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8화
[특성 획득! 딸랑이 마스터!]
[끈질긴 노력으로 딸랑이 마스터가 된 당신, 불굴의 의지를 칭찬합니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당신의 길을 닦아 다양한 특성을 획득하세요.]
[※특성 적용은 프로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쩐지 조롱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이겠지?
아무튼 열심히 딸랑이를 흔들었던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나는 딸랑이 마스터가 되었다.
나는 프로필을 확인해 보았다.
[이름 : 샤샤 윈체스터(LV.1)]
[직업 : 무직]
[특성 : 딸랑이 마스터(근력+3)]
근력이 플러스 3이라고? 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프로필 창을 보다가 딸랑이를 다시 들어 보았다.
묘하게 조금 가벼워진 것 같기는 한데 큰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리를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설마…….
나는 용기를 내어 침대 가드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것을 잡고 힘차게 몸을 일으켜 보았다.
으…… 으…….
끙끙대며 다리 힘이 풀릴 뻔한 순간을 몇 번 극복하고 드디어 잡고 일어선 순간 나는 남다른 감회에 휩싸였다.
아기 김샤샤! 드디어 잡고 섰습니다!
오오오! 그래, 서 있는 게 이런 느낌이었지.
그리고 내 장난감을 정리하던 마야는 내 시선에 나를 돌아봤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마야,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야. 봐, 얼마나 멋진지.
나는 늠름하게 잡고 선 모습을 보여 주며 마야가 내게 다가올 때까지 힘을 주고 서 있었다.
“세상에나, 아가씨! 우리 아가씨…….”
마야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뿌듯한 기분에 피식 웃어 보였다.
“잠깐, 이럴 때가 아니지. 여러부우운!”
그리고 마야는 곧장 문을 열고 신나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여러분! 샤샤 아가씨가 잡고 섰어요! 샤샤 아가씨가 잡고 서셨다고요!”
마야의 말에 하녀들이 내 방문 앞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어머, 세상에. 아가씨가 벌써 잡고 서시다니.”
“얼굴에 힘주신 모습, 너무 귀여워요. 세상에나.”
그들은 모두 꼿꼿하게 서 있는 나를 보고 감탄을 마지않았다.
후후, 내가 조금 멋지기는 하지.
이게 다 치열한 딸랑이 훈련의 결과라구.
“누가 섰다고?”
나 역시 그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매우 뿌듯했다.
그리고 호들갑을 떨던 시녀들은 그 목소리에 곧장 물을 끼얹은 듯 잠잠해졌다.
목소리 주인의 지랄맞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녀들이 양옆으로 갈라서고 그녀들의 가슴께만 한 키의 오셀로가 도도한 표정으로 내 방에 들어왔다.
“뭐야. 기껏 잡고 선 거 가지고 이 호들갑인 거야?”
“……공자님…….”
마야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오셀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오셀로가 근신에 들어간 이후 그의 얼굴을 볼 일은 거의 없었다.
“너 어째, 저번보다 더 살찐 거 같다. 볼도 두 배는 커졌는데?”
반갑지 않은 손님은 보란 듯이 내게 시비를 걸며 다가왔다.
악당 유망주. 이 핑크 머리카락.
나는 노려보고 싶은 것을 참고 시선을 휙 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손의 힘도 풀려서 퐁, 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야야……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던 나는 엉덩이가 침대에 닿자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오셀로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
어쩐지 오셀로의 표정이 확 굳어진 듯했다.
“하…… 진짜, 너.”
그러더니 별안간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짜증스러운 어투를 내뱉었다.
마야는 그런 오셀로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싱긋 웃었다.
“우스꽝스러워. 약해빠져서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이 정도면 성장이 빠르신 거랍니다.”
“참, 진이 예전에 머플러 놓고 갔다며.”
오셀로의 말에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가씨가 딸국질을 하셔서…….”
“그거 나한테 줘. 내가 전해 줄 테니까.”
“아…… 그럼, 진 공자님의 머플러를 가지러 오신 건가요?”
이렇게 한참이나 지나서, 주인도 잊어버린 듯한 머플러를.
마야의 질문에 오셀로는 대뜸 투덜대며 짜증을 냈다.
“그럼 내가 한가하게 이 꼬맹이 구경이나 하러 왔겠어?!”
문가에 서 있던 하녀들이 웃음을 참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오셀로가 살벌한 눈빛으로 눈을 돌리자, 그녀들이 우르르 흩어졌다.
마야는 미소를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찾아볼게요. 그런데 공자님, 이왕 오신 김에 아가씨와 티타임 한번 하고 가시는 건 어떨까요. 아가씨도 적적해하시는 것 같은데.”
자…… 잠깐, 마야?
나는 눈을 일렁였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야는 티타임을 권했다.
피하고 싶기는 했지만, 오셀로가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기에…….
“뭐, 그러지.”
오셀로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방 안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퀠른의 홍차는 꽤 향긋하니까. 과자도 그렇고.”
퀠른 출신의 마야는 홍차도 제법 잘 우렸다.
“네, 공자님. 준비할게요. 그동안 아가씨도 앉아 계세요.”
그녀는 내 날갯죽지에 손을 넣고 나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아기용 의자에 나를 앉히려나 싶더니…….
“……뭐야?”
오셀로가 눈썹을 올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으엑!”
팔다리를 대자로 한 채 오셀로에게 안기기 직전인 나도 큰 소리로 내 의지를 표현했다.
“아기들은 안아 주는 걸 좋아해요, 공자님.”
마…… 마야? 내가 얼마나 너한테 잘해 줬는데 네가 이럴 수가 있어!
“안아 주지 않으면 아가씨가 크게 울 수도 있는데, 공자님은 아기 우는 소리를 싫어하시잖아요.”
“……그…… 그렇지.”
바동거리는 나는 수긍하는 오셀로에게 따지고 싶었다.
“그러니 제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공자님이 아가씨를 잠깐 안고 있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힌 오셀로는 잔뜩 짜증이 난 표정으로 내게 두 손을 내밀었다.
“으아앙!”
“정말 번거롭게 하는군.”
그리고 나는 이내 오셀로의 어깨에 턱이 파묻혔다.
눈앞에 그의 귓불이 생생히 보였는데 꽤 붉어져 있었다.
나 지금…… 오셀로의 품에 안겨 있는 거야?
아무리 아직 어린애라지만 나중에 개싸이코 악당이 될 광기의 오셀로 윈체스터, 그러니까 그 품에…….
내가 죽어도 피해야 할 오빠 품에.
“울면 엉덩이를 때려 줄 거야.”
귀에서 오셀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야는 콧노래를 부르며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셀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오셀로가 아기를 처음 안아 본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긴 여덟 살 남자애가 아기를 안아 볼 기회가 언제 또 있었겠는가.
오셀로가 나를 안은 자세가 매우 불편해, 마음만 같아서는 세게 밀쳐 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그대로 뇌진탕 각이었기에 나는 얼어붙은 채 그 품에 안겨 있는 수밖에 없었다.
마야! 대체 뭘 믿고 오셀로에게 날 안게 한 거야!
“짜증 나…….”
잠시 후 귓가에 오셀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내가 더 짜증 나거든요.
“너 냄새나.”
나는 오셀로의 말에 발끈했다. 샤샤가 30분 전에 기저귀도 갈아 주고, 아침에는 목욕도 했는데 대체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거야.
“……아기 냄새. 계속 나잖아.”
응? 오셀로가 방금 뭐라고 속삭인 거 같은데.
“트리샤에게서도 나던 냄새인데…….”
마야가 끓인 차를 가져와 테이블에 올렸을 때 오셀로는 나를 마야에게 건네었다.
그러고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휙 돌아섰다.
“공자님, 차 드셔야죠.”
“생각해 보니 할 일이 있어서 가야겠어.”
오셀로의 말에 마야는 눈을 깜빡였다.
“공자님이 좋아하시는 과자도 준비했는데…….”
“샤샤 줘.”
“아가씨는 아직 이가 여섯 개밖에 나지 않으셔서…….”
“아무튼 난 먼저 가 볼게.”
오셀로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고 귓불은 아직도 빨개 보였다.
오셀로가 나간 뒤 마야는 나를 안은 채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귀여운 부분이 있으시다니까요.”
그리고 잠시 후 뭔가 깜빡한 듯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맞다, 머플러.”
젠장할! 제기랄! 다 잊었어도 그건 챙겼어야지!
녀석이 찾아올 핑계가 남았다는 사실에 나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리고 그때 상태창이 눈앞에서 반짝였다.
[진 윈체스터와 일곱 번의 만남 달성]
[오셀로 윈체스터와 세 번의 만남 달성]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빨간 글씨…… 뭐지?
[‘윈체스터 공작가의 관심’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조기 달성으로 인해 ‘인물 열람’ 기능이 해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