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살검가 로이넨-191화 (191/258)

제191화. 조력자들 (2)

세이렌은 모든 흑영들이 모인 자리에서, 황제가 루빈의 제안을 윤허하였음을 알렸다.

“정말입니까? 그렇게나 빨리 말입니까?”

디븐 칼둔이 눈이 동그래져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약 세 시간 사이에 황제의 대답까지 들을 거라 생각지 못했던 터였다.

통신석을 이용한대도 상당한 회로를 거쳐야 했을 텐데.

“마적석을 이용한 거군요. 그것도 황족만이 작동시킬 수 있는 마적석으로.”

샤케스 페아르의 말에 다른 가주들이 곧바로 수긍했다. 그 정도라면 곧바로 황궁과의 소통도 가능했을 터.

심지어 흑영 중 몇몇은 세이렌이 암살검가 가주이자 황제의 이복동생이라는 사실도 떠올렸다. 극소수에게만 허용된 정보였지만, 흑영 중에는 거기에 닿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 회의도 끝이로군요.”

“이번과 같은 소집은 다시는 없으면 좋겠습니다. 또다시 모든 흑영이 로이넨 가주님을 뵙게 된다면, 그건 안 좋은 쪽으로 심각한 사안일때문일 테니.”

사태가 일단락됨에 따라, 흑영들의 얼굴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

사실, 세이렌은 흑영들에게 모든 사실을 밝힌 건 아니었다. 그녀는 두 가지 사실을 묻어두었다.

하나는, 이미 루빈이 황제로부터 첫 번째 과업을 부여받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루빈이 실패할 경우 유예했던 징벌이 모두 집행되리라는 것. 어떤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 이유를, 루빈은 알 것 같았다.

‘황제의 폭압이 추가됐다 한들, 흑영은 반발할 수 없어. 원래부터 모두가 합의했던 거니까.’

흑영의 반발을 차단한 게 아니라, 루빈의 심리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려는 것이다.

이제부터 가문의 명운은 온전히 루빈만이 짊어질 수 있었으니까. 부담감 속에 출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들 가문으로 귀환하셔도 됩니다. 저는 루빈과 좀 더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현 시간부로 회의를 종결하며, 본가 가주로서 배웅은 없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 말에 흑영가주들이 한 명씩 세이렌에게 예를 표하고는 어스름홀을 나섰다. 더는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던 터라, 대부분 오늘 안으로 로이넨 저택을 떠날 작정이었다.

“가주님, 저는 며칠 더 머무르고자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단 한 명만 빼고.

‘베닉. 무슨 수작이지?’

하필 다른 이도 아니고 베닉 베나르가 그렇게 요청하자 루빈은 그 저의가 의심됐다.

훗날 상위 흑영 셋으로부터 보구를 빼앗을 남자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아직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았는데, 로이넨 저택에 남겨두는 게 꺼림칙했다.

하지만 루빈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세이렌이 결정할 일이었으니까.

“그러도록 하시죠.”

세이렌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어스름홀을 나서는 베닉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옆에 서 있는 루빈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렸다.

“걱정 말거라. 베닉은 믿을 만한 자야.”

“…알겠습니다.”

어머니는 저 노회한 가주가 흑영 중 최강자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계신 걸까? 8성 경지에 다다랐다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쨌거나 어머니의 호언에 따라, 루빈도 더는 그 문제를 붙들지 않았다. 혹여 베닉이 악의를 품고 있다 한들 걱정할 건 없었다.

여긴 로이넨 저택. 루빈이 맞설 수 없는 상대일지라도, 데이몬과 킬리언이 있었다. 그리고 최강의 경지에 오른 자, 세이렌 로이넨이 있으니까.

“루빈. 이제 너의 과업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꾸나.”

모두가 나가고, 루빈과 세이렌만 남은 어스름홀. 이제부터는 과업에 관한 이야기였다.

‘북부초원에서 발견됐다는 오러의 흔을 조사하는 것…….’

텔마흐는 이 오러를 두고 ‘사라져야 했을’ 오러라 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텔마흐의 눈 밖에 난 검술명가의 잔존 세력이라는 뜻이다. 그들 일가를 모두 절멸시켰는데도 불구하고,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루빈.”

“예, 가주님.”

“6개월 전, 북부초원의 한 농부가 괴이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맹수를 발견했다. 운이 좋았다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테지. 괴수가 아닌 맹수에 불과했고, 그저 농부는 공들이지 않고 가죽을 구하게 된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농부는 운이 없었다.”

하필 인근 지역을 순찰 중인 제국군이 농가에서 맹수의 시체를 찾아낸 것이다.

괴이한 흔적. 제국군 장교는 그게 곧 오러의 흔적이라는 걸 알아봤다. 검의 궤적이 다소 엉성하긴 해도 분명 오러의 흔이 드러났던 것이다.

‘검의 궤적이 엉성하다?’

지금, 엉성하게 남은 오러를 쫓으란 말인가?

그때, 세이렌의 설명이 다시 이어졌다.

“알고 있겠지만, 북부초원은 유목민족 투흔족의 터전이다. 옛 시절에 비하면 상당 부분 협소해졌지만.”

투흔족은 오래 전부터 북부초원 곳곳에서 살던 민족이다. 하지만 세이렌의 말처럼, 그들은 대륙 통일 후 텔마흐가 허락한 북부초원 일부에서만 거주할 수 있게 됐다. 왕국들의 전란시대 때와 비교해보자면 고작 1할 수준에 불과했다.

텔마흐가 투흔족에게 그만한 터전이라도 남겨준 이유는, 그들의 쓰임새가 명백했기 때문이다.

북부초원으로부터 더 북쪽으로 나아가면 이른바 ‘극지’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바로 괴수 범람지대 중 하나였다.

괴수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거대한 장벽을 쌓아두었는데도, 제국으로선 뭔가 미심쩍었던 것이다.

텔마흐는 투흔족을 일종의 방파제로 활용했다. 만에 하나 괴수들이 장벽을 넘어온다면? 투흔족이 일종의 봉화대 역할을 하도록 말이다.

이쯤 되니, 루빈은 오러의 정체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투흔족의 오러가 아니었던 거군요.”

세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투흔족 안에도 오러의 환을 지닌 자들이 있기에, 전승되는 오러가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북부초원에서 발견된 오러가 투흔족의 것이었다면, 굳이 추적까지 명할 리는 없을 터.

“그래. 맹수의 사체에서 발견된 오러는 결이 달랐다. 북부초원 인근에서 발견될 수 없는 것이었지. 그리고-”

맹수의 시체는 제국군 본부로 옮겨졌고, 거기서 오러의 흔을 조사하게 됐다.

“조사 결과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되는 오러라는 게 밝혀졌어.”

루빈이 아는 한, 그것은 단 하나뿐이다.

“멸문한 검술명가의 오러였군요.”

세이렌은 침묵했다. 긍정의 의미였다. 그녀는 잠시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르르르.

창가 앞에는 그녀의 로이네크로우 로호가 고고하게 버티고 앉아 있었다. 세이렌은 로호의 부리를 살짝 만지며 말했다.

“삶을 살다 보면, 때때로 운명의 테두리가 보이곤 하지.”

“…….”

“네게 이 오러 추적 임무가 주어진 것도, 내겐 운명의 한 모퉁이처럼 보이는구나.”

세이렌은 추위에 시달리는 것처럼,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쪽 팔뚝을 감쌌다.

문득 루빈은, 세이렌이 감싼 신체 부위에 오래된 상흔이 새겨져 있음을 떠올렸다. 바로, 하네케를 암살하는 과정에서 남은 상흔이었다.

지금의 루빈의 몸에 하네케의 영혼이 빙의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검날이 저길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루빈.”

“예, 가주님.”

“나는 네가 흑칠의 오러를, 브리온 오러를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데이몬에게 보고받으셨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 생각보다 영민하구나. 하지만 앞으론 더 영민하게 굴어야 할 거다. 특히나 비밀이 많은 자라면 더욱더.”

세이렌이 루빈을 향해 반쯤 고개를 돌린다. 창 너머로 붉은 햇빛이 그녀를 비추었다. 이에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점멸하듯 빛났다.

“세상엔 다양한 빛의 오러가 있지만, 칠흑빛만큼은 희귀하지.”

“…….”

“너는 1차 선택에서 우승하고도 고작 하네케의 검날 조각을 선택했다. 누가 보아도 무기라 할 수 없는 하품 중의 하품이었지. 난 늘 그 이유가 궁금했단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구나.”

빙의.

역시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암살검가의 가주로서 그녀가 획득한 수많은 정보들과 세상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들. 그리고 그중 하나인 ‘빙의’의 개념을 말이다.

세이렌은 막내아들에게 칠흑의 오러를 발현시켜준 존재가 누구인지 깨달은 것이다.

“하네케 브리온. 그자가 네게 검의 길을 열어주었어.”

그러곤 세이렌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루빈보다도 하네케가 먼저 알아차렸다. 내면에 자리 잡은 하네케 역시 똑같이 고개를 숙였으니.

세이렌에 대한 경의였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제 안의 대장군도 가주님께 경의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그래. 비록 황명에 의한 암살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무의 극(極)을 체험했다. 그 덕에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하네케의 흡족한 미소가 느껴진다.

하지만 루빈은 궁금했다.

루빈이 맡은 임무와 하네케 브리온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걸까. 대체 무슨 연유로 어머니는 자신의 운명이 보인다는 걸까.

“루빈, 북부초원에 가본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래, 그럴 거라 생각했다. 맹수의 사체에서 찾아낸 그 오러, 그건 브리온 오러였다.”

“예?”

순간적으로 제 심장 쪽을 움켜쥐는 루빈. 그 이유를 짐작하는 세이렌이었다. 루빈보다도, 하네케의 충격이 훨씬 크다는 의미겠지.

“…대장군에게 진정할 시간이 필요하더냐?”

루빈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가주님, 하네케 브리온의 가문은 멸문하지 않았습니까?”

분명 하네케의 손자는 죽었다. 반역자로 몰린 손자 펠키온은 머리가 잘렸을 뿐만 아니라, 그 머리는 들개들의 장난감이 되었다. ‘빛과 반역의 탑’에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북부초원이 아니라, 차라리 대륙 서부의 ‘협곡 감옥’에서 브리온 오러가 발견됐다면,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건 루빈의 것이었으니까. 탈옥 사태 때, 루빈은 의도적으로 오러를 남김으로써 자신의 흔적을 숨긴 터였다.

‘어째서 북부초원에서 발견된 거지?’

세이렌의 말이 이어졌다.

“임무 이후, 브리온가가 역사에서 지워지는 과정을 난 똑똑히 보았다. 하네케의 손자뿐만 아니라 그 권속들도 남김없이 말끔히 숙청됐지.”

“…브리온 검법서도 함께 불타버렸을 텐데요.”

“글쎄, 모르겠군.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북부초원으로 흘러갔을지도.”

그때였다. 충격을 가라앉힌 하네케의 목소리가 루빈의 내면에서 울렸다.

-고작 검법서만으로 브리온 오러를 발현한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일세.

루빈은 그 말을 세이렌에게 전했다. 루빈 내면에 하네케가 빙의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한 세이렌은 짧게 미소 지었다.

“그렇습니까. 하나, 제거될 그 당시에 대장군은 황제 폐하와는 다른 생각을 내비치지 않았던가요? 이민족에 대한 정책 말입니다.”

이민족, 즉 투흔족이었다.

그 당시 황제는 투흔족의 영역을 기존보다 좁히길 원했고, 그래서 하네케에게 명을 내렸었다. 투흔족 일부를 척결하라는 지시를.

하네케가 그 명령을 유보하면서, 황제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그게 세이렌의 검을 부른 실질적 이유였다.

“투흔족 탄압에 소극적이었던 대장군. 그리고 공교롭게도 투흔족 터전에서 발견된 브리온 오러까지.”

“…폐하의 심기를 건드리기 딱 좋은 구실이군요.”

“그래. 루빈, 하네케 님은 뭐라 하시더냐?”

“이건 황제 폐하가 하사하신 과업과 무관하게 꼭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그렇게 말하는군요.”

“그게 네 운명이라 말한 이유다.”

-…….

북부초원에서 브리온 오러가 발견됐다는 사실에 대한 하네케의 감정은, 기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의외였다.

제국의 대장군이자 한 검술명가의 가주였던 하네케였다. 후손도 없이 오러가 떠돌고 있다는 건 그에겐 명백한 불명예였다.

비록 그 명성이 반란자의 가문으로 퇴색됐다 한들, 브리온의 이름이 도용당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루빈! 당장이라도 그 실체를 확인하고 싶군. 언제 출발할 텐가?

그 조급한 마음을 짐작했는지, 대답은 세이렌한테서 나왔다.

“칙명부에서 정식으로 임부를 부여하는 절차가 있을 테니, 며칠은 이곳에 더 머물도록 해라.”

하네케가 아쉬운 한숨을 내쉬는 게 느껴졌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머무는 동안, 쿠제가 창안한 ‘그림자 역장’을 가신들에게 전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킬리언과 데이몬, 그리고 랭 척살조가 우선순위다. 그럼 본가의 다른 가신들에게도 쉬이 전파될 거야.”

루빈의 눈동자에 열의가 깃들었다.

창조된 그 순간부터, ‘그림자 역장’은 단 한 번도 루빈만을 위한 암술이 아니었다. 루빈은 언제나 이 암술이 가신들의 무기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토록 빨리 그 기회가 주어질 줄이야. 이 모든 게 매피스의 죽음이 만들어낸 발로(發露). 그건 결코 어둡지만은 않았다.

“만약, 가주님께서도 궁금하시다면…….”

의자를 밀어내며 일어난 루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신들뿐만 아니라, 어머니 또한 장착해야 할 암술인 건 분명했으니.

지금이 아니라면 다음에라도.

하지만-

“내게 스승 노릇을 하고 싶더냐?”

피식. 세이렌이 웃었다.

“아까 크로키슨 가주 앞에서 네가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나 또한 네 가르침을 받아들였겠지. 하지만 그럴 필요 없게 됐다.”

그 말인즉.

“이미 체득했으니까.”

세이렌의 말은 허풍이 아니다. 루빈은 알 수 있었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세이렌은 루빈의 암연이 어떤 식으로 운용되는지, 오차 없이 정확히 감지한 것이다.

“독창적이고 탁월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짜임이더구나. 네가 어찌 크로키슨가에서 실패자로 낙인찍혀 있던 쿠제의 천재성을 알아봤는지. 난 또 하나의 궁금증을 얻었다만-”

“…….”

“이를 풀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몫이겠지. 늘 그랬듯.”

그르르르.

로호의 낮고 깊은 울음. 세이렌은 창문을 열어 녀석에게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루빈에게도.

“돌아가서 쉬어라. 오늘 하루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알겠습니다. 가주님.

루빈은 문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기 전,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 루빈은 다시 돌아섰다.

“가주님. 방금 전 말씀해주신 가신들 말고, 그림자 역장을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티나를 말하는 것이더냐?”

고개를 가로젓는 루빈. 티나라면 지금이 아니어도 가르쳐줄 기회가 많았다. 정작 본인이 배움을 지겨워해서 문제일 뿐.

“그럼 누구지?”

“도리언 형님입니다.”

세이렌이 고개를 돌렸다. 루빈이 농담을 하는 건가 싶은 것이다. 그만큼 의외라는 말이겠지. 차기 가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면, 도리언에게 비기를 가르쳐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왜?

“도리언을 능욕할 생각이라면, 접어두어라.”

“아닙니다. 진심으로 도리언 형님께 알려주고 싶습니다.”

도리언을 능욕하거나 조롱할 거였으면, 진작에 그랬을 것이다.

이제 루빈에게 도리언은 경쟁자가 아니었다. 굴복시켜야 할 대상 또한 아니었다.

‘도리언도 강해져야 해. 어쨌거나 함께 싸워야 할 사람이니까.’

루빈의 통제하에, 키워내야 할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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