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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세는 악역입니다-297화 (298/390)

297화.

볼을 부풀리며 말하는 게 영락없는 어린애의 모습이었다.

“사과?”

아무렇지 않게 물으니, 달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나 혼자 북서문을 통해서 황비궁에 가게 한 것 말이야.”

“그게 왜?”

혼절 사건이라면 내 탓이 맞다.

하지만 북서문으로 가게 한 일은 내 짓이 아니잖아?

달리아는 정말 모르겠냐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네가 나쁜 거잖아. 먼저 가버려서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뭐야, 이 말도 안 되는 논리는?

“<평민은 북서문을 통해서 들어간다>. 그게 황궁의 규율인데 왜 그 부분에서 내가 사과해야 하지?”

“내게 북서문으로 가라고 한 경비병은 네가 아는 사람이라면서!”

“……그래. 근데 그게 왜?”

“말을 잘 해주었다면 나도 중앙문으로 들어갔을 거야.”

달리아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았다.

“북서문은 마차로 통과할 수 없어서 다리도 엄청 아팠지. 그리고 내 하인도 내 눈치를 보느라 괴로웠지. 또, 나 혼자 황비님의 혼절 타이밍에 들어가서 의심받았어.”

“…….”

“네가 중앙문으로 같이 들어가 주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야.”

“…….”

“그렇지만 사과할 기회를 줄게. 그래도 난 에릴로트가 싫지 않으니까.”

달리아는 배시시 웃었다.

마치 아량이라도 베풀 듯이.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오늘 비가 온 것도 내 탓이라고 하지 그래?”

“뭐?”

“경비병이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널 중앙문으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온 거야?”

“그건…….”

“규율이 무슨 뜻인지 알아? 질서 유지를 위한 정해놓은 것들. 지키지 않으면 처벌되지.”

“…….”

“내가 널 위해 처벌을 불사해야 했다는 뜻이야? 내가 왜?”

“그야 우리는 혈육이니까…….”

“혈육이라서 모든 걸 이해하고, 그 어떤 처벌도 불사해야 한다면 너도 마찬가지잖아?”

“…….”

“나는 규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북서문으로 가는 너를 볼 수밖에 없던 건데 그쯤은 네가 이해해야지. 안 그래?”

“그,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잖아! 경비병에게 같이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는 것쯤은!”

“어려운 일인지, 쉬운 일인지를 어째서 네가 정해?”

“어?”

“애초에 배려받는 사람이 ‘이건 쉬우니까 당연히 배려해야지’하고 말하는 것부터 이상하지 않아? 그런 걸 세상은 강요라고 해.”

“…….”

“내 말, 이해가 돼?”

달리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치맛자락을 꾹 잡아 비튼 달리아가 눈에 바짝 힘을 주었다.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거야?”

“네 논리가 너무 이상한 터라, 혹시 내 말도 네 논리에 맞지 않는 게 아닐까 싶어 물은 거야.”

“이익……!”

“나로선 널 도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해는 할게? 난 네가 싫지 않으니까.”

배려하듯 말하자, 달리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뭐. 왜.’

네가 한 말을 돌려주는 거잖아.

등 뒤에서 풋,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서군 출신의 사내들이 억지로 웃음을 참다가 터진 소리였다.

달리아는 더욱더 빨개져선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달리아와 내 눈치를 보던 시녀 하나가 나섰다.

“달리아 님, 폐하께서 기다리십니다.”

“…….”

“달리아 님.”

“알겠어요.”

달리아는 입술을 삐죽이고, 내게 홱! 고개를 돌리며 지나쳤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굳어졌다.

그런 내게 서군 출신의 사내들이 쿡쿡 웃으며 물었다.

“사촌이 토라진 내색을 하니 당황스러우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 너무해!”

“하, 하지만 이건 정말로 내 탓이 아닌데…….”

"됐어!”

유세은이 떠올랐다.

제 기분에 맞춰주지 않으면 저렇게 토라진 티를 내며 가곤 했다.

유혜민일 적에 난 저 표정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럴 때면 꼭 할머니에게 일러바쳐서 늘 벌을 서곤 했으니까.

‘표정이 꼭 세은이 같았어…….’

“원화?”

서군 출신의 사내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별일 아니야. 난 이만 가봐야겠어.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보자.”

“예.”

“살펴 가십시오.”

나는 한지혁과 함께 복도를 걷다가 흘낏 뒤를 돌아봤다.

달리아는 사라지고 없었다.

‘기분이 이상해…….’

달리아가 유세은일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그리미에는 특별한 영혼을 데려왔다.

하필 유혜민일 적의 이복동생이 그런 특별한 영혼이었고, 이세계에서 재회한다고?

우연과 우연이 몇 번이나 겹쳐져야 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빙.흑.손>에서 달리아는 유년 시절부터 친부모를 원망하고 있었어.’

하지만 유세은은 마냥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였다.

할머니도, 아버지도, 엄마마저도 세은이의 눈물 한 방울에 무너지고 미소 한 번에 뛸 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한지혁이 나를 불렀다.

“에릴로트.”

“응.”

“정말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저택에 돌아가면 영역을 펼쳐서 내 가호를 강화시켜줘.”

“왜?”

“<열람>으로 달리아의 서술을 살펴봐야겠어.”

자꾸만 찝찝했다.

* * *

황제의 서재.

“그래서요. 에릴로트에게 아주 서운해요.”

달리아는 종알거리며 포트의 물을 찻잔에 따랐다.

그 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황제가 무심히 대답했다.

“평민이 북서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규율인 건 맞지 않느냐.”

“하지만 다리가 엄청 아팠어요. 그리고 에릴로트가 ‘내 사촌이야’하고 말해주길 바랐다고요…… 경비병이 그 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어도 전 기분이 좋았을 거예요!”

황제가 찻잔을 들며 달리아를 힐끗 쳐다봤다.

황제와 시선을 마주하자 달리아가 움찔했다.

그리곤 눈썹을 늘어뜨린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사실은 투정이었어요……. 그냥 에릴로트가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길 바란 거예요. 그 애 잘못은 아니고…….”

황제가 픽 웃었다.

“솔직해서 좋구나.”

달리아가 책상에 턱을 괸 채로 쪼그려 앉아서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에릴로트는 제가 투정부리는 걸 알고 화를 낸 걸까요? 최근에 이것저것 바쁠 텐데, 저까지 귀찮게 해서요.”

“글쎄. 하지만 네게 거리낌이 있다면 사과하고 다시 대화를 나눠봐야겠지.”

“네! 그럴래요!”

달리아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폐하와 대화하면 기분이 좋아요.”

“누구 하나 그렇게 느끼지 않던데, 넌 이상하구나.”

“왜요? 지혜를 나눠주셔서 늘 고민이 해결되는걸요? 아마도 폐하께 조심스러워서 그런 말을 못 하는 게 아닐까요?”

달리아는 한없이 순진한 표정이었다.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눈.

황제는 쿡쿡 웃으며 달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그들은 너처럼 순수하게 나를 대하지 않으니 대화가 어려울 테지.”

“앗, 짐이 아니라 나라고 하셨다!”

“이런.”

황제가 턱을 쥔 채 가볍게 신음했다.

달리아는 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전 그게 더 좋아요. 친구는 그렇게 편하게 말하잖아요? 폐하께선 제 첫 친구셔요.”

“감히 짐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냐?”

“그, 그런 게 아니고…….”

달리아가 허둥거리자, 황제는 웃음을 터뜨렸다.

벽가에 서있던 시녀 에스더 또한 입을 가린 채로 쿡쿡 웃음을 흘렸다.

달리아는 다시 에헤헤 웃고는 황제에게 물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크루마투스 차에 네 손이 닿으니 확실히 이전보다 효험이 뛰어나구나.”

“아빠 말씀이 사람은 가호를 꼭 발동해야 쓸 수 있는 건 아니래요. 숨에서, 눈빛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도 있다고 해요.”

“그래.”

“저는 가호 쓰는 법을 몰라서 조절이 안 되니까 더욱 그럴 거라셨어요.”

“네 덕에 훨씬 편안해졌다.”

“폐하의 건강이 제 기쁨이에요!”

방 안의 분위기가 훈훈했다.

서재 밖에서 황제를 기다리고 있던 그리미에에게 부관으로 분장한 장막이 말했다.

“폐하께서 기분이 좋으시군요.”

“통증이 사라졌으니 만족스러우실 테지. 게다가 저 애는 사람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다.”

“어째서 말입니까?”

“혼이 그러하다. 한없이 사랑받고 자라 사랑을 주는 법을 알고 있거든.”

“그렇군요.”

“폐하께선 더욱 특별하게 느끼실 것이다. 복마전 같은 황궁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으신 분. 마냥 호감을 보이는 자를 싫어할 수 없으실 테지.”

‘게다가 그런 가호를 심어두었으니.’

호감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미에가 비릿하게 웃었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황제의 웃음소리가 매우 다정했다.

* * *

며칠 후.

나는 전국에서 끌어모은 크루마투스를 모아 불을 질렀다.

나와 함께 화르륵 타오르는 불길을 보던 콘라드와 한지혁이 굳어졌다.

“이, 이건……!”

“이게 뭐야!”

크루마투스를 태우는 연기가 몬스터의 형체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크루마투스.

현대의 언어로 하면,

[크 루마 투스(절망의 포자)]

—이었다.

“고대 몬스터 절망의 포자야.”

“저, 절망? 식물형 몬스터 말이야?”

“그래, 내 첫 번째 삶에선 저런 걸 약으로 믿고 사용했던 거라고.”

하기야, 절망은 정보가 적지.

다른 고대 몬스터처럼 대놓고 사람을 습격하는 몬스터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생물에게 자신의 포자를 섭취하게 만들어서 에너지를 빼앗는다.

“내가 고대의 기억에서 봤는데, 다른 공격력 강한 몬스터보다 절망이 훨씬 더 무서웠어.”

“병원체와 결합해서 살아있는 역병이 된다지요…….”

“응, 좀비가 되는 거지. 그리고 일정 에너지가 차면 그 좀비들이 모여서 절망으로 구성되더라고. 고대에선 그걸 성체라고 불렀어.”

“네 첫 번째 삶에서 그런 걸 전 대륙인들이 먹었다면…….”

한지혁이 희멀게졌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걱정하지 마. 성체가 되는 일은 없었어. 좀비가 되어서 6할 정도는 죽었지만.”

“뭐? 어째서?”

“달리아가 토벌했거든.”

압도적인 <치유>의 가호로 핵을 통째로 정화시켰다.

달리아가 전 세계에서 성녀로 불린 발단이 그것이다.

‘이대로라면 <빙.흑.손>의 전개대로 흘러가.’

그러면 다시 세상에서 제일 특별해진 달리아가 주인공이 되겠지.

“어떻게든 전염병의 확산을 막아야 해.”

“황태후와 황비도 전염되었다면 다른 황궁인들도 위험합니다. 황태후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만나주지 않더라고. 아마 계속 정신을 잃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황태후는 나이가 있는 만큼 더 위험한 상황이겠지.

“일단 크루마투스의 유통을 막는 게 중요해.”

“그 일, 어렵게 됐어.”

리시먼드의 목소리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리시먼드가 딱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렵다니?”

“전염병이 황도 곳곳에 퍼졌어.”

“뭐?!”

“어제 확인되었던 30명의 병자가 오늘은 500명으로 늘었어. 이대로라면 일주일 안에 황도가 마비된다.”

“왜 그렇게나 빠르게 전염이……! 첫 번째 삶에선 이 정도로 빠르진 않았어!”

“크루마투스를 치료제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야.”

“뭐? 그게 어떻게…….”

“어제부터 달리아가 병자들을 크루마투스로 치료 중이야.”

이 멍청이가 쓸데없는 짓을……!

나는 이를 악물었고, 리시먼드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방금 사데스 광장에서 달리아를 필두로 한 의료 막사가 세워졌어.”

나는 한지혁에게 소리쳤다.

“막아야 해! 가자!”

“그래.”

우리는 황급히 광장으로 향했다.

* * *

치료 막사 안에 있던 달리아는 아찔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떡하지……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사람으로 바글거렸다.

어제는 병원에 갈 수 없는 평민들만 치료해줬는데, 오늘은 귀족들까지 오고 있다.

그리미에가 붙여준 하인이 말했다.

“라우스 백작 내외가 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마통 백작도 부친을 데리고—”

반대쪽에선 다른 하인이 소리쳤다.

“대기 인원이 삼백이 넘습니다!”

달리아가 앞치마를 꽉 쥐었다.

아연한 광경이었다.

‘너무 힘들어. 하지만 치료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역시 황제에게 못하겠다고 할까?

하지만 치료하겠다고 나서니까 황제가 크게 기뻐했는데…….

“에잇! 모르겠다! 할 때까진 해보자! 난 음악도 악으로 한 사람이라고!”

달리아가 소리쳤다.

“황제궁의 지하에서 크루마투스를 더 가져와! 부족하면 아빠에게 사람을 보내달라고 해. <복제>의 가호로 크루마투스를 복제해서 쓰자고!”

“예!”

“옛, 아가씨!”

사람들은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달리아를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보았다.

“귀하디귀한 아가씨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저 약초도 엄청난 고가라고 하던걸. 병원에선 엄두가 안 나서 쓰지 못하는 약초까지 써서 우리를 치료하는 거라고.”

“황제 폐하께서 나눠주시는 거라던데. 역시 명군이야. 명군!”

“그걸 주청한 게 저 아가씨라잖아.”

평민뿐 아니라, 귀족들도 달리아를 보는 표정에 감사로 가득했다.

“어, 어머니, 이제 안 아파요…….”

“세상에, 아즈…… 다행이다, 다행이야!”

달리아는 자신의 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을 살려주었다.

평생 갚지 못할 은혜를 받은 것이다.

“이 차를 드셔보세요. 기운이 나실 거예요.”

“아스트라 공작가의 영양이라고?”

“예, 후작님.”

“내 딸은 사교계에서 잔뼈가 굵은 아이지. 필시 도움이 될 것이다. 데뷔 전에 꼭 나를 찾아오너라.”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파앙테 후작님!”

“아내를 도운 네게 그깟 도움쯤이야.”

달리아가 수줍은 얼굴로 찻잔을 내밀었다.

‘사람도 돕고, 인맥도 쌓았네. 그래! 열심히 하는 거야!’

“자, 다음! 아, 그런데 폐하께도 가봐야 하는데…….”

달리아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에릴로트?”

“너,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잘 왔어! 네가 좀 도와줄래? 난 황제 폐하께 가봐야 해. 내가 없으면 힘들어하셔서. 또 최근엔 황비님이랑, 황태후 폐하께서도 찾으시거든.”

달리아가 얼른 앞치마를 넘기며 말했다.

“너라도 크루마투스 차를 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나만한 약효는 안 되겠지만—”

“그만두지 못해!”

에릴로트가 달리아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어……?”

“그 풀이 어떤 건지나 알고 쓰는 거야?!”

“약초잖아? 병을 낫게 하는 약초 말이야.”

왜 이렇게 화를 내지?

달리아는 눈을 깜빡이다가 “아아.” 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가문의 돈은 쓰지 않았어. 네 아버지가 공작이 될 거니까 걱정되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차가운 시선으로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달리아는 순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직접 부탁해서 황제 폐하께서 크루마투스를 내주셨어. 그걸 복제해서 쓰는 거야. 저것 봐. 저렇게 많아!”

막사 한쪽에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크루마투스를 본 에릴로트가 굳어졌다.

한지혁이 사들였던 크루마투스의 수 배는 되었다.

“당장 그만둬.”

“……에릴로트.”

“그리고 약초를 먹은 자들의 명단을 넘겨. 어서—”

“에릴로트!”

달리아가 소리쳤다.

그녀는 씩씩대며 에릴로트를 노려봤다.

“네가 재물을 귀하게 여기는 건 알아. 하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야! 이럴 땐 좀 나눠도 되는 거잖아!”

“너…….”

“약초를 먹은 사람을 찾아가서 뭐 하려고? 돈을 받아내려고 하는 거라면 절대로 명단을 줄 수 없어!”

사람들이 달리아를 향해 환호했다.

“저런 선량한 아가씨가 있다니…….”

“비교가 되어도 너무 되는군!”

“돕지 않을 거라면 가버려!”

다수에 편승한 자들이 에릴로트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달리아가 싸늘하게 말했다.

“봐, 사람들은 내가 필요해. 네가 아니라. 도와주지 않을 거라면 가.”

이 3세는 악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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