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73화
[이름 : 샤샤 윈체스터(LV.8)]
[직업 : 새싹 구원자]
[특성 : 메키우스의 열쇠]
[능력치: 체력 28 / 근력 20 / 이능 10 / 지능 41 / 생명력 31]
[스킬 : 검은 지배(LV.5/SS), 피해 반사(LV.3/A) ]
[인벤토리 : 회복 포션, 490루비]
나는 여덟 살이 되었고 레벨 8로 성장했다.
완연한 청소년의 티가 나는 진은 후계자 수업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종종 신경 쓰일 만큼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살피러 왔었고, 이제는 거칠게 굴리지 않았기에 스킬 레벨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고대 몬스터에 대한 지식 획득하기’, ‘경비견 훈련’ 등의 잡다한 퀘스트로 루비를 꽤 벌며 능력치는 적당히 올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테일러스 가문으로 돌아간 오셀로와는 가끔 루네로 잡담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에반은 내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오셀로가 연무하던 연무장에 종종 나타나며 이능의 단련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레카르도가 에반을 꽤 지원하고 있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이야기도 있고 말이다.
“흐음…….”
참, 투명한 버섯 사리야는 내 생명력을 31까지 회복시켜 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일 년간 도서관에서 고서까지 뒤져 가며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진이 준 책의 내용도 참고했고 말이다.
세상 최강의 약효를 가진 물건은 다섯 개.
1. 사리야(이미 복용)
2. 신수(神樹)의 정수― 숭고한 자의 희생으로 천 년에 한번 자라난다는 신수의 꿀을 모아 만든 정수.
3. 흑룡의 뿔― 아카다의 대마법사가 만든 걸작으로 한 쌍이 있었다고 하는데 둘 다 분실된 지 50년.
4. 일곱 영혼의 변주곡― 300년 전 금지된 술법. 사람 일곱을 죽여야 함. 술사와 의식 방법도 모두 소실됨.
5. 지룡의 말린 비늘
그리고…… 이것 외에, 책에는 없지만 내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엘릭서’.
“……오늘은 시도해 보자.”
‘가보 정보 탐구’라는 퀘스트를 끝내서 루비 50을 보충하자, 내가 바라던 것을 구입할 자금 540루비가 만들어졌다.
물론 엘릭서는 아니었다.
“구입 완료!”
[‘지룡의 말린 비늘’을 500루비에 구입하였습니다.]
[남은 루비 : 40]
일 년 전과 달라진 점으로, 나는 이능 발현의 보상으로 상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상점에는 현실에서 사용할 만한 도구나 마도구, 포션까지 수천 개에 달하는 제품이 있었다.
다행히 지룡의 말린 비늘은 내가 살 수 있는 영역이다.
루비를 모은 보람이 있어.
이내 내 손에 빛무리가 나타나더니 손가락만 한 껍질이 하나 나타났다.
으…… 먹기 싫게 생겼는데. 그래도 먹어야겠지?
나는 심호흡을 하고 물과 함께 지룡의 말린 비늘을 삼켰다.
[생명력이 증가하였습니다. +15]
오,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적정 생명력 30에서 70이라는 범위 중 46은 그리 높지 않은 숫자지만 말이다.
나는 길고 가늘게 가는 목숨을 위해 당분간 지켜야 할 규칙을 스스로 정했었다.
[인물 열람]
[1. 레카르도 윈체스터
칭호: 흑염의 지배자
인과율: 20%]
[2. 진 윈체스터
인과율: 22%]
[3. 오셀로 윈체스터
인과율: 24%]
[4. 체노아 테일러스
칭호: 청명의 지배자
인과율: 해당 없음]
[5. 에반 테일러스
칭호 : 28회차 회귀자
인과율 19%]
[6. 페르메티스 윈체스터
칭호: 없음
인과율: 해당 없음]
[7. 헥토르 윈체스터
칭호: 흑염의 수호자
인과율: 해당 없음]
이능 발현 후 오셀로와의 인과율이 꽤 많이 올랐다.
덤으로 에반과의 인과율도 무서울 정도로 올랐고.
내 이능은 인과율을 가진 대상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으며, 대상과의 인과율이 높을수록 효과가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능을 발현하게 되면 생명력이 소실된다. 그러니 첫 번째 원칙은…… 절대 이능을 쓰지 말 것.
어차피 오셀로는 테일러스가로 떠났고, 만약 에반과의 인과율이 50%가 될지라도 이를 시험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생명력 증가에 도움이 될 법한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탐색한다.
“아가씨, 오늘은 혈색이 꽤 좋아 보이세요.”
마야가 퓨레와 빵을 가져오며 말했다.
“오늘은 산책해도 되겠어. 바람도 이제 따뜻하고.”
“음, 안 돼요.”
마야는 꽤 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날이 추워요. 의사도 조심하라고 했잖아요.”
“오늘은 다를걸.”
나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마야에게 말했다.
잠시 후 오전 진찰을 온 의사는 나를 진찰해 보더니 정상 컨디션 이내로 몸이 회복된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선천적으로 약한 기질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지만, 가벼운 산책 정도는 무리 없다는 말도 했고 말이다.
마야는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에요, 아가씨. 하지만 절대 무리하시지 않기로 약속하고 나가요.”
“응, 약속.”
* * *
“페르메티스 아가씨가 점점 아름답게 자라시는 것 같아요.”
“그래 보았자 샤샤 아가씨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지. 아마 샤샤 아가씨는 제국에서 가장 아름답게 자라실 거야.”
“하지만 페르메티스 아가씨는 강하고 건강하시잖아요. 두 공자님 중 한 분과의 혼인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고.”
“그건 가 봐야 아는 거지. 너, 자꾸 재수 없는 말만 할 거야?”
울창한 정원의 벤치에 앉아 있는데, 반대쪽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던 하녀 둘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야는 불편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혼쭐을 내주고 올까요? 감히 아가씨의 존함을 입에 올리다니. 그리고 누굴 우리 아가씨에 비교하는 거야…….”
확실히 여덟 살의 나는 엄청 예쁘게 자라고 있기는 하다.
인형 같은 외모가 이런 거였구나 싶을 정도로.
“아니, 됐어.”
그러니 일일이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지.
저택 입구에는 페르메티스가 타고 온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
가문의 구성원들이 페르메티스와 같은 방계 혈족의 아이들을 저택에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곧 헥토르 할아버지가 저택에 복귀할 것이라는 말이 들리자 방계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헥토르 할아버지가 가주일 적까지, 아피니제도 잘 살아 있었고 직계에서 방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관례적인 일이었으니 말이다.
방계의 아이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방계 아이들 여덟 명 중 위탁을 청한 경우는 고작 넷.
그중 셋은 장차 진의 오른팔이나 왼팔이 되는 것을 노리고 있고, 남은 하나인 페르메티스는 아마도 가문의 며느리 자리가 목적이겠지.
저번에 바쉬론이 페르메티스를 데려왔을 때 레카르도는 거절과도 같은 말을 했으나 그들은 또 찾아왔다.
추진하고 있는 개간 사업에 방계들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이번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나를 대놓고 적대하는 페르메티스가 온다고 해도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스킬 : 검은 지배(LV.5/SS), 피해 반사(LV.3/A)]
진의 의견으로는 현재의 내가 페르메티스보다 강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지만 말이다.
“새까맣게 타고 짓밟힌 에라시니스를 방치하다니. 안주인이 없는 저택은 역시 관리가 힘든 거겠죠?”
때맞추어, 진의 팔에 팔짱 끼듯 하고 있는 페르메티스가 정원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페르메티스는 스스로가 나이보다 성숙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새카만 속을 숨기는 법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퀠른 부인이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를 본 페르메티스가 쓸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 앞에서 나를 자극시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뻔히 보이는 수작질에 굳이 불쾌감을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걱정 마세요, 오라버니. 페리가 여기 머무는 동안 정원을 아름답게 가꿀 테니까요.”
멈추어 선 페르메티스는 싱긋 미소 지었다.
제기랄, 동요하지 말자곤 했지만 불쑥 짜증이 치밀었다.
“샤샤, 페르메티스와 네빌, 바몬트가 당분간 우리 저택에서 교육받기로 했어. 사이먼은 홍역에 고생 중이라 참여하지 못한다고 했고.”
진의 목소리에 이어 페르메티스가 입을 열었다.
“사이좋게 지내자, 샤샤. 지난 일은 다 잊고.”
지난 일은 다 잊자니, 우스웠다.
“이제부터 한 저택에 있어야 하니.”
페르메티스는 여전히 뻔뻔했다.
“응, 하지만 정원은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는 페르메티스를 바라보며 또랑또랑 말했다.
잊지 않고 그녀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뭐라고?”
페르메티스의 눈가가 살짝 떨리는 것이 보였다.
“저걸 타고 짓밟힌 에라시니스라고 보다니. 미안한 말이지만 꽃을 보는 안목이 처참한 거 같아.”
“하! 무례하잖아, 샤샤.”
쿠션어로 ‘미안한 말이지만’을 붙였지만 역시 페르메티스에게 그런 것은 통하지 않았다.
이글이글 눈은 불타고 있었고 표정은 화를 간신히 참는 듯 보였다.
“무례한 건, 갓 자라는 에라시니스의 싹도 알아보지 못하면서 남의 저택과 정원에 악담을 퍼붓는 페리가 아닐까?”
에라시니스는 죽은 자리에서 다시 소생한다.
지니고 있던 씨가 그 자리에 다시 뿌리를 틔우는 것이다.
아마 여름이면 다시 샛노랗게 뒤덮일 것이다.
“싹…… 이라고? 저게……?”
강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지닌 식물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한 저택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우리 말이야.”
내가 예측하기로, 레카르도가 반갑지 않은 손님들에게 내어 줄 방은 동쪽 별관일 것이다.
겨울 중 재건축하여 쾌적하고 불편함은 없지만, 한때 하인들의 숙소로 사용되던 곳이라 페르메티스의 자존심을 충분히 건들 만한.
“……!”
내가 정곡을 찌르자 페르메티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를 노려보며 꾹 쥔 주먹을 떨 뿐이었다.
“아, 이건 내가 무례했어. 미안.”
나는 마지막으로 싱긋 웃어 보이며 이 신경전의 승리를 알렸다.
눈썹이 끝까지 치솟은 페르메티스는 잔뜩 화가 난 채 휙 돌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진은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말했다.
“짓궂네, 샤샤.”
“달래 주러 안 가요?”
“내가 왜 달래 줘야 하지?”
진은 하루가 다르게 커 가며 나와의 키 차이를 벌리고 있었다.
내 머리에 손을 얹은 진이 입술을 달싹였다.
“네가 궁금해했던 애. 이번 일을 틈타 위탁 교육에 초대했어, 내가.”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진을 보았다.
궁금해하던 애라니?
“가문이 달라 잡음이 있었지만, 엘리시온 아카다의 호기심을 이용했지.”
“아카다라면…….”
“카실리온 아카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여러 회차 동안 에반 테일러스의 동료이자, 모든 병을 고치는 ‘엘릭서’를 만든 인물.
그는 언젠가 내가 꼭 찾아야 할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