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화. 지금 이 순간부터
“할아버지!”
투명한 계단을 타고 적운으로 올라오는 하네케 모습에, 라유비아가 소리치며 다가왔다.
“잘 버텨주었구나, 라유비아.”
잘 버텼다는 건, 용케도 흑혼검을 내려놓지 않은 결정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사실, 레먼리브의 압도적인 무위는 적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원의 지형을 일시에 바꿀 정도의 파괴력에다가, 하네케를 고전하게 하는 전투력까지.
“엘키오가 말리지 않았으면, 검을 놓아버리려고 했어요.”
“그래, 그럴 것 같더구나. 그랬다면 나는 루빈의 내면으로 돌아가 영멸은 면했겠지만, 블라네와 이마카룸은 진즉 죽었을 거란다.”
이후, 하네케는 적운의 가장자리로 가서 지상을 내려다봤다. 휘이이이이이. 상공의 바람이 그의 수염을 들썩였다.
괴수들의 해일이 막 오크 군단에 쏟아지는 시점이었다. 양측의 성난 울부짖음이 한데 섞였다. 전장이 되어버린 초원 일대는 카펫 위에 음료를 흘린 것처럼 빠르게 피로 물들어간다.
“흐음…….”
하네케는 침음을 흘리며 상공에 퍼져 있는 독수리 수인들에게 깃발을 흔들어 보였다. 깃발의 색깔에 따라 부대 운용법이 전해지는 것이다. 통신석이 갖춰지지 않은 데에 따른 임시 대책이었다.
독수리 수인들은 하네케의 뜻을 확인하여 그걸 그대로 지상의 수인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일단은 대기하라.’
이번 지시의 내용이었다. 괴수와 오크의 싸움이 더 혼란으로 치닫길 바라는 소망이 담긴.
그렇게 한 시간쯤 전황을 살폈을 때.
“하네케.”
적운의 이동을 잠시 멈춘 엘키오가 허공을 밟아가며 하네케 앞으로 다가왔다.
“전황이 우리한테 유리하게 흘러가는 거 같나?”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전장에 흘린 피 대부분은 괴수들의 것이었다. 오크들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격차는 더 확실해질 터였다.
처음엔 레먼리브를 상대하는 사이에 깨져버린 괴수들의 대열이 문제인 줄 알았다. 오크 군단의 돌격을 일자(一字) 대형으로 받아냈다면 더욱 접전이 됐을 거란 계산이었다.
그러나 전투를 세세하게 살필수록, 애초부터 똑같은 결과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지휘관 오크라는 것인가.’
6성의 지휘관 오크에게 군단을 내주어서는 안 되는 이유. 그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중이었다.
오크 군단은 완벽하게 통합된 조직체 같았다. 개미 군집처럼 일사불란했고, 심지어 군집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칼란타에게 오크 군단은 승리를 위한 기물에 지나지 않았다. 체스에서 상대편의 더 좋은 기물을 잡기 위해 폰(pawn)을 기꺼이 내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다가 전략적인 탁월성까지 더해지니, 괴수들은 오크를 당해낼 수 없었다.
‘루빈의 존재까지 알고 있어서, 호위 부대도 견고하게 짜놓았고…….’
하네케는 태양의 높이를 바라봤다. 일몰이 끝날 때까지는 서너 시간 정도 남았다.
투흔으로서는, 오크와 괴수 둘 다 전투 불능에 이르는 게 최상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전황이 불리했다. 아무래도 바람대로 흘러가진 않을 것 같았다.
‘괴수를 섬멸하고도 오크의 잔여 병력은 6천 이상 되겠군.’
어쩌면 투흔의 희생이 더 많아질 수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칼란타의 통솔력이 점점 빛을 발하고 있으니, 일몰이 시작되기도 전에 괴수들은 섬멸될 것 같았다.
“방법이 없는 건 아냐, 하네케.”
하네케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엘키오를 바라봤다. 무슨 방법이 있다는 거지?
“오크를 더 많이 죽일 수 있는 방법. 그러니까 ‘투흔의 해일’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만드는 방법이지.”
“투흔의 해일을?”
“아직까진 추측이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지.”
그동안 적운을 끌며 초원의 하늘을 누볐던 엘키오. ‘투흔의 해일’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파악해왔던 터였다.
세상에 알려져 있기론, ‘투흔의 해일’은 태양이 저물고 초원이 어둠에 잠기면 발생하는 것. 햇빛이 드는 낮에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예외가 있음을 엘키오는 알아냈다.
“산기슭처럼 그늘진 곳에서 공기의 일렁임이 발견됐어.”
“낮에도?”
“그래, 낮에도. 면적이 작아 ‘투흔의 해일’처럼 내달리는 건 아니었지만. 내 생각엔 그 본질은 똑같은 것 같아.”
“그걸 이용해볼 수 있다는 건가?”
엘키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 이하의 조도와 온도, 그리고 해일이 일어날 만한 충분한 면적만 갖춰진다면.
어쩌면 밤이 아니어도 ‘투흔의 해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왜 투흔인들은 지금껏 그걸 몰랐지?”
“모르는 게 당연하지. 이들은 초원의 허락을 받은 자들. 투흔인들이 근처에 가면 공기의 일렁임은 사그라들었을 거야.”
“아, 그렇겠군. 하나 네 말이 맞다 해도, 그 조건들을 어떻게 만들지?”
그렇게 묻는 순간, 하네케는 자신의 옷깃을 붙잡는 손길을 느꼈다. 라유비아였다.
“적운으로요.”
“적운으로?”
“네, 저도 방금 엘키오한테 들었어요. 제가 적운을 지금보다 더 넓고 두껍게 만들면 돼요. 전장을 뒤엎어서 햇빛을 차단할 만큼요.”
하네케는 눈썹을 꿈틀댔다. 적운이 아무리 넓다지만, 지금 초원에 형성돼 있는 전장의 면적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전장을 뒤엎는다면… 직감적으로 그게 라유비아에겐 하나의 도전이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비도 내릴 거야. 온도와 조도를 모두 낮추기 위해서.”
“비까지… 흠, 위험한 것이 아닌가? 라유비아한테나, 적운한테.”
“위험한 건 아니지만, 꽤 힘들 수도 있지. 혼절할 수도 있어. 검을 쥔 라유비아가 혼절하면, 너의 육화도 잠시 멈출 거고.”
“할 수 있어요, 할아버지.”
라유비아는 적극적이었다. 그녀는 훗날을 위해서라도 적운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빨리 갖춰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흔의 해일’이 밤에만 그들을 보호해준다면, 무효화 약물도 그만큼 활용도가 줄어들 테니까.
반면, 라유비아의 적운이 더 거대하고 더 견고한 그늘을 드리움으로써 지상에 구역을 만든다면, 적어도 그곳에서만큼은 ‘투흔의 해일’은 완전할 것이다.
원리를 이해한 하네케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하네케를 라유비아가 빤히 쳐다보았다.
“라유비아, 내 허락을 구하는 게냐? 그 시도가 누구도 위험에 빠트리지 않을 거라면, 내 허락을 구할 이유도 없지. 군대 지휘관으로서 말하자면, 지금으로선 1분이라도 빨리 ‘투흔의 해일’을 불러일으키는 게 좋을 거 같구나.”
그 한마디에 라유비아의 얼굴에 결의가 깃들었다. 엘키오도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신수와 적운에 연결된 투명한 쇠사슬이 다시 한번 출렁거렸다.
“…….”
하네케는 곧바로 독수리 수인들을 호출했다. 눈동자부족의 탈레스쿤이 이끄는 수인부대가 적운에 내려섰다.
“이제 이 무효화 약물을 놈들에게 흩뿌릴 거다.”
“벌써? 약물을 조금이라도 더 아껴 쓰려면 괴수랑 오크가 최대한 줄어든 다음에 해야 한다고 했잖아?”
“상황이 바뀌었다. 어쩌면 ‘투흔의 해일’을 더 일찍 볼 수도 있을 것 같군.”
자세한 설명을 들으려던 탈레스쿤의 몸이 순간 기우뚱거렸다.
적운에 뭔가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적운 한쪽, 아이들의 접근을 차단한 채 비장한 얼굴로 선 라유비아가 보였다
“여기 있는 자루들을 가져가서 놈들에게 흩뿌려라. 지상에 분사(噴射)를 도와줄 이들이 있을 거다.”
쿠쿠쿠쿠쿵.
적운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겁을 집어먹었지만 대족장 이냐키투가 아이들을 한데 모아 진정시키고 있었다.
아이들은 걱정 어린 눈으로 라유비아를 쳐다봤다.
“이야아압!”
기합을 넣으며 라유비아가 흑혼검을 적운에 내리꽂는다. 성주의 검이 꽂히는 순간, 그녀를 중심으로 적운의 표면 위에 투명한 겹이 씌워졌다.
휘이이이이이.
그녀를 둘러싸고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머리칼이 흩날리며 이윽고 전류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는 엘키오도 마찬가지였다. ‘풍뢰의 늑대’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 주변으로 뇌격이 매섭게 일었다.
우르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적운은 내부 깊숙한 지점부터 구름의 양을 배가시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으으으으, 소리와 함께 주변에 떠돌던 다른 구름들도 하나둘씩 적운으로 들러붙기 시작했다.
“자, 탈레스쿤! 뭘 꾸물대나!”
넋 놓고 라유비아를 바라보던 탈레스쿤이 하네케의 호통에 정신을 차렸다.
“알았다! 자, 다들 모여 봐!”
그는 눈동자부족의 수인들을 집결하며 각각의 비행 장소를 지정했다.
* * *
오크 뼈로 만든 케이지 속.
“으, 으으…….”
그 안에 꼼짝없이 갇힌 네르하임은, 공포감에 젖어 몸을 덜덜 떨었다. 꽁꽁 묶인 채 얼굴을 감싼 두 손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장군 레먼리브마저 패배했다. 제국 대장군부의 수장이, 7성의 무인이 어찌 그리 쉽게 패배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의 등장으로 치솟았던 네르하임의 희망은, 이제 모두 스러진 것이다.
“흐읍.”
눈을 감고 있던 네르하임이 잠시 움찔거렸다. 공포로 물든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다가, 그녀는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일단 여기에서라도 벗어나야 해.’
광분한 오크들이 피를 튀기며 괴수들을 죽이고 있는 지금, 그녀는 필사적으로 수혈인의 능력을 쓰는 중이었다. 그녀를 가둬놓은 이 비좁은 새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래서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정신지배할 수 있는 괴수들을 찾아 헤맸다.
오크들에게 밀려드는 극지의 괴수들. 그중엔 그녀가 능히 지배할 수 있는 괴수들이 많았다. 그놈들 중 하나만이라도 여기까지 오게 한다면…….
“흐읍.”
여섯 개의 다리와 하나뿐인 눈을 가진 괴수 하나를 겨우 찾았다. 네르하임은 놈에게 제 능력을 시도했고,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곧 괴수는 기다란 목을 빼며 이리저리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나한테 와라. 빨리 날 풀어달라고!’
괴수가 네르하임이 있는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오면!
“……!”
그런데 갑자기 풀려버리는 정신지배. 네르하임은 또다시 움찔거렸다.
“제발…….”
괴수가 스스로 지배를 풀어낸 게 아니다. 오는 도중에 죽어버린 거였다. 그것도 하필 칼란타의 해머에 그 기다란 머리통이 짓이겨졌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괴수가 죽어버릴 때마다 네르하임의 공포는 더욱 깊어졌다. 마치 죽어버린 괴수들을 통해, 미리 죽음을 체험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시 해보자. 다시…….”
중얼거리며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괴수를 찾아 떠돌던 중에, 이번엔 양쪽 어깨에 눈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한 괴수를 붙잡았다.
괴수가 있는 곳은 발소리가 찰박거릴 정도로 피로 웅덩이진 곳이었다.
크르르르르르.
네르하임은 괴수를 은밀하게 움직이게 했다. 다행히 주변엔 오크들이 적었다. 지배하고 있는 이 괴수의 전투력도 꽤 괜찮은 것 같았고.
슬슬 괴수를 자신에게 접근시키는 네르하임. 그 은밀한 움직임은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이 칠 때까지 계속됐다.
“천둥? 어, 그러고 보니까 하늘이…….”
햇빛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저 먹구름이라고 보기엔,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고 있었다.
투둑. 투둑.
이윽고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원래 여긴 비가 잘 내리지 않는데, 하필…….”
전투가 벌어질 때 비가 내리다니. 빗물과 피가 섞이면, 전장은 곧 진창이 되리라.
비는 점점 거세졌고, 이내 베일을 드리우는 것처럼 시야를 빼곡하게 채워버렸다.
쏴아아아아아아.
그때.
크르르카아아!
그 어떤 괴수의 울음보다 커다란 울음이 허공을 갈랐다. 정신지배 중인 괴수의 눈을 빌린 네르하임은, 그 울음이 칼란타가 낸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산처럼 쌓아 올린 괴수의 사체 위로 올라가더니, 칼란타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하늘에 뭐가 있나…? 아, 까마귀?’
괴수인가 싶을 정도로 큼직한 까마귀. 칼란타는 그 까마귀를 노리는 것 같았다. 놈은 주변 오크에게서 투창을 건네받더니, 온 힘을 다해 까마귀를 향해 내던졌다.
슈우우우우웅, 탁!
‘까마귀 위에 누군가 있어. 복면을 쓴… 사람?’
상대는 칼란타의 투창을 가볍게 쳐냈다. 칼란타는 그자가 누구인지 아는 것 같았고, 쌓인 게 많아 보였다.
‘어, 어?’
그다음에는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공중을 선회하는 복면의 무인. 그런 그쪽으로, 갑자기 큼직한 자루가 내던져졌다. 독수리 수인들이 일부러 그에게 내던진 것이었다.
다음 순간 복면 무인의 놀라운 검술이 자루를 짓이겼다. 자루에는 액체가 담겨있는 조그마한 병들이 무수했는데, 그것들이 한순간에 모두 터져버렸다.
펑!
‘마법사?’
공중에서 터진 액체는 그대로 지상에 떨어지지 않았다.
복면 무인이 마법을 부린 게 확실했다. 공중에서 사방으로 뿌려지던 액체가 일제히 얼어붙으며, 얼음 파편이 된 채 전장 위에 둥둥 떠 있었으니까.
‘저게 뭐기에?’
네르하임의 직감이 불안하게 꿈틀댄 건 그때였다.
설마?
아냐…. 그럴 리 없지.
공중에서 터져서 얼음 파편이 되어버린 액체가, 어쩌면 ‘면역 무효화’ 약물일 수도 있겠다는 불안한 예감. 왜 이런 생각이 든지 모르겠지만, 네르하임은 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애써 억눌렀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대장군이 덤프 장군에게 맡긴 무효화 약물은 수량이 고작 10병이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터진 건 그 양만 수백 병에 달했다.
하지만.
‘불안해, 불안해, 불안해!’
더욱 불안해진 네르하임은 괴수를 당장 자신에게 달려오게 했다.
괴수가 전속력으로 내달리는데, 하늘에선 펑 소리가 뒤이어 울렸다. 공중에 떠 있던 미세한 얼음 파편들이, 온 사방으로 흩뿌려진 것이다.
푸슉.
얼음 파편이 빗줄기를 뚫고 사방으로 사출되었다. 네르하임의 괴수 등에도 박혀 들어갔다.
아니, 괴수만이 아니었다. 케이지 속에 갇힌 그녀의 이마에도 박혀 들어왔으니까.
“……!”
그것이 몸 안에 흡수되는 순간.
네르하임은 눈을 부릅떴다.
곧 그녀는 온몸을 들썩거렸다.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처음엔 인간과 오크의 언어로, 마지막에는 괴수의 것과 같은 괴성으로.
지금 몸에 일어난 반응이 무엇인지 그녀만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몇 시간이면 해가 지리라는 사실 또한.
‘이대로 밤이 되면 전부 다 죽는다.’
그러나 비극은, 그녀의 걱정보다 훨씬 가까웠다.
정신지배 중인 괴수의 귀에도, 케이지 속에 갇혀 있는 네르하임의 귀에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발소리.
두두두두두두두두.
실재하는 발소리가 아니다. 이건 응집된 공기가 내달리는 소리였다. 침입자들을 ‘향하여 파수의 창’을 내뻗어 쏟아지는 초원의 기마대.
“…아직 낮이잖아! 근데 왜……!”
세상이 열리고 난 이래 처음으로 부는, ‘대낮의 투흔의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