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요슈아가 쓰러져 있었다.
발자크와 나는 사색이 되어서 그에게 달려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요슈아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얼굴이 온통 희멀겋고, 목까지 핏줄이 두드러져 있었다.
발자크가 얼른 그의 셔츠를 벗겼다.
“……!”
“……!”
그의 몸이 검은 반점에 물들어 있었다.
핏줄은 온통 새파랗게 도드라져 있었고, 숨이 곧 끊어질 듯했다.
발자크가 매우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게 대체…….”
“저주.”
“뭐?”
“저주 무냥이야. (저주 문양이야.)”
누군가 요슈아에게 저주를 걸었다는 소리였다.
* * *
요슈아 아스트라가 저주에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성이 발칵 뒤집혔다.
성내의 의사와 마법사 전체가 소집되고, 공작성으로 치유사를 요청하는 서한이 갔다.
데이몬드는 굳은 얼굴로 복도를 걸었다.
성큼성큼 걸어온 그가 문을 열어젖혔다.
이미 호출받은 관리들이 모여있었다.
“장군님.”
“아밤미.”
침대맡을 차지하고 있던 발자크와 에릴로트가 데이몬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데이몬드는 대답 없이 침대로 다가갔다.
요슈아는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숨소리마저 쇠를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데이몬드가 마법사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냐.”
“저주 때문에 혼절하신 겁니다.”
“대체 누가.”
“추적하였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강력한 가호를 지닌 자의 저주인 듯합니다.”
“다 아는 내용 말고!”
데이몬드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흠칫한 마법사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치유사가 아닌 저희로선 완벽하게 저주를 파훼할 순 없는지라, 일단 저주를 약화하는 마법을 걸어놨습니다. 곧 깨어나실 겁니다.”
관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누가 감히 아스트라의 혈족에게 이런 무도한 짓을 하였단 말입니까!”
“뻔하지요. 다른 2세(공작의 자식)들 중 하나가 분명합니다.”
“어찌 어린아이에게 이런 짓을……!”
“이 일을 본성에 알리고, 감히 요슈아 도련님께 이런 짓을 벌인 자를 처단해야 합니다.”
데이몬드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관리들의 눈빛도 매우 날카로워졌다.
요슈아는 데이몬드에게 공식적으로 입적된 양아들이다.
그런 요슈아를 건드는 건 데이몬드 관할령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찰나,
“주인님.”
미켈란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정원사가 꼭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요슈아 도련님과 관련된 일인 듯하여 데려왔습니다.”
데이몬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미켈란이 “들어와라.” 라고 말하자, 중년의 사내가 쭈뼛쭈뼛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낮에 자하뱅 남작에게 걷어차였던 정원사였다.
“저……. 어제오늘 암만 혀도 이상혀서 말씀을 꼭 드려야 할 것 같아서유…….”
“무슨 일이기에.”
“자하뱅 남작님이 말여유. 난데없이 정원을 뒤집으라고 하시더라구유. 요슈아 도련님의 명이라 하시면서…….”
“…….”
“안 된다구, 정히 그려야 하면 주인님께 보고하구 하겠다니까 그냥 후드려 패고……!”
씩씩거리던 정원사가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아가씨도 보셨쥬?”
모두의 시선이 에릴로트에게로 향했다.
데이몬드가 무릎을 굽혀 에릴로트와 시선을 맞추곤 물었다.
“정원사의 말이 맞아?”
“……녜.”
에릴로트의 증언에 힘입어 정원사는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억울하고 화가 나서 주변에 성토를 했는데 아, 얘기하다 보니까 요슈아 도련님께서 이상하게 군 일이 한두 개가 아니더라구유.”
“무슨 일이기에.”
“어제는 밤늦게 자하뱅 남작을 만나셨대유. 그런데 협박을 당하는 것 같더라는 거예유.”
방 안의 사람들이 “협박?”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예. 살구 싶으면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구 도련님을 협박하는 걸 세탁실의 데니가 들었다 안혀유.”
방 안에 있던 엔조가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저 말이 맞다면 확실히 이상합니다. 감히 아스트라의 혈족에게 협박이라니요.”
자하뱅 남작이 데콘스의 힘으로 출세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었기에 더 이상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확인은 해봐야겠지. 자하뱅 남작을 데려와라.”
병사들은 즉시 평가 위원의 숙소로 출발했다.
숙소 방 안에 있던 자하뱅 남작이 잡혀 오는 건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자하뱅 남작은 병사들에 의해 꿇어 앉혀졌다.
“무, 무슨 일로 이러십니까!”
“요슈아가 저주에 당했다.”
“……예?”
“네 짓이냐.”
자하뱅 남작은 무릎 꿇은 채로 펄쩍 뛰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아스트라의 직계를 건드리면 저 하나만 죽는 게 아니라, 집안이 멸문할 텐데요!”
“하면 어째서 정원을 뒤집으라고 한 게지.”
자하뱅 남작의 어깨가 흠칫 솟아올랐다.
그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게, 그……!” 하며 어버버 거렸다.
“요, 요슈아 도련님의 명이었습니다.”
“무슨 명.”
“그러니까, 장미가 보기 싫으시다고…….”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너무 허무맹랑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장미에 아무런 말이 없던 요슈아가 갑자기, 하필이면 저주에 당했을 때 장미가 싫어진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관리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면 요슈아 도련님을 협박했다는 말은 뭐요! 우리 고용인이 당신이 한 이야기를 다 들었소!”
“몸 상태가 안 좋으시다 하여 그런 거요. 진료를 받아야 살 수 있다는 말이었고!”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데이몬드가 쭈뼛거리며 서 있는 정원사를 쳐다보았다.
“너.”
“예, 옛!”
“자하뱅 남작이 요슈아를 협박하는 것을 본 하인을 데려와라.”
“예, 예……!”
정원사는 얼른 방을 뛰쳐나왔다.
그는 어두운 복도를 성큼성큼 걸었다.
관할성의 세탁실은 지하에 있었다.
데니는 어려도 똑똑한 아이이니 들은 대로 잘 증언해줄 터.
이제 자하뱅 남작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오디 가?”
등 뒤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에릴로트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세탁실에 데니를 데리러 갑니다유.”
“그러쿠나.”
“아유, 아가씨도 놀라셨쥬? 이제 나쁜 놈은 잡혔으니 안심하셔유.”
“전말 나빠써. 수뿌밈.”
“예. 데콘스 님도 아무리 형제간에 사이가 별로래도 그렇지, 어떻게 조카에게 손을─”
아이가 정원사의 옷깃을 확, 잡았다.
“당신, 누구야?”
“……예?”
“데콘스 수뿌밈이 이런 지슬 해따는 걸 일개 정언사가 어떠케 알아.”
“그야, 그 나리들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당신이 들어온 후엔 데콘스라는 이름은 한 마디도 안 나왔어.”
정원사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 * *
나는 정원사를 노려보았다.
정원사는 굳은 표정으로 어물거리다가 이내 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다들 저주를 사주한 게 2세님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유. 또, 데콘스 님과 우리 장군님이 공작님 생신연에서 다투셨다고도 하니까…….”
나는 비식,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있지.”
“예?”
“말투, 이방인이네.”
그가 흠칫했다.
“어디서 와써?”
“…….”
“내가 마춰보까. 동부 마찌? 부셰즈 장원이 있는 동부.”
할아버지와 부셰즈 후작이 마찰이 있었다는 건 소문으로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부셰즈 쪽에서 대박 날 예정의 고대의 돌을 판매하는 것으로 귀족들의 환심을 사고 있었다는 것도.
‘나한테는 콘라드라는 좋은 정보 수집기가 있거든.’
할아버지에게 강화석을 주었을 때, 콘라드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셰즈 후작의 동향이 심상치 않았는데 말입니다.”
“후잔밈?”
“예. 그쪽에서 고대의 돌로 귀족들을 포섭하고 있어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 꼭 필요했거든요.”
“강하석?”
“그렇습니다. 강화석만 있으면 고대의 돌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하락하겠지요.”
그러니까 강화석 때문에 열이 받을 대로 받은 부셰즈 쪽에서 아스트라 장원을 분열시키려고 한 거다.
공작에게 강화석을 주었다는 데이몬드 아스트라.
그리고 그와 사이가 나쁜 데콘스.
이 둘에게 싸움을 붙여서.
‘바보같이 부셰즈 장원 쪽 사투리를 쓴 이유도 알겠어.’
아스트라 장원엔 이방인이 많다.
그래서 억양이 아주 다양했기 때문에, 동부 억양을 쓴다고 해서 특별히 이상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그는 순박한 정원사를 연기하려고 일부러 사투리를 쓴 것일 거다.
‘본인에게 익숙한 동부 사투리를.’
정원사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정말이지…….”
인심 좋은 중년의 아저씨를 연기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주변을 슬쩍 둘러본 그가 입매를 비틀고 말했다.
“영특하다는 얘기는 들었지. 하지만 오만하구나.”
말투까지 완전히 바뀌었다.
그가 내 한쪽 팔을 덥석, 세게 잡고 말했다.
“이렇게 작은 애가 성인에게 단신으로 덤빌 정도로.”
“…….”
“멍청한 계집애야. 너 잘난 것에 취해 날 바로 쫓아올 게 아니라, 네 아비에게 말했어야지.”
“왜?”
“그래야 네가 죽지 않았을 테…….”
뻐어어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정원사가 그대로 엎어졌다.
누군가 그에게 날아 차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야, 괜찮냐?”
“빤니 오라구 해짜나!”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니까 내가 병영에 심부름꾼으로 취직시킨, 한지혁을.
“병영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
한지혁은 투덜투덜하면서, 바닥에 엎어져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원사를 툭 찼다.
엎어져 있는 정원사는 으득, 이를 갈았다.
“이것들이……!”
“아자씨, 내가 바본주 아러?”
데콘스 숙부는 겁쟁이다.
할아버지 생신 때 아버지를 보자마자 벌벌 떨던 것만 봐도 그랬다.
그런 그가 누가 봐도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게 분명한데, 요슈아를 저주하겠는가?
‘거기다가 요슈아가 자하뱅 남작을 두둔한 것도 뭔가 이상했어.’
싫어한다는 그를 두둔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자하뱅 남작은 줄타기의 귀재였다.
아스트라 직계의 눈 밖에 나는 일은 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정원사를 때렸다고 화를 낼 때,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요슈아라는 든든한 방패가 있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종합하면 결론은 이거다.
‘누군가 아버지와 데콘스 숙부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
아스트라가 분열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답이 바로 나오지.
‘부셰즈 후작.’
그래서 준비를 한 거다.
확실한 증거를 만들 준비를.
세 살인 내 추측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
등 뒤에서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건 3미터 거구의 병사, 모스코였다.
‘한지혁, 저 약골이 누굴 믿고 날아 차기를 했겠니.’
모스코가 이를 으득, 갈며 말했다.
“‘멍청한 계집애야.’ 부터 다 들었어. 이 개자식아.”
당연히 정원사는 거구의 모스코를 보고 안색이 새파래졌다.
나는 이때다 싶어 울상을 지었다.
“모스코, 나 무서어……!”
모스코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구겨졌다.
우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굳세게 쥔 그가 정원사에게 다가갔다.
타작이 시작되었다.
* * *
자하뱅 남작은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요슈아 도련님께서 입막음하셔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 거라니까요!”
아버지에게 얼마나 협박당한 건지, 그는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훌쩍훌쩍 울며 진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 관할성에 오자마자 요슈아 도련님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저주라는 걸 금방 알아내셨고, 매개를 찾으라고 제게 명하셨죠.”
“매개라고요?”
“예. 마법으로 저주를 추적하는 데에 성공하셔서…….”
“우리 마법사도 못 찾은 걸 어찌 찾으셨단 말이오.”
“그게…… 그것이…….”
자하뱅 남작이 아버지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았다.
그리고 우물쭈물하더니 침을 한번 꼴딱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리시안 공(쌍둥이의 친부)의 노트를 보시고…… 거기에 적힌 마법으로…….”
“노트?”
“예, 도련님이 이번에 성에 오신 것도 장군님께 있는 노트를 훔치기 위해섭니다…….”
사람들은 허, 하고 탄식했다.
나도 한숨을 내쉬긴 마찬가지였다.
‘왜 아버지에게 저주 얘기를 안 했나 했더니.’
저주는 보통 물건을 통해 발현된다.
그러니까 요슈아가 저주받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면, 아버지는 짐부터 싹 뒤졌을 것이다.
‘거기서 리시안 숙부님의 노트가 발견되면 안 됐던 거야.’
요슈아가 벽난로에 불을 땐 이유도 알겠다.
편지를 태우려고 한 게 아니라, 마법 수식을 적은 종이를 태운 거다.
자하뱅 남작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추적해 보니 정원에서 발생한 저주였습니다.”
“그래서 꽃을 다 갈아엎으려고 하신 겁니까?”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그런 걸 왜 말씀하지 않으셨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단 말입니까.”
“일단 공작성에 이 일을 알리고─”
관리들이 떠드는 와중, 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나가.”
“예?”
“두 번 말해야 하나.”
“아……. 예.”
관리들과 자하뱅 남작이 눈치를 보며 방을 빠져나갔다.
방에 남은 건 아버지와 나, 발자크, 그리고 의식을 잃은 요슈아뿐이었다.
아버지는 가만히 요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발자크가 잠시 주저하다가 아버지에게 말을 붙였다.
“저, 장군, 요슈아는…….”
“나를 믿지 못했던 것이겠지.”
“…….”
“그러니 살 궁리를 하려고 책까지 훔쳐낸 것이겠지. 뭐 하나라도 무기를 쥐고 있으려고.”
발자크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 또한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팔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요샤 어린이야.”
“…….”
“그냥 무서었던 거야.”
아버지와 발자크가 날 쳐다봤다.
“있지요. 요샤 또또캐. (있지요. 요슈아 똑똑해요.)”
“…….”
“하부지하테 말하면 나뿐 사람 혼내조요. 요샤 또또카니까 알아.”
“…….”
“구론데 저주바든 거 말 안 해써요. 왜냐며는요. 하부지가 아밤미하테도 화내 쑤 이짜나요.”
어찌 되었건 요슈아의 보호자는 아버지였다.
그가 저주를 받았다면, 관리 소홀로 아버지에게까지 영향이 갔을 거다.
어쩌면 아버지에게서 쌍둥이를 강제로 파양시켰을 수도 있다.
‘요슈아한테 아버지는 친척들 중에서 그나마 믿을 만한 사람이었던 거야.’
아버지는 누워있는 요슈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요슈아가 뒤척이는 바람에 이마에 있던 물수건이 베개로 툭 떨어졌다.
아버지는 천천히 요슈아의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었다.
“깼으면 눈 뜨지 그래.”
아버지의 말에 요슈아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아, 일어나 있었구나.’
요슈아는 고집스레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달려가 조막만 한 손으로 가슴을 토닥토닥해주었다.
요슈아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무서었게따.”
“…….”
“혼자서 힘들어찌.”
이 말에 먼저 반응한 건 발자크였다.
발자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붉어진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요슈아는 뒤척이는 척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푸지마.”
발자크가 기어이 허어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요슈아의 잇새로도 억눌린 울음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 * *
정원은 완전히 분해되었다.
아버지가 가호를 이용해 먼지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정원사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먼지가 된 정원을 쳐다봤다.
공작성에서는 치유사들을 셋이나 보내줬다.
3세(공작의 손자)들 중에서도 서열이 매우 높은 편인 요슈아에게 문제가 생겼으니, 본성에서도 난리가 난 것이다.
‘그럼 이제 복수의 턴이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