다.
‘젠장, 오아쿰이 땅기는군.’
그건 그렇고.
이번엔 그의 눈길이 릴, 아논, 데스릴 쪽으로 움직였다. 스스럼없이 말하는 태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오래전부터 친구처럼 지내왔다는 세 흑영.
‘셋은… ‘흑결조’로 꽤 자주 활동했다고 했지.’
킬리언이 알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그랬다.
흑결조, 암살 임무를 조직체로 수행하는 개념. 문제적 암살자를 추적하는 척살조와는 다르게, 흑결조는 암살검가 고유의 조직 형태는 아니었다.
흑결조가 생겨난 건, 암살검가가 릴리크 제국에 편입된 이후다. 그러니까 칙명부가 관여하여 만든 방식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로이넨 가주님이 폐하께 제안하는 이 방안 말인데, 흑결조와 비슷한 것 같군. 셋이 아닌 두 명이 움직이는 것은 좀 다르지만.”
때마침 데스릴의 입에서 흑결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아논이 피식 웃었다. 문득 옛 기억들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릴, 아논, 데스릴. 이 셋이야말로 흑결조의 드문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들 이전에도, 그들 이후에도 성공 사례라 할 만한 게 없었으니까.
본가 가주가 명령을 내리는 즉시 조직되는 척살조에 반해, 흑결조는 온전히 자의에 따라 구성되는 조직이었다.
그렇다 보니, 단독 행동을 선호하는 암살자들이 흑결조를 구성하는 건 드물었다. 구성된다 해도 제대로 운용되는 건 더 힘들었고.
“우린 스무 살 넘어서 흑결조를 꾸린 거니까 우리와는 아예 다르지.”
“하긴, 이번엔 로이넨서 교육 중인 자제끼리의 조합이니깐.”
“확실한 건 말이지. 이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루빈 도련님에겐 쉽지 않은 임무가 배정되리란 거야.”
“흑결조 때처럼.”
“그래, 흑결조 때처럼.”
임무 수행자가 혼자가 아닌 만큼, 흑결조에게는 난이도 있는 임무가 주어졌다. 임무의 주기도 짧은 편이었고.
“현재 로이넨서 교육을 받고 있는 자제들 대상이라…….”
문득, 데스릴의 눈길이 카반 크로키슨에게 향했다.
절친한 세 사람의 자제들은 현재 로이넨서 교육 기간에 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반이라면 달랐다.
“그러고 보니, 크로키슨 가주님의 자제가 루빈 도련님과 동년배 아니던가요. 이름이 쿤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렇습니다.”
“루빈 도련님이 만약 쿤을 고른다면, 이거 좀 곤란하겠는데요.”
걱정하는 말과 달리 그 속내에는 크로키슨 가문의 몰락을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킬리언은 그렇게 생각했다.
상위 흑영이라 해도 모두가 같은 처지는 아니었으니까. 카반과 다른 세 사람 사이에는 묘한 위화감이 엿보였다.
“두고 볼 일이죠. 폐하께서 이 일을 윤허해 주실지… 그마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
어깨를 으쓱인 뒤, 카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이렌의 귀환이 계속 늦어지자 그 역시 별채에서 기다리려는 것이다.
“뭐… 제 아들놈은 두 손 들어 반기겠지만요.”
“호오, 그래요?”
“쿤은 루빈 도련님이 허무하게 죽는 걸 그 누구보다 원치 않을 겁니다. 아직 갚아야 할 게 많다면서요.”
“갚아야 할 거라고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썩 나빠 보이지 않더군요.”
그 말을 끝으로, 흑영들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카반 크로키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스름홀을 떠났다.
* * *
“지금쯤 돌아오시지 않았을까요?”
퓌레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그녀는 숨을 크게 내쉬며 연거푸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답을 바라는 표정으로 쿠제를 바라봤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지금 루빈의 별채 안에서 서성이고 있는 두 사람은, 암살검가를 둘러싼 암운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칙명부 수장 룰포의 방문과 장례식. 그리고 이어진 루빈의 제안. 그후 루빈이 세이렌과 함께 룰포의 그랑버드로 향했고, 두 시간이 넘게 귀환하지 않는다는 것.
루빈의 사람이었기에 이만한 흐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외 가신들은 알살검가의 향방이 다름 아닌 루빈에게 달렸다는 걸 알지 못했다.
“안 되겠어요.”
“예?”
“어스름홀에 가야겠어요!”
“거길, 지금 들어가시겠다고요? 퓌레 님이?”
“물론…! 들어가진 못하죠. 그냥 멀리서 분위기라도 살피려고요.”
그러던 퓌레가 간절해진 눈으로 쿠제를 쳐다봤다.
“아니면, 쿠제 님이 가보실래요? 도련님 로이넨서니까, 그만한 자격이 될 텐데요.”
“아무리 로이넨서라도 그 회의에 들어갈 자격이 안 된다는 거 아시잖아요.”
“그렇게 나오신다면, 제가 미친 척해보죠!”
퓌레는 결의에 가득 차 별채를 나가버렸다.
난처함에 머리를 헝클이던 쿠제도 결국엔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티나도 그렇고, 퓌레도 그렇고. 본가에는 참 막무가내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과 함께.
로이넨서와 유모.
짧은 시간이었지만, 별채에 머물면서 퓌레와 쿠제는 꽤 가까워진 터였다. 루빈의 허락하에 둘은 루빈에 대한 각각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했다.
‘내가 봐온 도련님과는 또 다른 모습.’
얌전하고 순종적이고 서고에만 처박히던 아이. 자신이 보아온 모습과는 너무도 판이했기지만, 쿠제는 납득할 수 있었다.
도련님은 분명 의도적으로 움츠리고 있었던 것이리라.
반면 퓌레는 쿠제의 이야기에서 절반 정도는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과감하기 그지없고, 어쩔 땐 잔혹하기까지 한 루빈의 모습을 믿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렇게 물에 내놓은 애 생각하듯이 하는 거겠지.’
제물이 되겠다는 루빈 결정을 전해 듣곤 사색이 되었던 퓌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나 쿠제는 루빈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향상심을 드러내리라는 걸 알았다. 가문을 위해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
‘로이넨가는 크로키슨 가문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구나.’
루빈을 만나기 전까지 크로키슨가의 가신으로 있던 쿠제였다.
로이넨가와 크로키슨가의 차이점?
본가는 순혈의 정통성을 획득하고 있다지만, 한편으론 지나치게 제약이 많았다.
이를테면 자제들은 로이넨서와 위장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이론 외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방계가들은 가주의 묵과하에 다양한 수련을 해왔고, 그중 크로키슨가는 유독 심했다.
퓌레 같은 유모만 봐도 차이는 극심했다. 크로키슨가의 유모는 혹독하기 이를 데가 없었으니까.
‘그런 곳에서, 나는 무능한 실패자였지.’
수 대째 흑영을 이어온 크로키슨가였다. 그곳에서 쿠제는 함량 미달의 가신일 뿐이었다. 가까스로 로이넨서 자격에 올랐던 그를 냉큼 후보로 내보냈던 것도, 사실상 폭탄을 제거하려는 심산이었다.
루빈 도련님에게 선택받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생사가 어찌 됐을지.
“쿠제 님.”
“예?”
앞서 걷던 퓌레가 우뚝 멈췄다. 왜 멈춘 건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퓌레의 앞에 한 흑영가주가 서 있었으니까.
“오랜만이구나, 쿠제.”
하필이면 카반 크로키슨이었다. 어스름홀에서 나와 흑영들에게 제공된 별채로 향하던 중인 것 같았다.
“…가주님.”
멸시를 받았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움츠러드는 자기 자신이 느껴졌다.
물론, 쿠제를 노골적으로 핍박했던 건 카반보다는 그 아들 쿤이었다. 카반은 그걸 개의치 않아 했을 뿐.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자, 퓌레는 예를 갖추며 뒤로 빠졌다. 카반은 가볍게 웃었다.
“아무리 너라 해도 지금 상황에 본가의 하녀와 단순히 시시덕거리는 건 아닐 테고. 어딜 가던 길이지?”
“…도련님에 대해 알아보려 어스름홀로 향하던 길입니다.”
“너도 나름 로이넨서다, 이건가? 아쉽지만 헛고생이다. 도련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칙명부 수장과의 이야기가 길어지는 모양이야.”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쿠제는 퓌레와 눈빛을 교환한 뒤, 다시 별채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카반의 말이 이어졌다.
“아직도 그 괴이한 발상을 내려놓지 못했더냐?”
괴이한 발상이란 게 무엇을 지칭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암연 말씀이십니까.”
“네가 그 몽상만 접었더라도 너는 우리 가문에서 꽤 쓸 만했을 거다, 쿠제. 약하긴 해도 멍청하지는 않았으니까.”
지난 2년. 쿠제는 자기 자신이 달라졌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간 무수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 모든 성과는 루빈이 이뤄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반의 무시를 마주하자, 자존심이 꿈틀거렸다. 반발심이 솟구쳐 옛 가주를 향해 자신의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림자 역장, 그림자 장막을.
‘그러나… 도련님의 허락 없이는 드러내선 안 되는 거겠지.’
쿠제는 숨을 내쉬었다. 이 순간을 참아내야 했다. 나중에 더 좋은 때가 있으리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수밖에.
“…보아하니, 아직도 그 기질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군.”
그런데 그때였다.
카반과 쿠제 둘 다 놀란 눈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뒤늦게 퓌레가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갔고, 그제야 두 로이네크로우를 타고 하강하는 루빈과 세이렌을 발견했다.
“돌아오셨어……!”
루빈과 세이렌은 곧바로 어스름홀로 향하지 않고, 착지 지점을 그들 곁으로 잡았다.
날개를 퍼덕이며 바닥에 내려앉는 두 로이네크로우. 티나는 민트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쿠제를 향해 까아아악 울어댔다.
“돌아오셨습니까.”
카반이 두 사람을 향해 예를 갖췄다.
“…….”
쿠제와 카반을 한 번씩 쳐다보는 루빈.
앞서 무슨 일이 있었을지, 대강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전 가주는 여전히 쿠제의 진면목을 모르고 있다는 거지.
“칙명부 수장과의 일은 잘 해결됐습니까?”
루빈이 다가오자, 카반이 물었다.
“아무래도 황궁의 대답이 있으려면 며칠은 더 기다려야겠지요?”
“아뇨,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예?”
“어스름홀에서 모든 가주님들을 모아놓고 말씀드리도록 하죠. 그러기에 앞서…….”
한 번 더, 루빈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다음 뒤에 서 있는 세이렌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가주님. 제가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무엇이더냐.”
“이 자리를 빌어 크로키슨 가주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쿠제 마르틴이라는 인재를 길러주셨으니까요.”
“무슨 의미인지 알겠구나.”
다음 순간 루빈은 카반조차 놀라움을 숨기지 못할 만한 일을 벌였다.
그 앞에서 직접 ‘그림자 역장’을 펼친 것이다. 쿠제가 창안한 첫 번째 암술이었다.
“……?”
곧 루빈에게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암연의 흐름을 감지한 카반 크로키슨. 일정한 반경이 점차 펼쳐지면서, 반구형의 암연으로 구축되는 게 절절히 느껴졌다.
그리고.
“……!”
정원의 묘목이 바람결에 나뭇잎 하나를 떨어트렸는데, 때마침 그게 그림자 역장 속으로 들어왔다.
‘무중력?’
나뭇잎이 허공에 떠 있다! 카반은 놀란 눈으로, 완벽한 무중력에 갇힌 나뭇잎을 바라봤다.
“이게 쿠제의……!”
“크로키슨 가주님.”
“……?”
“제게 쿠제는 놓쳐서는 평생 후회했을 기연입니다. 뒤늦었지만, 그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군요. 가주님 덕에, 전무후무의 로이넨서를 얻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옆에 서 있는 쿠제의 몸이 떨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온몸에 흐르는 전율을 참지 못하고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세이렌 또한 감탄하는 눈으로 쿠제를 바라봤다.
“재미있구나. 나도 데이몬에게 말로만 들었던 건데, 상당한 암술이군. 네가 여기에 머무는 동안 본가의 가신들에게 그걸 가르치도록 해야겠다.”
“예, 가주님.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세이렌의 말에, 카반은 머릿속이 복잡해진 듯했다. 동공이 마구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크로키슨 가주님께는 뛰어난 가신을 내어주신 공로로, 서운하지 않을 만한 무구를 내어드리지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뭘요, 그 어떤 것을 내어드려도 본가가 득을 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