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당연히 리앙틴은 잔뜩 굳어진 얼굴로 세바스티아를 쏘아봤다.
“제가 왜 비켜드려야 하죠?”
리앙틴이 날 선 목소리로 대꾸했다.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리앙틴을 쳐다봤다.
세바스티아 비페리의 눈 또한 약간 커다래져 있었다.
황자, 왕자, 왕손도 아니고 귀족 아이가 감히 대항할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쪽은 누구?”
“리앙틴 아스트라입니다.”
“아스트라의 누구?”
“그러니까 리앙틴 아스트라라고요!”
리앙틴이 오만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제 이름을 알았으면 조심하라는 의미였다.
세바스티아 비페리처럼 자신도 공작의 손녀라고.
그러나 세바스티아는 실소를 흘렸다.
“제 말은 아스트라의 무수히 많은 혈족 가운데 누구냐는 뜻이었어요. 어느 분의 딸인가요?”
“그건…….”
리앙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세바스티아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러곤 나를 가리켰다.
“이쪽 영애분은 알아요. 아스트라에서 가장 넓은 관할령을 소유한 제2백작가의 영양이시잖아요? 전신(戰神)이라 불리는 칼소이에 제국 최강의 딸. 그런데 그쪽은?”
“…….”
“부모님이 작위를 가지고 계신가요? 백작? 자작? 어느 관할령이죠?”
“…….”
“물론 영애 자신은 서열권 안에 드는 3세겠지요?”
“…….”
리앙틴은 데콘스 숙부의 딸이다.
그리미에 백부처럼 할아버지의 장남인 것도 아니고.
우리 아빠처럼 제국 최강의 무력으로 불리며, 스스로 작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발데릭 숙부처럼 돈이 많아서 귀족들과의 인맥이 탄탄한 것도 아니고.
‘세바스티아의 부친은 비페리 공작의 후계로 낙점되었다고 했지.’
그러니까 세바스티아는 지금 어느 쪽이 더 고귀한지 짚어준 것이다.
후계자의 딸인 세바스티아.
아무것도 없는 한심한 2세의 딸인 리앙틴.
둘 중에 누가 그 자리에 어울리냐고.
“대답은요, ‘아스트라’ 영애?”
“…….”
리앙틴은 치맛자락을 꽉 비틀었다. 그러나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마치 패배를 인정하는 것처럼.
세바스티아가 생긋 웃곤 리앙틴이 비켜준 자리를 차지했다.
“감사해요. 영애는 하인이 의자를 가져다주면 앉도록 해요?”
리앙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언니—”
내가 리앙틴을 부르며 일어나려고 하자, 세바스티아가 내 손을 잡았다.
“영애의 부친께서 장남이신 그리미에 아스트라님의 일을 나누어 받았다고 들었어요. 항간에선 드디어 아스트라의 후계 구도가 좁혀졌다고 하더라고요.”
“…….”
“전 제2백작저를 응원하고 있어요.”
우리 아빠를 응원한다고?
“네?”
“영애와는 좋은 친구가 될 것 같거든요. 비슷한 점이 많으니까요.”
세바스티아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말했다.
“원화를 목표로 한 점, 공작인 할아버지께 가장 사랑받는 손주인 점, 세간이 시끄러울 만큼 아름다운 점, 또…… 후계자의 자식인 점까지도 비슷해질 수 있겠네요.”
그 애가 우후후 웃고, 머리에 묶은 리본을 풀었다.
“알아요? 황도의 의자매들은 같은 리본을 묶고 사이가 좋은 점을 과시한답니다.”
“…….”
“제가 언니예요. 영애보다 세 살이 많거든요. 그리고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저와 같이 고귀한 동생을 갖는 게 꿈이었어요.”
세바스티아는 정말이지 내가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리본은 겉보기에도 아주 화려했다.
유명 디자이너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레이스.
무늬 사이사이에 있는 건 온갖 호화로운 보석들이다.
다른 귀족들과 태양회의 회원들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세바스티아 님과 에릴로트 아스트라 양의 조합이라니. 굉장하네.”
“능력 있는 소녀들의 아름다운 우정…….”
몇몇 소녀들은 소설이라도 보는 것처럼 몽롱한 표정이었다.
난 생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끼익! 소리와 함께 의자를 밀며 일어났다.
“죄송해요. 워낙 언니들이 많은지라 비페리 양까지 넣긴 힘들겠어요.”
세바스티아 비페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리앙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가자, 언니.”
“……어?”
“가자니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니, 리앙틴은 날 멍하니 쳐다봤다.
한참 내가 내민 손을 바라보던 리앙틴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으응.”
대답하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나는 리앙틴의 손을 잡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테이블을 돌아봤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정말 가려고?”
아비노 왕손이 매우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자리가 부족한지라. 죄송해요.”
다른 왕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별것도 아닌 아이 때문에 뭘 돌아가기까지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그때, 우리나라의 살바토레 황자가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아쉽네.”
중얼거리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난 리앙틴을 끌고서 식당을 나왔다.
* * *
깊은 밤.
에릴로트의 방에서 식사를 한 리앙틴이 문을 열고 나왔다.
에릴로트가 문 앞까지 배웅을 나와서 말했다.
“언니, 정말로 오늘 일은 신경 쓰지 마. 응?”
“안 써! 그냥 좀 재수 없을 뿐이거든!”
“맞아.”
“내가 그런 일에 신경 쓰는 좀팽이인 줄 알아? 너나 신경 쓰지 마!”
“응.”
에릴로트는 희미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그 애를 뒤로하고서 리앙틴은 문을 나섰다.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귀족들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아.”
리앙틴이 알은체했지만, 귀족들은 아이를 쳐다보지 않고 에릴로트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스트라 백작 영애, 괜찮으시면 티 타임을 함께하시겠어요? 비페리 양과 함께 정원에서 티 타임을 가질 생각인데…….”
리앙틴은 제 방을 힐끗 쳐다봤다.
오늘 식당에서의 일을 들은 모양인지 유모가 나와 있었다.
무시당하는 걸 보았는지 걱정 어린 표정이었다.
“아가씨…….”
리앙틴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게 뭐야. 뭐냐고…….’
자신이 태양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되어서 데콘스 관할령은 매우 들떴다.
외조부까지 한달음에 장원에 왔다.
“이 귀여운 녀석. 으하하!”
“아버지, 너무 그러지 마세요. 리앙틴이 부담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태양회다. 내 손녀가 태양회에 간단 말야! 잘했다, 잘했어!”
제국의 황제는 귀족들이 타국과 결탁하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그래서 이 칼소이에 제국에선 태양회에 참석하는 귀족은 손에 꼽는다.
대귀족 가문에서도 상위 1프로.
1프로 중에서도 후계자의 자식쯤 되어야 태양회에 초청된다.
어머니는 부담 갖지 말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눈빛에조차 자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아버지도…….
“생각해 봐. 그쪽에서 초청객을 들일 때 얼마나 까다로워? 그런데 리앙틴이 간다니 단박에 허가한 것을 보라고. 그쪽에서도 우리 리앙틴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거지!”
숙부들에게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모른다.
태양회에서 인맥을 쌓으면 상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냔 말야.’
리앙틴의 유모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좋아하시는 핫밀크를 준비하였어요. 드시고 푹 주무셔요, 아가씨.”
‘하지 마.’
그런 눈으로 보지 마.
“하녀들과 떠들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실 거예요. 들어가세요. 네?”
‘날 동정하지 마……!’
동정이 아니라 동경을 받고 싶었다.
에릴로트가 다른 사람에게 받는 그 동경을.
리앙틴은 유모의 손을 뿌리치고 복도를 내달렸다.
참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왜 다들 에릴로트에게만 관심이 있는 거야?
‘나도 노력했는데.’
정말로 노력했는데.
타고난 가호가 쓸모가 없는 걸 어떻게 해?
‘그건 내 탓이 아니잖아.’
공부는 잘한다. 필기 성적은 항상 좋았다.
능력이 부족한 만큼 밤새워 공부하고 또 공부했으니까.
‘에릴로트는 그냥 운이 좋은 것뿐이잖아.’
<마물 조련>이라는 엄청난 가호.
가호로 말미암아 손에 넣은 용.
아름답고 능력 있는 아버지.
화려한 외모, 뛰어난 두뇌, 센스 있는 언변.
‘그런 것들을 가지고 태어난 것뿐이잖아.’
더 열심히 한 건 나인데.
계단의 난간을 꽉 그러쥔 리앙틴이 중얼거렸다.
“왜 에릴로트만…… 어째서 그 애만…….”
“영애?”
리앙틴의 어깨가 흠칫 솟아올랐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태양 같은 주홍빛의 머리칼을 가진 근사한 소년이 보였다.
‘살바토레 황자…….’
그가 리앙틴을 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리앙틴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과, 광영을 누리소서.”
“밤늦게 혼자 뭐 하고 있지?”
“그게, 잠깐 산책을…….”
“아닌 것 같은데.”
빙그레 미소 지은 살바토레가 천천히 걸어왔다.
내디딘 구두에 닿은 달빛이 하얗게 부서진다.
소년임에도 불구하고 훌쩍 큰 키.
나른해 보이는 실루엣.
황가의 일원다운 위압감이 더해져 어딘지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살바토레가 리앙틴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아…….”
리앙틴이 우물쭈물하며 손수건을 받았다.
“가, 감사합니다.”
“한데 무슨 일로 울고 있었지?”
“그게…….”
리앙틴이 어물거리자, 살바토레가 “아.” 하며 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비페리 영애가 지나쳤지. 다른 왕자들도.”
“네?”
“아스트라 영애는 하나뿐이 아닌데 말야.”
“아, 아뇨. 에릴로트는 사촌들 가운데에서도 뛰어난 아이니까 관심을 가지시는 게 당연한 일이에요…….”
“그래? 난 영애 쪽에 더 관심이 가는데.”
“네?!”
리앙틴이 화들짝 놀라서 살바토레를 쳐다봤다.
살바토레는 고개를 가볍게 기울이며 리앙틴의 눈을 들여다봤다.
“노력하는 아이가 좋거든, 난.”
“…….”
“열등감은 때로 성장의 촉매제가 되곤 해. 그리고 난…… 영애가 꼭 그런 타입일 거라고 생각하고.”
살바토레의 미성이 리앙틴의 귓바퀴에 감겨들었다.
녹을 듯 아름다운 목소리.
리앙틴은 정신없이 살바토레 황자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살바토레 황자가 내게 관심이 있다고?
에릴로트보다 더?
어스름한 불빛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리앙틴의 얼굴이 드러났다.
살바토레 황자는 쿡쿡 웃곤 입을 열었다.
“괜찮으면 콜로세움에 함께 가는 게 어때? 오후 5시에 데리러 가지.”
“저, 저야 너무 좋은……!”
그때였다.
“뭐하고 계세요?”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세바스티아 비페리가 다른 왕자들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세바스티아 비페리는 리앙틴의 손에 들린 손수건을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손수건에 새겨진 문양은 칼소이에 황가의 것이었으니까.
“어째서 영애가 황자님의 손수건을 들고 있나요?”
리앙틴은 흠칫했다.
그러곤 살바토레 황자를 힐끔 쳐다봤다.
어떻게 대처할지 흥미로워하는 표정이었다.
리앙틴이 손수건을 움켜쥐고 세바스티아를 노려봤다.
“신경 쓰실 일이 아닌 듯한데요.”
“뭐라고?”
세바스티아의 목소리가 뾰족해지자, 살바토레가 나섰다.
“아스트라 영애의 말이 맞아, 세바스티아.”
리앙틴은 수줍은 표정으로 살바토레를 쳐다봤다.
‘내 편을 들어주셨어…….’
리앙틴은 오만한 표정으로 세바스티아를 힐끔 보고서, 손수건을 끌어안았다.
“코, 콜로세움에 갈 적에 뵙겠습니다. 내일 오후 5시…….”
“그래.”
그러자 다른 왕자들이 수군거렸다.
“콜로세움?”
“콜로세움에 함께 간다고?”
그래, 맞아.
살바토레 제국의 유일한 황자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줬다.
‘에릴로트가 아니라!’
입꼬리를 비죽 올린 리앙틴은 고개를 숙였다.
“좋은 밤이 되시길 바라요.”
“영애도.”
인사한 리앙틴은 등을 돌렸다.
아이가 멀어진 후에야 세바스티아가 날카롭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들었잖아.”
“뭐 하러 저런 거에 신경 쓰시느냔 말이에요.”
살바토레가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난 영애의 오만한 점이 좋지만, 가끔은 거슬릴 때가 있어.”
그러자 세바스티아가 흠칫했다.
입술을 깨문 그녀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송구합니다.”
“밤이 깊었어. 다들 돌아가서 쉬도록 해.”
세바스티아와 왕자들은 기분 좋아 보이는 살바토레를 힐끗 쳐다봤다.
‘저 독사 같은 놈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모르긴 모르겠지만…… 재밌어지겠네.’
왕자들이 비식, 웃고 있을 때 세바스티아만이 인상을 찌푸렸다.
* * *
이튿날, 아침.
나는 리앙틴의 방을 찾았다.
“언니, 오전에 태양회의 회원들과 티 타임을 갖고 바로 출발할 생각이야. 미리 준비─”
리앙틴은 내 쪽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거울 앞에서 드레스를 이리저리 대보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빨간색? 빨간 드레스가 나은가?”
“언니.”
“응?”
“내 말, 듣고 있어?”
“아아. 너 혼자 가.”
“뭐라고?”
리앙틴이 생글생글 웃으며 날 돌아봤다.
“너 혼자 돌아가라고. 나는 여기 좀 더 있을게.”
“오늘은 돌아가겠다고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잖아.”
“태양회인걸. 좀 더 있는다고 할아버님이 뭐라고 하시겠어? 가문에 도움이 되면 됐지, 나쁠 게 없는데.”
“위험한 자리라고 판단되면 서둘러 돌아오라고 하셨어. 난 인맥을 쌓았을 때의 가치보다 위험성이 더 높다고 판단해서 돌아가겠다고 하는 거야.”
“정말…….”
리앙틴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곤 불만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네 판단이 그러면 너만 돌아가. 나는 있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으니까.”
“정식으로 초청된 사람은 나야. 내가 없는데 언니가 있는 건─”
“그래! 너 잘났어. 알아!”
“…….”
“하지만 내년엔 상황이 좀 다를걸. 내년엔 내가 널 데리고 올 수도 있어.”
리앙틴은 우후후 웃으며 드레스를 끌어안았다. 꿈꾸듯 몽롱한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아.” 하며 나를 힐끔 쳐다봤다.
“화를 낸 건 아냐. 데려와 준 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
“네가 날 도와준 것들, 친하게 지내준 거. 전부 절대로 안 잊을 거야. 그리고 다음엔 나도 네게 도움을 줄 거고.”
“…….”
“약속해, 에릴로트.”
리앙틴이 결기 어린 얼굴로 내 손을 잡았다.
“넌 내 친구이자, 가장 친한 사촌이야. 나도 널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번 기회에.”
“리앙틴 언니.”
“미안. 지금은 좀 바빠서. 이따 티 타임 때 보자?”
나는 거의 떠밀리듯이 리앙틴의 방을 나왔다.
‘뭐야. 대체 리앙틴이 왜 저러는 거지?’
리앙틴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이 굴고 있었다.
“왜…….”
“에릴로트!”
멀리서 아비노 왕손이 내게로 달려왔다.
“콜로세움에 갈 거지? 응? 나랑!”
“아, 그게…….”
“네 사촌 언니도 콜로세움에 갈 거래. 살바토레 황자와 함께.”
듣자마자 감이 왔다.
‘그거였어?’
나는 실소를 흘렸다.
‘무슨 수작인지 알겠다. 리앙틴의 질투를 자극해서 홀렸구나.’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는 생긋, 미소 짓고 아비노를 바라봤다.
“저어,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요.”
“부탁? 응! 뭐든 해!”
“그럼 살바토레 황자님께 단둘이 뵙고 싶다고 전해주시겠어요?”
“단…… 둘이?”
그래.
단둘이.
‘기왕이면 내게 관심이 있는 왕자들에게도 내가 살바토레를 단둘이 만나고 싶어 했다고 전해주렴.’
미안하지만, 질투를 자극하는 건 내가 더 잘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