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1화. (121/390)

121화.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자, 굳어져 있는 태양회 놈들이 보였다. 아비노 왕손만이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태양회 중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체자레였다.

“칼소이에 제국에선 국빈을 이렇게 맞이하나 보죠~”

언제나처럼 애교 섞인 목소리였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입매가 삐뚜름하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실소를 흘린 할아버지가 한 발 내디뎠다.

“아아, 왕자의 모국인 슈엘리즈에선 국빈을 크게 환대하던가요.”

“예의를 아는 나라니까요.”

“기억이 납니다. 왕자의 부왕께서 내게 얼마나 정중했는지. 내 군사들이 슈엘리즈의 근경에만 가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독대를 청하시던 것이.”

“……!”

언제나 여유롭던 체자레의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할아버지는 미소 지으며 천천히 소년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장원에서 지내는 동안 세상이 많이 변한 모양입니다, 왕자.”

“…….”

“슈엘리즈의 왕자가 감히 나와 시선을 마주할 때가 왔으니.”

“아스트라 공!”

할아버지가 가볍게 체자레의 어깨를 쥐었다.

체자레는 흠칫 물러났다.

‘오, 겁먹었나 봐.’

그야 그렇겠지.

솜털이 바짝 설 만큼 위압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세월의 관록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스트라 공작은 저 어린 왕자들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 무슨, 무례한…….”

“알아 두십시오.”

“…….”

“비페리는 물러나는 법을 알지만, 나는 모릅니다.”

“…….”

“아스트라는 결코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습니다.”

소년들이 움찔,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체자레가 이를 악물었다.

“이러고도 무사할 성싶습니까? 우리의 연합은 아직 건재합니다.”

“생태계에선 약해 빠진 것들이 무리를 짓는 법이지요.”

“이…….”

“난 떼로 덤벼도 한 놈만은 기필코 물어 죽입니다. 그게 누가 될 것 같습니까?”

“……!”

그때였다.

드뷔시 자작이 급히 걸어왔다.

“라온트라와 알리기오사에서 회합을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소년들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황제가 아니라 아스트라에 회합을 요청했어?’

그렇다는 건, 벌써 두 나라가 연합에서 이탈한다는 소리였다.

할아버지가 곧장 국경성에 오지 않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니.

‘이걸 준비하셨구나.’

회합을 청한 나라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소년들이 새파래졌다.

할아버지는 체자레의 어깨를 천천히 두드렸다.

그러곤 소년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드뷔시 자작에게 명했다.

“아스트라 전군, 경계 태세를 갖춰라.”

“고, 공!”

소년들이 소리쳤으나, 할아버지는 반응이 없었다.

다만.

“세상모르고 날뛰었으니,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겠지.”

쿵!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말의 주어가 무엇인지 예상한 소년들은 새파래져 버렸다.

나는 속으로 히죽 웃었다.

‘괜히 <빙.흑.손>의 최강 가문이 아니었단다.’

다른 가문에서는 연합하여 옥죄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났겠지만, 할아버지는 아니다.

한 놈은 물어 죽이거든.

그런 면이 아스트라의 가장 두려운 점이고.

‘그래도 너무 궁지에 몰면 안 되지.’

쥐도 빠져나갈 구멍 정도는 열어 줘야 미쳐 날뛰지 않는 법이다.

“할아버지…….”

내가 부르자, 할아버지의 어깨가 흠칫했다.

그리고 삽시간에 표정이 바뀌었다.

그가 큼, 헛기침하며 새침한 표정이 되자 태양회의 소년들이 크게 놀랐다.

할아버지는 다시 한번 헛기침했다.

“그래, 돌아갈 준비는 마쳤고?”

“네. 그런데 저 혼자 가요?”

“리앙틴과 함께 가야겠지.”

“……할아버지는요?”

계속 여기 계시면 저 애들, 심장 마비 올 것 같은데요.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곤 잠깐 말이 없어졌다.

그러나 이윽고.

“허, 참…….”

“……?”

“하여간에 어리광은. ……뭐, 할애비도 같이 갔으면 좋겠느냐?”

‘굳이 같이는 아니지만.’

기분 좋아 보이는데 초 칠 필요는 없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할아버지는 냉큼 드뷔시 자작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 마차, 준비해라.”

“예? 황궁 조사단이 곧 올 것인데.”

“알아서 조사하면 될 것이 아니냐! 내가 그런 것까지 해야 해?!”

드뷔시 자작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예……. 당장에 마차를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서둘러.”

그렇게 말한 할아버지가 내게 쑥, 손을 내밀었다.

“네?”

“뭐 해.”

“아…….”

‘이번 일로 엄청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

하기야 전 대륙에 아스트라의 힘을 보이게 되었으니.

내가 봐도 잘한 것 같다.

나는 슬쩍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걸었고, 나는 그 뒤를 쫄랑쫄랑 쫓아갔다.

등 뒤에서 헛웃음과 한숨 등 당황스러운 숨소리가 마구 터져 나왔다.

“아스트라 공작이 가장 귀여워하는 손주라더니…….”

“그냥 귀여워하는 게 아니라 팔불…….”

태양회 소년들의 목소리였다.

지금까지 어른스러운 체 굴었던 나는 좀 창피해졌다.

* * *

아스트라 장원으로 이동하는 데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와 리앙틴은 할아버지의 마차에서 비틀비틀 걸어 나왔다.

“우욱.”

리앙틴이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신음했다.

나도 눈이 팽글팽글 돌 것 같았다.

‘과연 아스트라 공작의 마차야…….’

신속의 가호석을 거의 펴 바르다시피 한 마차.

심지어 이 마차를 끄는 건 설원마였다.

“죽을 것 같아.”

얼굴이 새파래진 리앙틴이 중얼거려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가호석을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이 넣어서 마력이 꽤 강한 나도 속이 엄청 불편하다.

그러니 리앙틴은 기절 직전일 것이다.

‘할아버지의 마력이 엄청난 건 알고 있었지만…… 괴물이네.’

할아버진 이 많은 가호석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아무렇지도 않았다.

셀레네의 그 엄청난 마력량이 어디서 유전되었는지 알 것 같달까.

할아버지가 막 마차에서 걸어 나왔을 때였다.

“리앙틴!”

“리앙틴…….”

데콘스 숙부 내외가 계단에서 구를 것처럼 뛰어오고 있었다.

부모님을 본 리앙틴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아빠, 엄마…….”

“세상에, 내 새끼.”

숙모가 리앙틴을 끌어안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데콘스 내외도 콜로세움 경기를 보았을 것이다.

계단 위에서 다른 혈족들도 내려왔다.

물론.

“에릴─!”

“에릴로트.”

“…….”

발자크와 요슈아, 리시먼드도 함께였다.

“괜찮은 거야? 그 새끼들이 무슨 짓이라도 한 거 아니냐고! 때렸어? 어?”

“아니야.”

“정말로 괜찮아?”

“응.”

“마력이 불안정했다고 들었어. 영향은 없는 거야?”

“걱정 마.”

떨어진 건 겨우 며칠뿐이었는데, 이전엔 매일같이 붙어 있다 보니 굉장히 오랜만에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헤헤 웃었다.

이 호들갑까지 반갑다.

발자크는 콱,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봐. 이 귀여운 거!”

그러며 내 뺨을 양손으로 콱 잡는다.

“이렇게 귀여운데 그놈들이 귀찮게 하지 않았을 리 없잖아!”

방금 말은 취소다.

호들갑이 그렇게까지 반갑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재회의 정을 나누고 있던 그때였다.

발데릭 숙부가 리앙틴을 다그쳤다.

“콜로세움 경기에 끌려 나가?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

리앙틴이 입을 꾹 다물자, 그 아이의 아버지인 데콘스 숙부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 있었는가 보지! 발데릭, 너는 고생한 조카를 다독이지는 못할망정 힐난부터 하는 것이냐.”

“형님이 그리 오냐오냐 키워서 아스트라가 이런 망신을 당한 겁니다.”

“너, 이 녀석…….”

“얼마나 처신을 못 했으면 아스트라의 직계가 콜로세움에서 광대 꼴을 당해.”

“콜로세움은! 다른 귀족들에겐 꿈의 장소야!”

“황족, 왕족에게 빌붙어 먹고살려는 자들과 우리가 같습니까? 예?”

“비페리 공작의 직계도 콜로세움에 끌려 나간 적이 있잖아!”

“어디 비페리와 우리를 비교합니까? 그들의 영지민 수는 고작 몇십만. 우리는 그 열 배가 넘게 많다고요! 왕국이나 마찬가지의 숫자란 말입니다!”

다른 어른들도 쯧쯧, 혀를 차자 리앙틴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숙모가 어쩔 줄 모르고 딸을 끌어안았다.

데콘스 숙부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나를 휙, 노려봤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왜 리앙틴이 콜로세움에 나간 거지?”

“네?”

“네가 데려간 아이를 챙기지 못하고……. 태양회와 사이가 좋았다더니, 혹여 네가 리앙틴을 노린 게 아니냐?!”

“…….”

“어릴 적에 리앙틴과 다툰 일을 복수한 게 아니냔 말이야.”

“…….”

“살바토레 황자가 리앙틴을 아껴 주었어, 황군까지 붙이며 관심을 보이셨는데, 왜 갑자기 이런 일이─”

그 말에 세 오라버니들이 울컥, 인상을 썼다.

다혈질인 발자크는 금세라도 튀어나갈 것 같았다.

“그게 왜 우리 에릴의 탓……!”

나는 얼른 발자크의 팔을 잡았다.

그때였다.

“그만 좀 하세요!”

리앙틴이 소리쳤다.

“리앙틴……?”

데콘스 숙부가 눈을 크게 뜨자, 리앙틴이 고개를 들었다.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라 있다.

“황자가 관심을 보인 게 아니었어요. 절 가지고 논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냐?”

“제가 에릴로트를 질투했어요. 그래서 황자가 절 가지고 놀려는 것도 모르고, 내민 손을 잡았고요!”

“뭐, 뭐?”

“태양회의 전하들이 다 에릴로트만 좋아하니까, 다른 초청 귀족들도 다 에릴로트에게 달라붙으니까…….”

“…….”

“아무리 노력해도 에릴로트를 따라갈 수 없어서, 그래서…… 질투한 거예요. 질투에 눈이 멀어서 살바토레 황자에게 놀아났어요.”

“뭐, 뭐야?”

“에릴로트는 꾸준히 저를 말렸어요. 가문에 누가 될 거라고 말해 주고, 그 전에 돌아가자고 계속, 계속…….”

리앙틴은 결국 펑펑 울어 버렸다.

양손에 얼굴을 묻은 그 애가 가늘게 떨며 말했다.

“말을 무시하고, 잘난 척하면서 훈계했는데도 에릴로트는 저를 위해 국경성에 남아 줬어요.”

“…….”

“도와주고, 구해 줬어요.”

“…….”

“다 제 탓이란 말이에요…….”

나는 리앙틴이 얼마나 자존심 센 아이인지 알고 있다.

그런 아이가 혈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제 부끄러운 실수를 고백하고 있었다.

데콘스 숙부는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입술을 옴짝거리다가 이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리앙틴의 질투가 어디서 기인했는지는 알고 있다.

‘숙부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남을 깔아뭉개고, 걸핏하면 ‘네가 에릴로트보다 뭐가 못하다고’ 하며 비교했다.

그러니 아이의 마음에 질투심이 자라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숙모가 리앙틴의 등을 두드렸다.

“부끄러워하지 마라. 네게 질투를 심어 준 건 나야. 부모의 탓이야.”

“…….”

그러곤 나를 쳐다보고 고개를 숙였다.

“폐를 끼쳤구나, 에릴로트. 고마워.”

“……네.”

데콘스 숙부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수그렸다.

모두 조용해진 와중에 발데릭 숙부가 투덜거렸다.

“하여간에 계집애들 머릿속엔 뭐가 들었는지.”

“발데릭.”

할아버지가 나섰다.

“너는 도무지 쓸 데라곤 없는 녀석이구나.”

“예?”

“다들 돌아가라.”

“아, 아버지…….”

“내 말이 안 들리느냐─!!”

할아버지가 일갈하자, 친척들이 흠칫했다.

눈치를 보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몸을 돌렸다.

데콘스 부부도 리앙틴을 다독이며 떠났다.

깍지 낀 손으로 뒷머리를 받치고 있던 발자크는 쯧, 혀를 찼다.

“조부님의 앞에서 다른 조카들을 끌어내리려다가 된통 당했네. 멍청하긴.”

요슈아가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3세 경쟁이 더 치열해지겠는데.”

“왜?”

“생각이란 걸 좀 해 봐, 발자크. 에릴로트가 조부님의 눈에 든 덕에 아버지가 후계 자리에 성큼 가까워졌잖아. 그런데 저 욕심 많은 숙부들이 가만히 있겠어?”

“귀찮네.”

쯧, 혀를 차던 발자크가 내게 말했다.

“피곤하지? 어서 관할령으로 돌아가자.”

“응. 아, 그런데 아빠는?”

“네가 불안정해졌다는 얘기를 들으시곤 엔조에게 ‘태양회 놈들 나라의 특산물이 뭐냐’고 물으시더니, 병영에 틀어박혀 계시던데.”

“뭐?”

“아, 저먼 왕국의 특산품이 키위래.”

안돼─!

나는 정신 없이 관할령으로 돌아갔다.

물론 돌아가서는 아빠에게 매달려서,

“키위 싫어요! 나 이제 과일이 싫어~!”

─하고 뜯어말려야 했다.

그놈의 과일 지도.

다 불태워 버려야겠다.

그리고 며칠 뒤. 관할성엔 선물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아주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발신인은 ‘데콘스 숙부’.

동봉된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혹시 내 힘이 필요할 때가 생긴다면 연락해도 좋다.]

리앙틴의 아버지다운 사과였다.

* * *

일주일 후.

공작성에 들어온 난 피곤한 표정으로 통신석을 쳐다봤다.

[얼마나 놀랐는지 혹시 아시는지?]

통신석에서 크리스토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빠가 저먼 왕국의 지도를 구했다는 것을 알고 당장에 통신해온 것이다.

아마도 세바스티아에게 내 통신 코드를 들은 모양이다.

‘세바스티아와는 통신 코드를 교환했으니까.’

“미안하다니까요. 제 아버님이 우리가 동맹이라는 사실을 모르셔서 그런 거예요…….”

[해서? 우리 폐하께서 그 유명한 아스트라의 광견들에게 물어뜯기게 되는 겁니까?]

“아니에요. 동맹했다는 것도 아버님과 할아버님께 다 말씀드렸고요.”

[하여간…….]

“그런데 왜 존대이신지?”

[귀하디귀한 아스트라의 보물에게 하대하면 언젠가 목줄기가 물어뜯길 것 같아서.]

그놈의 물어뜯긴다는 말은 좀 안 썼으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너무 겁을 줬나 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만하세요. 우리 동맹은 계속 유지될 거잖아요?”

[……라온트라, 알리기오사와 함께하는 회합에 우리 저먼도 함께하고 싶어.]

“할아버님께 말씀드릴게요.”

[‘할아버지~’가 아니고?]

“정말!”

놀리는 말에 내가 불퉁한 목소리를 내자, 통신석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확정되면 알려줘.]

“네. 들어가세요.”

[그래.]

통신을 종료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할아버지께 저먼 왕국이 회합에 참석하고 싶어 한다고 알려줘야지.’

으슥한 곳에서 벗어나자, 근처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알렉시스가 따라붙었다.

이그리츠 용병단이 내 군이 된 후, 알렉시스는 나의 전담 호위가 되었다.

“크리스토퍼?”

“응.”

“뭐라고 해?”

“투덜거리지, 뭐.”

우리는 속닥속닥 잡담을 나누며 할아버지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누군가 집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황궁의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들 중 한 사람을 본 난 우뚝 굳어지고 말았다.

“아.”

“…….”

“처음 뵙겠습니다, 영애.”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첫 번째 삶과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눈을 한 소년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황궁 서기관, 빈센트 에드로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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