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화.
* * *
황도, 1구역.
황궁이 가까워지자 콘라드가 알렉시스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주변을 둘러본 후, 속삭였다.
“이시론 공작가로부터의 연락입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전하라셨습니다.”
“그래.”
상황을 예측하고 있지 못했던 이시론 공작까지 움직임이 빠르다.
‘누가 판을 짜고 있는지 알겠군.’
이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
그의 머릿속에 에릴로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행렬을 이끌고 가는 알렉시스에게 말했다.
“가자마자 크루마투스부터 처리해. ‘누가’ 크루마투스를 처리했는지 만백성이 알도록.”
“그래.”
“이제부턴 나도, 이시론 공작도 지켜줄 수 없는 영역이야. ……조심해.”
“알고 있어.”
“제발 조심해…….”
콘라드가 물었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
알렉시스가 콘라드를 힐끗 쳐다보았다.
“물론.”
왼 가슴에 손을 올린 콘라드가 허리를 숙였다.
“가장 위대한 칼소이에께 천 년의 광영을.”
황제를 향한 인사말.
알렉시스는 깊숙이 눌러썼던 후드를 벗으며, 성큼성큼 걸었다.
새 시대를 향하여.
* * *
달리아는 번쩍 눈을 떴다.
‘침대?’
둘러보자, 그리미에가 황도에 사들인 허름한 저택의 제 방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때, 트레이를 끌고 방문을 열던 하녀가 황급히 달려왔다.
“아가씨! 눈을 뜨셨군요!”
“……내가 왜 방에 있어?”
“황궁에서 돌아오시며 혼절하셨어요. 지난 한 달 내내 잠 한숨 이루지 못하셨으니 당연하지요.”
하녀는 호들갑을 떨며 트레이 위에 놓인 약병을 달리아에게 쥐여주었다.
달리아는 정말이지 고생이었다.
쪽잠을 자며 3주를 꼬박 병자들을 돌보았다.
그 이후론 크루마투스 때문에 황제에게 쫓겨나 슬퍼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몸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는데 무리하셨잖아요. 며칠이나 잠들어계셨는지 몰라요.”
“며칠? 내가 며칠이나 잠들었는데?”
“오늘로 닷새째예요.”
“뭐어—?!”
이게 바로 로판 여주인공들이 겪는다는 며칠씩 혼절인가.
달리아는 놀란 눈으로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꼬박 누워있었는데 욕창은 안 생겼나?’
언니가 죽기 전엔 못 움직이고 누워만 있어서 욕창이 생기고 그랬는데.
하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하셔요?”
“욕창이 생겼을까 봐.”
“신관과 의사, 마법사들이 매일 같이 관리해주었으니 염려하지 마셔요.”
“아, 다행이다. 신관까지 왔었어? 한 번 부르려면 엄청나게 비싸다면서? 환자들이 말해줘서 나도 알고 있…… 환자!”
달리아가 흠칫,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으으으.” 하며 이마를 쥐고 비틀거렸다.
“현기증…….”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시면 안 돼요.”
“하지만 환자들에게 가봐야 하는걸.”
하녀가 옷을 갈아입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달리아를 만류했다.
“환자를 돌보다가 쓰러지셨으면서 또 환자에게 가신다고요?”
“하지만 내가 없으면 안 돼.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야!”
“아유, 아가씨! 황제 폐하께서 황궁에도 올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면서요. 그래서 며칠을 그렇게 우셨으면서!”
“아…….”
달리아가 움찔, 멈추어 섰다.
‘하지만 그건 크루마투스 때문이잖아.’
내가 알고 썼나, 뭐.
황제가 원래부터 쓰던 약이라니까 쓴 거지.
‘난 아무것도 몰랐는걸.’
크루마투스의 정체를 알고 허겁지겁 아빠에게 알렸는데, 아빠도 금시초문이라는 듯 놀랐다.
“저기, 황제 폐하께서 화가 나신 건 크루마투스 때문이잖아.”
“뭐…… 그렇지요?”
“나는 약초의 좋은 효과를 대폭 강화해주는 특별한 파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다른 제대로 된 약초를 써서 치료하면 어때?”
“그거야…….”
“열심히 하면 황제 폐하께서도 오해를 풀어주실 거야!”
자신과 황제는 절친한 사이였다.
‘지금은 화가 나셨지만, 곧 풀리실걸.’
달리아는 밝은 얼굴로 드레스룸에 들어갔다.
하녀는 “어휴.” 한숨을 내쉬었다.
“활기차고 긍정적이신 분이긴 하지만…….”
너무 활기차고 긍정적인 것도 문제였다.
옷을 갈아입은 달리아는 저택을 나섰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 쓰러지기 전과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여전히 병원이나 의료 막사마다 엄청나게 줄이 길긴 하다.
지금도 약을 받으러 오다가 힘에 부쳐 널브러진 사람들이 보이긴 한다.
그런데 지옥도처럼 사방에서 들리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자자, 차례를 지키시오! 어허, 차례를 지키라지 않아!”
의료 막사에는 나무 상자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많담. 무슨 택배차 같네.’
“저기, 레티시아.”
하녀를 부르자, 그녀가 달리아를 쳐다봤다.
“네, 아가씨.”
“저 상자는 뭐야?”
“아, 치료제예요.”
“치료제……? 그런 게 있었어?”
“며칠 전부터 풀리기 시작했는데…… 아! 아가씨, 다시 장사를 시작한 가게가 있거든요. 나온 김에 뭐라도 드시지 않으시겠어요?”
하녀가 허둥지둥 의료 막사 반대편을 가리켰다.
달리아는 뚱한 표정이었다.
“뭐야, 왜 말을 하다가 돌려?”
“그게…….”
“뭔데 그래!”
“에릴로트 아가씨께서 보내오신 거예요.”
“……어?”
마침 지나가던 환자들이 웃으며 떠들었다.
“아, 글쎄 이 약이 전부 아스트라 장원에서 온 거라니까.”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준비했대?”
“에릴로트 아가씨께서 삼색초의 효능을 실험 중이셨나 봐. 역병이 터지자 삼색초가 쓰일 거란 걸 예감하시고, 장원에 틀어박혀 준비하셨다지!”
“아아, 들었어. 그…… 뭐냐, 크루마투스 같은 더러운 걸 쓴…… 누구더라. 그, 있잖아. 성녀라던가 뭔가 하던.”
“달리아 아스트라?”
“그래, 그 여자! 에릴로트 아스트라와 사촌이라면서!”
떠들던 사람들이 쯧쯧, 혀를 찼다.
“아, 글쎄 그것도 그래. 지난달에 크루마투스 건으로 사촌 자매가 붙었다잖아.”
“달리아 아스트라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에릴로트 아가씨가 쫓겨난 거라던 말도 있던데.”
“성녀는 개뿔이.”
“예끼, 요새 누가 달리아 아스트라를 성녀라고 불러.”
으하하!
사내들이 화통하게 웃으며 지나갔다.
달리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치맛자락을 꾹 비틀어 잡았다.
‘저 사람들, 뭐야. 무례하게……!’
달리아의 눈이 글썽거리자, 하녀가 허둥지둥 말했다.
“저런 얘기는 듣지 마셔요. 호사가들이 박쥐 같은 게 하루 이틀인가요.”
“나, 열심히 한 건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대중이란 게 그래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쉽게 떠들죠. 다들 천벌 받을 거예요.”
그래, 유명해지면 이런 나쁜 소문에 휩싸이는 법이다.
연예인에겐 지성 없는 악플이 흔히 달린다.
‘나쁜 사람들. 하지만 누가 질 줄 알고? 나는 꿋꿋할 거야.’
달리아가 슥, 눈물을 닦았다.
“걱정하지 마. 난 이런 일에 기죽지 않아.”
“…….”
“여긴 약이 충분한 것 같으니까 가자. 어딘가에 내가 도울 일이 분명히 있을 거야!”
달리아는 양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두고 보라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신을 힐난하던 사람들이 미안해지게 만들어줄 테니까.
* * *
황궁.
황제가 알렉시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고개를 들라.”
알렉시스가 황제와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알렉시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
황제와 알렉시스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물렸다.
깊은 산에 조금도 오염되지 않은 호수처럼 투명한 청안.
단정한 선의 얼굴.
어딘지 기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짐과 만난 적이 있느냐.”
“예. ……원화군 시절 멀찍이서 뵈었습니다.”
“아아, 이시론 공작의 아들이 원화군에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고개를 끄덕인 황제가 말을 이었다.
“훌륭히 임무를 수행한다는 보고는 전해 들었다.”
구호물자와 결계석의 확보.
마을마다 출입을 통제시키는 일.
출입 통제로 인해 내부 치안이 망가질 일을 대비하여, 마을 내부에서 자율 방범대 구성.
황군을 투입하여 방범대 감시.
치료제 공급의 루트는 매우 효율적.
역병으로 인해 부족한 인력은 농경 물자와 마광물 지원을 약속하고 민간에서 차출했다.
황제가 물었다.
“하필 지원품이 농경 물자와 마광석인 이유는 무엇이냐.”
“역병이 지나간 후 우리는 식량 문제를 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백성들은 역병으로 인해 농작지의 쌀과 보리, 밀을 돌보지 못했겠지요. 산출량은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서 이후에 농업 활동을 활발히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농경 물자와 마광석을 환영하는 것은 농작지를 가진 백성뿐일 것이다.”
“…….”
“무엇보다 마광석은 흔한 광물이 아니지. 이렇게 쓴다면 차후에 마광석이 필요할 적엔 어찌하겠느냐.”
“방안이 있습니다.”
알렉시스가 황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첫째, 지원 물자의 거래를 허락하시면 됩니다.”
“……뭐?”
알렉시스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팔려는 사람이 수도 없을 겁니다. 당장에 매매가 가능하다면 급할 때 팔아서 쓰고 싶을 테니까요.”
“해서?”
“공급량이 많을수록 시장 가격은 하락합니다.”
“…….”
“가장 저렴해진 시점에서 회수하십시오.”
“……두 번째 방안은 무엇이냐.”
“둘째, 농작물을 비축하십시오.”
“백성들은 가뜩이나 식량이 없어 허둥거릴 것인데 농작물을 비축하라고?”
“황궁이 농작물을 비축하여 시장가를 올린다면, 백성들은 더 큰 돈을 노리고 농업 활동을 활발히 하게 될 것입니다.”
“하면 황궁의 부담이 엄청날 것인데.”
“아닙니다.”
“어째서?”
“우리의 식량문제가 해결될 즈음, 타국은 역병의 홍역을 치르고 있을 터.”
“그때 타국과 농작물을 거래하여 이문을 보라? ……하.”
황제가 실소를 터뜨렸다.
미약하던 웃음이 점점 커져 폭소가 되었다.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리며 유쾌하게 웃던 황제가 말했다.
“물건이군. 이 자, 물건이로다!”
황제와 알렉시스의 대화를 지켜보던 관료들마저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선황제들의 지혜 주머니로 불리던 이시론의 아들이다. 아니, 아스트라 공작이 자랑하는 시야를 가진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약혼자답다고 해야 할까.”
알렉시스가 고개를 숙이자, 황제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앞으로도 짐의 곁에서 네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라.”
“황공합니다.”
허리 굽혀 인사한 알렉시스는 방을 나섰다.
막 문이 닫혔을 무렵, 누군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부황께서 크게 흡족해하시더군.”
‘살바토레.’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황궁에서 도망쳐 쫓겨 살아야 했던 원흉.
수도 없이 살수를 보내왔던 오셀리아 황비의 아들.
살바토레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황족을 대하는 예를 모르나 보지.”
알렉시스가 목에 건 펜던트를 들어 보였다.
살바토레는 헛웃음을 흘렸다.
“쌍용의 문장이 이번엔 거기로 갔나.”
“황제 폐하의 대리인의 신분으로 황자에 불과한 자에게 고개를 숙일 순 없는지라.”
“불과한 자?”
“아닙니까?”
“너—“
“소임이 막중한 터라 이만.”
알렉시스가 살바토레를 지나쳐 걸었다.
살바토레 황자를 수행하던 부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저, 저 무례한……!”
“…….”
알렉시스의 뒷모습을 보는 살바토레의 시선 또한 소름 끼치도록 싸늘했다.
알렉시스는 묵묵히 걸었다.
막 사람이 없는 복도를 걷던 찰나.
아카데미에 재학하며 만나 시종으로 삼은 테로인이 다가왔다.
“황궁에 들어온 이후로 줄곧 표정에 그늘이 지셨습니다.”
“속이 답답하다.”
황궁에 들어온 이후로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움틀거렸다.
마치 황비가 보낸 살수를 피해 도망치던 시절처럼.
분노인 듯도, 격정인 듯도 한 묘한 감정이 사슬이 되어 발목을 잡아끌었다.
테로인이 고개를 수그렸다.
“어찌 아니겠습니까. ……황자님.”
“…….”
알렉시스가 짙게 가라앉은 눈 밑으로 정면을 바라보던 그 때, 통신석이 울었다.
연결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떻게 됐어? 응?!]
에릴로트였다.
저보다 몇 배로 긴장한 목소리에 알렉시스는 실소를 흘렸다.
“얘기는 잘 끝났어.”
[눈에 좀 든 것 같아? 눈도장을 콱 찍어준 거야? 그래? 어떻게 된 건데? 대화 흐름은? 아우, 답답해. 빨리 좀 말해봐!]
“그러다 숨넘어가겠군.”
[통 연락이 없어서 정말로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고.]
“내가 무슨 물가에 내놓은 애냐.”
[물가보다 더 위험한 곳에 있으니까 그렇지!]
“별일 없고, 이대로라면 일주일 안에 전 황도인들이 치료제를 먹을 수 있을 거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너 말이야. 너. 황족과 만나서 기분이 상하지 않았느냐고.]
“…….”
[누가 그런 거 궁금하대. 어련히 잘했겠지. 네가 누군데.]
한없이 자신을 걱정하면서도, 누구보다 자신을 믿는 사람이 있었다.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받을 수 없었으나 단 한 번도 좌절한 적이 없었다.
저 애가 있었기에.
“칼리의 훈련 어때? 엄청나게 잘 가르치지? 그야 최고의 무인이니…… 뭐야, 너 얼굴이 왜 이래!”
“놔. 그냥 훈련 중에 다쳤어.”
“그렇다고 얼굴에 멍이 남을 정도로 애를 패? 내 이놈들을 그냥……!”
“넌 대체 날 어떻게 하고 싶은 거냐?”
“어?”
“강해지길 바라면 두들겨 맞아서라도 강해지도록 두든가, 걱정을 할 거면 두들기질 못하게 하든가.”
“그게 나도 고민이거든?”
“……뭐?”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강해지면 좋겠는데, 또 다치면 화가 난단 말이야.”
“…….”
“너한텐 일관성이 없어진다고.”
그녀를 만나고 단 하루도 잠 못 드는 밤이 없었다.
가슴이 싸해질 적엔 거짓말처럼 곁에 나타나는 신기한 녀석.
남의 염려가 죽기보다 싫었는데, 때론 그녀에게 가장 큰 걱정이 자신이란 것에 안심을 느낀다.
“……바보 같지.”
[뭐야, 누가 너더러 바보래? 누가 그러는데? 어?!]
“별거 아니야.”
[아닌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이 나와. 누가 감히 바보라고 하냔 말이야. 이름 딱 말해. 내가 가서—]
“날 바보라고 제일 많이 부르는 건 너잖아.”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지.]
알렉시스가 쿡쿡 웃었다.
그 모습을 테로인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주인에게 있어 바람 같은 존재였다.
손으론 결코 잡을 수 없고, 때로 태풍이 되어 가슴을 모조리 헤집어 놓지만…….
그의 얼굴에 가득 낀 먹구름을 거둬내고 태양을 내리쬐게 만드는 것도 그녀였다.
희미하게 웃던 테로인의 통신석이 빠르게 깜빡였다.
긴급코드였다.
테로인은 재빨리 통신석을 확인했다.
“알렉시스 님!”
에릴로트와 통신하던 알렉시스의 시선이 테로인에게 향했다.
테로인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황도 17구역에서 절망의 성체가 나타났습니다……!”
“17구역엔 치료제가 퍼졌어. 그런데 왜!”
“까닭까지는 보고 받지 못했습니다. 한데, 달리아 아스트라가 절망의 성체를 막고 있는 모양입니다.”
표정이 차가워진 알렉시스가 말했다.
“난 가봐야겠다, 에릴로트.”
[절망의 성체라잖아. 아무리 너라도……! 알렉시스? 알렉시—]
통신을 종료한 알렉시스가 다급히 17구역을 향해 출발했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