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데몬 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벨라는 딸을 끌어안고 서글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황하셨단 건 알아요. 그럴 만도 하시겠죠. 하지만 언니의 딸을 몰래 키워온 제 입장도 이해를…….”
“증명할 수 있나?”
카인로드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벨라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언니는 죽었고, 언니의 혈육은 이 아이뿐이니 증명할 길은 없어요.”
“그런데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이냐?”
그 말에 벨라가 서글피 답했다.
“제가 아이를 낳는 것을 본 사람이 없어요. 저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이 아이는 어디서 왔을까요?”
“…….”
“여러분도 아실 거예요. 언니가 전쟁에 나가서 죽기 직전 여덟 달 가까이 사라졌었다는 것을요.”
아빠와 카인로드, 데본 님, 레오가 조용해졌다.
‘정말로 여덟 달 동안 사라졌었나 보네.’
벨라는 한숨을 내쉬며 블라썸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때 낳았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때?”
“예.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맡아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언니는 돌아오지 못했고, 저는…….”
벨라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틀어막고 울먹였다.
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벨트리 님이 미쳤다고 자기 애를 당신한테 맡기겠어?’
아빠와 숙부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나는 벨트리 님을 조사하며 알게 되었다.
벨라와 그 부모가 벨트리 님에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그런 끔찍한 사람에게 잘도 애를 맡기겠다.’
기가 막힌 건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카인로드가 입매를 비틀며 말했다.
“쇼는 그만하지, 그래.”
“무슨…… 너무하세요.”
“네가 돈 한 푼 없이 이혼당할 처지에 놓였다는 건 황도 사정에 무지한 나도 안다.”
“그건…….”
“급하니 네 자식을 벨트리의 자식으로 둔갑시킨 게 아니냐?”
“제가 무슨 이유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겠어요?”
“우린 벨트리에게 이런저런 빚이 있으니, 벨트리의 자식이라고 하면 후원해주리라 여긴 거겠지.”
음, 맞는 말이다.
내가 속으로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때, 벨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가 없으니 핏줄을 증명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언니가 남긴 편지가 제게 있어요.”
“편지?”
벨라는 손가방에서 낡은 편지를 꺼냈다.
“언니의 편지예요.”
카인로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벨라가 건넨 편지를 펼쳤다.
나도 까치발을 들고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벨라에게.
아이의 이름은 블라썸이란다.
꽃이 만발하듯 기쁨이 만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지었노라 전해주렴.
너에게 이 아이를 부탁하게 되어 미안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